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모빌리티 혁신의 토대를 다져온 기술의 현장이 있다
일본에는 ‘툇마루 밑의 장사(縁の下の力持ち)’라는 말이 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지만 전체를 지탱하는 중요한 힘’을 의미하는 표현으로, 묵묵히 진심과 정성을 다하는 일본의 장인 정신을 뜻한다. 현대자동차그룹 일본기술연구소가 추구하는 방향 또한 이와 같다. 소재와 요소 기술의 본질을 연구하며 미래 모빌리티의 혁신을 떠받치는 것이다.
현대차그룹은 1995년 일본기술연구소 법인 설립을 시작으로 일본의 기술 장인들과 함께 다양한 연구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다. 세계의 다양한 기술 분야 중에서도 일본이 앞서 있는 전력변환, 배터리, 사운드, 소재 재활용, 에너지 등 더 나은 모빌리티를 만들기 위한 요소 기술들을 현장에서 발굴하기 위해서다.
① 미래를 향한 첫걸음 (1995-1999)
1995년, 현대자동차는 일본 도쿄에 사무소를 열고 일본기술연구소 법인을 세웠다. 당시 일본은 하이브리드, 전기차를 포함한 전동화 기술과 전자 기술 분야에서 세계를 선도했으며, 현대차의 일본기술연구소는 이와 같은 선행 기술을 연구하고 협업할 수 있는 거점이 되었다. 최남일 상무는 일본기술연구소의 역할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일본기술연구소는 여러 분야에서 연구와 협업을 통해 새로운 기술이 자동차 제품에 적용될 수 있도록 지원해 왔습니다. 과거에는 하이브리드 중심의 친환경차 기술, 생체인식 등 전자 분야의 선행 기술을 중심으로 연구했으며, 지금은 일본 산업구조의 변화에 맞춰 차세대 배터리 소재, 플라스틱 소재 재활용, 전동화 요소 기술 분야에 비중을 두고 연구와 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향 모델의 사양 제안, 현지 개발 검증, 개발 지원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② 기술 개발을 위한 끊임없는 도전 (1999-2009)
1999년, 현대차는 일본 자동차 시장 진출을 결정했다. 더불어 일본기술연구소도 도쿄 동쪽의 치바(千葉) 현으로 이전하며 활동의 범주를 넓혔다. 일본 시장의 특성을 깊이 이해하는 동시에 현지화 작업을 지원하는 역할을 도맡은 것이다.
2004년에는 카나가와(神奈川)현 요코하마(横浜)시에 디자인 스튜디오를 열었다. 일본 디자인 스튜디오는 현대차의 디자인에 새로운 시각을 더하는 계기가 됐다. 일본기술연구소 디자인팀의 타키타 준이치(滝田 淳一) 시니어 디자이너는 한국과 일본의 디자인 차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한국은 유럽이나 미국처럼 대담한 디자인 기법을 사용하는 반면, 일본은 여러 제약 속에서 설계 요구 사항을 해결하는 ‘빼기 디자인’ 기법을 활용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그리고 디테일에 세심한 정성을 기울이며, 고객에게 밀착된 사용자 경험(UX, User Experience)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죠. 디자인에서는 대담함과 빼기 두 요소 모두 중요합니다. 이 둘을 조합할 수 있다는 것이 일본기술연구소 디자인팀의 강점이라 생각합니다.”
당시 현대차는 일본 시장의 문을 꾸준히 두드렸다. 쏘나타, 그랜저, 투싼, i30 등 현대차의 헤리티지를 상징하는 모델, 젊은 감성을 자극하는 신차 등 여러 라인업을 투입했다. 하지만 당시의 현대차에는 일본 시장의 요구에 완벽히 부합하는 모델이 없다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현대차는 2009년에 일본 자동차 시장 철수를 결정했고, 일본기술연구소는 재정비를 통해 신기술 발굴에 초점을 맞췄다.
③ 재난 속에서 빛난 의지 (2012-2021)
2012년, 일본기술연구소는 일본 디자인 스튜디오가 있는 요코하마시로 통합 이전하며 새로운 체계로 재출발을 시작했다. 2011년에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의 아픔을 딛고 일어나 모두가 새로운 한 발을 내딛는 시기였다. 전동화기술개발팀 니시 히로키(西 宏樹) 시니어 연구원은 그때의 상황에 대해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이런 대지진에 대한 대응은 자동차 산업을 포함해 일본 전체적으로도 미진한 상태였다고 생각합니다. 대지진 이후에는 대다수의 산업에서 리스크(Risk, 위험요소) 저감 체계에 주력했고, 자동차 산업 또한 이에 주목했습니다.”
