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 여행에 특별함을 더하고 싶다면, 드라이브를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요?
여행을 바라보는 시선이 한층 다양해지고 있습니다. 어떤 기억을 남기고 싶은지에 따라 여정의 깊이가 달라지죠. 그중 자동차 여행이 주는 매력은 조금 특별합니다. 낯선 길 위에서 마음이 가는 방향으로 달리고, 창밖으로 스치는 풍경에 잠시 머무르며, 계획에 없던 장면과 마주하는 경험. ‘이동의 자유’가 여행과 만났을 때 즐거움은 배가 됩니다.
일본 도쿄는 그 자유를 손쉽게 누릴 수 있는 도시입니다. 활기차고 세련된 분위기, 곳곳에 숨어 있는 감각적인 즐길 거리가 넘쳐나는 도시지만, 한두 시간만 벗어나면 차분한 분위기와 자연이 펼쳐지는 매력 덕분입니다. 여행 일정 중 하루만 할애하더라도 전혀 다른 기억을 남기고 돌아올 수 있죠.
도쿄 도심에서 약 2시간 거리에 위치한 후지산은 일본을 대표하는 영산(靈山)입니다. 완만한 곡선을 그리며 대칭을 이루는 원추형 산체인데다, 해발 3,776m 높이로 멀리서도 단번에 알아볼 수 있는 존재감을 지니고 있습니다. 시야에 들어오는 순간 굉장한 감동을 선사하죠.
후지산이 매력적인 또 다른 이유는 다채로운 자연환경입니다. 산기슭에는 울창한 숲과 용암이 굳어 만들어진 지형이 독특한 대비를 이루고, 고도가 높아질수록 기온과 식생이 급격히 변하며 만년설의 풍경까지 더해지거든요. 계절과 날씨에 따라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보여주기 때문에 ‘오늘은 어떤 후지산을 마주하게 될까?’라는 설렘이 자연스레 생깁니다.
일본 시즈오카현과 야마나시현에 걸쳐 있는 후지산 일대는 어느 방향에서 바라보든 ‘절경’이라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이 중에서도 후지산을 둘러싼 다섯 개의 호수(야마나카, 카와구치, 사이, 쇼지, 모토스)로 이루어진 ‘후지 5호’ 지역은 후지산의 풍경을 눈에 담기 좋은 장소로 꼽힙니다. 호수마다 후지산이 물가에 비치는 뷰 포인트가 자리해, 잠시 머물며 풍경을 즐기기 좋죠. 주변에는 야영지나 후지산 전망을 품은 숙박 시설이 있어, 일정에 여유가 있다면 하루 머물기에도 이상적입니다.
후지산 일대에는 여행의 재미를 한층 더하는 드라이브 코스들도 있습니다. 후지산의 대표 루트인 스바루 라인과 아자미 라인은 짧은 시간 안에 숲길에서 고산 지대로 이어지는, 변화 폭이 큰 풍경을 만날 수 있어 많은 여행객이 찾습니다. 야마나카호를 끼고 있는 후지 파노라마 라인은 이름 그대로 시원하게 트인 시야를 통해 후지산의 전체 윤곽을 여유롭게 감상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죠.
만약 전기차로 드라이브에 나선다면, 후지산 일대만큼 완벽한 코스도 없을 것입니다. 전기차 특유의 회생제동 성능과 높은 등반 능력 덕분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반복되는 후지산 주변 도로도 경쾌하게 주파할 수 있거든요. 소음과 진동도 적어 후지산의 절경을 온전히 만끽할 수 있죠. 한마디로 스트레스 없이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는 것입니다.
게다가 전기차는 후지산의 규제에서도 자유롭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후지산은 여름 등산 시즌이 되면 교통 혼잡, 환경 오염, 안전 문제 등을 이유로 특정 루트에서 ‘마이카 규제’라 불리는 자가용 통행 제한을 시행하는데요. 전기차와 수소전기차는 이 규제의 예외로 분류되기 때문에 훨씬 쾌적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습니다. 그만큼 전기차 드라이빙의 매력도 커지는 셈입니다.
가나가와현의 하코네 지역 역시 자동차 여행객이 즐겨 찾는 코스입니다. 하코네산과 아시노호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풍경과 함께, 일본 자동차 마니아들 사이에서 유명한 도로인 하코네 스카이라인, 하코네 턴파이크가 자리해 있죠. 자연의 정취와 운전의 재미를 함께 경험하고 싶은 이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루트입니다.
가마쿠라는 도쿄에서 자동차로 약 1시간 반 떨어져 있습니다. 가나가와현 남동부에 위치한 해안 도시로, 오랜 역사와 조용하면서도 단정한 분위기가 인상적입니다. 조용한 절과 좁은 골목이 있는 마을 분위기는 다른 지역에서는 느끼기 어려운 아늑함을 더해주죠. 가족 또는 친구나 연인 누구와 함께하더라도 어울리는 드라이브 코스로 사랑받고 있습니다.
해안을 따라 이어지는 국도 134호선으로 들어서면 분위기는 한층 시원해집니다. 차창 바로 옆으로 바다가 펼쳐지고, 파도 소리와 바람의 결이 자연스럽게 드라이브의 배경이 됩니다. 해가 질 무렵에는 노을이 바다 위로 길게 번져 훨씬 감성적인 분위기를 만들기 때문에 어느 시간대든 각각의 매력을 느낄 수 있습니다.
