아이오닉 6 N이 새로운 시대의 ‘드라이버스 카’로 불리는지 증명하다
지난 7월, 영국 굿우드에서 열린 아이오닉 6 N의 월드 프리미어 행사를 팀원들과 함께 준비했던 순간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고민하고 협업했던 과정이 즐거웠기에 좋은 결과물로 이어졌다고 믿는다. 아이오닉 6 N은 아이오닉 5 N에 이어 두 번째로 선보이는 현대 N의 최신 고성능 전동화 모델이다. 개발부터 출시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한 만큼, 직접 경험한 아이오닉 6 N의 주행 감성을 공유해보고자 한다.
아이오닉 5 N 출시 이후, 인터넷 커뮤니티나 동영상 플랫폼의 자동차 관련 콘텐츠는 거의 빠짐없이 챙겨보게 된다. 그중에서도 특히 흥미로웠던 건, 현대 N에 대한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의 높은 관심과 소식들이었다. 고성능 차량으로 유명한 BMW M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대 N이 개발한 가상 변속 기능 ‘N e-쉬프트(N e-Shift)’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으며, BMW도 유사한 기능을 개발 중이라고 밝혔다. 또한 유튜브에서는 아이오닉 5 N이 람보르기니의 주행 시험장에 출입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이처럼 기존의 고성능차 브랜드들이 현대 N의 기술과 차량에 주목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할 때마다 더 열심히 연구하고 발전시켜야겠다는 자극을 받는다.
현대 N의 행보와 미래 비전에는 망설임이 없어야 한다. 전동화 시대만큼은 현대 N이 고성능차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증명해 나가야 한다.
사실 아이오닉 5 N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훌륭한 모델이다. 슈퍼카 수준의 성능을 갖추면서도 실용적인 SUV 바디를 지녔기에 운전할 때마다 반전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유수의 매체들이 아이오닉 5 N을 고성능차 부문 ‘올해의 차(Car of the Year)’로 선정한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니다. 과연 고성능 전기차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 아이오닉 5 N에 이어, 새롭게 선보인 아이오닉 6 N은 어떤 감동을 안겨줄까. 기대와 호기심을 가득 안고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에서 아이오닉 6 N을 시승했다.
아이오닉 6 N은 단번에 현대 N의 DNA를 느낄 수 있는 모델이다. 현대 N의 롤링랩이었던 RN22e의 유전자를 이어받아, 본격적인 고성능을 드러내는 디자인으로 완성되었다. 현대 N 특유의 강렬한 디자인 캐릭터와 루미너스 오렌지 포인트 컬러가 곳곳에 적용되어 있지만, 한층 세련된 감각으로 재해석된 모습이 인상적이다. 특히 바디 하단 전체를 감싸는 블랙 컬러는 전·후면뿐 아니라 측면에서도 차량의 비례감을 더욱 돋보이게 해, 전체적으로 날렵하고 역동적인 모습이 두드러진다.
아이오닉 6 N은 현대 N의 키 컬러인 퍼포먼스 블루에 펄(Pearl) 효과가 최초로 적용되면서 깊이 있고 세련된 인상을 준다. 이로 인해 한층 고급스러운 분위기가 돋보이고, 기존 퍼포먼스 블루 컬러가 다소 부담스럽게 느껴졌던 소비자들도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을 만큼 디자인과의 조화가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었다.
육상선수는 가볍고 미끄러지지 않는 러닝화를 신는다. 아이오닉 6 N 역시 고성능을 위해 경량화와 강성을 동시에 확보한 20인치 단조 휠을 적용했고, 슈퍼카에나 사용될 법한 275mm의 피렐리 P Zero(PZ5) 타이어를 장착했다. 무광 블랙 단조 휠 안쪽에는 루미너스 오렌지 색상의 4피스톤 프런트 캘리퍼와 400mm 사이즈의 브레이크 디스크가 자리하고 있어, 언제든 650마력의 출력을 제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준다.
