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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Dec 01. 2023

2023 TCR 월드 투어 하반기 결산

올해 처음으로 진행된 TCR 월드 투어가 첫 시즌을 마무리했다.


BRC 현대 N 스콰드라 코르세(BRC Hyundai N Squadra Corse, 이하 BRC 현대 N)팀은 올해 상반기 TCR 월드 투어에서 상위권 성적을 유지하며 명문 팀의 저력을 입증했다. 이는 BRC 현대 N의 노버트 미첼리즈(Norbert Michelisz), 미켈 아즈코나(Mikel Azcona)가 각각 종합 순위 2위와 3위로 상반기 성적을 마무리한 덕분이다. 하지만 하반기 TCR 월드 투어에서는 BRC 현대 N의 미첼리즈 외에도 시안 레이싱 링크&코(Cyan Racing Lynk&co)의 얀 엘라셔(Yann Ehrlacher)와 아우디 스포츠 팀 컴투유(Audi Sport Team Comtoyou)의 롭 허프(Rob Huff)가 치열한 접전을 펼치며 1~3위 쟁탈전에 가세했다. 



미첼리즈가 TCR 월드 투어의 첫 챔피언 타이틀을 획득했다


마지막 마카오 라운드만 남긴 시점에서 세 선수의 점수 차는 겨우 1점에 불과했으나, 결국 미첼리즈가 마카오에서의 승기를 잡은 데 힘입어 초대 TCR 월드 투어 챔피언 타이틀의 주인공이 되었다. 같은 무대에서 TCR 중국 타이틀까지 확정지은 BRC 현대 N에게는 겹경사인 셈이다. BRC 현대 N이 우승컵을 들어올리기까지의 과정은 얼마나 치열했을까? 2023 TCR 월드 투어 하반기 경기 결과를 상세히 살펴봤다.



*2023 TCR 월드 투어 상반기 결산 보러가기




5R, 우루과이 아우토드로모 빅터 보랏 파비니에서 미첼리즈 선두 복귀



6월 18일 헝가리를 마지막으로 유럽 라운드를 완료한 TCR 월드 투어는 긴 여름 휴가를 끝내고 남미로 돌아와 다시 시동을 걸었다. 포르투갈, 벨기에, 이탈리아, 헝가리로 이어진 시즌 전반은 유럽이 주 무대였다. 개막전 원투 피니시로 산뜻하게 시작한 BRC 현대 N은 드라이버 타이틀에서도 미첼리즈가 선두로 나섰다. 하지만 헝가리에서 리타이어하면서 엘라셔에 추월을 허용한 채 시즌 전반을 마무리했다.


남미 라운드의 출발점은 우루과이에 위치한 아우토드로모 빅터 보랏 파비니(Autódromo Víctor Borrat Fabini). 해당 서킷은 1956년 문을 연 이래로 우루과이를 대표하며, 납작한 삼각형이었던 코스는 유명 F1 서킷 설계가인 헤르만 틸케(Hermann Tilke)의 의견을 반영해 몇 번의 개보수를 거쳐 지금과 같은 Y자 형태로 확장되었다. 최근 몇 년간 TCR 남미 시리즈의 주요 무대였던 이곳에서는 산티아고 우르티아(Santiago Urrutia, 시안 레이싱)와 마칭화(Ma Qinghua, 시안 레이싱)가 우승한 경험이 있다.




이번 경기는 TCR 남미 제7전을 겸해 무려 30대가 참여했다. 한꺼번에 예선을 치를 수 없어 A, B 2개 그룹으로 나누어 15대씩 달렸고, 상위 12대가 출발 순서와 추가 점수를 다투는 예선을 치렀다. 그 결과 산티아고 우르티아가 폴포지션, 테드 비요르크(Thed Björk, 시안 레이싱)와 네스터 지롤라미(Néstor Girolami, ALM 모터스포츠)가 각각 그 뒤를 이었고 BRC 현대 N의 미첼리즈는 4그리드에, 아즈코나는 8그리드로 밀렸다.



TCR 예선 경기의 성적에 따라 결승전 출발 순서가 정해진다


일요일 아침, 첫 번째 결승이 시작되었다. 폴포지션에 선 우르티아가 무난히 선두로 나서고 5그리드의 프레드릭 베르비쉬(Frédéric Vervisch, 아우디 스포츠 팀 컴투유)가 미첼리즈를 제치고 4위로 올라섰다. 미첼리즈는 5위, 아즈코나는 9위로 떨어져 좀처럼 올라오지 못했다. 아즈코나 뒤에는 TCR 남미의 이그나시오 몬테네그로(Ignacio Montenegro, 스콰드라 마르티노)가 클래스 우승을 노렸다.