가마쿠라와 에노시마를 이어주는 해안선에는 특별한 풍경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해안 옆을 달리는 전차입니다. 도로, 바다, 전철이 나란히 이어지는 구간이 많아 드라이브 중 자연스럽게 독특한 조합의 풍경을 만나게 되죠. 특히 가마쿠라 고등학교 앞 건널목은 유명 농구 만화 ‘슬램덩크’의 배경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드라이브가 절정에 이르면, 바다 위로 이어진 다리를 따라 작은 섬 에노시마에 도착합니다. 특히 섬을 향해 달려가는 풍경 자체가 훌륭한 포인트가 됩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에노시마 주변 해안도로에서 후지산의 실루엣이 보이는 순간도 있어 여행의 하이라이트가 되기도 하죠.
가마쿠라와 에노시마에는 잠시 머물기 좋은 카페와 맛집도 많습니다. 바다를 보며 간단한 브런치를 즐길 수 있는 해안 카페는 물론, 가마쿠라의 특산 해산물로 만든 시라스동(멸치덮밥)까지 이채롭습니다. 짧게 이동하는 구간마다 자연스럽게 들러 쉴 수 있는 장소가 다양하게 있어 여행의 템포를 느긋하게 조절하기에도 좋습니다. 운전 초보자라도 가볍게 떠나는 반나절 드라이브부터 여유롭게 하루를 보내는 일정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여행을 구성할 수 있어, 부담은 적고 풍경과 경험은 채워주는 코스라고 할 수 있죠.
이보다 더 한적한 분위기에서 드라이브를 즐기는 또 다른 선택지도 있습니다. 도치기현 닛코, 치바현 남쪽의 보소 반도, 도쿄 북서쪽 사이타마현에 위치한 나가토로 마을이 대표적이죠.
도쿄에서 북쪽으로 약 2시간 거리에 위치한 닛코는 한적한 산골 분위기와 대자연을 함께 느낄 수 있는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명소들이 모인 국립공원 일대에서는 수백 년 된 삼나무 숲이 고요한 분위기를 자아내며, 마치 숲속 터널을 지나는 듯한 몰입감을 느낄 수 있죠.
특히 이로하자카는 닛코를 대표하는 드라이브 코스로, 산의 굴곡과 고도의 변화가 모두 담겨 있어 운전의 재미와 풍경 감상이 동시에 어우러집니다. 이로하자카를 지나면 게곤 폭포와 주젠지호를 중심으로 광활한 고원 풍경이 펼쳐지고, 조금 더 들어가면 센조가하라 초원과 유모토 온천까지 이어집니다. 사계절 내내 색다른 풍경을 만날 수 있는데요. 특히 가을의 단풍과 겨울의 설경은 닛코 드라이브를 한층 더 특별한 여정으로 만들어 주죠.
보소 반도는 도쿄와 가깝지만, 놀라울 만큼 시골스러운 풍경이 남아있어 한적한 분위기의 드라이브를 떠나고 싶을 때 적합합니다. 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도로는 통행량이 적어 편하게 오래 달리기에 좋습니다. 특히 일본에서 낮은 산 절경 100선으로 꼽힌 ‘노코기리야마’ 일대는 압도적인 자연 경관까지 선사하죠. 더불어 반도 남단으로 내려갈수록 따뜻한 남쪽 나라의 풍경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보소 반도는 도쿄 외곽과 치바현 키사라즈시를 잇는 도쿄만 아쿠아라인을 통해 도쿄 도심에서 약 1시간 반 내외면 도달할 수 있습니다. 아쿠아라인 중간에 있는 휴게소인 ‘우미호타루 PA’를 들러보는 것도 추천합니다. 인공섬으로 조성한 휴게소에는 360°로 펼쳐진 도쿄만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전망대, 식당가, 상점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습니다. 덕분에 해외여행객은 물론 지역 주민들에게도 쉬었다 가기 좋은 하나의 명소로 자리 잡고 있죠.
나가토로 마을에는 사이타마현을 가로질러 도쿄만으로 흐르는 길이 173km의 아라카와강이 유명합니다. 아라카와강을 따라 느긋하게 달리는 140번 국도 또한 추천하는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고요한 강물과 산세가 어우러져 눈이 편안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죠. 특히 봄에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즐기며 달리기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나가토로 마을에서는 시골 마을의 특색을 경험할 수 있습니다. 전통 배 체험, 래프팅 등 아라카와강에서 즐기는 다양한 액티비티도 준비되어 있고, 전통 상점가, 호도산 신사 등 소박한 볼거리도 많습니다. 드라이브와 탐방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꼭 방문해 보시기를 추천합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것처럼 도쿄 인근에는 자동차 여행의 설렘과 추억을 더해줄 다양한 드라이브 코스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이 코스들을 온전히 누려봐도 좋고, 자신만의 새로운 드라이브 명소를 찾아 떠나도 좋을 것입니다. 여행에 정답이 없는 것처럼, 드라이브 역시 각자의 방식으로 즐기면 그걸로 충분하니까요.
글. 최현진
영상. HMG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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