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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Aug 31. 2023

모빌리티를 위한 현대오토에버 모빌진의 모든 것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바깥에서 보이지 않는 모빌리티의 기반입니다.


과거의 자동차들은 달리는 기계였습니다. 복잡한 장치를 맞물려 가고, 서고, 돌았죠. 하지만 지금의 자동차들은 달리는 전자장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신 자동차는 대부분의 기능을 소프트웨어로 처리하고 있습니다. 나아가 별도로 제어했던 기능에 통합 제어를 도입해 새로운 가치 제공까지 창출하고 있습니다. 


현대자동차그룹의 여러 자동차에 적용된 ‘터널 연동 자동 제어’ 기능이 좋은 예입니다. 터널 연동 자동 제어는 터널과 같이 공기가 좋지 않은 곳에 진입 시 창문을 닫고 공조 시스템을 내기 순환 모드로 바꾸는 기능입니다. 작동 과정은 단순하지만, 여기에는 까다로운 기술이 요구됩니다. 내비게이션, GPS, 창문, 에어컨 등 각각의 장비에서 정보를 받아 통합적인 제어가 이루어져야 하죠.




이는 차량용 소프트웨어 플랫폼(이하 차량 SW 플랫폼) 덕분에 가능한 일입니다. 차량 SW 플랫폼을 컴퓨터 분야에 비교한다면 ‘운영체제(OS, Operating System)’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차량 SW 플랫폼은 누가 만들까요? 컴퓨터의 운영체제와 마찬가지로 차량 SW 플랫폼을 개발하는 회사는 많지 않습니다. 국내에서는 현대오토에버가 유일합니다. 현대오토에버의 차량 SW 플랫폼인 ‘모빌진(mobilgene)’은 첨단 기능을 갖춘 최신 양산차의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높은 성능을 자랑합니다. 현대오토에버에서 모빌진을 담당하는 강인원 팀장과 오형석 팀장을 만나 모빌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차량 SW 플랫폼의 규격이 생긴 이유


모빌진을 담당하는 현대오토에버의 오형석 팀장과 강인원 팀장(좌측부터)


모빌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차량 SW 플랫폼의 규격을 알아야 합니다. 자동차처럼 많은 사람들을 위해 개발되는 제품 대부분에는 규격이 있으며, 이는 소프트웨어에도 해당합니다. 그렇다면 자동차 소프트웨어의 규격은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강인원 팀장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자동차 제조사마다 자신만의 운영체제를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요? 개인용 컴퓨터의 여명기처럼 저마다 다른 규격을 쓰게 될 것입니다. 이는 자동차 산업 전체의 낭비가 될 수 있어요. 규격을 통일하면 함께 고도화를 이룰 수 있습니다. 자동차 제조사와 IT 기업이 모여 차량 SW 구조 표준을 제정하는 ‘오토사(AUTomotive Open System ARchitecture)’가 설립된 이유죠. 단체의 이름인 오토사는 차량용 표준화 소프트웨어 구조의 이름이기도 합니다.”


“오토사의 목적은 개발 편의성, 재사용성, 모듈화 등 세 가지입니다. 자동차에 적용되는 전장부품에는 수많은 소프트웨어가 필요합니다. 설계 단계부터 표준과 규칙을 정하면 개발 편의성과 검증 과정의 효율성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전자제어와 관련해 공통된 부분을 표준화하고, 여러 업체가 참고할 수 있도록 개발 방법론과 도구를 제시하면 비슷한 소프트웨어가 반복 개발되는 것을 방지할 수도 있습니다.”




현대오토에버, 모빌진을 개발하다



오토사 규격에 맞춰 차량 SW 플랫폼을 만들고 활용하는 것은 각 기업의 일입니다. 오토사 규격에 맞춰 직접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만들 수도 있고, 다른 회사에서 만든 소프트웨어를 사서 쓸 수도 있는 것입니다. 현대차그룹은 쉬운 길로 가지 않고 차량 SW 플랫폼을 개발하기로 했죠. 모빌리티 산업의 선두 주자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선 핵심 요소를 직접 연구하고 개발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현대오토에버가 차량 SW 플랫폼 개발에 뛰어든 건 지난 2012년입니다. 당시 차량 SW 플랫폼 시장의 강자는 독일계 회사들이었습니다. 지금도 많은 자동차 제조사들이 차량 SW 플랫폼을 구입하여 사용하고 있죠. 하지만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자동차그룹 내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과 협업해 직접 개발에 나섰습니다. 물론 처음에는 부정적인 반응도 컸습니다. 해외 기업이 독식하고 있는 시장에서 국내 자체 개발은 무모한 도전처럼 보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현대오토에버는 ‘국내 유일의 차량 SW 플랫폼 개발사’라는 타이틀을 획득하는 데 성공했습니다. 2019년에는 이동성을 뜻하는 영단어 ‘모빌리티(Mobility)’와 유전자를 의미하는 영단어 ‘진(Gene)’을 결합한 ‘모빌진(mobilgene)’이라는 이름을 짓고 현대오토에버의 소프트웨어 브랜드로 발전시키기도 했죠. 그래서 모빌진 브랜드 내에는 다양한 제품이 있습니다. 제어기(ECU) 지원 체계를 위해 모빌진 클래식, 모빌진 어댑티브, 모빌진 시큐리티 등 여러 가지 제품군을 갖춘 것이죠. 오형석 팀장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지금의 자동차는 하드웨어 기반에서 소프트웨어 기반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전장(전자장비) 분야에서는 고객의 기능 요구사항이 늘어나고 있으며 변화의 주기도 짧아졌습니다. 이에 따라 차량 SW도 새로운 아키텍처(구조)로 개발이 되고 있으며, 모빌진 또한 이런 변화에 발맞춰 도메인 집중형 아키텍처와 중앙 집중형(Vehicle Computing) 아키텍처에 모두 대응할 수 있도록 개발되고 있는 것입니다.”




