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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Nov 17. 2022

현대차그룹의 2022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에 가다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할 아이디어를 지닌 스타트업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자동차 세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중이다. 내연기관 자동차에서 전기차로의 전환뿐만 아니라 혁신적인 자동차 관련 기술도 끊임없이 등장하고 있다. 이런 빠른 진화는 점차 고도화되는 IT 산업과 이를 활용한 신선한 아이디어가 있기에 가능하다. 하지만 변화의 속도가 워낙 빠른 까닭에 하나의 회사가 모든 연구와 개발을 진행하기가 어려운 게 현실이다. 글로벌 자동차 제조사들이 창의성과 혁신성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이유다. 내부 자원을 공개하고 이와 관련된 아이디어를 외부에서 찾는, 이른바 오픈 이노베이션(Open Innovation) 전략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또한 현대 크래들(Hyundai CRADLE), 제로원(ZER01NE)과 같은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통해 장래가 밝은 스타트업 및 크리에이터를 발굴하고 있다. 아울러 혁신적인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와 손잡고 아이디어를 양산 기술로 구현하는 데에 힘을 쏟고 있다. 지난 11월 7일부터 11일까지 현대차그룹 양재동 본사에서 개최된 2022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는 그 과정 중 하나라고 볼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는 총 네 구역으로 나뉘어져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는 현대차그룹이 약 200개의 글로벌 스타트업 중에서 상품 고객 만족, 기술 구현 가능성, 기술 독창성 등의 평가 기준을 통과한 회사를 소개하는 자리이다. 2019년부터 시작해 올해로 세 번째다. 이번에는 ‘함께 미래를 만들다(Building Future Together)’라는 슬로건 아래 현대차그룹과 13개 스타트업이 협업한 결과물과 150건의 미래 기술 시나리오를 전시했다. 전시 구역은 크게 PoC(Proof of Concept)존, 파트너스(Partners)존, 선행개발(Advanced Development)존으로 나눠서 구성됐으며, 기술과 아이디어에 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도 마련했다. 수많은 스타트업 중에서 현대차그룹이 고르고 고른 혁신 기술은 무엇이었을까?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돋보인 스타트업, PoC존


스마트 오디오(Smart Audio)는 주변의 소음을 제거하는 AI기반 사운드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번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에서 가장 많은 자리를 차지한 PoC존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엄선한 스타트업의 혁신 기술을 만날 수 있었다. 예컨대, 영국에서 온 스마트 오디오(Smart Audio)는 AI에 기반한 사운드 솔루션을 선보였다. 이는 차량 내 소리를 분석하여 하나의 소리에 집중하고 인식하는 기술이다. 자동차에 적용할 경우 탑승자들의 대화나 외부 소음 등을 배제하고 운전자 목소리만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에 음성인식기능과 같이 소리를 명확하게 인식해야 하는 기능에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된다. 




독일에 기반을 둔 회사인 터니(Tawny)도 많은 사람들의 이목을 끌었다. 이들은 차량 내 카메라가 수집한 영상 데이터를 통해 탑승자의 감정과 생체 데이터를 분석하는 기술을 시연했다. 분석을 위해 수집되는 데이터에는 탑승자의 표정 외에도 시선, 심박, 대화 등 여러 변수 데이터가 함께 포함된다. 데이터 분석을 통해 운전자의 현재 감정 상태에 알맞은 콘텐츠를 추천하거나 차량 설정을 변경하는 등 다양한 방면으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프랑스 스타트업 아리발(Aryballe)은 주로 공업, F&B 영역에서 활용됐던 디지털 노즈(Digital Nose) 기술을 자동차에 적용했다. 차량에 설치된 센서를 통해 냄새를 분석하고 이를 통해 악취 발생, 오염 여부 등을 파악한다는 점이 핵심이다. 이 기술은 카쉐어링과 같은 모빌리티 서비스에서 활용될 가능성이 크다. 불특정 다수가 함께 이용하는 모빌리티 서비스는 오염에 쉽게 노출되기 때문이다. 아리발은 이처럼 공유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현재 기술 양산화를 위한 소형화 및 내구성 확보에 집중하고 있다. 



