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성능차의 성지에 뛰어든 아이오닉 5 N의 도전기

아이오닉 5 N과 일본 타임어택 레이스에 도전 중인 조선구 씨입니다.

by HMG 저널



일본 수도고속도로 완간선의 심장부, 튜닝카들의 성지라 불리는 요코하마 다이코쿠 PA(Parking Area, 주차장). 거대한 나선형 고가도로 아래 자리 잡은 이곳은 해가 지면 전설적인 올드카와 튜닝카, 최신 슈퍼카까지 모여드는 자동차 마니아들의 놀이터입니다. 수많은 내연기관 명차가 뿜어내는 열기로 가득한 이곳에 낯선 정적이 흐릅니다. ‘퍼포먼스 블루’ 컬러의 자동차가 소리 없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바로 현대자동차의 고성능 전기차, 아이오닉 5 N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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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로운 사실은 이 차가 잠시 방문한 여행객의 차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전기차의 대중화가 더딘 일본에서 현지 번호판을 달고, 일본의 도로를 일상처럼 달리고 있죠. 일본 자동차 마니아들의 호기심 어린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일본의 심장부를 누비는 이 과감한 고성능 전기차의 오너는 누구일까요? 운전석에서 내린 주인공은 바로 일본 타임어택 레이스에 도전하고 있는 조선구 대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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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구 대표는 과거 드리프트 선수로 한국과 일본에서 활약했고, 현재는 튜닝숍 겸 모터스포츠 팀 ‘디스펙(Dspec)’을 이끄는 리더입니다. 2024년 현대차 아반떼 N으로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타임어택 대회인 ‘어택 츠쿠바(Attack Tsukuba)’에 출전한 데 이어, 2025년에는 일본 현지에서 직접 출고한 아이오닉 5 N과 함께 새로운 도전에 나선 조선구 대표. 고성능차 및 튜닝카의 천국이라 불리는 일본에서, 한국 고성능 전기차와 함께 카 라이프를 즐기고 있는 그를 만났습니다.




일본에서 한국 전기차를 구매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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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수입차, 그중에서도 전기차에 대한 진입장벽이 대단히 높은 곳입니다. 자국 브랜드에 대한 충성도가 매우 높고, 좁은 골목길과 부족한 주차 공간 탓에 경차의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전기차보다는 하이브리드 자동차가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죠. 게다가 튜닝 문화의 메카답게 수십 년 된 전설적인 스포츠카부터 최신형 수입 슈퍼카까지 고성능차의 선택지가 넘치는 곳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매력적인 대안들이 즐비한 이곳에서 조선구 대표는 아이오닉 5 N을 파트너로 선택하고 2025년 초 개최된 ‘어택 츠쿠바 2025’에 출전했습니다.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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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자동차, 한국의 튜닝 브랜드, 한국의 드라이버로 일본 레이스에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20년 넘게 튜닝을 해오면서 여러 자동차를 접해본 저에게 전기차는 사실 ‘경제적이지만 따분한 차’에 불과했어요. 운전의 즐거움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아이오닉 5 N을 접하면서 그 편견이 깨졌습니다. 엔진과 모터의 차이를 떠나, 운전자에게 즐거움을 선사해 주는 자동차였거든요.”


조선구 대표의 말처럼 아이오닉 5 N은 전기차에 대한 고정관념을 깬 ‘게임 체인저’로 유명합니다. 직선에서만 빠른 전기차가 아니라, 코너를 공략하고 트랙을 지배하는 즐거움을 주는 차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처음부터 일본 현지 출고를 계획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여기에는 웃지 못할, 하지만 그의 꺾이지 않는 의지를 보여주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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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한국에서 차를 세팅한 뒤 카페리에 싣고 올 계획이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해운사 규정이 바뀌면서 전기차 선적이 불가능해졌죠. 포기해야 하나 싶었지만, 어떻게든 이 차로 도전하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일본 현지에서 아이오닉 5 N을 구매해서 도전하기로 했습니다.”


배에 실을 수 없다면 현지에서 차를 사서라도 대회에 참가하겠다는 조선구 대표의 의지는 굳건했습니다. 현지 구입을 결정했을 당시 주변에서는 만류보다 오히려 응원의 목소리가 높았다고 합니다. 한국의 고성능 전기차가 일본에서 어디까지 통할지 궁금해하는 이들의 기대감이 생각보다 높았던 것이죠.