미래의 발전을 대비하는 모빌진



"모빌진 클래식은 전통적인 MCU(마이크로 컨트롤러 유닛) 기반의 제어기를 위한 표준 소프트웨어 플랫폼입니다. 모빌진 어댑티브는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기반의 서비스 지향 아키텍처 플랫폼이고요. 이는 하이엔드 컴퓨팅 파워를 필요로 하는 다양한 애플리케이션을 위한 환경 제공을 담당하고 있죠." 오형석 팀장의 설명입니다.


“쉽게 정리하자면, 클래식은 자동차의 기본에 충실하기 위한 플랫폼입니다. 어댑티브는 미래의 기능 발전에 대비하는 플랫폼이죠. 그리고 모빌진 시큐리티는 다양한 보안 기능을 제공하는 보안 솔루션으로, 모빌진 클래식과 어댑티브를 통해 검증을 마쳤습니다. 중요한 것은 모든 모빌진 제품이 오토사 표준에 기반하여 최신 완성차에 요구되는 통신, OEM 특화 기능, 보안 사항에 최적화된 솔루션을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모빌진의 진화 과정은 최근 자동차 산업의 진화와 맥을 같이 합니다. 2012년에 개발을 시작한 모빌진 클래식 1.0은 2016년 선보인 그랜저 IG의 전자편의 부분에 최초로 적용되었으며 지속적인 확장으로 현재는 현대차그룹 내 표준 소프트웨어가 되었습니다. 2021년에는 신규 보안 사항을 지원하는 표준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개발했고, 현재는 OTA 기능이 요구되는 제어기 대부분에 해당 기술이 적용되어 있습니다.



강인원 팀장은 신규 기능 개발과 기존 기술의 개선을 동시에 진행하는 것이 어려웠다고 말한다


개발 과정에서 어떤 부분이 어려웠을까요? 강인원 팀장의 설명입니다.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 OTA, 보안 등 새로운 기술의 도입에 맞춰 기존 소프트웨어를 유지보수하는 동시에 신규 기능을 꾸준히 추가하는 것입니다. 신기술 개발과 기존 기술의 개선을 동시에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죠. 그리고 소프트웨어의 품질이 강조되는 만큼 개발 과정의 원칙을 까다롭게 준수해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모빌진 어댑티브는 자율주행 관련 기능에 대응하기 위해 2019년 개발에 착수했습니다. 가까운 미래에 등장할 모델을 통해 만나볼 수 있을 예정입니다. 2020년 개발을 시작한 모빌진 클래식 2.0은 오토사의 신규 사양 준수, 기능안전(ISO26262)을 만족하며, 플랫폼 레벨에서 기능 안전 ASIL-D 인증을 획득했습니다. 또한, 차량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심사 표준인 ASPICE CL1을 획득하였고, 2024년에는 CL2 획득을 목표로 개발 프로세스를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모빌진은 어떤 점이 뛰어날까?



물론, 차량 SW 플랫폼을 만드는 기업은 현대오토에버만이 아닙니다. 전 세계 소프트웨어 개발사들이 모빌진의 경쟁자라고 할 수 있죠. 그럼에도 모빌진이 지닌 고유의 가치는 뚜렷합니다. 현대차그룹 내에서 주도적으로 개발한 덕분에 신차, 신기능 개발 프로세스에 적합하거든요. 새로운 요구사항을 가장 빠르게 접목할 수 있는 것입니다. 강인원 팀장은 이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모빌진 클래식이 다른 차량 SW 플랫폼 대비 뛰어난 점이라면 속도와 양산 노하우일 것입니다. 현대오토에버는 현대차그룹의 유관 부서와 사양 단계부터 협업해 자동차에 필요한 신규 기능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각 사양의 기본 소프트웨어부터 고려하기에 최적의 방안을 수립할 수 있죠. 그리고 현대차그룹의 신규 사양이나 기능에 대한 안내 활동을 적극적으로 진행하며 각 개발자가 확인할 수 있는 양질의 가이드도 만들어 보완하고 있죠. 일괄적으로 적용 가능한 패치 업데이트 등의 작업 또한 특별한 노하우에 해당될 것입니다.” 