대부분의 자동차 휠은 알루미늄을 녹여 금형에 부어 만드는 주조 방식이지만, 아이오닉 6 N에 적용된 단조 휠은 고온으로 가열한 알루미늄을 초고압 프레스로 압축해 금속의 미세 구조를 치밀하게 만드는 방식이다. 이를 통해 내구성과 경량화를 동시에 실현했으며, 공기역학적 디자인까지 적용해 타이어 주변의 공기 저항까지 개선한 것이 특징이다.
아이오닉 6 N은 유선형의 차체 라인과 오버 펜더가 절묘하게 어우러져, 전체적으로 볼륨감 있는 실루엣을 완성한다. 이는 과장된 느낌이 아니라, 보면 볼수록 라인이 살아나는 세련된 볼륨감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오버 펜더는 일반적으로 더 크고 넓은 휠과 타이어를 적용하고 차량 폭을 넓혀 안정적인 코너링을 가능하게 하는 요소로, 대부분의 레이스카에 필수적으로 적용된다.
아이오닉 6 N 역시 기본 모델 대비 좌우 펜더를 각각 30mm씩 확장해 275mm 광폭 타이어를 적용할 수 있었으며, 이를 통해 코너링 성능을 극대화했다. 아이오닉 6 N의 오버 펜더는 단순한 디자인 요소를 넘어, 기능성과 퍼포먼스를 동시에 만족시키는 핵심 요소라 할 수 있다.
아이오닉 6 N과 N Line을 위해 새롭게 디자인된 리어 콤비 램프는 후면 전체를 감싸는 블랙 컬러 속에 매끄러운 2D 파라메트릭 픽셀 라이트로 구성되어, 강렬하면서도 정제된 인상을 풍긴다. 이는 아이오닉 시리즈의 아이덴티티를 명확히 보여주는 패밀리 디자인의 정수라 할 수 있으며, 역시나 현대 N의 고성능 모델답게 리어 글라스 상단에는 삼각형 형상의 보조 제동등까지 잊지 않고 적용되었다.
또 하나 눈에 띄는 요소는 스완넥 타입의 대형 리어 스포일러다. 무려 1,600mm에 달하는 리어윙을, 그것도 스완넥 스타일로 양산차에 적용한 것은 놀라움 그 자체다. 하지만 이는 단순히 눈길을 끌기 위한 디자인 요소는 아니다.
리어 스포일러는 시속 250km 기준 약 100kg에 달하는 다운포스를 생성하며, 윙 하단의 공기 흐름까지 고려해 고정 부위를 윙 아래가 아닌 위쪽으로 옮긴 구조다. 이 형상이 백조의 목을 닮았다고 하여 ‘스완넥(Swan Neck)’이라 불리며, 모터스포츠에 뿌리를 둔 현대 N의 기술적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곧 도로 위에서 마주칠 아이오닉 6 N의 뒷모습에서 레이스카 DNA를 품은 비범한 존재감을 확인해 보길 바란다.
외관 감상을 마친 뒤 실내에 탑승하니, 익숙한 N 스티어링 휠과 N 라이트 스포츠 버킷 시트가 반갑게 맞이한다. 그리고 곧바로 느껴지는 낮은 시트 포지션에서 세단형 바디 타입의 특별한 감각이 전해진다. 이처럼 스포티한 운전 자세에서 아이오닉 6 N의 정체성을 실감할 수 있다. 한편 안전벨트에는 N 컬러 위빙 패턴이 새롭게 적용돼 훨씬 세련된 느낌을 준다.
스티어링 휠 하단 좌측의 N 버튼을 눌러 N 모드에 진입해 본다. 익숙한 N 전용 클러스터지만, 더욱 정돈된 구성과 시인성 높은 폰트가 적용되어 한층 개선된 느낌이다. 아이오닉 6 N을 빨리 조련해보고 싶다는 생각에 기대감을 안고 서둘러 차량을 움직였다.
우선 노멀 모드로 주행을 시작한다. 현대 N의 고성능 전동화 모델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기능이 있다면 바로 ‘N e-쉬프트’와 ‘N 액티브 사운드(Active Sound)+’다.
