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닉 6의 공력 성능에 대한 비결을 살펴봤다.
자동차의 공력 성능에 대한 연구는 수십 년째 진행되고 있다. 주행 중 차 주위로 흐르는 공기를 어떻게 제어하는지에 따라 차의 주행 성능, 연비 효율, 소음 등을 크게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에너지 및 환경 문제에 대한 전 세계의 관심이 고조됨에 따라 환경 규제가 나날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자동차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다운사이징, 경량화 설계 등과 더불어 공력 성능 개발은 필수적인 요소로 자리 잡았다.
전기차의 경우 우수한 공력 성능의 중요도는 더욱 높아진다. 공력 성능이 전기차의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물론 큰 용량의 배터리를 탑재하면 주행 가능 거리도 늘어나지만, 무게도 함께 늘어나기 때문에 이상적인 대안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게다가 실내 탑승 및 적재 공간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배터리의 크기를 무리하게 키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렇다면 공기의 저항을 줄여 전비 효율을 높이는 것은 가능한 일일까?
현대자동차 연구개발본부 공력개발팀은 전기차의 공력 성능과 전비 효율, 그리고 주행 가능 거리에 대한 대답이 아이오닉 6의 우수한 공력 성능에 있다고 말한다. 아이오닉 6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를 기반으로 한 현대차의 2번째 전용 전기차로, 6.2km/kWh의 뛰어난 전비 효율(18인치 휠, 스탠다드 2WD 기준)과 524km에 달하는 넉넉한 1회 충전 주행 가능 거리(18인치 휠, 롱레인지 2WD 기준)를 구현했다. 공기 저항을 최소화하는 데 이상적인 형태의 유선형 디자인을 바탕으로 정밀하게 설계한 리어 스포일러를 비롯해 다양한 공력 성능 아이템을 적용, 현존하는 전기차 중 최상위권에 속하는 CD 0.21의 공기 저항 계수를 달성한 덕분이다. 아이오닉 6의 공력 성능 개발이 집중적으로 이뤄진 남양연구소 풍동시험실을 찾아 공력개발팀과 함께 아이오닉 6의 핵심적인 공력 요소들을 살펴봤다.
Q. 아이오닉 6의 액티브 에어 플랩은 전면부와 어우러져 말끔한 디자인을 완성하는 동시에 기능적으로도 다양한 특징이 있다고 들었다.
이의재 책임 | 기존의 내연기관차는 엔진룸에서 발생하는 열을 효과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라디에이터 그릴과 냉각 계통이 필요했는데, 이때 엔진룸 내부로 유입되는 공기로 인해 차가 주행 중 받는 전체 공기 저항 중 20%가량을 차지하는 냉각 저항이 발생한다. 외장형 액티브 에어 플랩(Active Air Flap, 이하 AAF)은 냉각 저항을 줄이기 위해 개발된 장치로, 냉각이 필요할 때는 에어 플랩을 열고 냉각이 필요 없을 때는 플랩을 닫아 효율을 높인다.
참고로 전기차도 내연기관차와 마찬가지로 냉각이 필요하다. 엔진의 열이 아닌, 배터리와 전기 모터의 열을 관리하기 위해서다. 내연기관차에서는 AAF를 라디에이터 그릴 내부에 배치했다면, 아이오닉 6는 라디에이터 그릴이 막혀 있는 전기차의 디자인 특성을 살려 전면부 외장 면과 매끄럽게 연결해 적용했다. 이로써 AAF가 작동하는 모습을 실제로 볼 수 있고, 최전방에서 들어오는 공기를 더욱 효율적으로 제어할 수 있어서 냉각 저항을 더 많이 줄일 수 있다. 아이오닉 6의 AAF는 서로 다른 각도를 가진 2개의 플랩을 하나로 이어서 플랩이 열려 있을 때는 라디에이터로 공기가 쉽게 들어갈 수 있도록 유동 가이드 베인 역할을 하며, 닫혔을 때는 휠 에어커튼(Wheel Air Curtain) 및 휠 갭 리듀서(Wheel Gap Reducer)와 연계해 공력 성능을 높일 수 있도록 설계했다.
