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HMG 저널 Sep 07. 2020

현대팀 원투 피니시로 WRC 에스토니아 랠리 정복

현대자동차 월드랠리팀 WRC 역사상 처음으로 개최된 에스토니아 랠리 우승


지난 3월 치러졌던 멕시코 랠리를 끝으로 코로나19 감염 위험 때문에 잠정 중단됐던 2020 시즌 WRC가 돌아왔다. WRC가 멈춰선 6개월 동안 주최 측은 시즌 재개를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고, 그 결과 2022년에 열릴 예정이었던 에스토니아 랠리가 새롭게 2020 시즌 WRC 일정에 포함됐다.


재개된 2020 시즌 WRC는 그 외에도 일정에 많은 변화가 생겼다. 본래 올 시즌은 뉴질랜드, 케냐, 일본 등 새롭게 추가된 랠리와 함께 13라운드로 열릴 예정이었다. 그러나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대규모의 일정 변경이 불가피해졌다. 당장 지난 3월 멕시코 랠리에 이어 4월 진행될 예정이었던 아르헨티나 랠리가 취소됐다. 이어서 포르투갈, 이탈리아로 이어지는 유럽 지역 랠리들도 사실상 연기나 취소를 피할 수 없었다. 새롭게 추가되어 WRC 팬들의 기대를 모았던 케냐, 핀란드, 일본 랠리 또한 차례로 취소되며 아쉬움을 남겼다. 독일, 영국 랠리 역시 WRC 일정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에스토니아, 벨기에 랠리가 2020 시즌 일정에 새롭게 추가되며 WRC 팬들의 아쉬움을 달래 줬다.



에스토니아 랠리 이후 이어지는 2020 시즌 WRC 일정은 터키, 이탈리아, 벨기에 랠리 순이다


이렇듯 숨가쁘게 진행된 일정 조정 끝에 2020 시즌 WRC는 총 7라운드로 단축 진행될 예정이며, WRC 역사상 처음으로 일정에 포함된 에스토니아 랠리를 시작으로 시즌을 재개했다.



에스토니아는 WRC를 개최한 33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2022년 WRC 개최를 목표로 대회 유치를 적극 준비 중이던 에스토니아는 예정보다 빠른 2020년 개최를 확정지으며 WRC를 개최한 33번째 국가로 이름을 올렸다. 이런 사실 외에도 에스토니아는 WRC 팬들에게 지난해 말 현대자동차 월드랠리팀(이하 현대팀)에 합류한 오트 타낙 선수의 고향으로 유명한 곳이기도 하다.



에스토니아 랠리는 그라발(비포장 노면)의 고속 코너와 군데군데 자리한 점프 구간으로 구성되어 있다


에스토니아 랠리는 에스토니아 남부 지역에 위치한 도시 타르투에서 개최됐다. 코스는 핀란드 랠리와 유사하게 그라발(비포장 노면) 기반의 매우 빠른 고속 코너들과 군데군데 자리한 점프 구간들로 구성되어 주행하기 까다로운 조건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더해 WRC에 참가하는 대부분의 선수들이 에스토니아 환경에 대한 경험이 부족한 만큼 경주차의 성능이 꽤나 중요하게 작용할 것으로 예상됐다. 에스토니아 랠리의 가장 큰 특징으로는 앞서 잠시 언급한 고속 코너를 들 수 있다. 지난해 진행된 WRC 이벤트 대회에서 스테이지 평균 주파 속도가 120.3km/h에 달했는데, 이는 WRC 역사상 스테이지 평균 속도 상위 20위 안에 들 정도의 빠른 기록이었다.



에스토니아 랠리 쉐이크다운에서 경주차를 점검 중인 오트 타낙의 코드라이버 야베오야


이번 랠리에 앞서 WRC 선수들은 에스토니아 지역 내에서 열린 여러 랠리 대회를 통해 에스토니아 랠리를 간접적으로 경험할 수 있었다. 가장 먼저 지난 7월, 에스토니아 북부 지역에서 뷔루 랠리(Viru Rally)가 개최됐다. 멕시코 랠리 이후 약 4개월 만에 경주차에 탑승한 타낙은 총 7개의 스테이지로 치러진 뷔루 랠리에서 2위와 무려 1분 43초의 격차를 벌리며 압도적인 우승을 차지했다.