오형석 팀장이 모빌진 어댑티브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습니다. “모빌진 어댑티브의 강점이라면 오토사 어댑티브 표준 사양을 준수하는 동시에 현대차, 기아, 제네시스에 특화된 확장 사양을 지원하는 것입니다. 고성능 하드웨어에 적용할 수 있어 기계 학습, 표적 인식, 센서 융합과 같은 많은 연산을 필요로 하는 일에 적합하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모빌진 어댑티브는 자율주행, 커넥티비티, 인포테인먼트 등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SDV, Software Defined Vehicle)’를 완성하기 위한 최적의 차량 SW 플랫폼이라 볼 수 있습니다. 더욱 복잡한 기능의 애플리케이션도, 방대한 양의 데이터도 완전히 소화할 수 있는 승강장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모빌진과 같은 차량 SW 플랫폼을 갖고 있다는 것의 장점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수많은 기술을 더욱 쉽고 빠르게, 직접 시험하고 적용할 수 있는 기반으로 활용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모빌진은 미래 자동차 인재를 양성하기 위한 교육 과정에도 투입되고 있습니다. SDV 시대를 대비한 산업의 변화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이죠.




모든 모빌리티에 적용 가능한 소프트웨어 플랫폼



모빌진은 전동화, 섀시, 인포테인먼트 도메인 등 전 도메인에 적용되고 있으며, 향후 클라우드 기반 차량 연동 서비스 등 더욱 다양한 분야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차량의 내부 통신 시스템을 전부 모빌진이 제어하는 통합 시스템이 완성되는 것이죠. SDV 시대로 가기 위해서는 통신에 연결된 모든 것들을 적합한 보안 절차에 맞춰 다시 프로그래밍해야 합니다. 이전이라면 각 ECU 제조사가 사양을 분석하고 적합한 해결책을 모색했을 터입니다.


하지만 모빌진은 표준 모듈을 제공하기에 일관된 적용, 보안, 유지보수를 가능하게 합니다. 개발 기간을 단축하고 각 애플리케이션의 품질향상에도 기여할 수 있습니다. 현대차 신형 그랜저의 OTA 기능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현재 자동차 개발 생태계에는 여러 부품 공급 업체가 있고, 공급되는 ECU도 다양합니다. 모빌진과 같은 표준 SW 플랫폼이 없었다면 OTA 기능을 적용하기가 상당히 힘들었을 것입니다. 



선박 비즈니스에 적용된 모빌진의 콘셉트


모빌진의 활용 가능성은 자동차에 그치지 않습니다. 예컨대 현대오토에버는 HD현대의 선박 자율운항 전문 회사 아비커스와 차세대 자율주행 플랫폼의 선박 적용을 위한 개발계약을 체결했습니다. 아비커스에서 개발한 자율운항 솔루션 ‘뉴보트(NeuBoat)’에 모빌진을 적용하는 것이죠. 자동차 업계가 양산하는 200종 이상의 제어기에 적용하며 안정성을 이미 검증한 모빌진이기에 상당히 기대를 모으는 소식입니다. 오형석 팀장은 모빌진의 선박 적용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오형석 팀장은 모빌진의 타 모빌리티 확대 적용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모빌진의 확대 가능성에는 한계가 없습니다. 모빌진은 차량 SW 플랫폼을 목표로 개발되었지만, 응용 소프트웨어에 따라 역할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IT 융합의 핵심 기술이 될 수 있는 것이죠. 따라서 다른 모빌리티에도 확대 적용하는 시도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플랫폼에 자율운항 응용 소프트웨어를 탑재하는 콘셉트이기에 모빌진 자체에 변경이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응용 소프트웨어의 요구사항에 따라 세부적인 기능 활성화나 설정에 차이가 있는 것이죠.”


“향후 로봇, 미래항공 모빌리티(AAM) 등 다양한 분야의 미래 모빌리티에도 솔루션을 제공할 계획입니다. 유일한 제한 사항이 있다면 분야별 안전, 보안 등 높은 수준의 요구사항을 만족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특히 항공, 우주 분야는 아주 높은 안전, 품질 수준을 요구합니다. 모빌진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는 이정표이자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차량 SW 플랫폼은 그 자체로 특별한 기능을 제공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모빌진의 확대 적용 사례와 마찬가지로 자동차와 IT 기술의 융합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역할을 하죠. 소프트웨어 플랫폼은 응용 소프트웨어가 정상 작동하기 위한 안정적인 토대이자 기반이며, 문제 발생 등 비정상적인 상황에서도 정확한 피드백을 제공해 응용 소프트웨어가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게 돕습니다. 차량 SW 플랫폼을 자체 개발하고 꾸준히 개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입니다. 모빌진은 향후 등장할 다양한 미래 기술의 토대는 물론, 더 다양한 모빌리티의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다양한 모빌리티가 거리를 누빌 미래를 기대한다면 모빌진과 현대오토에버의 행보에 주목하는 것은 어떨까요?



사진. 조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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