에이유는 혹시 모를 실내 방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한국 스타트업인 에이유(AU Sensor)는 시트에 삽입해 탑승자의 심박과 호흡을 측정할 수 있는 레이더 센서를 선보였다. 2018년 현대자동차그룹이 양산차에 세계 최초로 적용했던 후석승객알림 기능의 성능을 대폭 끌어올릴 수 있는 기술이다. 에이유의 레이더 센서는 기존에 사용되던 접촉식 혹은 카메라 센서보다 정확성, 내구성, 범위, 탐지력 등에서 더 높은 성능을 갖추고 있다. 또한 설치 난이도와 전력 소모량이 낮다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해당 기술은 후석승객알림과 같이 차량에 설치해 실내 방치 사고를 예방하고, 나아가서 호흡 및 심박 측정과 같은 헬스케어 영역에서도 활용할 수 있다. 



평평한 유리판 위로 홀로그램이 번쩍 떠오른다


홀로 인더스트리(Holo Industries), 린그로브(Lingrove), 엘씨티(LCT)는 자사의 기술을 적용한 차량을 전시했다. 친환경 소재와 엔터테인먼트 측면에서 다른 시각을 제시한 세 회사의 부스는 많은 눈길을 사로잡았다. 홀로 인더스트리는 특수 글라스와 센서를 활용한 홀로그램 기술을 공개했다. 투명한 유리 위에 떠 오른 홀로그램을 통해 음악 기능을 조작하는 경험은 실로 놀라웠다. 이번 시연에는 평면 형태의 홀로그램만 구현되었지만 향후 3차원 홀로그램과 콘텐츠도 구현할 수 있을 것이다. 



나무 같지만 나무를 전혀 사용하지 않은 소재다


친환경 소재는 전 세계 자동차 제조사가 공통으로 주목하고 있는 분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린그로브는 기존 목재 소재를 대체할 수 있는 인공 목재 에코아(Ekoa)를 선보였다. 에코아는 레진과 섬유를 배합해 만든 친환경 소재다. 외형은 목재와 같지만 강도는 더 높고 밀도는 낮으며 생산이 목재보다 수월하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강도는 항공등급 유리섬유보다 높으며 불연자재이기 때문에 사고 시 화재 문제로부터 비교적 안전한 편이다. 또한 후면에 디스플레이나 광원을 적용할 수 있다는 기능적 장점도 지니고 있다. 



왼쪽 바를 조작해 보컬만 듣거나 악기 소리만 재생할 수 있다


엘씨티는 소프트웨어를 통해 어떤 음원이라도 3D 입체 음향으로 구현할 수 있는 기술을 선보였다. 기존 돌비 오디오 시스템은 입체적인 음향을 구현하기 위해 별도의 오디오 시스템을 설치해야 하는 단점이 있었다. LCT는 추가적인 하드웨어 설치 없이, 소프트웨어만으로 음원의 분석과 분리가 가능하기 때문에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또한 이 기능을 활용하면 보컬 또는 악기 소리를 선택적으로 들을 수 있다. 덕분에 지금까지 듣지 못했던 색다른 사운드를 경험할 수 있다. 



타겟암은 다방면에서 드론을 활용한 아이디어가 돋보였다


PoC존의 마지막 주인공인 타겟암(TargetArm)은 자동차와 드론이 함께하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참고로 전 세계 무인 드론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중이다. 2026년에는 221억 달러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그렇기 때문에 자동차에서 사출되고 회수 가능한 드론 시스템은 다방면으로 활용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예를 들어 자동차와 드론을 함께 활용하여 재난 지역 등에서 구조 활동을 하거나, 물류 산업에서도 활약이 가능하다. 타겟암은 이번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를 통해 실제 차량에 드론을 적용하기에 앞서 아이디어와 목업을 공개했다. 추후 차량에 이 아이디어가 어떻게 녹아들지 기대된다.