이어 8월 말에는 에스토니아 랠리를 앞둔 본격적인 웜업 대회라 할 수 있는 에스토니아 남부지역 랠리(Louna-Eesti Ralli)가 열렸다. 이 대회는 현대팀의 오트 타낙 뿐만 아니라 티에리 누빌도 참가했으며, 경쟁 상대인 도요타팀과 포드팀 선수들도 대거 참여해 에스토니아 랠리를 대비했다. 결과는 총 8개의 스테이지 중 7개의 스테이지를 차지한 오트 타낙의 우승이었다. 에스토니아 출신 선수 답게 타낙은 무서운 기세로 경쟁자인 도요타팀의 오지에와 로반페라를 제치며 다가올 홈 랠리의 우승 전망을 밝혔다.



에스토니아 랠리 주행 전 마음을 다잡고 있는 크레이그 브린의 모습


2020 시즌 WRC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십 경쟁은 더욱 치열한 구도를 띄고 있다. 3라운드까지 마친 시점에서 각기 다른 3명의 드라이버가 우승을 차지해 그 누구도 2승을 거머쥐지 못한 상황이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경기 수가 7개로 대폭 축소된 상황에서 상위권 선수 모두에게 매 라운드가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었다.

에스토니아 랠리는 여타 대회들과 비교해 소폭 축소된 17개의 스테이지, 총 232.12km 주행거리로 운영 됐다. 금요일 저녁 1.28km의 짧은 첫 번째 스테이지를 시작으로 6개월 간 멈춰 섰던 WRC가 다시 궤도 위에 올랐고 선수들은 이날 만을 기다렸다는 듯 힘찬 스타트를 이어갔다.

6개월 간의 공백기가 무색할 만큼 선수들의 기량은 첨예하게 맞붙었다. 금요일 일정은 포드팀의 에세페카 라피와 도요타팀의 세바스티엥 오지에가 동일하게 1분 17초를 기록하며 리더보드 정상에 함께 이름을 올렸다. 오트 타낙은 0.1초 뒤진 3위, 이어 크레이그 브린이 0.4초 차이로 4위를 기록했다. 본격적인 랠리 일정은 토요일부터 시작이었지만 선수들 모두 한치의 물러섬 없이 치열한 주행을 예고했다.



오트 타낙은 SS3에서 상대 선수가 저지른 실수를 놓치지 않고 선두로 치고 나왔다


토요일 랠리의 스타트, SS2가 진행되면서 도요타팀의 신예 칼리 로반페라가 앞서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SS3에서 로반페라는 경주차 조수석 뒷바퀴에 펑쳐가 발생하는 바람에 30초 가까운 시간을 잃고 말았다. 타낙은 이 틈을 놓치지 않고 2위 선수 대비 무려 6초나 빠른 기록을 세우며 단숨에 선두로 치고 올랐다. 뒤이어 팀 동료 브린도 2위에 자리하면서 현대팀은 에스토니아 랠리를 앞서 나가기 시작했다. 이내 SS4에서 누빌까지 도요타와의 격차를 벌리며 선두 행렬에 합세했고, 1, 2, 3위 모두 현대팀이 이끄는 형국으로 대회가 진행됐다.


토요일 오전, i20 쿠페 WRC 경주차의 강력한 성능을 바탕으로 호쾌한 스타트를 알린 현대팀은 번갈아 스테이지 우승을 나눠 가지며 팀 사상 최초로 원투쓰리 피니시에 대한 기대감을 불러 일으켰다. 하지만 이어지는 토요일 오후 SS7에서 티에리 누빌이 고속 좌코너 코스를 살짝 벗어나는 실수를 하며 장애물에 부딪히고 말았다. 누빌은 경주차의 조수석 뒷바퀴가 완전히 꺾이는 바람에 1분 가량의 시간 손실을 입었다. 토요일 남은 일정 주행을 위해 급하게 수리를 시도했으나 결국 서스펜션 파손으로 남은 토요일 일정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누빌의 몫까지 다해 달리기라도 하듯 타낙과 브린, 두 명의 현대팀 선수는 안정적이고 빠른 주행을 이어갔고 다행히 1, 2위를 지켜내면서 토요일 일정을 마칠 수 있었다.



에스토니아 랠리는 군데군데 수 많은 점프 구간이 형성되어 있어 경주차의 높은 내구성과 주행성능을 필요로 한다


토요일에 진행된 총 10개의 스테이지에서 현대팀 선수 모두 한차례 이상씩 우승을 나눠 차지하며 6개의 스테이지를 갖고 왔다. 이로써 현대팀은 도요타와의 격차를 약 30초 가량 벌리면서 기분 좋게 토요일 일정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도요타팀의 3인방 오지에, 에반스, 로반페라가 선두권 진입을 호시탐탐 노리고 있었으나 기록상 일요일 진행될 6개 스테이지에서 큰 이변만 없다면 현대팀이 무난하게 우승을 지킬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매우 빠른 평균속도가 알려주듯 에스토니아 랠리에서는 자그마한 실수가 곧 리타이어로 이어질 수 있어 높은 집중력이 요구된다


에스토니아 랠리의 마지막 일정이 진행되는 일요일, 선두인 오트 타낙과 뒤따르는 2위 크레이그 브린에게 주어진 과제는 무리하지 않고 도요타와의 격차를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었다. 고속 코너가 연이어 펼쳐지는 에스토니아 랠리의 특성상 조그마한 실수 하나도 자칫 리타이어로 이어질 수 있기에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집중력과 안정적인 주행이 필요했다.


