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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Nov 21. 2023

시속 130km로 서킷에서 펼쳐진 자율주행 레이스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챌린지가 용인 스피드웨이로 이어졌다.


겨울의 초입, 차가운 공기가 감돌던 경기도 용인이 때아닌 뜨거운 응원의 열기로 가득 찼다. 레이싱 서킷 위를 질주하는 자신들의 자율주행 차량을 응원하는 대학생과 이를 함께 지켜보는 관객의 함성이었다. 지난 11월 10일,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펼쳐진 현대자동차그룹의 자율주행 챌린지는 많은 이들의 응원 속에서 성대히 펼쳐졌다.




2023 자율주행 챌린지, 가상 세계와 현실 세계 모두를 누비다



지난 5월, 강원도 평창에서 개최된 자율주행 챌린지 버추얼 트랙 부문에 이어 11월 10일에는 자율주행 기능을 더한 양산 모델(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이 서킷 위를 달리는 리얼 트랙(Real Track, 실차 개발 부문) 자율주행 레이스가 펼쳐졌다. 현대차그룹이 주관하는 자율주행 챌린지(HMG Autonomous Driving Challenge)는 2010년부터 2년마다 개최되며 자율주행 기술 개발의 저변을 확대하고, 관련 인재를 육성해 온 세계 최초의 자율주행 경진대회다. 전국의 대학생들이 참가하여 현대차그룹의 지원을 받아 자율주행 기술을 개발하고, 실제 도로부터 가상 현실까지 다양한 환경에서 자신들의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였다.  




현대차그룹 자율주행 챌린지의 시작은 1995년 처음 개최된 현대자동차 기술 공모전으로, 다양한 자동차 관련 기술을 선보였다. 2010년부터는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 챌린지’로 이름을 바꾸고 미래의 자동차 핵심 기술 중 하나인 자율주행 기술 발전을 위해 다양한 도전을 이어오고 있다. 2010년과 2012년에는 현대자동차 남양연구소에서 고정 및 가변 장애물을 두고 자율주행 차량 기술을 시연했다. 


2014년부터는 연구소 환경에서의 주행 데이터를 기반으로 발전된 자율주행 기술을 실제 도로 환경에 적용하는 챌린지를 진행했다. 교통안전공단 자동차안전연구원의 ITS 시험로, 인제 스피디움, 상암 자율주행 시범운행지구 등 안전이 확보된 여러 환경에서의 경험을 통해 한층 발전된 자율주행 데이터를 획득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올해 자율주행 챌린지는 가상 환경에서의 경주와 더불어 자율주행 기능만으로 서킷에서 고속으로 주행하는 경기까지 총 2회에 나누어 대회를 개최했다.




5월 24~25일 이틀간 진행된 2023 자율주행 챌린지 버추얼 트랙 부문에선 예선을 거친 총 9팀이 본선을 치렀다. 현대차그룹은 해당 대회에 참가한 대학팀들에게 독일 IPG 사의 자율주행 시뮬레이션 소프트웨어인 카메이커(CarMaker)를 지원했다. 각 대학팀은 이를 기반으로 자율주행에 필요한 인지, 판단, 제어 등의 로직을 만들고 가상 환경에서 주행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을 개발했고, 자신들의 노력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집중했다. 본선과 결승을 거친 끝에 버추얼 트랙 부문의 우승은 성균관대 SAVE 팀이 차지하였다.




버추얼 트랙 부문 대회를 성황리에 끝마친 현대차그룹은 11월에 용인 스피드웨이에서 세계 최초로 양산차 기반의 자율주행 레이싱 경기인 자율주행 챌린지 리얼 트랙 부문을 개최했다. 총 9개 대학, 16개 팀이 참가했고, 심사과정을 거쳐 그중 건국대(AutoKU-R), 성균관대(SAVE), 인하대(AIM), 충북대(TAYO), 카이스트(EureCar-R와 KAT) 등 총 6개의 팀이 본선에 진출했다. 