협업이 만들어 낸 성과, 파트너스존


파트너스존에는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의 정석이 담겨있었다


2022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는 파트너스존을 신설했다. 현대차 미국기술연구소(HATCI) 및 협력사 에스엘(SL)이 스타트업과 힘을 합쳐 개발한 신기술을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다. 에스엘은 한국의 스타트업 멤스룩스(Memslux), 미국 스타트업 울트라센스(Ultrasense), 소말리틱스(Somalytics) 등과 협력해 디자인 자유도를 높이는 면광원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첨단 센서 등을 선보였다. 멤스룩스의 면광원은 마이크로 광학 패턴을 활용하여 단방향으로 빛을 낸다. 평소에 투명하던 램프가 다양한 패턴과 색으로 빛을 구현하는 방식이다. 형태와 크기에서도 자유도가 높아 디자인적으로 활용도가 높은 게 특징이다. 



협력사 에스엘이 선택한 세 회사가 나란히 자리하고 있다


울트라센스와 소말리틱스는 각각 초소형 초음파 센서와 탄소 나노튜브 근접센서를 선보였다. 울트라센스의 초음파 센서는 크기가 아주 작고 모든 소재에 적용이 가능하다. 덕분에 터치 센서를 적용할 수 없었던 금속 소재 등에 적용하여 편의성과 디자인 완성도를 동시에 높일 수 있다. 한편, 에스엘은 소말리틱스의 탄소 나노튜브 근접 센서를 활용해 더욱 안전하고 활용성이 높아진 플러시 도어 핸들도 시연했다. 설문조사를 통해 플러시 핸들의 안정성과 사생활 보호에 대한 고객의 니즈가 있음을 파악하고 개발한 기술이다. 에스엘은 이러한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도어 핸들에 반응성이 좋은 탄소 나노튜브 근접센서를 도입했다. 민감하게 반응하는 근접센서 덕분에 플러시 핸들에 손가락이 끼는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 



발열 가능한 전도성 페인트는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현대차 미국기술연구소가 선택한 스마트 페인트는 저전력으로도 발열이 가능한 전도성 페인트로 시선을 끌었다. 스프레이 방식으로 사용하는 스마트 페인트는 경쟁 업체 대비 낮은 원가, 높은 성능, 디자인적으로 자유로운 활용도가 강점이다. 차체뿐만 아니라 실내의 시트, 크래시패드, 도어트림 등에 적용하여 낮은 전력으로도 차량 내부를 따뜻하게 만들 수 있다. 이처럼 파트너스존에서 시연된 기술들은 협업을 통해 한층 발전한 모습을 보였다. 오픈 이노베이션이 지향하는 부분과 맞아떨어지는 결과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머지않은 미래, 선행개발존


검은 차체의 표면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작은 솔라셀이 잔뜩 뒤덮고 있다


앞서 이야기한 스타트업의 기술들이 아직 아이디어나 선행 연구 수준이었다면, 아폴로 파워(Apollo Power)는 양산을 목전에 둔 자사의 기술을 소개했다. 아폴로 파워는 2021년 오픈 이노베이션 라운지에 참가했던 회사로, 작년 시연회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은 덕분에 본격적인 상품화를 위해 현대차그룹과 손을 잡았고, 올해는 작년보다 한층 발전한 기술을 선보였다. 


아폴로 파워의 필름형 솔라셀은 가볍고, 유연하며 기존의 솔라 패널보다 효율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하는 게 장점이다. 또한 필름 형태이기 때문에 적용 면적과 차체 형태에 크게 구애받지 않는다. 공기역학을 고려하여 유선형 디자인을 많이 채택하는 전기차에 적용하기 유용한 기술이라는 점에서 많은 주목을 받았다. 아폴로 파워의 필름형 솔라셀은 현재 상품화를 위한 개발과 논의를 지속해서 이어가고 있다. 




현재 자동차 시장은 격변의 시기를 지나고 있다. 시간이 흘러 안정기가 찾아왔을 때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쉬지 않고 달려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이 레이스를 함께할 동료를 찾기 위해 오픈 이노베이션 플랫폼을 통해 1,000여 개에 달하는 글로벌 스타트업과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물론 이 프로젝트를 거쳤다고 모든 기술이 구현되지는 못한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발견되고, 발전한 혁신적인 기술들은 새로운 시대를 여는 열쇠가 될 것이다. 우리가 현대자동차그룹과 스타트업의 만남을 지속적으로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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