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가 전동화 전환에 본격적인 시동을 걸었다.
지난 2021년, 기아는 새로운 CI의 공개와 함께 브랜드의 새로운 시작을 공표했다. 올해 4월 ‘2023 CEO 인베스터 데이’에서는 ‘지속 가능한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의 전환을 위한 전동화 모빌리티 개발 계획과 중장기 미래 전략을 소개했다. 기아는 당시 신기술 중심의 상품성 강화로 전동화에 속도를 붙이고 미래 사업 분야에 향후 5년간 32조 원을 투자해 전동화 모빌리티 시대를 이끌겠다고 선언했다.
그리고 10월 10~12일, 기아는 이러한 미래 전략을 실행할 상품과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바로 기아 브랜드 글로벌 딜러와 국내외 미디어가 참석한 가운데 펼쳐진 ‘2023 기아 EV Day’다. 이번 행사에서는 기아의 전동화 전략에 대한 해답을 찾을 수 있었다.
2023 기아 EV Day는 송호성 사장의 기조연설로 본격적인 막을 올렸다. 송호성 사장은 먼저 브랜드 첫 전용 전기차로 국내외 시장에서 활약한 EV6에 이어 국내 시장에 전기 대형 SUV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EV9의 출시를 되짚었다. 아울러 2023 기아 EV Day를 통해 소개하는 중소형 모델을 비롯해 E-GMP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카테고리의 전기차를 출시해 소비자의 선택권을 다양화하고 전기차의 대중화를 이끌 것이라 언급했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전기차 수요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이다. 예컨대 2023년 글로벌 시장의 전기차 수요는 전년보다 약 35% 증가한 970만 대 수준으로, 2030년에는 3,600만 대 규모로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송호성 사장은 이와 같은 수요가 일반적인 차량 소비자들까지 확대되기에는 다소 시일이 걸릴 것이라고 지적하며 충전 편의성 개선과 가격 합리화가 전기차의 접근성을 높이는 해결책임을 강조했다.
이런 분석에 따라 기아는 EV3부터 EV5에 이르는 중소형 모델을 3만 5,000달러부터 5만 달러 사이의 합리적인 가격대로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또한 엔트리급 모델인 EV2와 신흥시장용 소형 EV 모델은 3만 5,000달러 이하로 책정해 소비자들의 접근성을 높일 전망이다.
기아는 EV 풀라인업 구축은 물론 EV 생산 거점을 글로벌로 확대해 안정적인 전기차 생산과 배터리 공급 체계를 구축해 완벽한 EV 생태계를 만들고자 한다. 가령 한국은 연구개발과 생산, 공급까지 모두 담당하는 EV 글로벌 허브로서 기능하게 되며, 유럽과 중국은 각각 중소형 EV, 중대형 EV 생산 기지 역할을 맡는다.
한편, 송호성 사장은 “전동화 전환이 비교적 느린 신흥 시장은 내연기관 차량과 EV의 균형을 고려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뒤이어 EV9과 같은 상위급 모델의 선제적인 런칭으로 전기차의 프리미엄 이미지를 구축한 이후 라인업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음을 전했다. 또한 글로벌 시장의 현지 생산 체계에 따라 JV(Joint Venture)를 설립해 배터리 공급 체계를 확보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뿐만 아니라 송호성 사장은 국내에 E-Pit를 비롯한 초급속 충전기 3,500기를 2025년까지 확대할 계획이며, 유럽 시장은 아이오니티(ionity) 충전 플랫폼을 통해 2025년까지 초급속 충전기 수를 7,000기까지 늘리겠다고 밝혔다. 북미 시장에서는 6개 완성차 업체와 초고속 충전 JV에 참여해 2030년까지 약 3만기의 충전기를 확보할 예정이다. 또한 NACS(북미충전표준) 충전 포트를 적용해 2024년까지 약 1만 2,000기의 테슬라 슈퍼차저도 추가로 활용 가능하도록 구성해 글로벌 시장에서의 충전 인프라 확대에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또한 송호성 사장은 이와 같은 EV 생태계 구축 아래 2026년 기아 전기차의 판매를 100만 대(비중 25%)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와 함께 2030년에는 전기차 연간 판매량을 160만 대, 비중은 37%까지 끌어올려 본격적인 EV 전문 브랜드로 탈바꿈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송호성 사장은 기조연설을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기아 EV 패밀리를 공개했다. 이번에 최초로 선보인 EV3 콘셉트와 EV4 콘셉트 모델, 그리고 지난 3월 공개한 바 있는 EV5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세 대의 모델은 소개 영상이 종료된 이후 차례로 베일을 벗었으며, 뒤이어 무대에 오른 기아글로벌디자인센터장 카림 하비브 부사장이 새로운 EV 라인업 모델들을 소개했다.