각 팀은 지난 1년여간 실제 양산차가 자율주행 기술로 트랙을 완벽히 주행할 수 있도록 끊임없는 개발과 노력을 이어왔다. 현대차그룹으로부터 현대차 아이오닉 5와 최대 5,000만 원의 연구비를 지원받아 팀별로 주행에 필요한 알고리즘과 프로그램 개발, 그리고 센서 장착 등을 실행했다. 이를 바탕으로 지속적인 시뮬레이션과 3차례의 연습 주행을 거치며 고속 자율주행 기술을 고도화했다. 난관에 봉착했을 때는 현대차그룹 연구원들의 아낌없는 도움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이 밖에도 현대차그룹은 기술 교류회와 세미나를 수 차례 열며 참가팀에게 다양한 개발 가이드 및 차량 관련 교육을 진행하였다. 




자율주행 챌린지 리얼 트랙 부문의 본선 대회는 11월 9일부터 10일까지 2일에 걸쳐 치러졌다. 9일에는 본격적인 경기에 앞서 직접 트랙을 달리며 성능을 점검하고, 랩타임을 측정하여 출발 위치를 정하는 예선경기가 진행됐다. 장애물 회피, 최종 주차 위치 준수 시나리오 등 다양한 점검을 최종으로 통과한 차량만이 본 경기의 출발선 앞에 설 수 있었다. 본경기는 용인 스피드웨이의 2.7km에 달하는 좌측 코스를 총 10랩 도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실제 레이싱대회의 운영방식과 동일하게 1번째 랩은 포메이션 랩으로 시속 30km 이하로 달려야 했고, 안전을 위해서 2번째부터 4번째 랩까지는 시속 100km 이하로, 이후 5번째 랩부터는 속도 제한 및 추월 구간 제한이 모두 해지된다. 모든 랩을 완주하고 나면 최종적으로 경기 간에 부여되는 페널티 시간까지 계산하여 최종 우승팀을 가리게 된다.  




연습 주행에서 엇갈린 각 팀의 희비



11월 9일, 본선에 진출한 6개의 팀은 퀄리피케이션(Qualification, 자율주행 기능 및 자격 심사)과 예선경기를 치르기 위해 용인 스피드웨이에 모였다. 이들뿐만 아니라 다음날 진행될 대회를 준비하는 많은 이들이 무대를 설치하고 트랙을 정비하는 등 행사 준비로 분주했다. 그 다음날 진행 될 본선 경기에는 현대차그룹의 임직원을 비롯하여 정부와 지자체 관계자, 자동차 학회 관계자, 일반 시민 등 500여 명이 참석할 예정이었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2023 자율주행 챌린지의 마지막을 응원하는 많은 이들을 위하여 푸드트럭부터 차량 전시, 레이싱 시뮬레이터, 키즈 워크샵, N 브랜드 굿즈 등 다양한 즐길 거리를 마련했다. 




피트에선 각 팀이 연습 주행 준비를 위해 분주하게 움직였다. 차량의 자율주행 프로그램을 다시 한 번 조율하거나 차량에 설치된 센서를 확인하는 등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삼삼오오 모여 자신들이 개발한 자율주행 프로그램에 대해 열정적으로 논의하기도 했다. 오전에 진행된 퀄리피케이션은 트랙에 놓인 장애물을 서행으로 회피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이를 통해 각 팀은 차량의 센서가 주변을 잘 인식하는지, 이를 바탕으로 자율주행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점검했다. 오후에 진행된 예선경기에서는 각 팀의 차량이 고속으로 주행하며 랩타임을 체크했고, 이를 기반으로 다음날 본선경기에서 출발할 순서가 정해졌다. 




