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승자의 편안함을 위해 현대트랜시스가 어떤 기술을 적용했는지 살펴봤다.
기아의 첫 대형 전기 SUV EV9은 넉넉한 실내 공간으로 가족과 어디든 떠나고 싶은 설렘을 안깁니다. 시트 또한 이런 들뜬 마음을 부채질하죠. 시트는 우리가 자동차의 실내 공간 완성도를 가늠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칩니다. 탑승자의 편안함과 직결되는 요소인 데다, 시트 부피는 실내 공간 크기를 결정짓기 때문이죠.
전기차 시대의 시트는 공간 활용과 편의성을 높이는 핵심 요소라고 할 수 있습니다. 차에서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부피를 줄여 활용 공간을 넓히면서 더 편안해야 한다는 딜레마를 안고 있죠. 게다가 전비 향상을 위해 에너지 소모도 줄여야만 합니다. 현대트랜시스가 만든 EV9의 시트는 이런 고민에 대한 해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현대트랜시스 시트설계3팀의 김진식 책임연구원, 시트기능설계팀의 송현석 책임연구원을 만나 EV9의 시트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EV9의 시트에는 세계 최초로 다이내믹 바디케어 기술과 저전력 카본 열선 기술이 적용되었습니다. 또한 국내 최초로 틸팅형 워크인 기술도 도입되었죠. 아울러 2열 스위블 시트, 2열 릴렉션 시트 등 쉽게 볼 수 없던 새로운 형태의 시트로 실내 공간의 다양한 활용법을 제안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다양한 기술과 콘셉트를 한 번에 쏟아낸 이유가 궁금했습니다.
“EV9은 국내 최초의 대형 전기 SUV입니다. 따라서 시트를 설계할 때도 에너지 효율을 높이기 위해 저전력과 경량화에 중점을 뒀습니다. 그리고 가족용 차량에 걸맞은 실내 패키지라는 콘셉트에 맞춰 시트를 설계했습니다. 고객이 느끼는 실내 구성에 있어 시트가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기 때문입니다. 또한, EV9은 다양한 활용안을 제시하는 만큼 고객의 니즈도 다양할 것이기에 사양 다변화와 다기능 구현에 집중했습니다.” 김진식 책임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시트기능설계팀 송현석 책임연구원도 설명을 보탰습니다. “EV9은 대형 전기 SUV이자 기아의 플래그십 모델이기에 그에 걸맞은 상품성을 갖추기 위해 다양한 신기술을 적용했습니다. 시트 또한 여러 안전/편의 기능을 도입했죠. 전기차의 시트는 에너지 효율 개선 기술도 많이 필요합니다. 이와 관련해 개발한 기술들이 EV9의 시트에 쓰였기에, 새로 적용된 기술이 더 많아 보이는 것 같습니다.”
EV9의 2열 릴렉션 시트에는 ‘다이내믹 바디케어’ 기술이 적용되었습니다. 마사지로 탑승자의 피로를 덜어주는 것은 기존의 마사지 시트와 같지만 다이내믹 바디케어는 타격식과 진동식을 결합한 것이 특징입니다. 덕분에 승객의 신체에 직접적 자극을 줘 마사지 기능의 효과를 높일 수 있죠. 전용 디스플레이를 통해 마사지 모드, 두드림, 진동의 세기를 조절할 수도 있습니다.
장거리 이동에서 탑승자가 가장 피로를 느끼는 부위는 허리입니다. 따라서 현대트랜시스는 등판에 작은 전기모터와 타격용 부품을 더해 허리를 두드릴 수 있도록 했습니다. 그리고 좌석 앞부분과 등판 윗부분에도 전기모터를 달아 진동을 통한 마사지 효과를 냈습니다. 가장 중요한 마무리 부분은 탑승자가 장비로 인한 이물감을 느끼지 않도록 쿠션을 섬세하게 다듬는 것입니다. 송현석 책임연구원은 다이내믹 바디케어 기술의 도입에 대해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기존의 마사지 시트는 공기주머니를 활용한 스트레칭과 체압 분산 목적으로 개발됐습니다. 반면 다이내믹 바디케어는 마사지 효과 개선에 집중했습니다. 안마의자의 두드림 기능처럼 탑승자에게 좀 더 확실한 마사지를 제공하는 것입니다. 추가로 진동 마사지를 적용하여 다양한 신체 부위를 자극해 피로를 풀어주는 시스템을 구성했습니다.”
