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랜 시간 축적해온 차체 설계 기술, 오롯이 승객을 향한 안전 철학
최근 현대자동차그룹이 자사의 충돌안전성 기술 역사를 담은 영상을 공개했다. 해당 영상은 플랫폼 세대가 확립되기 이전의 과거부터 최근 폭넓게 사용되고 있는 3세대 플랫폼, 나아가 전동화 세대 플랫폼의 완성을 향한 현대차그룹의 충돌안전성 관련 기술 연구 역사를 집약했다. 또한 현대차그룹이 나날이 강화되고 있는 신차평가프로그램의 안전 기준에 대응하는 것을 넘어, 사상자 발생이 없는 모빌리티 안전 체계 구축을 궁극적인 목표로 하고 있음을 담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미국 고속도로 안전보험협회(Insuarance Institute for Highway Safety, 이하 IIHS)가 실시하는 신차 충돌 안전 평가에서 ‘톱 세이프티 픽(TSP, Top Safety Pick)’과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 Top Safety Pick+)’를 가장 많이 획득한 제조사로 등극했다. IIHS의 충돌 테스트는 까다로운 평가 기준 제시는 물론, 교통사고 현황에 따라 빠르게 테스트 항목과 내용을 업데이트하여 제조사들에게 보다 안전한 자동차를 만들도록 권장하고 있다. 북미 시장에서 IIHS의 위상은 가히 안전한 자동차의 척도로 손꼽힐 만큼 그 영향력이 지대하다고 볼 수 있다.
물론 오늘날의 승객 안전은 차체 설계를 기반으로 한 충돌안전성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ADAS(Advanced Driver Assistance System, 첨단 운전자 보조장비)로 대변되는 능동형 주행 편의 및 안전 장비가 빠르게 대중화됨에 따라 충돌 안전 평가 기관들도 사고 예방을 목적으로 ADAS와 더불어 헤드램프 등을 평가 기준에 포함시키고 있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충돌 시의 승객 보호를 차체 설계는 더욱 철저해지고 있다. 충돌안전성이야말로 승객 안전의 기본이라고 여겨지는 시대이기 때문이다.
이처럼 승객 안전의 기초이자 골자가 되는 만큼, 현대차그룹은 ‘가장 안전한 제조사 타이틀’을 완성하기 위해 수십 년간 차체 기술 개발과 더불어 승객 안전을 위한 노력을 이어왔다. 현재 대부분의 현대차그룹 산하 차종들에 적용되고 있는 3세대 플랫폼이 바로 이러한 노력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으며, 전동화 시대를 위해 개발된 E-GMP 역시 승객 안전 중심의 설계가 반영된 플랫폼이다.
자동차의 골격이라 볼 수 있는 차체는 충돌안전성 측면에서 보았을 때 크게 크럼플 존(Crumple zone)과 세이프티 존(Safety zone)으로 구분할 수 있다. 크럼플 존은 외부로부터 발생한 충돌 에너지를 흡수하는 구역이다. 엔진의 다운사이징 트렌드와 함께 거주성을 극대화한 캡 포워드 형식의 차체가 주류가 됨에 따라 엔진룸의 면적이 줄어들며 자연스럽게 전면 크럼플 존의 면적이 작아지는 경우가 빈번해졌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러한 설계 트렌드에 발맞춰 작은 공간으로도 충돌 에너지를 최대한 흡수하는 방향으로 차체 기술을 개발해 오고 있다.
반면, 세이프티존은 그림과 같이 승객이 탑승하는 공간을 가리킨다. 따라서 해당하는 부위의 강성을 최대한 향상시켜 어떠한 방향에서의 충돌에도 최대한 기존의 형태를 유지하는 방향으로 기술 개발이 이뤄지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플랫폼 세대 확립, 그리고 3세대 플랫폼으로 이어진 세세한 진화는 이와 같은 기본적인 안전 설계 개념에 따라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플랫폼의 세대를 처음으로 확립한 것은 현대차그룹이 지난 2008년 공개한 초대 제네시스다. 이는 5세대 아반떼와 6세대 쏘나타 등에도 적용된 개념으로, 1세대 플랫폼은 프런트 백빔과 프런트 사이드 멤버의 강도 향상을 통해 정면 충돌시의 초기 에너지 흡수 효율을 증대시킨 것이 특징이다.
또한 프런트 사이드 멤버에 순차적인 에너지 흡수를 유도한 *TWB(Tailor Welded Blanks) 구조를 채택했으며, 대시 크로스 멤버의 추가와 센터 필러 및 사이드실의 강도 향상을 이룬 것도 1세대 플랫폼의 주요 변화점이다. 특히 강판의 강도를 혁신적으로 끌어올리는 핫스탬핑 공법을 적극적으로 도입함에 따라 세이프티 존의 유지력이 크게 향상된 것도 기존 플랫폼과 1세대 플랫폼의 결정적인 차이라고 할 수 있다.