퀄리피케이션과 예선 경기는 매우 진지한 환경에서 진행됐다. 여러 대의 실제 차량이 운전자나 탑승자 없이 스스로 고속으로 주행해야 하는 상황인 만큼 안전을 최우선으로 지킨 것이다. 그러나 각 팀의 희비는 엇갈리고 말았다. 충북대의 TAYO는 퀄리피케이션에서, 카이스트 KAT은 예선경기 중 프로그램에 이상이 생기며 차량이 코스를 이탈해 트랙의 방호벽을 들이받는 사고가 발생했다. 결국 두 팀의 차량은 주행 불가 판정을 받고 본경기 직전에 탈락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남은 팀 중 건국대 AutoKU-R, 성균관대 SAVE, 카이스트 EureCar-R은 무사히 주행을 마쳤다. 인하대 AIM 팀은 다소 불안한 주행 모습을 보여 프로그램 조정에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버추얼 트랙 부문에서 우승한 성균관대 SAVE의 김효빈 팀장은 연습주행 후 “버추얼 트랙 부문에서 사용했던 카메이커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그러나 실제 차에 적용할 때는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적으로 다른 점이 많아 어려움이 있었다. 우리는 최대한 안전성에 중점을 두고 차량을 개발했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성균관대 팀은 오전 퀄리피케이션 주행이 기록되지 않았고, 정규 일정이 끝난 후 추가로 이루어진 추가 퀄리피케이션에서 사고를 일으키고 말았다. 오전과 동일한 위치의 장애물을 차량이 인식하지 못해 발생한 사고였다. 결국 성균관대를 포함하여 총 세 팀이 예선경기에서 발생한 사고로 인하여 본선에 참가하지 못했다. 최종적으로 건국대 AutoKU-R, 카이스트 EureCar-R, 인하대 AIM 세 팀으로 10일 본경기를 진행하게 되었다. 각 팀의 희비가 엇갈렸으나 같은 목표로 함께 노력해 왔던 6개 팀은 서로를 응원하는 따뜻한 모습을 보였다. 




백 마커와 역전 그리고 코스 이탈, 예상을 뛰어넘는 박진감



자율주행 챌린지 리얼 트랙 부문의 본선경기가 펼쳐진 11월 10일, 용인 스피드웨이는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자율주행 챌린지의 본 행사는 현대차∙기아 CTO 김용화 사장의 개회사로 문을 열었다. 김용화 사장은 “이번 대회는 고속에서 인지∙판단∙제어기술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한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지속적인 대회를 통해 미래 기술의 장을 마련하고 국내의 여러 대학이 기술 개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앞장서겠다”라며 지속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개회사가 끝난 후 대회 규정에 대한 간략한 안내가 이어졌고, 자율주행 차량들의 본선경기가 시작됐다. 




예선경기기록에 따라서 그리드는 제일 빠른 예선 랩타입(1분 44초)을 기록한 건국대 AutoKU-R이 선두를 쟁취했다. 건국대의 뒤를 이어 카이스트 EureCar-R, 인하대 AIM 순으로 차량들이 배치됐다. 세 팀의 팀원들은 중계 스테이지에 모여 자신들의 땀과 눈물이 담긴 차량들이 무사히 경기를 마치기를 바라며 응원을 보냈다. 출발 신호와 함께 세 대의 차량은 천천히 첫 번째 랩을 돌기 시작했다. 규정상 1랩은 시속 30km로 돌아야 하기에 서로 간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며 서행하는 모습으로 진행됐다. 




제한속도가 시속 100km로 확장되는 2번째 랩에 들어서자 건국대 AutoKU-R의 아이오닉 5는 시속 100km까지 속도를 높이며 경기를 리드하기 시작했다. 뒤이어 카이스트 EureCar-R의 차량도 속도를 올렸다. 물론 두 대 모두 코너 직전에서 속도를 늦추는 등 레코드 라인을 벗어나지 않는 안정적인 주행을 이어갔다. 그러나 인하대 AIM은 2랩에 들어서도 속도를 높이지 않은 채 시속 60km의 주행 상태를 유지했고, 때때로 라인을 벗어나는 등 다소 불안한 주행을 보였다.  




결국 건국대 AutoKU-R이 인하대 AIM의 뒤를 잡는 백 마커(Back Marker, 선두 차량보다 한 바퀴 뒤처진 차량) 상황까지 벌어졌다. 이 과정에서 건국대 AutoKU-R의 경주차는 인하대 AIM의 경주차에 바짝 붙었다가도 코너에선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도록 속도를 늦추는 등 똑똑한 모습까지 보였다. 결국 직선 구간에서 압도적인 속도의 차이를 보이며 인하대 AIM을 역전했다. 역전 장면에서 건국대 AutoKU-R 팀원 모두는 환호성을 지르며 승리를 예감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프로그래밍 된 자율주행차 경기이기에 심심할 지도 모른다는 선입견은 완전히 깨졌다. 특히 건국대 AutoKU-R의 주행은 군계일학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카이스트 EureCar-R과 인하대를 일찌감치 따돌린 건국대의 차량은 속도와 추월 금지 등의 모든 제한사항이 해제되는 5번째 랩에 들어서자 시속 130km의 고속 주행을 이어가면서도, 코너 전에선 적절히 속도를 늦추며 완벽히 레코드 라인을 따라 달리는 주행을 선보였다.  