Q. 배터리 및 전기 모터의 냉각이 필요 없을 때 액티브 에어 플랩을 닫는데, 이때는 공기 흐름을 어떻게 제어하는가?
김동범 파트장 | AAF가 닫혀 있을 때 전면부에 부딪히는 공기 흐름을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것은 공기역학적으로 매우 중요한 과제다. 휠 에어커튼은 이를 위해 개발된 기술로, 차의 전면부와 부딪힌 공기가 차의 측면으로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구멍이다. 주행 중에는 앞바퀴 주변의 공기 흐름이 불규칙적으로 변하면서 저항이 크게 발생하는데, 휠 에어커튼은 타이어 바깥쪽으로 공기를 흘려보내 휠 주변의 저항을 효과적으로 줄여준다.
아이오닉 6에 적용하기 위해 세계 최초로 개발한 휠 갭 리듀서는 휠 에어커튼의 출구 부위에 설치한 얇은 판 모양의 부품이다. 아이오닉 6는 널찍하고 아늑한 실내 공간을 구현하기 위해 휠베이스를 2,950mm까지 늘이는 대신 프런트 오버행(앞범퍼 끝 부분과 앞바퀴까지의 구간)이 850mm로 다소 짧게 만들어졌다. 차의 전면부와 부딪힌 공기는 차의 상하좌우로 흐르는데 프런트 오버행이 짧으면 범퍼에서 발생하는 와류를 효과적으로 제어하는 데 어려움이 생긴다. 휠 갭 리듀서는 이를 만회하기 위해 개발된 아이템으로 프런트 범퍼의 좌우 끝단이 연장되는 것과 유사한 효과를 만들어 차체와 앞바퀴 사이의 공간을 줄이고, 이를 통해 공기 흐름이 휠 바깥으로 자연스럽게 흐를 수 있도록 유도한다. 최적의 공력 성능을 위해 설계한 18인치 에어로 휠을 장착했을 때 가장 효과가 크다.
Q. 공력 성능 측면에서 리어 스포일러의 역할이 중요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이오닉 6의 리어 스포일러에는 어떤 특징이 있는가?
박명우 책임 | 아이오닉 6의 공력 성능 향상에 가장 크게 기여하는 아이템은 바로 리어 스포일러다. 차가 앞으로 주행할 때 앞부분에서 차체와 부딪히는 공기 흐름의 압력은 높아지고, 이와 반대로 차의 뒷부분에서는 차체를 따라 흐르던 공기가 떨어져 나가면서 압력이 낮아져 공기가 소용돌이치는 와류 현상이 발생한다. 앞부분의 높은 압력은 차를 뒤쪽으로 미는 항력을 만들어 연비 효율을 떨어뜨리고, 뒷부분의 와류는 공기 흐름을 방해해 주행 안정성을 해친다. 또한, 차체 상/하부로 지나는 공기 흐름의 속도가 달라서 압력의 차이가 생기는데 이로 인해 차가 위로 뜨는 힘인 양력이 발생하게 된다. 아이오닉 6의 리어 스포일러는 공기 저항인 항력뿐만 아니라 양력까지 함께 개선할 수 있도록 개발했다.
아이오닉 6의 리어 스포일러는 제2차 세계대전에서 활약한 영국의 전투기 ‘스핏 파이어(Super-marine Spitfire)’의 날개 형상에서 영감을 받아 타원형으로 제작했다. 타원형 리어 스포일러는 지붕을 타고 뒤로 흐르는 공기 흐름을 받아주고, 리어 스포일러 끝에서 발생하는 와류를 최소화해 항력을 줄인다. 리어 스포일러 측면의 윙렛(Winglet)은 비행기 날개 끝이 위로 접혀 있는 형상을 반대로 적용한 기술로, 차의 측면에서 발생하는 와류를 효과적으로 줄여줘 항력 저감에 도움을 준다. 아울러 측면에서 바라봤을 때 아이오닉 6 자체가 비행기 날개의 단면과 같이 유선형으로 디자인돼 있는데, 이 때문에 발생하는 양력을 줄이기 위해 리어 스포일러가 차를 밑으로 누르는 강력한 다운포스를 만들어 주행 안정성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