재난을 경험한 후 리스크를 줄이기 위한 노력은 모빌리티를 통한 전력 공급 시스템 개발로 이어졌다. 최남일 상무는 일본 내 산업 변화에 동참하는 일본기술연구소의 연구 활동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일본기술연구소에서는 에너지의 안정적인 사용과 비상시 에너지 공급원이라는 관점에서 전기차의 충전 및 급전 기능에 주목했습니다. 특히 V2H(Vehicle-to-Home) 기능 호환성에서 신뢰성을 확보하는 데 주력했고, 결과적으로 2024년 판매를 시작한 일렉시티 타운 버스는 일본의 다양한 V2H 제품에 대한 기능 호환성 검증을 통과했습니다. 이로 인해 일렉시티타운버스는 재해 시 에너지원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입니다. 그리고 수입차로서는 최초이자 유일하게 차데모* 규격과 적합성 테스트 결과를 만족했다는 인증(화이트리스트**)을 받았습니다.”
*차데모(CHAdeMO) : 일본에서 개발된 전기차 급속 충전 방식. 직류(DC) 방식의 빠른 충전이 가능하고, 양방향 충전을 지원해 V2G(Vehicle to Grid) 등 전력망 연계가 용이하다.
**화이트리스트(Whitelist) : 신뢰할 수 있는 대상만을 선별하여 시스템 접근이나 실행을 허용하는 방식. 일렉시티타운버스는 차데모 규격 적합성 테스트에 통과해 화이트리스트에 게재되었다.
또한, 일본기술연구소는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준비하며 일본이 보유한 영상인식 기술, 생체정보 헬스케어 기술에 관한 연구에도 주력했다. 운전자의 얼굴 영상을 통해 졸음 여부를 예측하거나, 레이더를 이용해 비접촉 상태로 운전자의 호흡을 파악하는 등 모빌리티 내부 공간에서 승객의 안전 및 건강을 지키는 선행 기술을 발굴하고 개발하는 데 힘을 쏟은 것이다. 커넥티비티기술개발팀 나카무라 히로시(中村 浩) 팀장은 다음과 같이 술회했다.
“운전자의 얼굴 영상을 이용한 졸음 예측/감지 알고리즘 개발을 수행했습니다. 그 중에서도 안경 착용 시의 반사, 또는 액세서리나 마스크로 인한 감지율 저하 등 실제 운전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 개발에 힘을 쏟았죠. 그리고 헬스케어 분야에서는 레이더를 통해 비접촉으로 운전자의 호흡을 감지하고, 얼굴 영상을 이용해 맥박을 추정하는 기술, 운전자의 감정을 인식하는 기술, 손목의 정맥 형상 감지를 통한 비접촉 개인 인증 기술 등을 연구했습니다.”
④ 미래를 향한 재도전 (2022-2025)
2022년, 현대차는 13년 만에 일본 자동차 시장에 다시 진출했다. 그리고 이번에는 과거와는 상황이 많이 달랐다.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전동화 전환에 속도를 붙이고 있는 일본 자동차 시장은 좋은 전기차를 원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절치부심 끝에 현대차가 준비한 전기차 라인업은 큰 환영을 받았다. 2022~2023년 일본 올해의 수입차에 아이오닉 5가 선정되었고, 2024~2025년에는 일본 올해의 차 10 베스트카에 아이오닉 5 N이 선정되었다. 또한, 2025년 4월에는 인스터(국내명 캐스퍼 일렉트릭)가 주목을 받으며 대표 모델로 떠올랐으며, 아이오닉 5에 이어 2025~2026년 일본 올해의 차 10 베스트카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해냈다. 일본의 자동차 이용 형태에 걸맞은 크기, 뛰어난 성능, 치밀한 현지화 사양을 모두 갖춘 덕분이다.