우르티아와 비요르크가 각각 1위와 2위를 굳히며 추격자들과 거리를 벌렸다. 베르비쉬, 지롤라미가 치열한 3위 쟁탈전을 벌이고 5위 미첼리즈도 호시탐탐 기회를 노렸다. 뒤에서는 아즈코나가 롭 허프(Rob Huff), 후안 마누엘 카셀라(Juan Manuel Casella, 스콰드라 마르티노), 몬테네그로 등과 경쟁을 벌였다. 10분을 남기고 아즈코나가 카셀라를 제쳤지만 몬테네그로에게 추월을 허용해 순위는 변동없이 9위였다.


약 4분이 남은 상황에서 미첼리즈는 엘라셔의 압박을 막아내며 위치를 사수해냈다. 우르티아와 비요르크를 위협할 추격자는 없었고, 베르비쉬는 지롤라미를 잘 막아냈다. 결국 우르티아가 우승을, 비요르크가 2위를 차지했고 미첼리즈는 베르비쉬, 지롤라미에 이어서 5위로 경기를 마쳤다. 아즈코나는 8위였다.



리버스 그리드는 이전 경기 1~10그리드 순서를 뒤집는 것을 말한다


오후에 시작된 두 번째 결승은 30분을 달린 후 1랩을 더 달렸다. 1~10그리드 순서를 뒤집는 리버스 그리드 방식으로 마칭화가 폴포지션, 엘라셔가 2그리드였으며, 이번에도 링크&코의 드라이버들이 1열을 차지했다. BRC 현대 N팀의 아즈코나는 3그리드, 미첼리즈는 7그리드에서 출발했다. 스타트 직후 링크&코 드라이버 두 명이서 치열한 자리 싸움을 벌이는 사이, 아즈코나가 그 틈을 비집고 2위로 올라섰다. 미첼리즈는 카셀라를 밀어내고 6위로 나섰다. 미첼리즈는 아우디 듀오인 허프와 베르비쉬에게 막혀 지롤라미와 비요르크의 집요한 추격을 받았다.



아즈코나가 5라운드 최종 성적 2위를 기록했다


경기 막판에는 비요르크의 과격한 밀치기로 인해 미첼리즈가 흔들리자 우르티아가 앞으로 나서 7위가 되었다. 결국 마칭화가 리버스 그리드의 이점을 살려 우승을 차지하고 아즈코나가 2위로 포디엄에 올랐다. 미첼리즈는 우르티아에 이어 8위였지만 비요르크에게 5초 페널티가 내려짐에 따라 최종 순위는 7위로 올랐다. 챔피언십 포인트에서는 엘랴셔가 235점으로 미첼리즈와 20점 차 선두를 유지했다.



*TCR 월드 투어 5라운드 하이라이트 영상 보러가기(Youtube TCR TV)




6R, 광대한 스트레이트를 가진 아르헨티나 아우토드로모 호세 카를로스 바시


우루과이에서의 결전이 치러진 지 일주일 후 아우토드로모 카를로스 바시(Autódromo José Carlos Bassi) 서킷에서 아르헨티나 라운드가 열렸다. 이곳은 지난 2017년 산루이스주 비야메르세데스에 문을 연 신생 서킷으로 노폭 30m에 달하는 광대한 메인 스트레이트가 특징이다. 연습 주행부터 페이스가 빨랐던 엘라셔가 폴포지션이었고 미첼리즈와 아즈코나가 각각 2와 3그리드를 차지했다. 그 뒤로 허프, 베르비쉬, 마칭화, 비요르크 순으로 그리드에 섰다. 8그리드를 차지한 현지 드라이버 페드로 카르도소(Pedero Cardoso)는 스쿠데리아 치아렐리 소속으로 현대차 아반떼 N TCR(현지명 엘란트라 N TCR)을 모는 TCR 남미의 커스터머 레이서 중 하나다.