N e-쉬프트는 Eco 모드부터 N 모드까지 모든 드라이브 모드에서 사용 가능하며, 전기차 특유의 조용하고 매끄러운 주행 감성을 한층 더 역동적으로 바꿔준다. 정교하게 프로그래밍된 변속 로직은 6,750rpm(N 모드에서는 7,750rpm까지 상향) 내에서 8단 DCT를 시뮬레이션하며, 내연기관 차량의 주행 감성을 그대로 재현한다.
덕분에 공도 주행에서도 리듬감이 살아나고, 마치 차량에 생명력이 더해진 듯한 느낌을 받는다. 변속 로직과 이에 따른 차량의 가감속 반응은 너무나 자연스러워, 일반 내연기관 차량과 구분하기 어려울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N 액티브 사운드+는 총 3가지 사운드를 제공한다. 첫 번째는 이그니션(Ignition) 사운드로, 내연기관 기반의 모터스포츠 감성을 담고 있다. 전기차임에도 불구하고 엔진의 박력 있는 사운드를 구현해, 마치 서킷 위를 달리는 듯한 몰입감을 선사한다. 두 번째는 이볼루션(Evolution) 사운드로, 현대 N의 콘셉트카인 현대 N 2025 비전 그란 투리스모(Vision Gran Turismo)에서 영감을 받아 미래지향적인 분위기와 레이싱 DNA를 결합한 독특한 사운드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라이트 스피드(Light Speed)는 빛의 속도를 소리로 표현한 사운드로, SF 영화 속 우주선이 가속하는 듯한 느낌을 전달하며 전기차의 정숙함 속에서도 역동성과 미래적 감성을 동시에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운전자는 원하는 사운드를 선택할 수 있으며, 음량 조절은 물론 필요시 사운드를 완전히 끌 수도 있다.
그동안의 미디어 리뷰와 고객 피드백을 살펴보면, 사운드에 대한 취향이 매우 다양하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그런 면에서 이렇게 다양한 콘셉트의 사운드를 제공하는 방향은 매우 현명한 선택이라 생각된다. 이 사운드들은 단지 스포츠 드라이빙을 위한 요소가 아니라, 일상 속에서도 운전의 즐거움을 더해주는 감성적 기능이라는 데 이견이 없다.
아이오닉 6 N의 대표적인 특징 중 하나는 바로 서스펜션 지오메트리의 변경이다. 특히 롤센터를 낮춘 서스펜션 설계와 스트로크 센싱 타입의 ECS(전자제어서스펜션) 댐퍼가 핵심 역할을 한다. 아이오닉 5 N의 스트로크 센싱은 바디 가속도 센서와 휠 가속도 센서를 통해 간접적인 상대 속도로 차량 모션을 추정했다면, 아이오닉 6 N은 스트로크 센서를 통해 차량의 모션을 직접적으로 판단 가능하기 때문에 아이오닉 5 N 대비 ECS 제어의 개입 시점과 정확도가 향상됐다.
아이오닉 6 N에는 스트로크 센싱 타입의 댐퍼가 적용되어, 서스펜션 스트로크가 일정 수준 이상으로 늘어나거나 줄어들면 그에 따라 댐핑 압력을 실시간으로 조절해 차량의 자세를 안정적으로 잡아준다. 이 기능은 불쾌함과 편안함 사이의 미묘한 승차감의 경계에서 최적의 타협점을 찾아내며, 노면의 굴곡이나 이음매를 지날 때 운전자에게 꼭 필요한 정보만 전달하고 불필요한 진동은 효과적으로 걸러준다.
롤센터가 낮아지면서 롤센터와 무게중심(Center of Gravity) 사이의 거리가 더 벌어져 바디 롤(Body Roll)을 다소 허용하는 방향으로 셋업이 변경되었지만, 그에 따라 차량을 들어 올리는 잭업 포스(Jack-up Force)가 감소해 일상 주행에서의 편안함과 실용성이 더욱 향상되었을 것이다.
고성능 차량의 시승에서 ‘편안함’이라는 단어가 어울리지 않을 수도 있지만, 실제로 시내 주행부터 중·고속 영역까지 전반적인 승차감은 놀라울 정도로 안정적이고 편안했다. 보통 스포츠 드라이빙을 지향하는 차량은 즉각적인 반응성을 위해 단단하게 세팅되기 마련인데, 아이오닉 6 N은 일상 주행의 편안함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고성능의 장점을 그대로 살려냈다.