타낙은 2019 시즌 WRC 드라이버 부분 챔피언 답게 노련함을 바탕으로 한치의 실수도 허용하지 않았다. 그렇게 3위 도요타팀 소속 세바스티엥 오지에와의 격차를 26.9초로 지켜냈다. 결국 에스토니아 랠리를 가장 빠른 속도로 주파한 타낙은 현대팀 소속으로 첫 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토요일 오전, SS3에서 선두에 오른 이후 한 차례의 역전도 허용하지 않은 완벽한 주행이었다. 2위를 차지한 팀 동료 크레이그 브린 역시 노련한 주행을 이어가며 준우승을 지켜냈다. 이번 준우승은 브린의 WRC 커리어 하이 기록이자 현대팀 사상 네 번째로 원투 피니시를 완성한 의미 있는 기록이었다.



오트 타낙의 우승이 확정되자 현대팀원들 모두 매우 기뻐했다


랠리의 마지막, 파워 스테이지로 치러진 SS17은 전체 랠리 구간 중 두 번째로 긴 코스인 'Kambja Power Stage'로 치러졌는데, 여기에서 타낙과 브린은 각각 3위, 5위를 기록하며 3점과 1점의 추가 점수까지 가져갔다. 이로써 타낙은 우승 포인트 25점과 추가 포인트 3점을 합친 28점을 단숨에 더하며 본인의 드라이버 부문 챔피언십 순위를 두 단계 끌어올리며 3위에 자리했다. 선두 오지에와의 점수 차이는 13점에 불과했다.


제조사 부문 챔피언십에서 현대팀은 원투 피니시에 힘입어 대회 최고 포인트인 43점을 더해 선두 도요타팀과의 격차를 기존 21점에서 5점까지 큰 폭으로 좁혔다. 이로써 현대팀은 대폭 축소된 2020 시즌 WRC 일정 안에서 제조사와 드라이버 부문 통합 우승을 향한 희망의 불씨를 당겼다.



에스토니아 랠리 원투 피니시를 달성한 현대팀 드라이버들. 왼쪽부터 폴 네이글, 크레이그 브린, 마틴 야베오야, 오트 타낙


자신의 커리어 하이, WRC 에스토니아 랠리 준우승을 차지한 크레이그 브린은 “정말 환상적인 주말이었다. 랠리가 치러지는 주말 내내 i20 쿠페 WRC 경주차는 내가 의도한 대로 정확하게 움직여줬고 여기에 자신감을 얻어 매 스테이지를 안정적이면서도 빠르게 돌파할 수 있었다”는 말을 남겼다.


현대팀 소속으로 첫 우승 트로피를 거머쥔 오트 타낙 역시 “현대팀에서 이렇게 첫 번째 우승을 차지하게 되어 너무나도 기쁘다. 나의 고향 에스토니아에서 열린 첫 번째 WRC 대회의 우승을 차지할 수 있게 도와준 많은 팀원과 동료들에게 고맙다는 말을 남기고 싶다"며 소감을 밝혔다.



현대팀 오트 타낙은 이적 후 첫 우승을 거머쥐며 6개월만에 재개된 WRC를 완벽하게 즐겼다


i20 쿠페 WRC 경주차와 현대팀 드라이버들은 코로나19로 인해 WRC가 멈춰있던 기간 내내 참아왔던 본능을 분출하기라도 하듯 에스토니아 랠리를 힘차게 달렸다. 올 시즌 남은 3번의 랠리에서도 경주차와 선수들이 이와 같은 무서운 기세를 보여준다면 현대팀의 WRC 제조사 부문 챔피언 2연패 달성도 불가능한 일만은 아닐 것이다. 2주 뒤인 9월 18일부터 열리는 터키 랠리에서도 현대팀의 힘찬 질주를 기대해보도록 하자.






현대자동차그룹 뉴스 미디어, HMG 저널 바로가기

▶ https://news.hmgjournal.com


작가의 이전글 현대차의 WRC 참가 양산차 엔진 완성도까지 끌어올리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