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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MG 저널 Dec 04. 2023

차량 개발 방식의 대전환, 현대차그룹의 SDV

모빌리티에 소프트웨어를 접목했을 때 바뀌는 건 기능에 국한되지 않는다


자동차에 소프트웨어가 스며들며 많은 것이 변화하기 시작했다. 보다 다양한 기능 구현과 ICT 융합을 위해 도입했던 소프트웨어가 모빌리티의 중심이 되며, 자동차 개발의 기본 개념이 바뀌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월 13일, 현대차그룹은 모빌리티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제3회 HMG 개발자 컨퍼런스’를 진행했다. 그리고 SDV본부 및 42dot 대표 송창현 사장의 기조연설에서 자동차 개발 방법 변화와 관련된 트렌드를 엿볼 수 있었다.


제3회 HMG 개발자 컨퍼런스 오프닝 및 키노트 - 송창현 사장 (바로가기)




모빌리티 업계가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는 이유




현대차그룹은 미래 모빌리티 시대를 앞두고 하드웨어를 제공하는 자동차 제조사를 넘어 소프트웨어와 서비스까지 아우르는 ‘모빌리티 솔루션 프로바이더’로 전환 중이다. 현대차그룹이 소프트웨어를 이토록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답은 간단하다. 소프트웨어를 중심으로 개발한 자동차는 더 합리적이고 효율적인 방법으로 다양한 기능을 빠르게 구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소프트웨어 개발 방식을 적용하면 자동차 개발에 대한 기술적 부담을 줄이는 것도 가능하다. 예컨대 자율주행 기술이나 커넥티드 서비스 등이 더해지며 자동차의 기술 범위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여기서 표준 아키텍처와 운영체제를 마련하면 자동차의 거의 모든 기능을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다. 미래 모빌리티의 완성에는 개발 방식의 대격변이 필요하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SDV(Software Defined Vehicle, 소프트웨어 중심의 자동차)의 실현은 단순한 무선 업데이트 기능의 사용과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의 진화에 그치지 않는다.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한 편의 기능과 애플리케이션 서비스 적용은 물론, 모빌리티의 퍼포먼스와 안전에도 영향을 끼친다. 송창현 사장은 “SDV는 심지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규정하는 것도 가능하다”고 언급하며 SDV 개발 체제가 자동차 개발 방법의 근본을 송두리째 바꾸는 ‘패러다임 시프트(Paradigm Shift)’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디커플링



“사용자들은 이미 스마트폰 UX에 익숙해졌다. 그리고 이 서비스 경험이 자연스럽게 모빌리티까지 이어지길 원한다.” 송창현 사장의 설명은 SDV 시대에 놓인 소비자의 니즈를 한마디로 요약한다. 그러나 SDV의 완벽한 구현은 결코 만만치 않은 일이다.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지만 많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SDV 체제로의 전환에 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송창현 사장은 하드웨어 중심의 개발 체제로는 소프트웨어의 발전 속도를 따라가기 어렵다고 말한다. 지금까지의 자동차 제어기는 하드웨어 속에 소프트웨어가 심어진 일체형 구조를 지니고, 차량의 전자 제어 기능은 대부분 ECU나 MCU 중심으로 개발됐다. 그리고 제어기들은 ‘CAN(Controller Area Network)’ 방식으로 통신해 상호 동작하며, 이 방식은 오랜 기간 산업 전반의 표준이 되어 왔다.


그러나 이와 같은 구조와 개발 방식에는 뚜렷한 한계가 있다. 전동화 차량의 출현과 스마트 디바이스로의 연동, 자율주행과 같은 고도화 기술의 등장으로 차량 소프트웨어 로직이 기하급수적으로 복잡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송창현 사장은 이런 기술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한, 독립적 성격을 지닌 아키텍처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이런 ‘디커플링(decoupling)’을 통해 SDV는 하드웨어와 운영체제, 애플리케이션 등이 각각 별개의 영역으로 분리된 아키텍처를 갖는다. 그리고 이를 구성하는 요소들은 독립적으로 개발할 수 있어 효율적이며, 사업적 측면에서도 유연한 의사결정을 가능케 한다. 이렇게 분리된 개발 방식은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에게 익숙한 방식이기도 하다. 디커플링으로 소프트웨어의 개발 방식을 차량에 적용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모듈형 아키텍처와 표준화



송창현 사장은 다음으로 아키텍처 구성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먼저 모듈형 아키텍처(Modular Architecture)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개별 소프트웨어가 공통적으로 요구하는 로직을 모듈 형태로 만들어 활용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구성된 모듈은 독립적인 개발과 개선이 가능하고, 필요시 재사용도 용이하다. 특히 검증이 끝난 모듈에 대해서는 매번 재검증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라고 설명했다.




마지막 핵심 키워드는 아키텍처의 ‘표준화(Standardization)’다. 표준화란 간단히 말해 기준이 정해진 데이터 포맷이나 통신 규약, 소프트웨어 등을 사용하는 것을 의미한다. 송창현 사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사이의 통신 체계, 그리고 개발 환경의 표준화가 이루어지면 개발자들의 진입 장벽이 낮아진다”고 언급했다. 또한 “결과적으로 소프트웨어가 클라우드와 모빌리티 인프라로 연결되어 SDV의 개발 생태계가 혁신적으로 확장될 수 있다”고 덧붙이며 표준 아키텍처의 중요성을 역설했다.


디커플링과 아키텍처 모듈화, 그리고 표준화. 이 세 가지 핵심 요소를 모두 모빌리티 개발에 적용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 송창현 사장은 이에 대해 “모든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의 독립적인 개발이 가능해져, 전체적으로 개발 속도를 높일 수 있다. 또한 검증 기간을 줄일 수 있으며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의 도입이 가능해진다”고 이야기했다.



42dot이 현대차그룹 연구소와 함께 내재화 중인 기술들의 목록


또한 그는 “성공한 소프트웨어나 인터페이스가 표준이 되는 생태계에서 오픈 소스 커뮤니티가 기술 발전에 기여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송창현 사장이 이끄는 42dot은 다양한 오픈 소스 소프트웨어를 활용 중이다. 게다가 자동차 산업에서는 사용이 드물지만 미래 사용 가능성이 높은 프로그래밍 언어를 활용 중이다. 또한 자체 LLM(대형언어모델) 등을 오픈 소스로 만드는 등, 소프트웨어 생태계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꾸준히 노력하고 있다.


이번 기조연설에서 송창현 사장이 강조한 SDV 개발의 핵심은 세 가지다. 먼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분리(Decoupling)’하고, 아키텍처를 ‘모듈화’해 핵심 소프트웨어의 재사용을 가능하게 한다. 마지막으로 ‘표준 아키텍처’를 설정해 원활한 개발 환경을 구축한다. 이렇게 소프트웨어의 개발 방식을 차량 개발에 적용하는, 이른바 ‘개발 방식의 대전환’이 현대차그룹이 바라보는 SDV로의 변화라고 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많은 사람들에게 이동의 자유를 제공해 시간과 공간의 제약을 허물고, 사람들이 이동의 도구에 얽매이기 보다 더욱 가치 있는 일에 몰입할 수 있도록 만들 것입니다.” 송창현 사장은 현대차그룹이 그리는 비전과 함께 소프트웨어와 개발자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소프트웨어와 AI가 모빌리티 산업에 끝없는 가능성을 불어넣을 것이라 기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가능성의 중심에는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존재합니다.” 송창현 사장의 이야기처럼 소프트웨어 중심의 새로운 차량 개발 방식이 개발자의 진입 장벽을 낮추고, 모빌리티 생태계를 확장시켜 나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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