*TWB(Tailor Welded Blanks) : 서로 다른 재질 및 두께의 판재를 재단하여 일체화하는 용접 방식
1세대 플랫폼을 기반으로 했던 제네시스(코드네임 BH)는 북미 시장 출시와 동시에 당시 IIHS의 안전 최고 등급이었던 TSP(TSP+ 등급은 2013년에 신설됨)를 획득하며 높은 충돌안전성을 입증한 바 있다. 뒤이어 등장한 2세대 플랫폼은 IIHS를 중심으로 부분 정면 충돌에 대한 안전성 향상이 요구됨에 따라 그 핵심 변경점을 반영했다. 가령 전면부의 *로드패스를 구성하는 각 부분들을 더욱 견고하게 연결하는 것은 물론 강도를 일제히 끌어올려 충격 분산 효과를 향상시켰다. 또한 정면 충돌 상황 뿐만 아니라, 측면과 후방에서 발생하는 충돌 안전성 확보 차원에서 초고장력 비율을 51% 끌어올렸고, 구조용 접착제를 110m까지 확대 적용하여 차체 강성을 향상시켰다.
*로드패스(load path) : 하중이 가해지는 최단 경로
2세대 플랫폼의 특징은 비단 스몰오버랩 테스트 대응에 그치지 않는다. 세이프티 존의 보호 성능 강화를 위해 새로운 기술을 도입한 것이다. 이는 하나의 센터필러 패널에 부위에 따라 상이한 강도의 강판을 구성한 기술로, 강도가 비교적 낮은 아래 구간은 충돌 시 변형을 유도해 충돌 에너지를 흡수하게끔 만들었고, 강도가 높은 구간은 하중을 지지해 충돌 에너지를 분산하도록 설계했다.
새로운 플랫폼의 안전 성능을 입증하듯 현대차그룹은 스몰오버랩 테스트 도입 첫해, 기아 포르테, 현대차 제네시스 등이 스몰오버랩 테스트에서 최고등급인 ‘G(Good)’를 획득했음은 물론, 전체 평가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받았다. IIHS를 시작으로 한 스몰오버랩 테스트는 대한민국 국토교통부가 주관하는 KNCAP과 EU의 EURO NCAP 등에도 적용되었으며, 이후 현대차그룹의 2세대 플랫폼을 적용한 모델이 늘어남에 따라 최고등급 획득 차종도 빠른 속도로 늘어나는 성과를 보였다.
플랫폼 세대 정립 이후 현대차그룹은 시대적인 어려움으로 인해 적용하기 어려웠던 차체 설계 기술들을 차근차근 적용하며 안전에 필요한 핵심 구조를 꾸준히 보강해 왔다. 그리고 십수 년간의 플랫폼 제작 경험을 바탕으로 쌓아온 기술력을 통해 3세대 플랫폼을 제작하기에 이른다. 2019년, 8세대 쏘나타와 함께 공개한 3세대 플랫폼은 놀라운 수준의 경량화와 함께 충돌안전성 향상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요소를 만족시킨, 그야말로 내연기관 시대의 완성형 플랫폼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3세대 플랫폼의 핵심 중 하나는 바로 로드패스의 최적화다. 현대차그룹은 2세대 플랫폼에 전방 구조물 추가와 더불어 멤버 구성을 변화시킨, 이른바 ‘다중 골격 구조’를 완성했다. 전면 충돌 시에 발생하는 충격 에너지를 더욱 넓게 분산하도록 설계한 것이다. 또한 후방 충돌 시에는 연료 탱크나 전동화 차량의 배터리 등을 보호하고자 사이드 멤버의 강도를 배분하는 로드패스 설정으로 전달되는 충돌 하중을 최소화하고자 구성했다.
뿐만 아니라 루프레일과 프런트 백빔을 비롯한 전반적인 차체 골격의 강도를 향상시켰고, 프런트·센터 필러와 사이드실, 대시로어 부분 등에 핫스탬핑 공법을 확대 적용해 전체 골격의 강도를 평균 71kgf/mm²(약 700MPa)로 끌어올렸다. 게다가 신소재와 경량화 소재 적용으로 중량까지 줄일 수 있었다. 실제로 제네시스의 3세대 G80의 차체 중량은 선대 모델보다 최대 125kg이나 가볍다.
게다가 현대차그룹은 3세대 플랫폼에 2차 사고를 방지하는 혁신적인 설계도 선보였다. ‘거동 제어 기술’이라 일컫는 이 설계는, 스몰오버랩 테스트와 같이 부분적으로 일어나는 정면 충돌 상황을 상정했다. 부분 충돌하는 쪽의 바퀴를 차체 바깥쪽으로 이탈시켜, 차량이 옆으로 밀리며 크게 회전하는 상황을 방지해 탑승자의 부상 가능성을 낮춤과 동시에 2차 사고를 방지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현대차그룹은 플랫폼의 세대를 확립함에 따라 명백한 진화를 이뤄왔다. 이를테면 핫스탬핑 공법은 플랫폼이 세대를 거듭할수록 그 적용 범위가 넓어졌다. 3세대 플랫폼의 경우 세이프티 존을 형성하는 대부분의 골조에 핫스탬핑 공법을 거친 초고강도 강판을 적용했으며, 구조용 접착제의 사용량도 대폭 늘려 승객 보호 성능을 극대화했다.