이와 함께 일본기술연구소의 역할도 크게 확대됐다. 시장 조사와 고객 조사를 통해 일본 고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사양을 제안하는 동시에, 현지화 차량 개발에 직접 관여하게 된 것이다. 커넥티비티기술개발팀 니시무라 준이치(西村 潤一) 시니어 연구원은 현지화 과정에서 필요한 요소에 대해 다음과 같이 밝혔다.
“현지 고객이 만족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시장을 철저히 조사하고, 이를 반영한 설계와 평가를 모두 갖춰야 합니다. 연구개발 부문에서는 현지의 요구에 대응할 수 있는 설계 변경을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차체 플랫폼과 전자 시스템 플랫폼이 중요하겠죠.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도 마찬가지로 설계 변경이 필요하며, 효율적인 플랫폼, 언어, UI 개발 등을 수행합니다. 따라서 현지 연구소가 현지화 개발 작업만 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화가 효율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는 플랫폼 개발에 참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표적인 성과는 한국 남양연구소와 협력해 개발한 PMSA(페달 오조작 방지 기능)를 꼽을 수 있다. 일본 자동차 제조사들은 대부분 유사한 기능을 적용하고 있으며 해당 기술의 성능을 인정받는 서포트카 제도*까지 일반화되어 있었다. 하지만 수입차 브랜드 중에서는 성능을 인정받은 모델이 없었다. 차량시험팀 송영재 책임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술회했다.
*서포트카 제도(Safety Support Car): 고령 운전자의 조작 실수로 인한 교통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첨단 안전 장치가 탑재된 차량을 국가가 인증하는 제도
“일본기술연구소는 일본의 다양한 차량을 평가하여 남양연구소와 공유하고 구체적인 기능 요건을 제안했습니다. 그 결과 2023년부터 개발에 착수해 2025년 인스터에 PMSA를 적용하게 되었습니다. 일본에서는 수입차 브랜드 최초로 서포트카 인정을 받았을 뿐 아니라, 해당 기술은 한국 사양에도 적용되어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일본 시장에서 환영받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일본기술연구소는 ‘일본 특유의 환경과 고객의 운전 특성을 고려한 차량 성능 현지화 개발 및 검증’에 집중하고 있다. 예컨대 일본의 도로는 운전석을 우측에 둔 좌측 통행 방식이며 전기차에 차데모 충전·급전 시스템을 쓴다. 그리고 운전에 있어 부드러운 가감속을 추구하는 성향이 강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철저한 검증 및 튜닝이 필요하다. 일본기술연구소에서는 스티어링 휠의 조작감을 포함한 운전성, 첨단 운전자 보조 시스템(ADAS)의 사용성, 서스펜션의 최적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등을 일본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도록 철저한 현지화에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V2H 신뢰성을 확보한 일렉시티타운버스 또한 일본 내 다양한 버스 노선의 도로 프로파일을 계측하고, 현지 검증 평가를 진행해 노선버스로서의 적합성을 검증했다.
또한 일본기술연구소는 신기술을 포함한 일본 시장의 흐름을 조사하고 개발을 지원하는 것은 물론, 정부와 협회 정책의 대응을 지원하며 더욱 경쟁력 있는 자동차 만들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예컨대 일본의 전기차 충전 인프라 조사 및 선제 대응으로 전기차의 상품성을 향상하는 한편, 넥쏘의 일본 시장 투입을 위한 현지 평가 환경 구축, 법규 및 정책 대응을 진행하기도 했다.
일본기술연구소는 2024년에 신야마시타 차량시험 연구소도 개소했다. 이곳은 전고체 배터리의 파우치셀 제작 및 연구가 가능한 드라이룸, 소재 연구를 위한 분석 및 열화 장비, 일본 특유의 차데모 충전 및 V2H 장비에 대한 기능시험이 가능한 충전시험실 등 여러 기술 연구가 가능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그리고 2025년에는 일본기술연구소 자체를 확장했다. 역할 확대에 따른 인원 증가를 고려하고, 일하는 방식의 혁신을 위한 근무환경 개선이 목적이다. 공간별로 나뉘어 있던 사무실의 벽을 허물고, 개개인의 쾌적한 업무 공간과 팀 내 그룹회의를 쉽게 할 수 있는 자유 토론 환경을 조성해 유연하고 자유로운 업무환경을 마련했다.