카림 하비브 부사장은 EV5를 시작으로, 콤팩트 EV 크로스오버 ‘EV3’와 미드사이즈 EV 세단 ‘EV4’의 콘셉트 디자인에 담긴 이야기를 풀어냈다. 카림 하비브 부사장의 설명에 따르면 세 모델은 공통적으로 EV9에서 파생된 기아 EV 디자인 아이덴티티를 계승했다. 별자리를 연상케하는 스타맵 시그니처 라이팅이 대표적이다. 또한 브랜드의 디자인 방향성 ‘오퍼짓 유나이티드(Opposite United)’의 각종 속성을 담고 있는 모델들인 만큼, 강인하면서 미래지향적인 조형미를 자랑했다.
본격적인 상품 소개는 글로벌사업기획사업부장 조상운 상무가 맡았다. 조상운 상무는 EV5를 두고, "중국 시장을 시작으로 한국 시장을 포함한 글로벌 시장에서 기아 EV 라인업의 허리를 담당하게 될 모델"이라고 설명했다. EV5는 얼리어답터 성향을 지닌 이전 전기차 구매자들과는 달리, ‘Mass Majority’에 속하는 대부분의 소비자들을 겨냥한 전기차다. 접근성 높은 가격과 활용도 높은 C세그먼트급 SUV 구성으로, 기아 EV 라인업의 볼륨을 본격적으로 확장할 제품인 셈이다.
EV5 중국 생산 모델은 트림에 따라 160kW / 230kW급 모터를 장착하며 전 트림 고속 충전을 지원해 배터리 용량 30%에서 80%까지 단 27분 만에 충전이 가능하다. 또한 조상운 상무는 롱레인지 모델 기준 88kWh 배터리를 탑재해 1회 충전 시 720km(CLTC 기준)에 달하는 거리를 달릴 수 있다고 전하며 EV5가 전기차로서 매우 높은 가치를 지니고 있음을 간접적으로 설명했다.
여기에 EV5는 E-GMP를 기반으로 한 널찍한 실내 공간과 더불어 최신 기아 라인업 제품들이 지닌 장점들을 고스란히 전해 받았다. 가령, 무선(OTA, Over-the-Air)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를 지원함과 동시에 차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ccNC(Connected Car Navigation Cockpit)’ 및 디지털 키 2 등과 같은 편의사양을 대거 도입해 쾌적한 운전 경험을 전달하고자 구성했다.
이외에도 EV5는 카메라 및 레이더, 내비게이션 기반의 HDA2를 비롯한 최신 ADAS를 탑재하고 전기차를 독립된 에너지 저장 장치로 활용하는 ‘V2G(Vehicle to Grid)’ 기능을 브랜드 최초로 적용한다. 이 기능으로 EV5의 소유자는 미운행 시간에 배터리의 전력을 전력망 그리드로 공급하거나 판매하여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
조상운 상무는 향후 한국에서도 EV5를 생산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다. 한국 생산 모델은 중국 생산 제품과는 다소 상이한 모터 및 배터리 구성을 지니며, 뛰어난 수준의 상품성을 소비자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또한 그는 EV3 콘셉트와 EV4 콘셉트 역시 추후 양산되어 기아의 순수 전기차 라인업에 합류할 예정이며, 이를 통해 기아의 EV 크로스오버 및 SUV 포트폴리오가 강화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발표의 마지막 순서를 장식한 고객경험본부장 류창승 전무는 전동화에 속도를 더하는 새로운 고객경험과 서비스에 대해 설명했다. 우선 고객경험과 관련된 기아의 지향점은 제품의 구매와 서비스는 물론, 온오프라인 채널 및 차량 등 고객의 모든 여정에서 기아의 차량을 선택하게 만드는 것이다. 류창승 전무는 이를 실현하기 위해 차별적인 솔루션에 대해 차례대로 풀어나갔다.