첫 번째 결승은 비로 인한 미끄러운 노면에서 드라마틱하게 진행됐다. 스타트 직후 미첼리즈에게 선두 자리를 내준 엘라셔가 허프의 위협을 받았다. 엘라셔는 자신의 실수를 만회하기 위해 시케인에서 미첼리즈를 공격했지만 오히려 허프에게 추월 기회만 내주고 말았다. 허프의 몸통 공격에 흔들린 미첼리즈가 4위로 내려간 대신 아즈코나가 3위가 되었다.



아즈코나가 6라운드 경기에서 이번 시즌 첫 승리를 따냈다


아즈코나는 코너 바깥쪽으로 엘라셔를 추월해 2위로 부상했다. 미첼리즈도 지롤라미와 엘라셔의 방어를 뚫고 3위까지 올라섰다. 이제 남은 시간은 7분. 필사적으로 달아나는 허프를 끈질기게 따라붙은 아즈코나가 슬립 스트림으로 기회를 노렸다. 지롤라미의 리타이어로 경기 5분을 남기고 시작된 세이프티카 상황이 예상보다 길어졌다. 결국 타이머가 0이 되면서 1랩짜리 단거리 스프린트 레이스에 모든 것을 걸어야 하는 상황이 펼쳐졌다.




사냥 본능을 일깨운 아즈코나와 미첼리즈가 8번 코너를 크게 도는 허프를 여유롭게 제쳤고, 그 결과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경기에 이어 BRC 현대 N의 시즌 세 번째 원투 피니시가 기록됐다. 아즈코나에게는 이번 시즌 첫 승리이기도 했다. 이에 허프는 3위로 포디엄 피니시에 만족해야 했다. 월드 투어 참가자 9명 중 무려 4명이 리타이어한 가운데 TCR 남미 소속인 파비안 야난투오니(Fabián Yannantuoni, 팔라디니 레이싱)가 5위에 올랐다.


역 그리드인 두 번째 결승에서는 지롤라미가 폴 투 윈을 달성했고 마칭화와 허프가 포디엄에 올랐다. 미첼리즈는 4위에 만족해야 했지만 엘라셔가 득점권에 실패함에 따라 4점 차 포인트 선두로 복귀했다. 6 라운드 결과에선 미첼리즈가 270점, 엘라셔가 266점이었고, 허프가 247점으로 그 뒤를 따랐다.



*TCR 월드 투어 6라운드 하이라이트 영상 보러가기(Youtube TCR TV)




7R, 호주 라운드의 출발점, 시드니 모터스포츠 파크



남미 이후 다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TCR 월드 투어는 11월 초 호주에서 마지막 여정을 시작했다. 호주 TCR은 특이하게 세 번의 결승 레이스를 치르기 때문에 월드 투어 역시 여기에 맞추어 진행되었다. 호주 대륙 첫 기착지는 시드니 서부에 위치한 시드니 모터스포츠 파크였다. 1990년 문을 연 이곳은 호주 드래그 레이스의 성지이기도 하다.


연습 주행에서 가장 빨랐던 것은 비요르크였다. 그러나 예선에서 변수가 생겼다. 예선 초반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면서 아즈코나가 초반 작성했던 기록이 베스트랩이 된 것이다. Q2에서는 잦아들었지만 흠뻑 젖은 코스에서 현지 드라이버가 힘을 발휘했다. 벤 바그완나(Ben Bargwanna, 버슨 오토 파츠 레이싱)가 폴포지션을 차지했고 호주 출신의 윌 브라운(Will Brown, 멜버른 퍼포먼스 센터 팀 리퀴몰리)도 아즈코나를 넘어서는 데 성공하며, 아즈코나는 3번째로 밀렸다. 4그리드는 현대차 i30 N TCR을 모는 TCR 호주의 베일리 스위니(Bailey Sweeny, HMO 커스터머 레이싱)였으며, 미첼리즈는 8그리드에 머물렀다.


남미 이후 다시 숨 고르기에 들어간 TCR 월드 투어는 11월 초 호주에서 마지막 여정을 시작했다. 호주 TCR은 특이하게 세 번의 결승 레이스를 치르기 때문에 월드 투어 역시 여기에 맞추어 진행되었다. 호주 대륙 첫 기착지는 시드니 서부에 위치한 시드니 모터스포츠 파크였다. 1990년 문을 연 이곳은 호주 드래그 레이스의 성지이기도 하다.