일반 도로 주행을 마치고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로 복귀하며 몇 개의 속도방지턱을 다양한 속도로 넘어보았다. 바퀴가 방지턱을 타고 넘어가 착지하는 순간까지 트랙션을 잃지 않고 차량의 자세를 단번에 잡아내는데, 그 과정이 결코 과격하지 않았다. 섀시와 서스펜션 지오메트리 설계가 완벽하게 조화를 이루며, 어느 하나 불쾌한 느낌 없이 세련된 하체 감각을 전달했다.
고성능 차량에서 흔히 예상되는 단단한 승차감이 아닌 정제된 감각이 느껴졌고, 이 정도의 주행감이라면 가족 모두를 태우고 어디든 떠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적어도 ‘이기적인 아빠’라는 말을 들을 일은 없을 것이고, 차량 구매에 대한 가족 구성원의 설득도 훨씬 쉬워질 것 같다는 긍정적인 상상까지 하게 된다.
HMG 드라이빙 익스피리언스 센터의 트랙에서 본격적인 시승을 시작했다. 당연히 주행 모드는 N 모드. 스티어링 휠 좌측 하단의 N 버튼을 누르자 N 전용 클러스터가 활성화되며, 다양한 주행 관련 정보들이 운전자를 맞이한다. N 배터리(Battery)는 스프린트(Sprint) 모드로 설정해, 배터리 매니지먼트 시스템을 트랙 주행에 최적화했다.
좋은 차는 특정 환경이 아니라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에게 그 차만의 언어로 즐거움을 전달한다. 제대로 시승할 기회가 생긴다면 한계 주행 상황에서 차량의 움직임을 안전하게 확인할 수 있는 트랙에서의 시승을 선호하는 편이기에 이번 시승이 더없이 반가웠다.
아이오닉 6 N에는 다양한 N 특화 기능들이 탑재되어 있다. 앞서 체험한 N e-쉬프트와 N 액티브 사운드+를 비롯해, 구동력을 앞뒤로 조절할 수 있는 N 토크 디스트리뷰션(Torque Distribution), 드리프트 스타일을 개인 취향에 맞게 설정할 수 있는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Drift Optimizer), 주행 강도에 따라 배터리를 관리하는 N 배터리, 그리고 주행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저장하는 N 트랙 매니저(Track Manager)까지. 수억 원대 슈퍼카에서나 겨우 만나볼 수 있는 기능들이 합리적인 가격 안에서 제공된다는 점은 놀라운 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기능은 차량의 기본기가 탄탄하지 않다면 그저 장식에 불과하다. 운전자의 의도대로 움직이는 차, 잘 서고 잘 돌고 잘 가속하는 기본기가 충실해야 N 특화 기능의 존재 이유도 더욱 분명해진다. 요즘은 고성능 차량이라 하더라도 기본기가 희석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아이오닉 6 N 역시 기본기 검증의 시간을 피할 수 없다.
검증은 곧바로 시작되었다. 현대 N이 강조해 온 탁월한 코너링 능력은 헤어핀 진입부터 탈출, 이어지는 중·고속 턴까지 단숨에 통과하며 입증되었다. 트랙 두 바퀴를 도는 동안, 아이오닉 6 N이 정말 나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차량인지 계속 의심하며 감탄을 숨겼다.
한계 상황에서의 차량 거동은 예측 가능했고, 운전자의 조작에 정확히 반응했다. N 배터리를 스프린트 모드로 설정한 덕분에 코너 탈출 시 가속 페달을 깊게 밟으면 계기판에 부스트 카운트다운이 자동으로 시작되며 최대 출력 650PS를 발휘해 강력한 가속을 지원했다. 그럼에도 감속이 필요한 구간에서는 정확하게 속도를 줄였고, 코너에서는 날카롭게 파고들었다.