우선 기아는 더욱 쉽고 편한 모빌리티 라이프를 제공하기 위해 기존의 애플리케이션들을 하나로 통합했다. ‘기아 앱(Kia App)’이라 이름 붙여진 해당 애플리케이션은 차량 구매와 이용, 관리 등 차량과 관련한 모든 서비스를 지원한다. 예컨대 차량의 원격제어, 상태 및 운행 데이터 확인과 더불어 최신 기능을 구매할 수 있는 디지털 스토어를 구성하는 등 편의성과 개인화 특성을 강화했다.
아울러 기아 앱은 전기차 사용자에게 최적화된 기능도 제공한다. 충전 경로 제안 서비스인 ‘E-Routing(E-라우팅)’ 기능은 사용자가 목적지 설정 시, 실시간으로 차량의 충전 상태를 확인해 최대 2개의 충전소를 경유하는 최적의 경로를 추천한다. 여기에 애플리케이션 만으로 충전구를 열거나 닫을 수 있는 ‘핸들레이어’ 제어 기능도 지원한다.
류창승 전무는 통합 애플리케이션 소개에 이어 생성형 AI 기술 기반의 AI 어시스턴트를 차량에 적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행사에선 해당 기능이 시연되었으며 자연어를 인식하는 AI 어시스턴트는 류창승 전무의 경로 추천 요청에 따라 목적지에 최적화된 경로와 함께 주변 여행지를 추천했다. 또한 경유지 추가와 함께 아이 동반이 가능한 충전소 인근의 식당 추천에도 적절히 반응하는 모습을 보였다.
AI 어시스턴트 기능 시연은 연락처에 있는 상대방에게 일정을 전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기아는 생성형 AI 기술을 통한 차량 내에서의 고객 경험 기술을 2024년 EV3에 최초 적용 후 상위급 모델에도 순차적으로 OTA 업데이트를 통해 제공할 계획이다.
발표의 모든 순서가 마무리된 이후, 무대에 섰던 임원진들이 미디어와의 질의응답 시간을 가졌다. 취재진은 향후 추가될 EV 라인업에 대한 궁금증을 쏟아냈고, 이에 송호성 사장은 해치백과 소형 SUV의 인기가 높은 유럽 시장을 겨냥한 ‘EV2’와 더불어 준대형급 차종을 포함한 총 15개의 전기차 라인업을 2027년까지 구축할 것이라 답변했다.
또한 배터리와 EV5의 중국 시장 선출시에 관련한 질문들도 이어졌다. 이에 조상운 상무는 EV5의 뛰어난 가격 경쟁력과 상품성에 대해 “EV5의 중국 생산 모델은 기획 단계부터 중국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현지 고객 니즈에 최적화 했다”고 답변했으며, “부품 현지화와 LFP 배터리 탑재를 통해 현지 시장에서 경쟁할 수 있는 가격 수준과 상품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기아는 이번 ‘2023 기아 EV Day’를 통해 전동화 시대를 향한 발걸음에 속도를 붙이고 있음을 선언했다. 수십 년간 내연기관 모델을 만들며 모빌리티 제조 및 사업 노하우를 축적한 기아가 기술 역량과 브랜드 유산을 모두 동원해 전동화로의 성공적인 전환을 맞이하려는 것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기아는 EV 풀라인업 구축은 물론, 전용 플랫폼 개발을 통한 맞춤형 모빌리티 솔루션을 제공하는 미래 모빌리티 실현 플랜도 병행해 EV 중심의 모빌리티 시대를 주도해 나갈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그룹 뉴스 미디어, HMG 저널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