59초 8, 숫자로 증명한 ‘클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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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의 선택이 틀리지 않았음을 증명하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습니다. 조선구 대표는 출고한 아이오닉 5 N을 이끌고 튜닝카들의 격전지인 ‘츠쿠바 서킷’으로 향했죠. 총 길이 2km 남짓한 츠쿠바 서킷은 작은 트랙이지만, 헤어핀과 다양한 코너 등이 섞여 있어 차량의 밸런스와 코너링 성능이 무엇보다 중요한 곳입니다. 이곳에서 개최되는 타임어택 레이스 ‘어택 츠쿠바’에서 랩타임 1분의 벽을 깨는 것은 튜닝카들에게 훈장과도 같은 기록입니다.


아이오닉 5 N으로 어택 츠쿠바에 출전한 디스펙 팀은 현지 튜닝카들도 쉽게 넘기 힘든 마의 1분을 넘어 59초 8이라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놀라운 것은 간단한 튜닝만으로 이 기록을 달성했다는 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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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는 아직 내연기관처럼 튜닝으로 출력을 올리기 어렵습니다. 무게도 드라마틱하게 줄일 수 없죠. 공도 주행을 포기하는 극단적인 튜닝을 한다면 무게를 덜어낼 수는 있지만, 저희의 목표는 누구나 쉽게 할 수 있는 튜닝 범위 안에서 츠쿠바 서킷에 도전하는 것이었습니다. 국내 브랜드의 서스펜션과 브레이크로 하체를 다지고, 코너링 스피드를 높이기 위해 카본 스플리터와 리어 스포일러로 다운포스를 더했습니다. 그리고 휠 크기를 21인치에서 20인치로 줄이면서 폭을 넓힌 것이 전부입니다. 타이어도 시중에서 쉽게 구매할 수 있는 제품을 사용했어요.”


한국 자동차, 한국의 튜닝 기술과 노하우로 도전하고 싶었다는 조선구 대표는 아이오닉 5 N의 하드웨어적 잠재력을 입증했습니다. 대단한 튜닝 없이도 ‘1분’의 벽을 넘은 것은 아이오닉 5 N이 양산 모델 그 자체로 이미 완성된 퍼포먼스를 갖추고 있음을 증명하는 과정이었죠.




일본 레이싱의 전설도 인정한 아이오닉 5 N의 진가



조선구 대표 외에도 이 차의 잠재력을 알아본 사람은 또 있었습니다. 일본 모터스포츠의 살아있는 전설, 타니구치 노부테루(Nobuteru Taniguchi, 谷口 信輝) 드라이버 역시 아이오닉 5 N의 운전대를 잡고 어택 츠쿠바 2025에 도전했죠. 그는 현대 N과 함께 ‘아이오닉 5 N TA(Time Attack) Spec’ 모델로 출전해 57초 4라는 전기차 신기록을 세웠습니다. 일본 레이싱 드라이버 가운데 전설로 꼽히는 선수는 아이오닉 5 N의 매력을 어떻게 느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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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이오닉 5 N의 일본 출시 전부터 현대차와 협업했다고 들었습니다. 특별한 조언이 오갔을까요?


타니구치 노부테루 |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웃음) 일본에 아이오닉 5 N이 출시되기 전에 미리 몰래 불러 주셔서 후지 스피드웨이에서 특별 시승을 했는데, 이미 완성도가 너무 높았거든요. 그립 주행과 드리프트 모두 마음대로 즐길 수 있는 차라는 생각이 들었고, ‘어떤 부분을 개선하면 좋겠다’는 의견을 내기 어려울 만큼 잘 만들어진 차였습니다.



Q. 전기차로 서킷을 공략하는 게 어렵진 않았나요?


타니구치 노부테루 | 츠쿠바 서킷에서 가볍게 달렸는데도 1분 4초라는 기록이 나왔습니다. 물론 가벼운 차는 아니지만, 아이오닉 5 N은 굉장히 몰기 편하고 강력한 파워를 가진 전기차입니다. 가속도 좋지만 제동이 굉장히 안정적이고, 선회 성능이 매우 좋았어요. 보통 무거운 차는 코너 탈출 시 가속 페달을 밟을 때 바깥으로 밀려나는데, 아이오닉 5 N은 이를 잘 제어해서 힘 있게 가속해도 문제가 없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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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츠쿠바 서킷에서 전기차 신기록을 세울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나요?