AVN 화면에 표시된 N 트랙 매니저는 실시간으로 주행 데이터를 분석해 어느 구간에서 느렸고 빨랐는지를 알려주며, 마치 영화 〈F1 더 무비〉 속 피트 무전처럼 운전자를 돕는 조력자같이 느껴졌다.
흥분된 주행 페이스를 잠시 낮추며 머릿속을 정리해 보니, 아이오닉 6 N을 한계 상황으로 몰아붙이는 데 대한 심리적 부담이 거의 없다는 점이 가장 먼저 떠올랐다. 현대 N 연구진들이 설명했던 ‘슬로 오버스티어’와 ‘슬로 언더스티어’를 지향한 설계 덕분에 빠르게 코너에 진입하거나 오조작으로 슬라이드가 발생하더라도 차량이 과민하게 반응하지 않고 운전자에게 대처할 시간을 벌어준다. 그래서 차량의 움직임이 언제나 친절하게 느껴진다.
이런 자신감 덕분에 연석을 타며 레코드라인을 수정해 보는 시도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각 바퀴에 하중을 주는 것이 매우 편리해, 브레이킹을 유지하며 코너에 진입하거나 가속 페달을 살짝 떼서 턱인(Tuck-in)을 걸고 들어가는 상황에서도 차량은 안정적으로 반응했다. 아이오닉 6 N은 어떤 상황에서도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차량이다.
스트로크 센싱 방식의 댐퍼는 서스펜션의 압축과 신장을 실시간으로 조절함으로써, 어떤 주행 상황에서도 최적의 접지력을 유지해 준다. 연석을 올라타고 내려오며 가속할 때, 예상했던 노면 충격은 없었고, 오히려 부드럽게 노면의 굴곡을 처리하며 구동력을 손실 없이 전달했다. 일반 도로 주행에서 느꼈던 일체감 있는 승차감이 트랙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아이오닉 6 N의 하체 밸런스는 정말 인상적이었다.
아이오닉 6 N의 하체 세팅은 마치 잘 튜닝된 레이스카를 떠올리게 한다. 일반적으로 레이스카는 단단한 서스펜션과 최소화된 바디 롤을 특징으로 하지만, 이러한 세팅은 오히려 한계 상황에서 트랙션을 쉽게 잃게 만들고 운전자가 차량을 제어하기 어렵게 만든다. 그래서 진짜 잘 튜닝된 레이스카는 하중 이동이 자연스럽게 일어날 수 있도록 일정 수준의 부드러움을 유지한다. 아이오닉 6 N 역시 단단함 속에 부드러움을 품고 있어, 고성능과 일상 주행 사이에서 균형 잡힌 주행 감각을 보여준다.
아이오닉 6 N과의 교감은 생각보다 빠르게 이루어졌다. 스티어링 휠 하단 오른쪽에 위치한 N2 버튼을 눌러 N e-쉬프트를 작동시키면, 7,250rpm까지 확장된 회전수 게이지가 생성되며 익숙한 주행 리듬이 되살아난다. 패들 쉬프트를 통해 업쉬프트와 다운쉬프트를 번갈아가며 조작하는 순간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지휘자가 된 듯한 기분을 선사한다. 운전자가 업쉬프트를 하지 않으면 레브 리미터에 걸리게 되는데, 모든 상황이 운전자의 통제 아래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묘한 만족감이 느껴진다.
이번에 새롭게 적용된 N 액티브 사운드+의 주행 사운드는 그야말로 압권이다. 이그니션, 이볼루션, 라이트 스피드의 세 가지 사운드는 입체감이 더욱 증폭되었고, N 모드에서는 팝앤뱅(Pop and Bang) 효과음까지 더해져 드라이빙의 몰입감을 극대화한다. 현대 N 연구진에 따르면 사운드 시스템의 하드웨어를 대대적으로 개선해 차량 실내를 6개 영역으로 나누고, 그에 따라 음장감을 향상시켰다고 한다. 파워트레인이나 연료 방식과 관계없이, 현대 N은 네 바퀴 달린 탈 것에 대한 순수한 즐거움을 추구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뜨거운 트랙 주행을 마친 뒤, 드리프트 패독으로 이동했다. 전기차로 드리프트를 한다는 것이 아직은 낯선 모습이지만, 아이오닉 6 N에는 이를 위한 전용 기능인 N 드리프트 옵티마이저가 탑재되어 있다. 놀라운 점은 이 기능의 세부 설정이다. 이니시에이션(Initiation), 앵글(Angle), 휠슬립(Wheel Slip)의 세 가지 요소를 세분화해 드리프트 스타일을 커스터마이징 할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이는 드리프트에 대한 깊은 이해 없이는 구현할 수 없는 기능이며, 드리프트 모드를 활성화하면 N e-쉬프트와 함께 사용할 수 있고, 특정 기어 단수로 고정해 레브 리미터를 치며 드리프트를 연출할 수도 있다. 주행 중 언제든지 기능을 켜고 끌 수 있어, 운전자의 감성을 자극하는 요소로 작용한다.