기술은 사회를 반영한다. 일본기술연구소의 주력 연구 분야 또한 일본 사회의 특징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 예컨대 일본은 재활용 소재 기술의 선두주자다. 일본은 쓰레기 분리수거가 습관화되어 있으며, ‘가전제품 재활용법’, ‘자동차 재활용법’에 따라 재활용 소재의 사용이 의무화되어 있다.
전동화기술개발팀 타카세 히로나리(高瀬 浩成) 팀장은 재활용 소재 기술 개발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일본의 자동차 업계는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한 국제적 목표 달성을 위해, 재활용 소재에 대한 수요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주요 OEM이 독자적인 재활용 루프를 구축하고 있으며 관련 기술은 이미 확립되어 있습니다. 일본 산업의 강점이라 할 수 있는 소재 기술의 일부가 재활용 기술과 부품 응용 기술로 이어지고 있으며, 일본기술연구소 역시 이러한 기업들과의 협업을 통해 다양한 제안을 받을 기회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플라스틱, 희귀금속, 이를 활용한 소재·부품, 용제 등이 대표적입니다.”
연구개발 성향 또한 다르다. “기업의 연구에서도 ‘본질이 무엇인가’를 중시합니다. 조급하게 결과나 성과를 요구하기보다는 중기적인 관점에서 과정을 중시하며 기술의 완성도를 높여갑니다. 일본에 ‘급할수록 돌아가라’라는 속담이 널리 알려져 있는데, 이는 서두르기보다 착실히 진행하는 것이 확실하다는 교훈을 담고 있습니다.” 타카세 히로나리 팀장의 말이다.
① 물성 회복 기술이 적용된 플라스틱
일본기술연구소가 개발 중인 수지 응용 완화 메커니즘을 활용한 물성 회복 기술은 재활용 시 물성 저하를 없앨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버진 소재*의 물성 향상도 가능하다.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물성 문제로 활용되지 못했던 폐수지를 재활용할 수 있고, 물성 저하가 없으므로 소재의 반복 재활용도 가능하다. 또한 재활용 범위를 확대함에 따라 소각이나 매립으로 처리되는 최종 폐기물을 줄일 수 있다.
*버진 소재(Virgin material): 한 번도 사용·가공한 적이 없는 신규 원료
전동화기술개발팀 이시가미 요시아키(石上 佳照)시니어 연구원은 “유럽연합 산하 공동연구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최근 차량 1대에는 240kg에 육박하는 플라스틱 부품이 사용된다”며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플라스틱 재활용의 기술적 장벽을 낮추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동차를 만들 때 일부 부품은 재활용 소재를 사용합니다만, 안전과 관련된 부품에 있어서는 재활용 플라스틱의 약해진 물성으로 인해 사용이 배제되기도 합니다. 일본기술연구소에서 발굴한 물성 회복 기술이 적용된 플라스틱은 갈수록 증가하는 플라스틱 소재의 활용에 있어, 재활용 소재의 사용을 활성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② 전고체 배터리
전기차 배터리의 경우 세계 각국이 치열한 연구를 진행 중이며 일본은 전고체 배터리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전고체 배터리는 사용되는 소재의 특성(난연성, 내열성, 고집적성 등)을 살려 활용할 경우 높은 성능과 효과를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동화기술개발팀 송인우 책임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일본은 전고체 배터리를 커다란 기회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본은 세라믹/유리제조 기술, 고체전해질, 양/음극 고순도 소재, 정밀 제조 장비 등 기초 기술을 기반한 산업에 큰 강점이 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한 비즈니스 모델 구축과 협업을 통해 현대차그룹의 전고체 배터리 양산을 가속하는 데 이바지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③ 전자파 노이즈 차단 기술이 적용된 수지제 커버
에너지 및 파워 시스템 기술 개발도 큰 진전을 이루고 있다. 일본기술연구소의 파워일렉트로닉스(PE) 분야에서는 소형·경량화, 냉각 성능 향상, 그리고 전력변환 효율 개선을 3가지 핵심 목표로 삼아 출력 밀도 향상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전동화기술개발팀 니시 히로키 시니어 연구원의 설명이다.