타니구치 노부테루 | 사실, 당일 아침 테스트 주행에서 기존 전기차 최고 기록(59초 598)을 넘어선 58초대 기록이 나왔습니다. 본 주행 때 이 기록을 넘을 자신이 없을 정도였죠. 하지만 지켜보는 관객이 많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달렸습니다. 코너링이나 코너 탈출 성능은 이미 훌륭하기 때문에, 브레이킹에 신경 쓰며 차를 몰았습니다. 보통 이렇게 무거운 차로 타임 어택을 할 때는 제동 실수가 나오는 경우가 많은데, 이 차는 자신 있게 브레이크를 깊게 밟아도 괜찮았습니다. 덕분에 57초 446이라는 전기차 최고 기록을 수립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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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아이오닉 5 N이 이처럼 뛰어난 성능을 발휘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타니구치 노부테루 | 아이오닉 5 N을 개발한 현대 N 팀을 만나 이야기하다 보니 정말 자동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더 즐거운 차’, ‘가지고 놀 수 있는 차’, ‘차를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한 차’를 만들겠다는 의지로 똘똘 뭉친 팀이었습니다. 이런 팀이 만드는 자동차가 재미있고 뛰어난 성능을 발휘하는 것은 당연하겠죠. 갈수록 현실과 부딪히는 경우가 많아지겠지만, 현대 N이 계속 재미있는 차를 만들면 좋겠습니다.




일본 자동차 마니아들을 사로잡은 아이오닉 5 N의 매력


일본의 서킷 밖에서도 조선구 대표가 모는 아이오닉 5 N의 존재감은 강렬했습니다. 도쿄에서 가까운 일본 자동차 마니아들의 성지 ‘다이코쿠 PA’와 ‘우미호타루 PA’에서 그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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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곳은 흔한 고속도로 휴게소가 아닙니다. 다이코쿠 PA는 해가 지면 각양각색의 자동차 수백 대가 모여드는 일본 자동차 문화의 심장부입니다. 도쿄와 치바를 잇는 도쿄만 해저터널 중간, 바다 위에 떠 있는 인공 섬인 우미호타루 PA 역시 자동차 마니아들에게는 만남의 광장이자 드라이브 코스의 정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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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년의 역사를 가진 내연기관차들이 가득한 그곳에, 퍼포먼스 블루 색상의 아이오닉 5 N이 등장하자 묘한 긴장감과 호기심 어린 시선이 쏠렸습니다. 회색빛 도시에서 유달리 선명해 보이는 푸른색의 한국 전기차는 그 자체로 이질적이면서도 매력적인 피사체였습니다. 조선구 대표는 고성능 내연기관차 무리 속에서 아이오닉 5 N이 더욱 특별하게 보이는 이유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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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에도 현대차 제네시스 쿠페, 아반떼 N, 토요타 GR 야리스, GR 수프라, 마쓰다 MX-5 등 다양한 자동차를 타고 다이코쿠 PA와 우미호타루 PA에 자주 갔습니다. 하지만 아이오닉 5 N은 더욱 특별한 느낌입니다. 수많은 사람의 시선을 느낄 수 있죠. 길을 걷다 사진 찍는 사람이나 신호 대기 중인 차량에서 사진 찍는 사람도 많아요. 충전을 시작하면 다가와서 ‘이거 전기차였어?’ 묻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 차를 처음 볼 때는 물음표 가득한 시선으로 쳐다보다가, 갈수록 느낌표로 바뀌는 모습을 보면 정말 재미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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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구 대표는 아이오닉 5 N이 주는 운전의 재미와 완성도라면 일본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라고 확신했습니다.


