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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에서 느끼는
그윽한 봄의 미소

청정한 자연과 오랜 역사가 깃든 충남 서산

by HMG 저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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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 서산은 풍경과 역사가 가득한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그림처럼 펼쳐지는 가로림만의 갯벌과 세계적인 철새도래지 천수만은 서산의 청정한 자연을 대표하고, 해미읍성, 개심사, 간월암 등 고성과 사찰은 서산의 긴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느릿느릿한 말과 후한 인심 덕에 충청도 중의 충청도라는 서산. 그곳으로 거침없이 떠나봅시다.


해미읍성에 얽힌 슬픈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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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읍성은 조선 태종 때 왜구를 막기 위해 쌓기 시작해 세종 3년 때 완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높이 5m, 둘레 1.8km로 남북으로 긴 타원형입니다. 우리나라 읍성 중 가장 잘 보존되었다고 평가받는데, 전남 순천의 낙양읍성, 전북 고창의 고창읍성과 함께 ‘조선 3대 읍성’으로 불립니다.

해미읍성은 천주교 순교자들의 성지로도 유명합니다. 서산과 당진, 보성, 홍성, 예산 등 서해 내륙 지방을 내포 지방이라 부르는데, 조선 후기 서해 물길을 따라 들어온 한국 천주교는 이곳 내포 지방을 중심으로 포교 되었습니다. 19세기에는 주민 80%가 천주교 신자였을 정도로 교세가 커졌습니다.

남쪽 정문 격인 진남루에서 동헌으로 가는 길 중간에는 둥근 담장을 두른 옥사가 있는데, 천주교가 박해를 받을 당시 옥사는 충청도 각지에 잡혀 온 천주교 신자들로 꽉 찼습니다. 옥사 앞에는 커다란 회화나무가 있는데, 이나무 가지 끝에 철사를 매달고 신자들의 머리채를 묶어 고문하고 처형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이 나무에는 사람을 내단 철사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심지어 신자가 많아 처형하기가 힘들어지자 읍성 밖 해미천 옆에 구덩이를 파고 생매장했다고 합니다.

해미읍성에 얽힌 이와 같은 사연으로 2016년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을 방문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봄기운 가득한 곳, 개심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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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미읍성에서 나온 길은 운산면 목장지대를 지나 ‘개심사’로 이어집니다. ‘마음이 열리는 절’이라는 뜻입니다. 일주문을 지나 10분 정도 솔숲을 걸어가면 무심한 듯 서 있는 절집을 만납니다. 개심사는 백제가 망하기 6년 전인 654년(의자왕14년)에 창건되었으니 천년이 넘는 고찰입니다.

개심사 해탈문에 들기 전 반듯한 직사각형 연못에 큰 통나무 다리가 걸쳐있습니다. 굳이 다리를 건너지 않아도 경내를 들 수 있건만, 오는 사람들마다 이 풍경에 반해 굳이 외나무다리를 건너 들어갑니다.

개심사에는 또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각 가람을 받치는 기둥이 하나같이 굽었거나 배가 나왔습니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기둥이 하나도 없습니다. 나무를 전혀 손질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굽은 나무로 이토록 아름다운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개심사의 봄은 화려하다 못해 눈부십니다. 봄의 상징 벚꽃이 피는데, 다른 벚꽃에 비해 다소 늦게 만개하는 왕겹벚꽃이 화려한 색깔로 장관을 이룹니다. 특히 개심사에서만 볼 수 있다는 청벚꽃은 신기하고 아름답습니다.


백제의 미소, 마애여래삼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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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은 백제 시대 조각의 백미로 국보 제84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백제의 미소’로 애칭 되는 마애여래삼존상은 약 7세기 초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중앙에는 본존불이, 좌우에는 반가사유상과 보살입상이 서 있는 삼존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삼존상의 온화한 미소는 천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지금도 여행객들에게 자애로운 미소를 보냅니다. 특히 삼존상의 얼굴은 해가 비치는 시간에 따라 표정이 다르게 보여 더욱 신비롭습니다.


육지였다 섬이였다, 간월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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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월암’은 부석면 간월도리에 위치한 작은 암자로 조선 초 무학대사가 창건하였고, 송만공 대사가 중건하였다고 합니다. 특이하게 간조 때는 육지가 되고 만조 때는 섬이 되어 물 위에 떠 있는 암자처럼 느껴집니다. 밀물과 썰물이 6시간마다 바뀌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옛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무학대사가 이성계에게 어리굴젓을 보냈는데 그것이 궁중에 진상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정월 보름날 만조시에 간월도리 어리굴젓 기념탑 앞에서 굴의 풍년을 기원하며 굴 부르기 군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때가 되면 돌아오는 천수만 철새도래지로 유명한데, 붉은 낙조 속으로 힘차게 날아가는 철새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멋진 풍광입니다.


세계적인 철새도래지, 서산버드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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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산 하면 철새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서산버드랜드는 우리나라 대표 철새 박물관으로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천수만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관리하고자 조성되었습니다. 철새조형물, 조각상 등 다채로운 야외전시장과 천수만에 서식하는 다양한 종류의 철새표본과 영상자료 등을 전시해 두고 있습니다. 또 철새 탐조 투어, 숲속 생태체험, 야생동물치료센터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 김현정 여행작가

현대위아 사보 2018년 4월호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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