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의 생산기술 전시회, ‘이포레스트 테크데이’ 현장을 찾았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제조 기술의 현재와 미래를 총망라하는 ‘E-FOREST TECH DAY 2025(이하 이포레스트 테크데이)’을 현대차 울산공장에서 개최했다. 이포레스트(E-FOREST)는 자동화 및 정보화 제조 솔루션을 바탕으로 인간 친화적인 스마트 기술을 적용한 현대차·기아의 스마트 팩토리 브랜드다.
올해로 6회차를 맞은 이포레스트 테크데이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총 200여 건에 달하는 신기술을 통해 제조 기술력을 집약적으로 선보였다. 특히, 기술 전시를 넘어 중소 협력사들이 현대차그룹의 기술을 직접 체험하고 학습할 수 있는 여건을 제공함으로써 산업 생태계 전체의 기술 수준 향상과 경쟁력 강화를 도모했다.
올해 이포레스트 테크데이에서는 자동화 혁신(Auto-Flex), 제조 지능화(Intelligence), 친환경·안전(Green·Humanity), 신모빌리티(New-Mobility) 등 4가지 주제를 토대로 머지않은 미래 공장에 적용될 신기술이 공개됐다. 이중 눈여겨볼 대표적인 신기술 10종을 소개한다.
PHM(Prognostics and Health Management, 고장 예측 및 관리) 시스템은 생산 시설의 문제를 미리 파악해 가동 중단과 비가동 손실을 줄일 수 있는 핵심 기술이다. 기존에는 측정 범위가 진동이나 전류 등으로 제한적이었는데, 이번에 개발된 기술은 보스턴 다이나믹스의 4족 보행 로봇 스팟(SPOT)이 공장을 자율적으로 순찰하며 설비의 진동, 온도, 가스 누출 등을 실시간으로 감지한다.
핵심은 스팟 위에 탑재된 모듈이다. 스팟에 탑재된 카메라, 열화상 카메라, 마이크, 가스 감지 센서 모듈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확보한다. 예컨대 열화상 카메라를 이용해 구동 모터의 온도를 측정하고, 임계치를 넘으면 과열 데이터와 이미지를 PHM 화면으로 즉시 전달한다. 또한, 현장의 소화기나 다양한 부품의 정위치 여부를 확인해, 부품이 없어지거나 위치가 이탈되면 관련 부서에 알려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돕는다.
데이터 전송은 무선으로 이뤄지지만, 통신 장애가 발생했을 경우 스팟을 충전하는 도킹 스테이션에서 유선으로 데이터를 전송하는 이중화 구조를 갖춰 데이터가 누락되는 것을 막는다.
자동차의 기능이 복잡해지며 와이어링(전선 다발)의 무게와 부피 또한 증가했다. 기존에는 작업자가 20~30kg에 달하는 무거운 와이어링을 직접 운반해야 했기에 근골격계 질환 및 상해 위험이 우려됐다. 이 솔루션은 산업용 로봇을 활용해 와이어링을 자동으로 운반하고 투입해 작업자의 부담을 크게 줄이고 작업성을 개선한다.
라인 컨베이어 동기 기술을 적용해 BIW(Body In White, 완성되기 전 차체)가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움직이는 중에도 와이어링을 투입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로봇에 탑재된 비전 센서가 A필러 등 진입이 필요한 부위를 스캔해 정확한 위치에 와이어링을 내려놓는다. 이 과정에서 무거운 배선이 떨어져 작업자에게 상해를 입히지 않도록 배선이 담긴 상자에는 자동으로 개폐되는 가드가 설치됐다.
이 기술은 기존 컨베이어 및 기계식 셔틀 방식이 가진 생산 라인의 제약을 해소하고, 여러 차종 생산 시 발생하는 설비 복잡도 증가와 공간 제약 문제를 해결하고자 개발됐다. 무인운반차(AGV)를 활용해 차체를 운반함으로써 유연한 제조 환경을 구현했으며, AGV 위에 얹힌 차체 고정용 대차는 높은 곳에 설치된 로봇인 고가반 로봇이 자동으로 교체한다.