연습 주행에서 가장 빨랐던 것은 비요르크였다. 그러나 예선에서 변수가 생겼다. 예선 초반 내리기 시작한 빗줄기가 점점 굵어지면서 아즈코나가 초반 작성했던 기록이 베스트랩이 된 것이다. Q2에서는 잦아들었지만 흠뻑 젖은 코스에서 현지 드라이버가 힘을 발휘했다. 벤 바그완나(Ben Bargwanna, 버슨 오토 파츠 레이싱)가 폴포지션을 차지했고 호주 출신의 윌 브라운(Will Brown, 멜버른 퍼포먼스 센터 팀 리퀴몰리)도 아즈코나를 넘어서는 데 성공하며, 아즈코나는 3번째로 밀렸다. 4그리드는 현대차 i30 N TCR을 모는 TCR 호주의 베일리 스위니(Bailey Sweeny, HMO 커스터머 레이싱)였으며, 미첼리즈는 8그리드에 머물렀다.



7라운드에서의 첫 번째 결승전은 야간에 치러졌다


야간 경기로 열린 첫 번째 결승은 예상하기 힘든 날씨로 파란의 연속이었다. 바그완나가 선두에 서고 브라운과 아즈코나가 추격전을 벌인 초반에는 약간의 비가 내리는 정도였지만 점차 빗줄기가 굵어졌다. 바그완나가 순식간에 중위권으로 밀렸고 잭 수터(Zac Soutar, 팀 수터 모터스포츠)의 아우디가 리타이어하면서 세이프티카 나왔다. 7랩에서 경기가 재개되었지만 흠뻑 젖은 노면으로 인해 많은 차들이 제동 지점을 잡지 못해 모래밭으로 뛰어들자 경기는 잠시 중단되었다.


다시 시작된 경기에서 브라운은 여전히 선두를 유지했고, 아즈코나는 2위였다. 15위까지 밀렸던 미첼리즈는 빠르게 순위를 올려 16랩에 9위로 올랐다. 아즈코나가 브라운을 끝까지 물고 늘어졌지만, 그럼에도 우승컵의 주인공은 브라운이 차지했다. 2위로 들어온 아즈코나는 세이프티카 발동 상황에서 지나친 위빙(좌우로 흔드는 운전)으로 페널티를 받아 3위로 밀려났다. 덕분에 마칭화가 2위로 올라섰다. 



그리드에서 모터스포츠 팬과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미첼리즈


두 번째 결승은 첫 경기 결과의 1~10위를 역순으로 세우는 리버스 그리드였다. 지롤라미를 폴포지션으로 비요르크, 미첼리즈 순으로 그리드에 섰다. 참고로 아즈코나는 8그리드였다. 출발 직후 비요르크가 지롤라미를 코스 밖으로 밀어내는 틈을 타 4그리드의 아론 카메론(Aaron Cameron, 팀 발보린/게리 로저스 모터스포츠)이 선두 자리를 위협했다. 미첼리즈가 추돌 사고에도 4위를 지킨 반면 중위권의 격렬한 몸싸움에 휘말린 아즈코나와 마칭화는 피트로 후퇴했다. 7랩에서 세이프티카가 빠지면서 경기가 재개되었다. 선두는 여전히 카메론이 유지했고 지롤라미가 변속기 고장으로 주저앉으며 미첼리즈가 2위로 올라섰다.


미첼리즈는 허프와 브라운, 베르비쉬에게 추월당해 5위로 밀려난 데다 이번에는 현대 커스터머 세력인 HMO 커스터머 레이싱의 조시 부첸(Josh Buchan)과 스위니의 추격을 받았다. 13랩에 선두로 올라선 브라운이 그대로 체커기를 받았다. 허프가 2위, 베르비쉬가 3위로 아우디 트리오가 포디엄을 차지했다. 카메론은 5초 페널티를 받아 최종 순위 8위였다.



두 번째 결승전에서 미첼리즈는 추돌 사고를 겪었음에도 상위권을 유지했다


세 번째 결승은 토요일 저녁에 시작되었다. 그리드는 앞선 두 경기의 누적 포인트에 따라 순서가 정해졌다. 브라운은 폴포지션, 허프와 베르비쉬, 그리고 미첼리즈가 2~4그리드였다. 아즈코나는 직전 경기를 망쳤지만 7그리드로 나쁘지 않은 위치에 섰다. 폴포지션의 브라운이 약간 늦은 반면 베르비쉬가 점프 스타트로 브라운을 추월했다. 2그리드에서 출발한 허프가 선두로 나섰다. 코너 바깥쪽으로 추월을 시도하던 바그완나가 베르비쉬와 충돌하며 코스 아웃하는 등 초반 혼란이 있었지만, 이를 무사히 넘긴 미첼리즈와 아즈코나가 각각 3위와 4위에 자리잡았다. 6위는 아반떼 N TCR을 몰고 TCR 호주 챔피언을 다투는 조시 부첸이었다. 부첸에게 밀린 아즈코나는 경기 막판 엘라셔로부터 격렬한 도전을 받았다.