“자동차 마니아 중에는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아이오닉 5 N을 알아봅니다. 2024년 도쿄 오토살롱에서의 드리프트 쇼런, 어택 츠쿠바 2025에서의 전기차 최고 랩타임을 보고 강한 인상이 남았다고 이야기하죠. 레이스 드라이버나 서킷 관계자뿐 아니라 제 차를 본 튜닝카 오너들과 일반인들도 많은 질문을 쏟아냅니다. 그리고 항상 마지막에는 ‘현대 스고이네(すごいね, 대단하네)’라는 말이 따라오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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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로 현장에서의 반응은 관심을 넘어 감탄에 가까웠습니다. 다이코쿠 PA에서 만난 현지 자동차 마니아들은 “인터넷에서만 봤는데 실물이 훨씬 멋있다”, “마치 미래 자동차 같다”, “실내가 하이테크해서 마음에 든다”라며 아이오닉 5 N의 디자인에 깊은 관심을 보였습니다. 한 방문객은 “이렇게 대단한 차는 처음 봅니다. 정말 미래의 자동차 같아요. 꽤 빠르다는 소문은 들었는데, 아이오닉 5 N TA Spec이 츠쿠바 서킷에서 전기차 최고 기록을 세웠다니, 그 정도로 빠른 줄은 몰랐습니다”라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기도 했습니다.




서킷과 일상을 아우르는 폭넓은 매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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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 5 N은 서킷에서 0.1초를 다투는 레이스카였지만, 도쿄 인근 해안도로나 시내에서는 더없이 안락한 데일리카로 변신했습니다. 시트를 덜어내고 롤케이지를 장착하는 등 과감한 튜닝으로 일상에서의 사용성을 포기해야 하는 여느 타임어택 차량들과 달리, 아이오닉 5 N은 일상 주행에서도 쾌적함을 잃지 않았기 때문이죠. 조선구 대표는 아이오닉 5 N이 데일리카로 쓰기에도 안성맞춤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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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다양한 도로에서 스마트 크루즈 컨트롤을 마음 편히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듭니다. 일본 사람들의 운전 습관이 규칙적인 덕분인지, 정말 편리하게 사용하고 있어요. 일상적으로 타기에 승차감도 충분히 편해서 장거리 주행 시 운전의 피로도가 현저히 줄어들죠. 서킷에서 압도적인 모습을 보이던 자동차가 도로에서는 이렇게 조용하고 편안할 수 있다는 게 아이오닉 5 N의 반전 매력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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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반떼 N에 이어 아이오닉 5 N까지. 낯선 땅에서 계속되는 조선구 대표의 행보는 서킷 라이프를 넘어, 자동차를 즐기는 문화에 국경이 없음을 보여줍니다. 그의 다음 계획은 흥미롭게도 ‘역수입’입니다. 일본 내수용으로 판매된 오른쪽 운전석 사양을 다시 한국으로 가져오겠다는 기상천외한 발상입니다.


“아직 확정되진 않았지만, 이 차를 한국으로 가져가볼까 생각 중입니다. 한국 도로를 달리는, 오른쪽에 운전석이 있는, 유일한 아이오닉 5 N. 상상만 해도 재미있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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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그는 한국의 전기차 오너들에게도 서킷 라이프를 강력히 추천했습니다. 일본에서는 지난 2021년부터 현대차, 테슬라, 혼다, 닛산 등 여러 브랜드의 전기차로 경쟁하는 전기차 레이스 EV GP(전일본 전기차 레이스)가 시작돼 전기차 모터스포츠가 활성화되고 있죠. 이처럼 한국에서도 전기차로 서킷을 즐기는 문화가 꽃피우길 바라는 마음에서입니다.


“일본인들은 전일본 전기차 레이스 협회(JEVRA)가 주관하는 ‘EV GP’ 같은 레이스를 통해 전기차 모터스포츠를 즐기고 있습니다. 한국의 전기차 오너들도 꼭 서킷 주행을 경험해보면 좋겠습니다. 기름값, 오일류 교체 비용 걱정 없이 내연기관 고성능차 못지않은, 아니 그 이상의 재미를 느낄 수 있거든요. 저에게 아이오닉 5 N은 구동 방식을 떠나 정말 매력적이고 재미있는 자동차입니다. 많은 분이 경험하고 느껴볼 수 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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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오닉 5 N과 함께 일본을 누볐던 그가, 언젠가 일본형 아이오닉 5 N을 타고 한국 도로에 나타날 그날을 기대해 봅니다. ‘엔진이냐 모터냐, 이것을 떠나 그저 재미있는 자동차일 뿐’이라며 웃는 그의 말처럼, 국경을 넘나드는 그의 특별한 카 라이프는 멈추지 않고 계속될 테니까요.



글. 신화섭

영상. HMG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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