AGV는 별도의 라인 설치 없이 차체를 싣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기 때문에 공간 제약이 적고 공정 변경이 쉽다는 장점이 있다. 다른 차종을 생산할 때는 고가반 로봇이 AGV 위 대차만 자동으로 교체하며, 대차가 바뀔 때마다 로봇에 부착된 3D 스캐너가 교체된 대차의 핵심 부위를 정밀하게 측정해 오차를 줄인다
이 시스템은 유연성이 높아 다품종 소량 생산에 유리하기 때문에 여러 차종이 생산되는 현대차 전주공장의 트럭 차체 통합 라인에 내년 초 우선 적용될 계획이다.
이 기술은 도장 공정 후 비전 검사 시스템에서 감지된 불량 위치를 레이저로 차체에 직접 표시해 주는 시스템이다. 기존에는 스프레이 마킹 로봇으로 표시하거나 공간이 협소할 경우 모니터에 위치를 표시했는데, 움직이는 라인에서 매우 작은 불량을 모니터 화면과 대조하며 찾는 것은 작업 속도를 늦추는 요인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도장생기3팀은 레이저 프로젝터를 활용해 움직이는 차체 위에 불량 위치를 실시간으로 추적하며 직접 마킹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이 방식은 작업자에게 불량 위치를 가장 직관적으로 알려줘 작업 속도와 도장 품질을 높일 수 있다. 또한, 레이저 프로젝터의 크기가 작기 때문에 기존의 협소한 작업장에도 설치할 수 있어 공정 및 투자비 절감 효과도 기대된다.
차량에 여러 부품을 설치하는 마지막 공정인 의장 라인에서는 작업자가 체결해야 할 커넥터가 많다. 이때 ‘딸깍’하는 체결음을 직접 듣는 작업자의 감각에 의존하다보니, 체결 여부를 객관적으로 판단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었다. 불완전한 체결은 차량 출고 후 필드 클레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주요 원인인 만큼,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신기술이 탄생했다.
초소형 센서가 부착된 장갑을 활용한 이 기술은 체결력을 정량적인 수치로 측정한다. 작업자가 커넥터를 연결할 때 발생하는 미세한 진동을 측정해 정체결 여부를 화면에 시각화해 바로 보여준다. 이를 통해 작업자의 감각에 의존하지 않고 정체결 여부를 확실하게 판단해 불량률을 크게 낮출 수 있다.
소형 언어 모델(SLM, Small Language Mode)을 활용해 설비의 자율 진단 능력을 극대화하는 차세대 공장 운영 기술이다. 지난 2013년부터 축적된 진동 데이터 및 진단 보고서와 같은 비정형 데이터를 SLM이 학습할 수 있도록 벡터화*하여 통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다.
*벡터화(Vectorization): 자연어, 이미지 등의 자료를 AI가 계산하고 분석할 수 있도록 수학적 표현이나 수치 배열로 변환하는 기술
이 시스템은 PHM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설비 고장을 자동으로 진단 및 예측한다. 실무자는 챗봇 시스템을 통해 AI와 대화하며 과거 데이터나 특정 시점의 스펙트럼 데이터 등을 활용한 진단 보고서를 자동으로 생성하고 문제 해결 방안을 찾을 수 있다. 특히, 네트워크 연결 없이 온디바이스 방식으로 동작하는 만큼 보안성이 높고 빠른 동작 속도를 확보했다.
‘엔비디아 옴니버스(NVIDIA Omniverse)’를 활용해 현실과 동일한 고정밀 가상공간을 구현하는 디지털 트윈 기술이다. 엔비디아 옴니버스는 USD(Universal Scene Description)를 기반으로 현실의 물리적 특성까지 반영해 산업용 디지털 트윈을 구축하고 실시간으로 운영하는 플랫폼이다.
이를 활용하면 설비 구축 전에 가상 공간에서 AI 학습을 진행해 기간을 단축하고, 결과를 미리 검증할 수 있다. 특히, 엔비디아가 제공하는 강력한 물리 엔진을 바탕으로 실제 공장 설비의 제어 알고리즘, 형상, 움직임 등을 정교하게 시뮬레이션할 수 있으며 기기의 무게, 부피 등도 정확히 구현한다. 이를 통해 설비의 부하와 작업자에게 미치는 영향 등을 사전에 정밀하게 검증할 수 있다.