미첼리즈가 최종 2위로 7라운드 경기를 마쳤다


시드니의 마지막 승자는 허프였다. 세 번째로 들어온 미첼리즈는 브라운이 점프 스타트로 5초 페널티를 받음에 따라 2위가 되었다. 아즈코나는 6위로 경기를 마쳤다. 챔피언십 포인트에서 미첼리즈가 다시 선두로 올라섰고, 허프가 엘라셔를 밀어내 포인트 2위로 부상했다.



*TCR 월드 투어 7라운드 하이라이트 영상 보러가기(Youtube TCR TV)




8R, 남반구의 뉘르부르크링, 호주 마운트 파노라마 서킷



호주 대륙 두 번째 라운드는 동남부 뉴사우스웨일즈 베서스트(Bathurst)에 위치한 마운트 파노라마(Mount Panorama Motor Racing Circuit)에서 열렸다. 1938년 문을 연 이래 호주 모터스포츠 역사와 궤를 함께해 온 대형 스트리트 코스(6.213km)로 V8 수퍼카 시리즈 등 여러 유명 레이스가 열린 곳이기도 하다. 긴 직선로와 174m에 이르는 고저차가 특징인 이 서킷은 중반 언덕 구간에 까다로운 코너가 많아 ‘남반구의 뉘르부르크링’이라고 불린다. 내리막 직선로인 콘라드 스트레이트에서 과속 사고를 줄이기 위해 1987년 더 체이스(The Chase)라는 시케인이 추가된 것 말고는 레이아웃이 개장 이후 거의 바뀌지 않았다. 이번 경기는 TCR 호주의 최종전을 겸했다.




연습 세션에서 가장 빨랐던 엘라셔를 누르고 폴포지션을 차지한 것은 현지 드라이버 토니 디알베르토(Tony D'Alberto, 혼다 월 레이싱)였다. 아즈코나가 3그리드, 미첼리즈는 11그리드였다. 첫 번째 결승은 토요일에 시작되었다. 디알베르토가 주춤하는 사이 우르티아가 선두로 나섰고, 지롤라미가 그 뒤를 따랐다. 디알베르토에게 진로가 막힌 아즈코나는 4위였고, 엔진 교체 때문에 7그리드에서 시작했던 엘라셔가 순식간에 아즈코나 뒤로 따라붙었다. 12위로 밀렸던 미첼리즈가 5랩 내리막 코너에서 수터를 제쳐 11위로 올라섰다. 그런데 앞쪽에 있어야 할 아즈코나가 콘라드 스트레이트에서 연기와 함께 속도를 줄이는 모습을 보였다. 우르티아가 첫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지롤라미와 디알베르토가 포디엄을 채웠다. BRC 현대 N에서는 아즈코나가 리타이어, 미첼리즈가 10위였다. 하지만 다음 결승에서 폴포지션이 가능한 순위였다.



TCR 참가자들이 함께 기념 주행을 펼쳤다


미첼리즈가 폴포지션으로 시작한 두 번째 결승은 일요일에 열렸다. 미첼리즈의 출발은 매끄럽지 못했다. 카메론과 베르비쉬의 추월을 허용하며 3위로 첫 랩을 돌았다. 하지만 곧 2위로 올라서 카메론을 맹렬하게 압박했다. 스물두 번째에서 출발한 아즈코나는 첫 랩을 마쳤을 때 16위로 올라섰다. 다음 랩 콘라드 스트레이트에서 카메론까지 추월한 미첼리즈가 대열을 이끌며 선두를 달렸다. 브라운이 구동축 문제로 리타이어했고, 2위로 올라섰던 베르비쉬도 막판에 페이스가 떨어졌다. 미첼리즈가 이변 없이 가장 먼저 체커기를 받아 우승컵을 가져가면서 다시 챔피언십 포인트 선두로 올라섰다. 2위는 카메론, 3위는 비요르크였고 아즈코나는 10위에 들었다.