건국대 AutoKU-R에게 역전을 허용한 인하대 AIM은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결국 코스를 이탈하며 실격을 당했다. 카이스트 EureCar-R의 차량은 코스를 이탈한 인하대 AIM 차량을 멀찍이 피해 달리며 2위를 유지했다. 건국대 AutoKU-R은 처음부터 끝까지 안정적인 주행을 선보였다. 특히 속도제한이 풀린 5랩 이후부터는 꾸준히 베스트랩(1분 49초)에 근접한 기록을 유지했고 최종 기록 27분 25초의 성적으로 경기를 끝마쳤다. 카이스트 EureCar-R은 안정적으로 속도를 유지하는 전략으로 완주에 성공하며 2위를 기록(29분 31초)했다. 아울러 카이스트 EureCar-R의 차량은 최종 정차 구역에서 건국대 차량의 바로 옆에 바짝 정차하며 마치 “좋은 게임이었어”라고 말하는 듯한 멋진 장면을 연출했다. 




2023 자율주행 챌린지 리얼 트랙 부문을 우승한 건국대 AutoKU-R 팀은 서로 얼싸안고 환호하며 승리를 만끽했다. 아쉽게 2위를 차지한 카이스트 EureCar-R은 무사히 완주에 성공한 것에 기뻐하며 서로를 다독였다. 인하대 AIM은 대장정의 끝과 완주 실패 사이에서 시원섭섭한 표정을 지었다. 사고로 본경기에 임하지 못한 성균관대 SAVE, 카이스트 KAT, 충북대 TAYO는 1년간 함께 고생한 경쟁자이자 동료인 다른 팀원들을 위해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자율주행 레이스가 끝난 후 최종적으로 건국대 AutoKU-R 1위, 카이스트 EureCar-R 2위를 기록했다. 곧이어 시상식이 진행되었고 현대차그룹은 우승을 차지한 건국대 AutoKU-R 팀에게 상금 1억 원을 비롯하여 미국 견학의 기회와 추후 서류 전형 면제의 특전을 전했다. 2위 카이스트 EureCar-R 팀 역시 서류 전형 면제 특권과 상금 3,000만 원, 그리고 싱가포르 견학 기회를 받았다. 남은 4팀에게도 그동안의 노력과 자율주행 기술 발전에 기여한 점을 높이 평가하여 상금을 수여했다. 




2023년의 마지막을 우승으로 장식한 건국대 AutoKU-R 팀의 나유승 팀장은 “1년간 10명의 팀원 모두가 자율주행 프로그램 개발에 참여했다. 지난번 버추얼 트랙 부문의 2위에 이어 이번에는 1위라는 성과를 달성하여 기분이 매우 좋다. 양산차로 주행하는 만큼 보다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로직을 차량에 담았던 것이 우승의 비결이라 생각한다. 백 마커 상황이 좋은 예다. 백 마커 상황을 예상하고 미리 준비한 덕분에 사고 없이 추월이 가능했다. 양산차를 가지고 고속으로 자율주행을 시행하는 건 쉽게 경험하기 어려운 기회다. 이번 리얼 트랙 주행에서 많은 데이터를 얻을 수 있었다. 좋은 결과를 냈지만 이번 경험에서 발견한 개선점이 적지 않다. 다음에는 이를 보완하여 더욱 발전된 자율주행 기술을 선보이겠다”라는 우승 소감을 전했다. 




버추얼 트랙에서 리얼 트랙으로 이어진 2023 현대자동차그룹 자율주행 챌린지는 성황리에 막을 내렸다. 현대차그룹은 올해 가상 환경, 트랙 고속 주행 등 새로운 요소를 자율주행 챌린지에 반영하며 기술 발전을 위해 도전의 장을 확장했다. 이런 세계 최초의 시도는 새로운 데이터의 축적은 물론, 글로벌 자동차 업계에서 경쟁력을 지닌 선진 기술의 개발로 이어진다. 현대차그룹은 앞으로도 자율주행 챌린지와 같은 남다른 도전을 지속하며 대한민국이 미래 자동차 사회의 리더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글. 김완일

사진. 조혁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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