엔비디아 옴니버스는 비전 검사 설비에도 활용된다. 현실에서 확보하기 어려운 불량품의 이미지나 동적 데이터를 가상 공간에서 만들어내 AI 학습용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전 학습을 통해 실제 설비에 문제가 발생하기 전에 미리 최적화를 진행하고 개발 비용 및 시간을 절감하는 데 기여한다.
높은 정밀도를 요구하는 핵심 부품은 숙련된 작업자가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직접 검사해왔다. 캠샤프트 맨 끝에 밸브 타이밍 조절 장치를 고정하는 키웨이(Keyway)와 같은 미세하고 정밀한 부위는 시간당 1~2회 수작업 검사가 진행돼 품질 확보를 위해 많은 노력과 시간을 투입해야 했다.
이 기술은 로봇에 장착된 3D 스캐너를 활용해 키웨이의 위치와 깊이 등을 정밀하게 측정한다. 이를 통해 수작업 검사 방식을 넘어 전수 자동화 검사가 가능해졌으며, 측정 데이터를 생산 시스템과 연계 관리해 다른 생산 단계에서 활용할 수도 있다.
산업 현장의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 개발된 세계 최초의 AI 기반 융합 센서 기술이다. 컬러·적외선·열화상 카메라를 결합한 센서 퓨전 기술과 AI 알고리즘을 통해 작업자와 사물을 정확하게 구별한다.
기존에도 카메라, 열화상 카메라 등을 활용해 생산 시설 내부의 안전을 점검하는 여러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지만, 공장의 조명 조건이나 주변부 환경 변화에 따라 인지율이 떨어지거나 오검출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었다. 예를 들어, 열화상 카메라는 주변 온도가 작업자의 체온과 비슷해지면 인지율이 떨어지며, 작업자가 벗어놓은 외투를 잘못 감지하는 등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카메라는 야간에 인식 능력이 떨어지며, 상황을 인식하기 위한 제어 PC, 딥러닝을 위한 고성능 GPU 등이 필요해 유지보수 비용이 높았다.
이 센서는 세 가지 센서를 융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으로 작동해 각 센서의 단점을 상쇄한다. 특히, GPU까지 내장되어 별도의 제어용 PC 없이도 이미지 처리와 딥러닝 학습이 가능해 비용과 유지 보수 측면에서 효율적이다. 이를 통해 위험 공정 내 작업자 보호, 로봇과의 충돌 방지 등 다양한 안전 기능을 수행할 수 있다. 또한, 공장 내 설치된 여러 센서를 연결해 지게차 주변을 ‘서라운드 뷰 모니터’처럼 표시하는 기능도 구현되었으며, 보조배터리로 작동 가능한 포터블 형식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전, 후, 좌, 우는 물론 대각선 방향으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AGV 시스템이다. 기존 AGV는 주행 중 곡선 주행이나 방향 전환 시 잠시 정지하여 회전하는 과정이 필요해 생산 효율을 저해하는 요인이었다.
이 AGV는 정지 없이 완만하게 이동할 수 있어 대기 시간을 줄이고, 필요 대수도 절감할 수 있다. 이같은 움직임이 가능했던 이유는 구동 바퀴를 기존 일자 배열이 아닌 대각선으로 배치했기 때문이다.
움직임의 자유도를 기반으로 레일이나 이동 경로를 표시하는 QR코드 등의 설치가 필요 없기 때문에 복잡한 경로를 유연하고 빠르게 주행할 수 있다. 향후 현대차그룹이 추구하는 소프트웨어 중심 공장(Software Defined Factory, SDF)에 적용되어 컨베이어 벨트를 통한 전통적인 생산 방식을 대체할 핵심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지난해까지의 이포레스트 테크데이가 미래 비전을 제시했다면, 이번 행사는 그 비전을 구체화하는 혁신 제조기술을 선보이는 장이었다. 현대차그룹은 AI 기반의 지능화 기술로 설비의 자율성을 높이고, 로봇 자동화 기술로 작업자의 안전과 생산성을 동시에 확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를 통해 구현된 더 빠르고, 더 안전하고, 더 유연한 제조 환경은 궁극적으로 신차 개발 기간 단축, 품질 안정화, 맞춤형 생산체계 구축을 통해 고객에게 더욱 큰 만족과 가치를 제공할 것이다.
사진. 민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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