카메론은 이번 결과에 따라 TCR 호주 챔피언십 포인트 3위로 뛰어올랐다. 그래도 현대 커스터머 세력인 부첸과 스위니가 여전히 챔피언 타이틀에 가장 가까웠다. 시즌 마지막 결승에서 5등(TCR 호주) 안으로만 들어오면 챔피언을 확정 지을 수 있었다.




세 번째 결승이자 호주 챔피언십 마지막 결승에서 미첼리즈는 6그리드, 아즈코나는 19그리드로 시작했다. 첫 랩에서는 폴포지션의 우르티아를 비롯해 엘라셔, 비요르크가 선두권을 형성하고 허프가 그 뒤를 추격했다. 5랩에서 우르티아가 방호벽을 들이박고 큰 데미지를 입어 리타이어하자 아즈코나가 5위로 올라섰다. 8그리드에서 출발했던 카메론 외에 조던 콕스(Jordan Cox, 콕스 모터스포츠)의 차에도 문제가 생겨 세이프티카 출동. 그런데 저속 주행하던 아즈코나가 갑자기 방호벽을 들이박고 주저앉았다. 스티어링 계통 문제가 생긴 것으로 알려졌다. 세이프티카 상황에서 그대로 경기가 종료됐고 엘라셔, 비요르크, 허프가 포디엄을 차지했으며, 미첼리즈는 5위를 기록했다.


월드 투어 드라이버즈 챔피언십에서 엘라셔가 다시 포인트 선두가 되었지만 허프, 미첼리즈와 1점 차이에 불과해 최종전 마카오가 모두 끝날 때까지 결과를 예측할 수 없었다. 월드 투어 팀 타이틀은 링크&코가 확정 지었다. 한편, TCR 호주 시리즈에선 아반떼 N TCR을 모는 HMO 커스터머 레이싱의 부첸이 챔피언에 등극했다. 



*TCR 월드 투어 8라운드 하이라이트 영상 보러가기(Youtube TCR TV)




9R, 마카오 기아 서킷에서 벌어진 드라마 같은 챔피언 결정전



최종 라운드는 F3 마카오 그랑프리의 서포트 레이스 중 하나로 열렸다. 전 세계 F3 최강자들이 한 무대에서 격돌하는 마카오 그랑프리는 F1 진출이 가장 유력한 예비 스타들의 등용문이다. 메인 이벤트인 F3도 흥미진진하지만 모터사이클 그랑프리와 투어링카, GT 컵 등 다양한 서포트 레이스가 함께 열린다. 올해는 TCR 월드 투어와 TCR 아시아 챌린지 최종전이 함께 열렸고, TCR 중국 최종전도 별도로 진행되었다.



9라운드가 열린 마카오 코스는 도심 도로 일부를 포함한다


6.12km의 기아(Guia) 서킷은 마카오 도심 도로를 활용하는 스트리트 서킷으로, 중간이 살짝 꺾인(만다린 밴드) 바다 쪽 긴 직선로와 산 쪽에 자리잡은 비좁은 구시가지 구간으로 나뉜다. 노면은 포장 상태가 좋지 않고 나쁜 시야, 부족한 안전지대 등 단점으로 가득하지만 흥미진진한 명승부와 예기치 못한 사고로 눈을 뗄 수 없는 서킷이다.


2020년 시즌까지 WTCR의 무대였던 마카오는 이후 캘린더에서 빠졌다가 오랜만에 국제 투어링카 무대에 복귀했다. 올해는 9명의 월드 투어 정규 드라이버 외에 와일드카드 참가자와 TCR 아시아 챌린지가 함께 달려 총 18대가 엔트리했다. 아우디가 허프와 베르비쉬 외에 TCR 유럽 준우승자인 존 필리피(John Filippi)를 데려왔고 TCR 호주의 바그완나도 엔트리했다. BRC 현대 N은 이탈리아에서 활약한 신예 마르코 부티(Marco Butti)를 세 번째 차에 태웠다.


연이은 사고와 고장으로 주행시간이 짧아진 연습 세션에서 미첼리즈와 아즈코나가 가장 좋은 랩타임을 기록했다. 예선 결과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미첼리즈가 폴포지션으로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 아즈코나는 예선 2위였지만 진로방해로 페널티를 받아 5그리드로 후퇴하고 엘라셔, 지롤라미, 허프가 현대 듀오 사이에 끼어들었다. 부티는 엔진을 교체하느라 대열 꽁무니로 밀려났다.