“모빌리티의 에너지 효율 향상을 위해서는 경량화가 매우 중요합니다. 일본기술연구소는 알루미늄 등 금속 소재의 부품을 수지 소재로 대체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전자파 노이즈 차단 기술이 적용된 수지제 커버도 그중 하나입니다. PE 부품은 파워 디바이스 스위칭을 통해 차량 구동에 필요한 대전력을 제어하는데, 이 과정에서 전자파 노이즈가 발생해 차량 내 라디오나 다른 전자 장치에 영향을 미치기에 부품 케이스에는 전자파 차폐 기능이 필요합니다. 따라서 가벼운 수지 표면에 금속을 얇게 도금하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기존의 열경화성 수지에는 도금이 불가능하지만, 이를 해결할 방법을 찾았고, 현재는 선행 개발 단계에서 양산 적용을 목표로 신뢰성 시험 등을 실시해 나갈 예정입니다.”
④ 프리미엄 3D 사운드 시스템과 외부 앰프 없는 고품질 오디오 시스템
일본은 고급 오디오 시장의 저변이 두텁고, 하이엔드 오디오 문화가 깊게 자리 잡은 국가다. 그만큼 음악 감상 품질에 대한 고객의 기대 수준 역시 높은 편이다. 일본기술연구소는 일본 오디오 브랜드가 보유한 신호처리 기술이나 스피커 기술을 접목해 고객 기대에 부응하고 사운드의 차별화를 실현하고자 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프리미엄 3D 사운드 시스템 개발과 외부 앰프 없는 고품질 오디오 시스템 연구다.
커넥티비티기술개발팀 나카무라 히로시 팀장은 일본기술연구소의 오디오 기술 개발 현황을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고품질 신호처리 기술이나 스피커 기술을 보유한 일본 오디오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어떻게 사운드의 차별화를 실현할 수 있을지 다방면으로 검토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내장 앰프만을 사용해 외부 앰프 없이 구동되는 고품질 오디오 시스템을 개발했습니다. 해당 오디오 시스템은 신호처리 기술과 고품질 스피커의 조합을 통해 내장 앰프만으로도 고음질의 매끄러운 사운드를 구현했습니다.”
이렇듯 일본기술연구소에서는 일본 현지의 강점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선행 연구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각 분야 요소 기술들이 모빌리티에 적용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되겠지만, 지금까지 그래왔듯 우리의 모빌리티 생활을 보다 발전시킬 기술 혹은 기능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다.
일본기술연구소는 남양연구소, 의왕연구소 등 국내 연구소와 긴밀히 협력하며 모빌리티 혁신에 힘을 보태고 있다. 대표적인 부분이 전고체 배터리 협업이다. 전동화기술개발팀 송인우 책임연구원은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일본기술연구소는 전고체 배터리에 집중해 의왕연구소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일본 현지의 소재/공정 기술을 발굴하고 다양한 업체와 네트워크를 구축하며, 적용할 수 있을 기술에 대해 의왕연구소와 긴밀한 소통을 하고 있죠. 개발 방향에 맞춰 일본의 기술을 탐색하고 검증하는 것은 물론, 의왕연구소-일본기술연구소-현지업체 사이의 3자 협업을 통해 기술을 발전시켜가고 있습니다.”
한국과 일본은 공통점도, 차이점도 명확하다. 두 나라 모두 품질을 최우선 가치로 삼아 왔으며, 이는 글로벌 시장에서 뚜렷한 존재감을 구축해 온 배경이기도 하다. 다만 접근 방식에는 차이가 있다. 한국이 속도와 실행력, 그리고 대담한 결단을 중시해 왔다면, 일본은 기초와 과정, 디테일을 치밀하게 축적해 왔다. 서로 다른 문화에서 축적된 기술이 만났을 때 시너지를 기대하게 되는 이유다.
기술에는 국경이 없다. 일본기술연구소는 한국과 일본, 양국의 기술 교류를 잇는 가교가 되고자 한다. 최남일 상무는 일본기술연구소의 역할을 이렇게 설명한다.
“일본기술연구소는 차량을 개발하는 엔지니어들이 다양한 가치를 실현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동시에, 고객에게 최고의 제품을 제공하기 위한 소재와 요소 기술에 집중하는 전문 연구소 역할을 수행하고자 합니다.”
묵묵히 진심과 정성을 쌓아 올리는 ‘툇마루 밑의 장사’처럼, 일본기술연구소는 오늘도 일본의 수많은 장인과 함께 미래 모빌리티를 위한 새로운 기술을 발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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