1세대 플랫폼에 로드패스 개념을 도입한 이후 2,3세대에 걸쳐 다경로 로드패스를 완성한 것도 플랫폼 진화의 핵심이다. 차체를 향해 가해지는 충격 에너지를 더욱 넓게 분배함에 따라 크럼플 존의 충격 흡수 성능을 크게 개선할 수 있었다. 차체 안전 설계의 기본에 입각한 현대차그룹의 플랫폼 설계 기조는 전동화 전용 플랫폼으로 내세운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에도 고스란히 전수되었으며, 머지않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에서도 유효하게 작용할 전망이다.
지난 2020년 12월, 현대차그룹은 친환경 모빌리티 시대로의 전환을 위한 전기차 전용 플랫폼인 ‘E-GMP’를 최초로 공개했다. E-GMP는 세계 최초의 400V / 800V 멀티 급속 충전 시스템, 양방향 V2L과 같은 혁신적인 기능을 탑재했을 뿐 아니라 자동차 플랫폼의 기본기인 ‘안전’ 분야에도 만전을 기했다.
우선 현대차그룹은 배터리를 탑재하는 전기차의 특성에 맞춰 E-GMP에 기존 플랫폼들과는 차별화되는 특별한 설계와 구조를 더했다. 기본적으로 승객을 보호하는 것은 물론, 배터리에 가해지는 충격 역시 최소화하기 위한 설계가 기틀이 된다. 배터리팩을 구조물로 활용하는 영리한 설계로 차체 강성을 높임과 동시에 차체 측면에서 배터리 바깥에 위치한 사이드실의 내부에 알루미늄 압출재를 적용했다. 이와 같은 구성은 측면 충돌이 발생했을 때 하부 프레임과 배터리 케이스 등으로 충격을 분산시켜 안전성을 확보한다.
또한 E-GMP는 8개의 볼트가 배터리 팩을 관통하는 8점 체결 구조를 갖춰 차체와 배터리가 견고하게 결합된다. 여기에 후방 추돌 시, 배터리 손상으로 인한 불상사를 막기 위해 리어 멤버의 변형을 의도적으로 발생시켜 충격을 흡수함과 동시에 하부 멤버는 핫 스탬핑 강판으로 보강해 세이프티존의 변형을 방지했다. 추가적으로 격자 구조의 배터리 케이스와 하부 보호 커버를 더해 주행 상황에서 발생할 수 있는 모든 충돌 에너지에 완벽히 대응하도록 구성했다.
아울러 E-GMP는 3세대 플랫폼의 핵심 구조도 온전히 담아냈다. 배터리를 장착하며 상이해진 레이아웃에 따라 메인 로드패스를 사이드실과 A필러 부로 변경했다. 또한 스몰오버랩 테스트와 같이 충돌 에너지가 전면부 일부에 집중되는 상황에서 충돌 에너지를 분산시키기 위한 더블박스 멤버 설계로 다중 골격 구조를 완성했다.
한편, 통계적으로 측면 충돌 상황은 전방 충돌에 이어 두번째로 빈번하게 일어나는 교통사고로 알려져 있다. 현대차그룹은 E-GMP를 설계하는 데에 있어 이러한 측면 충돌 상황도 철저히 고려했다. 일례로 좌우 사이드 멤버를 잇는 크로스멤버를 확대 적용해 강성을 향상시켰고, 배터리 케이스에도 알루미늄 소재의 보강재를 더했다. 이와 같은 특수한 플랫폼 구조를 통해 강력한 측면 충돌 상황에서도 탑승자와 함께 배터리를 온전하게 보호하도록 구성했다.
E-GMP의 빈틈없는 안전 설계를 입증하듯, 현대차그룹의 순수 전기 차량들은 주요 국가의 신차 안전도 평가에서 최고등급을 거머쥐고 있다. 예컨대 지난 7월, 현대 아이오닉 5는 IIHS의 충돌 안전성 평가에서 최고등급인 ‘톱 세이프티 픽 플러스(TSP+, Top Safety Pick+)’를 획득했다. 또한 지난 9월과 11월 제네시스 GV60가 EURO NCAP에서는 최고 등급인 별 다섯 개를, IIHS에선 TSP+를 획득함에 따라 국내외 시장 모두에서 E-GMP의 뛰어난 안전성을 인정받았다.
현대차그룹이 수십 년간 쌓아온 탑승자 안전의 역사에는 바로 이와 같은 수많은 노력들이 담겨 있다. 뿐만 아니라 현대차그룹은 세계 최초의 에어백 기술 개발과 같은 선제적인 기술 적용을 이루고 있으며, 차급을 불문하고 첨단 운전자 보조장비(ADAS)를 적극적으로 도입해 자동차 안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트렌드 세터로 거듭나고 있다. 현대차그룹은 나아가 자율주행 모빌리티가 현실화되는 순간까지도 충돌안전의 완성을 넘어 전방위적인 탑승자 안전을 사수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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