토요일에 시작된 첫 번째 결승 레이스는 총 9랩을 달렸다. 미첼리즈는 스타트와 함께 선두로 치고 나왔고 아즈코나는 4위로 올라섰다. 출발에서 머뭇거린 엘라셔는 7위였다. 미첼리즈와 타이틀 경쟁자인 허프는 경기 내내 아즈코나의 거센 도전을 막아내느라 진땀을 흘렸다. 메인 스트레이트에서 슬립 스트림으로 거리를 좁힌 아즈코나가 1번 코너 리스보아에서 승부를 걸며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반면 미첼리즈는 2위 지롤라미와 거리를 벌리며 순조롭게 질주했다. 미첼리즈가 마카오 첫 번째 우승을 차지하면서 타이틀 경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다. 지롤라니와 허프가 포디엄 나머지 자리를 채웠다. 428 포인트가 된 미첼리즈는 허프와 18점, 엘라셔와는 20점으로 차이를 벌렸다. 아즈코나는 4위를 기록했다.



9라운드 두 번째 결승전에서 아즈코나와 미첼리즈가 나란히 9, 10그리드에서 출발했다


두 번째 결승은 일요일에 이뤄졌다. 시즌 최후를 장식하는 레이스에서는 우르티아가 폴포지션에 섰고 아즈코나와 미첼리즈는 9, 10그리드였다. 스타트 직후 만다리안 밴드에서 엘라셔와 바그완나가 방호벽을 들이박는 사고로 세이프티카가 출동했다. 4랩에 경기가 재개되자 우르티아를 선두로 베르비쉬, 비요르크, 허프가 뒤를 따르고 미첼리즈와 아즈코나는 그대로 9, 10위에 머물렀다. 베르비쉬가 범퍼 투 범퍼로 우르티아를 압박하더니 8랩째 슬립 스트림으로 추월에 성공했다. 거의 동시에 허프도 비요르크를 제쳐 3위로 올라서 타이틀 도전의 의지를 불태웠다. 많은 차들이 코너마다 거의 범퍼를 맞댈 만큼 근접전이 계속되었다. 그러던 중 이변이 일어났다.


우르티아의 뒷범퍼를 들이박으며 달린 충격 때문인지 갑자기 허프의 보닛이 열리면서 시야를 가렸다. 피트로 돌아가 테이프로 응급조치를 받았지만 타이틀의 희망은 이미 날아가버린 뒤였다. 베르비쉬가 우승을 차지했고 우르티아와 엘라셔가 2, 3위에 올랐다. 또한 미첼리즈와 아즈코나가 8위, 9위로 경기를 마치면서 미첼리즈가 TCR 월드 투어 첫 시즌 챔피언을 확정 지었다. 2019년 WTCR 이후 4년만의 왕좌 복귀였다.



9라운드 경기가 펼쳐진 마카오는 미첼리즈에게 의미 있는 장소로 남았다


이에 대해 미첼리즈는 “우리는 거의 모든 시나리오를 종이에 적어봤습니다. 모든 시나리오에 대비했다는 뜻은 아닙니다만, 경주 내내 문제가 생기는 것만은 피하고 싶었습니다. 과거 마카오에서 많은 일이 일어날 수 있음을 경험했기 때문에 경주를 무사히 마치는 데 집중했습니다. 마카오는 저에게 무척이나 특별합니다. 2010년 이곳에서 처음으로 월드 투어링카 우승(WTCC)을 차지한 이래 제가 가장 좋아하는 장소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바로 그곳에서 챔피언 타이틀을 차지한 것도 정말 특별합니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현대 커스터머 드라이버가 TCR 중국 경기에서 상위권을 휩쓸었다

별도 진행된 TCR 중국 시리즈 최종전에서 현대 N 팀 소속의 마틴 카오(Martin Cao)가 드라이버 챔피언을 차지하고 아반떼 N TCR이 자동차 모델 부문(Final Car Model Standing)에서도 종합 우승함에 따라 현대 모터스포츠는 겹경사의 축제 분위기 속에서 시즌을 마무리했다. 참고로 TCR 중국 타이틀 톱10 중 5명이 현대 커스터머 레이서다.


*TCR 월드 투어 9라운드 하이라이트 영상 보러가기(Youtube TCR TV)




월드 파이널의 향방은?