드리프트가 시작되면, 상황에 따라 후륜으로 최대 100%까지 전달되는 구동력 덕분에 슬라이드가 자연스럽게 이어지고, 가속 페달 조작에 따라 드리프트 각도도 정직하게 반응한다. 이 과정에서 E-LSD의 성능이 돋보이며, 차량의 움직임을 정교하게 제어할 수 있다.
아이오닉 6 N은 일반 도로, 서킷, 드리프트 등 다양한 환경에서 운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차량임이 분명하다. 단순히 빠르고 강력한 성능을 넘어, 운전자의 의도에 정직하게 반응하고, 다양한 주행 스타일을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함까지 갖춘 진정한 고성능 전기차다.
아이오닉 6 N은 말 그대로 팔방미인이다. 650마력의 강력한 출력으로 100km/h까지 단 3.2초 만에 도달하는 폭발적인 가속력을 갖췄지만, 이를 단숨에 제어할 수 있는 강력한 브레이크 시스템도 함께 갖추고 있다.
코너링 성능은 어떨까? 코너에서 이만큼 운전자에게 자신감을 심어주는 차량은 정말 오랜만이었다. 차세대 서스펜션 지오메트리가 만들어내는 하중 이동은 시승 내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었고, 여기에 다양한 N 특화 기능들이 더해지니 ‘팔방미인’이라는 표현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놀라운 점은 시승 내내 아이오닉 6 N이 전기차라는 사실을 거의 의식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휘발유, 디젤, 전기, 수소 등 연료 종류를 떠나, 그저 네 바퀴 달린 탈 것을 순수하게 즐겼을 뿐이었다. 보통 전기차를 다이내믹하게 운전하다 보면 배터리와 모터의 성능 저하, 브레이크 답력의 이질감, 주행 사운드와 변속감의 부재 등으로 인해 “아, 이 차는 전기차였지…”라는 아쉬움이 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오늘 시승한 아이오닉 6 N은 그런 타협 없이, 그저 ‘운전이 즐거운 자동차’ 그 자체로 다가왔다.
아이오닉 6 N은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듣고 만들어진 차량이다. 그 목소리에는 기대와 우려, 그리고 응원이 담겨 있었고, 그 모든 감정을 반영해 완성된 결과물이다. 아이오닉 6 N을 경험하는 모든 운전자들이 오늘 내가 느낀 희열과 흥분을 그대로 느낄 수 있기를 바란다.
아이오닉 6 N의 등장은 현대 N의 전동화 고성능 라인업을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아이오닉 5 N과 함께, 소비자에게 서로 다른 성향의 두 가지 고성능 전기차를 제공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실용적인 공간과 예리한 주행 감각을 원한다면 아이오닉 5 N이, 본격적인 달리기 성능과 세련된 운전 감각, 스포츠카 스타일의 디자인을 원한다면 아이오닉 6 N이 제격이다. 그리고 여전히 내연기관의 감성을 포기할 수 없다면, 아반떼 N 역시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선택지가 늘어난 소비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즐거운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오늘은 현대차의 고성능 브랜드 N이 앞으로도 즐거운 차량을 지속적으로 선보일 수 있도록 조금이라도 힘이 되어야겠다는 사명감을 느낀 하루였다.
글. 박강우 (현대자동차 N고성능마케팅팀 책임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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