기존 SUV의 2열 시트는 3열 진입 시 등받이를 앞으로 기울여 앞뒤로 움직입니다. 해당 방식은 3열 출입은 쉽지만 2열에 어린이용 카시트를 얹은 상태에서는 온전히 사용할 수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반면 EV9에 적용된 2열 시트는 ‘틸팅 워크인 기술’을 적용해 하단 레일과 시트가 분리되어 등받이 각도를 유지한 채 앞으로 기울어집니다. 덕분에 어린이용 카시트를 얹은 채로도 쉽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7인승 기본 시트 사양, 동승석 방향 2열 시트 적용).
그리고 안전을 고려한 부분이 하나 있습니다. 일반적인 전동식 시트는 전원이 들어오지 않는 상태에서는 작동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EV9의 2열 시트에는 사고 시 사용할 수 있도록 비상 탈출용 끈이 있습니다. 평소에는 전동식으로 움직이지만, 비상 상황에는 바로 끈을 당겨 앞으로 시트를 밀 수 있도록 전동식과 기계식 구조를 모두 갖춘 것이죠. 이는 고객의 안전을 섬세하게 고려한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V9의 시트에는 ‘저전력 카본 열선’ 기술이 세계 최초로 적용되었습니다. 시트 열선에 카본 섬유를 사용해 기존의 금속 열선 보다 내구성이 2배 이상 늘어난 것이 특징이죠. 특히 저전력 카본 열선은 소비 전력이 기존 방식 대비 15% 이상 낮습니다. 카본 소재는 온도를 올리기 위해 필요한 열량이 적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카본 자체의 고유 특성 때문에 기존 차량의 열선보다 적용이 어려운 편입니다. 기술 개발을 통해 비로소 EV9의 시트에 적용한 것이죠. 이는 전기차에서 가장 중요한 에너지 효율 향상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칩니다. 저전력 카본 열선 기술에 대한 송현석 책임연구원의 설명입니다.
“저전력 카본 열선은 적은 에너지로도 온도를 높일 수 있어 전기차에 효과적입니다. 그리고 뛰어난 내구성이라는 부수적인 강점도 있습니다. 내구성 시험에서 기존의 열선과 비교해 2배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습니다. 소재 특유의 내구성이 뛰어나기에 오래도록 사용할 수 있죠. 이와 같은 신기술의 적용은 더욱 안전하고 내구성 좋은 시트를 만드는 데도 도움이 될 것입니다.”
EV9의 2열 시트는 앞으로 접었을 때 완전히 평평하게 접힙니다. 이는 실용성을 위한 것이지만, 엉덩이를 받치는 쿠션과 등판 사이의 덕트가 늘어날 수 있는 길이를 넘어서기에 기존의 통풍 구조를 적용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보통 폴딩 기능이 적용되는 시트에는 등판에 추가 블로워를 적용해 통풍 기능을 제공합니다.
하지만 이는 시트 무게가 늘어난다는 단점이 있습니다. 등판의 폼 뒤에 팬을 두는 만큼 탑승자가 이물감을 느낄 수도 있습니다. 섬세한 마무리가 필요한 이유죠. 이와 같은 단점을 극복하고자 현대트랜시스는 통풍 구조에 도킹 방식을 적용하는 새로운 방식을 택했습니다. 김진식 책임연구원의 설명입니다.
“EV9의 시트에 적용된 통풍 도킹 시스템은 쿠션부의 블로워로 쿠션과 등판의 통풍 기능을 동시에 제공하는 것이 특징입니다. 시트를 접은 상태에서는 통풍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에 착안해, 고객이 시트에 앉는 자세에서만 작동하도록 덕트 경로를 설정했으며, 도킹부는 통풍 성능과 내구성을 고려해 설계했습니다. 이로써 통풍 성능은 유지하면서 시트의 무게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현대트랜시스는 현대자동차, 기아, 제네시스 등 현대자동차그룹 내 여러 자동차 브랜드와 모델에 필요한 다양한 시트를 연구해 왔습니다. 이를 통해 디자인, 선행연구, 설계, 개발, 검증 등 여러 역량을 갖출 수 있었습니다. 그중 기아 EV9의 시트는 현대트랜시스가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와 신기술을 탑승자의 편안함을 위해 조화롭게 구현한 수작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동차는 움직이는 생활 공간으로 진화하고 있으며, 시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이에 맞춰 현대트랜시스는 자율주행, PBV 등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대비한 시트 선행기술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자동차 실내 공간 활용도를 높여줄 시트 이동 및 배치 기술은 물론, 시트 통합 제어 기술도 연구하고 있죠.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하는 진화하는 자동차 시대에 맞춰 시트에도 진화하는 소프트웨어가 적용되는 것입니다. 현대트랜시스가 앞으로 선보일 더 아늑하고, 더 편안한 시트를 기대해 봅니다.
사진. 조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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