2022년을 마지막으로 WTCR이 갑작스레 중단되고 생겨난 TCR 월드 투어는 어쩔 수 없이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올해 시즌을 시작했다. 하지만 TCR 월드 투어는 유럽은 물론 남미와 호주, 아시아 대륙까지 무대를 넓히며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마카오 최종전에서 초대 챔피언 노버트 미첼리즈를 탄생시키며 첫 시즌을 마무리한 TCR 월드 투어는 당초 계획대로 전 세계 TCR 참가자들을 아우르는 월드 파이널을 준비하고 있다.



월드 파이널 일정은 2024년 3월 1~3일로 확정되었다. 장소는 포르투갈 포르티망에 위치한 알가르베 서킷(Autódromo Internacional do Algarve)이다. TCR 월드 투어 참가자 중 15명, 나머지 전 세계 TCR 시리즈에서 45명을 추려 총 60명의 참가자가 레이스를 벌인다. 여기에는 WSC 위원회와 제조사 추천을 받는 와일드카드도 포함된다. 각 선수의 성적과 시리즈별 등급에 따라 점수를 환산해 실시간 랭킹을 계시해 왔고, 드디어 참가 자격을 얻은 선수가 확정되었다.


일단 TCR 월드 투어 상위 15명은 최종 레이스에 직행한다. 이들을 제외한 월드 랭킹 상위 45명이 첫 번째 우선순위(Priority List 1) 대상이다. 다음 순위 20명이 두 번째 우선순위(Priority List 2)다. 세 번째는 와일드카드 대상자로 7명이 추천됐다.





월드 투어 참가자 중에는 초대 챔피언에 등극한 미첼리즈와 WTCR 마지막 챔피언인 미켈 아즈코나가 포함되어 있으며, 첫 번째 우선순위 대상에 해당하는 45명 가운데에는 TCR 동유럽 챔피언인 마토 호몰라(Mat'o Homola), 이탈리아의 캐빈 세콘(Kevin Ceccon)과 마르코 부티, TCR 영국의 브루스 윈필드(Bruce Winfield)와 알렉스 레이(Alex Ley), TCR 호주의 스위니 등 쟁쟁한 현대 커스터머 드라이버 다수가 포진해 있다.


물론 현실적으로 이렇게 많은 차가 한꺼번에 달릴 수는 없다. 따라서 월드 투어에서 선발된 15명은 결승에 자동 진출하며 나머지 그리드는 45명 중에서 플레이오프 레이스를 통해 선발한다. 우선 추첨으로 A, B, C 3개 그룹으로 나눈 후 두 그룹씩 묶어(A+B, B+C, A+C) 2번씩의 플레이오프 레이스를 벌인다. 상위 15명이 최종 레이스 참가 자격을 얻는다. 플레이오프는 첫 번째 우선순위 45명에게 우선권이 있지만 만약 결원이 있을 경우 다음 우선순위에게 기회가 주어진다.




3일 차에는 20분+1랩의 예선 레이스가 열린다. 다음으로 플레이오프에서 떨어진 30명 중에서 패자부활 레이스를 통해 4명에게 파이널 레이스 진출 기회를 부여한다. 월드 투어 선발 15명과 플레이오프를 뚫고 올라온 15명, 그리고 패자부활전에서 살아남은 4명을 모아 30분+1랩의 파이널 레이스를 진행한다. TCR 월드 랭킹 파이널에는 3개의 타이틀이 준비되어 있다. 드라이버즈 챔피언과 팀 챔피언 그리고 매뉴팩처러(제조사) 챔피언이다. 드라이버즈 챔피언은 파이널 레이스 우승자, 팀 챔피언은 우승자의 소속팀에게 돌아간다. 매뉴팩처러 챔피언의 경우 제조사별 상위 6대의 점수를 합산해 결정할 예정이다. 



글. 이수진 (자동차 평론가)


1991년 마니아를 위한 국산 자동차 잡지 <카비전> 탄생에 잔뜩 달아올라 열심히 편지를 보냈다가 덜컥 인연이 닿아 자동차 기자를 시작했다. <카비전>과 <자동차생활>에서 편집장과 편집 위원을 역임했고, 지금은 자동차 평론가로 활동 중이다. 전기차와 커넥티드카, 자율주행 기술 같은 최신 트렌드를 열심히 소개하면서도 속으로는 기름 냄새 풍기는 내연기관 엔진이 사라지지 않기를 기원하는 ‘자동차 덕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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