Q. 아이오닉 5의 공력 성능을 소개할 당시 차체 하부의 공기 흐름을 제어하기 위해 빈틈이 거의 없도록 정돈한 하부 설계가 인상적이었다. 아이오닉 6는 달라진 점이 있는가?
박용민 파트장 | 전기차의 경우 내연기관차와 달리 차체 바닥에 배치한 배터리 덕분에 하부가 평평한 형태를 지녀 하부의 공기 흐름이 더 빠르고 강해진다. 이 때문에 언더커버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 아이오닉 6에는 아이오닉 5와 마찬가지로 하부 앞부분을 감싸는 언더커버가 장착됐으며, 배터리 뒷부분의 언더커버, 그리고 리어 서스펜션 부위의 공기 흐름까지 제어하는 리어 멤버 언더커버를 적용해 하부의 공기 저항을 크게 줄였다.
특히 리어 범퍼 아래의 디퓨저가 수행하는 역할도 중요하다. 리어 디퓨저는 차체 하부를 지난 공기가 뒤로 빠져나갈 때 생기는 박리(Separation) 현상을 줄여 차 뒷부분의 와류 현상을 제어한다. 즉, 공기 흐름을 정돈해 공기가 원활하게 떨어져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할 수 있다. 이뿐 아니라 리어 램프와 리어 범퍼 하단부에 박리 트랩을 적용해 차의 측면으로 흐르는 공기를 일관적인 위치에서 떨어뜨려 와류 현상을 최소화하고 공기 저항을 줄여준다.
지금까지 소개한 공력 요소들은 현대차가 보유한 슈퍼컴퓨터를 이용해 컴퓨터 유체 역학(Computational Fluid Dynamics) 해석 과정을 거쳐 개발했다. 유체역학적으로 최적의 공력 형상을 구현하고자 1차적으로 형상 변형 기술(Morphing)을 이용해 요소별 최적화를 진행한 뒤, 아이오닉 6의 디자인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반응 표면 기법(Adjoint)을 통해 1mm 단위까지 조정하며 최적점을 구현했다. 리어 스포일러나 디퓨저 등 공력 아이템의 각도와 사이즈가 각각 1°, 1mm만 달라져도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컴퓨터 해석으로 최적화한 아이템은 1:1 크기의 클레이 모델에 반영해 실제 효과를 검토하고, 풍동(Wind Tunnel)에서의 정밀한 평가를 거친 뒤에 최종 형상을 결정했다.
Q. 아이오닉 6가 우수한 공력 성능을 갖추기까지 수많은 테스트를 거듭하고 기술을 연마한 장소도 궁금하다.
장진혁 팀장 | 현대차 남양연구소에 있는 풍동은 실차 스케일 모델의 공력 성능을 측정하기 위해 특수 설계된 시설로 5,950㎡의 넓이에 길이 120m, 폭 59m에 달하는 규모를 갖추고 있다. 직경 8.4m의 메인 팬은 3,400마력의 힘으로 최고 200km/h의 바람을 만들어낸다. 메인 팬의 날개는 소음을 최소화하기 위해 탄소섬유 복합 소재로 제작됐으며, 100km/h의 바람을 만들 때의 소음은 54dB에 불과하다.
아울러 시험차가 자리하는 실험실에는 실제 주행 상황을 동일하게 구현해 정밀한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는 설비가 마련돼 있다. 바닥의 턴테이블 위에 차를 올려두고 단단히 고정한 뒤 타이어가 실제 주행 상황처럼 회전하도록 지면이 함께 움직인다. 이때 턴테이블 아래의 정밀 계측기로 차의 공기 저항을 측정하고, 연구원들이 데이터를 분석해 최적의 공력 성능을 이끌어 내고 있다.
사진. 최대일, 김범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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