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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May 29. 2018

충남 서산에서 느끼는
그윽한 봄의 미소

청정한 자연과 오랜 역사가 깃든 충남 서산


충남 서산은 풍경과 역사가 가득한 매력적인 도시입니다. 그림처럼 펼쳐지는 가로림만의 갯벌과 세계적인 철새도래지 천수만은 서산의 청정한 자연을 대표하고, 해미읍성, 개심사, 간월암 등 고성과 사찰은 서산의 긴 역사를 이야기합니다. 느릿느릿한 말과 후한 인심 덕에 충청도 중의 충청도라는 서산. 그곳으로 거침없이 떠나봅시다.


해미읍성에 얽힌 슬픈 이야기


해미읍성은 조선 태종 때 왜구를 막기 위해 쌓기 시작해 세종 3년 때 완성된 것으로 보입니다. 높이 5m, 둘레 1.8km로 남북으로 긴 타원형입니다. 우리나라 읍성 중 가장 잘 보존되었다고 평가받는데, 전남 순천의 낙양읍성, 전북 고창의 고창읍성과 함께 ‘조선 3대 읍성’으로 불립니다.

해미읍성은 천주교 순교자들의 성지로도 유명합니다. 서산과 당진, 보성, 홍성, 예산 등 서해 내륙 지방을 내포 지방이라 부르는데, 조선 후기 서해 물길을 따라 들어온 한국 천주교는 이곳 내포 지방을 중심으로 포교 되었습니다. 19세기에는 주민 80%가 천주교 신자였을 정도로 교세가 커졌습니다.

남쪽 정문 격인 진남루에서 동헌으로 가는 길 중간에는 둥근 담장을 두른 옥사가 있는데, 천주교가 박해를 받을 당시 옥사는 충청도 각지에 잡혀 온 천주교 신자들로 꽉 찼습니다. 옥사 앞에는 커다란 회화나무가 있는데, 이나무 가지 끝에 철사를 매달고 신자들의 머리채를 묶어 고문하고 처형했다고 합니다. 지금도 이 나무에는 사람을 내단 철사 자국이 남아 있습니다. 심지어 신자가 많아 처형하기가 힘들어지자 읍성 밖 해미천 옆에 구덩이를 파고 생매장했다고 합니다.

해미읍성에 얽힌 이와 같은 사연으로 2016년 한국을 찾은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곳을 방문해 세계적으로 관심을 받기도 했습니다.


봄기운 가득한 곳, 개심사


해미읍성에서 나온 길은 운산면 목장지대를 지나 ‘개심사’로 이어집니다. ‘마음이 열리는 절’이라는 뜻입니다. 일주문을 지나 10분 정도 솔숲을 걸어가면 무심한 듯 서 있는 절집을 만납니다. 개심사는 백제가 망하기 6년 전인 654년(의자왕14년)에 창건되었으니 천년이 넘는 고찰입니다.

개심사 해탈문에 들기 전 반듯한 직사각형 연못에 큰 통나무 다리가 걸쳐있습니다. 굳이 다리를 건너지 않아도 경내를 들 수 있건만, 오는 사람들마다 이 풍경에 반해 굳이 외나무다리를 건너 들어갑니다.

개심사에는 또 특이한 점이 있습니다. 각 가람을 받치는 기둥이 하나같이 굽었거나 배가 나왔습니다. 매끈하게 다듬어진 기둥이 하나도 없습니다. 나무를 전혀 손질하지 않고 자연 그대로 사용했습니다. 굽은 나무로 이토록 아름다운 집을 지을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합니다.

개심사의 봄은 화려하다 못해 눈부십니다. 봄의 상징 벚꽃이 피는데, 다른 벚꽃에 비해 다소 늦게 만개하는 왕겹벚꽃이 화려한 색깔로 장관을 이룹니다. 특히 개심사에서만 볼 수 있다는 청벚꽃은 신기하고 아름답습니다.


백제의 미소, 마애여래삼존상


서산 용현리 ‘마애여래삼존상’은 백제 시대 조각의 백미로 국보 제84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백제의 미소’로 애칭 되는 마애여래삼존상은 약 7세기 초에 조성된 것으로 추정되는데, 중앙에는 본존불이, 좌우에는 반가사유상과 보살입상이 서 있는 삼존형식을 취하고 있습니다. 삼존상의 온화한 미소는 천년의 세월이 무색하게 지금도 여행객들에게 자애로운 미소를 보냅니다. 특히 삼존상의 얼굴은 해가 비치는 시간에 따라 표정이 다르게 보여 더욱 신비롭습니다.


육지였다 섬이였다, 간월암


‘간월암’은 부석면 간월도리에 위치한 작은 암자로 조선 초 무학대사가 창건하였고, 송만공 대사가 중건하였다고 합니다. 특이하게 간조 때는 육지가 되고 만조 때는 섬이 되어 물 위에 떠 있는 암자처럼 느껴집니다. 밀물과 썰물이 6시간마다 바뀌어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온 옛 선조들의 숨결을 느낄 수 있습니다.

이곳에서 무학대사가 이성계에게 어리굴젓을 보냈는데 그것이 궁중에 진상되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오고 있습니다. 그래서 매년 정월 보름날 만조시에 간월도리 어리굴젓 기념탑 앞에서 굴의 풍년을 기원하며 굴 부르기 군왕제가 열리고 있습니다.

주변에는 때가 되면 돌아오는 천수만 철새도래지로 유명한데, 붉은 낙조 속으로 힘차게 날아가는 철새의 모습은 그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멋진 풍광입니다.


세계적인 철새도래지, 서산버드랜드


서산 하면 철새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서산버드랜드는 우리나라 대표 철새 박물관으로 세계적인 철새도래지인 천수만을 체계적으로 보전하고 관리하고자 조성되었습니다. 철새조형물, 조각상 등 다채로운 야외전시장과 천수만에 서식하는 다양한 종류의 철새표본과 영상자료 등을 전시해 두고 있습니다. 또 철새 탐조 투어, 숲속 생태체험, 야생동물치료센터 체험 등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도 운영하고 있습니다.



글. 김현정 여행작가 

현대위아 사보 2018년 4월호에서 원문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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