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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민 Jan 10. 2017

다가올 기술에 관한 상상, 블랙미러

지난 10월, 넷플릭스가 Black Mirror의 시즌 3을 공개했다. 각 에피소드가 하나의 스토리를 가지고 있어 마치 6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을 주는 블랙미러는 스토리도 뛰어나지만 테크놀로지에 대한 인상적인 상상력들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강력하게 추천하고 싶다.  



전자기기가 꺼진 상태의 검은 화면, 즉 블랙미러는 우리를 둘러싼 모든 벽과 책상, 그리고 손안에 존재한다. 차갑고 번쩍거리는 TV 스크린, 모니터, 스마트폰이 바로 '검은 거울'이다.  

찰리 브루커, 블랙미러 제작자 (가디언즈 인터뷰)


제작자인 찰리 브루커는 기술이 삶을 훨씬 더 편하게 하면서도 부작용이 공존하는 약과 같다고 정의하며 이를 둘러싼 즐거움과 불안함 사이의 모호한 영역을 조명한다. 인간과 기술 사이에 존재하는 긴장감이 드라마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데, 신기술들의 가깝고도 먼 미래를 상상력으로 풀어낸 모습이 인상적이다. 최대한 스포를 자제하면서 시즌 3에 등장한 인상적인 테크놀로지들과 에피소드를 정리해보았다.


삶이 되어버린 소셜미디어 ep1.Nosedive

어톤먼트의 Joe Wright가 감독한 이 에피소드는 디자이너가 흥미를 가질만한 모바일, 태블릿, PC 등 가까운 미래의 인터페이스 모습이 가장 많이 등장한다.

찰리 브루커는 데이팅 앱인 틴더의 인터랙션에 착안하여 5년에서 10년 후 물리적인 제스처가 더 가미된, 일상생활의 모든 것에 파고든 소셜미디어를 상상했다고 한다(하지만 중국은 이러한 개인별 평가 시스템을 벌써 기획 중이다) 프로덕션 디자이너인 Joel Collins는 인터페이스의 제작과정에서 현재의 소셜미디어보다는 좀 더 앞선 형태를 고민하였고 반복 개선을 거치면서 인터페이스가 심플해졌다고 한다.

렌즈를 통해 얼굴을 인식하고 평점이 함께 나온다
포스팅 탐색 및 상호 평가 인터랙션
모바일 / 데스크탑 인터랙션
카메라 촬영 및 포스팅

SF영화에 나오는 인터랙션 디자인을 다룬 책, Make it so를 보면 영화나 드라마의 인터페이스는 다음으로 이어지기 위한 단서로서 관객의 시선을 효과적으로 끌고 빠르게 이해시키기 위해 실제 제품보다 시각적 계층구조가 훨씬 더 강조되어야 한다고 한다. 이런 측면에서, Nosedive의 타이포그래피와 컨텐츠가 강조된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바라봐도 흥미롭다.


신경망을 타고 펼쳐지는 게임 ep2.Playtest


AR, VR에 관한 상상력을 극대화한 에피소드. 뇌의 신경망에 게임을 다운로드하여 감각을 통제하면서 현실 같은 가상 게임이 펼쳐진다. 신경망을 타고 들어간 칩은 감각을 지배하면서 압도적인 경험을 제공하는데 주인공에게는 현실이지만 타인은 절대 경험할 수 없는 가상게임을 그렸다.

칩을 통해 게임이 뇌에 다운로드 되는 모습
현실 같은 가상 게임

초반에 복선을 염두한 듯 기계가 인간을 초월하는 순간을 의미하는 레이 커즈와일의 특이점 개념이 등장하는데 이와 연결 지어 에피소드를 이해하는 것도 흥미롭다. Brain Interface에 대해 매트릭스와 같은 많은 영화에서 다뤄졌지만 가상현실이 한 개인에게만 현실 가운데 존재한다는 측면에서 많이 다르다.


기술을 통해 우리는 영원히 존재할 수 있을까? ep 4. San Junipero

시즌3을 기획할 때 상상력의 출발점이었던 에피소드여서 가장 큰 하이컨셉을 담고 있다. 개인적으로도 가장 마음에 들고 여운이 오래갔던 에피소드다. 인상적인 인터랙션이 담겨 있진 않지만 스토리의 중심에 있는 기술이 환상적이고 미래적이며 또 철학적이다. 기술을 통해 영속하는 의식은 존재하는 것일까? 같은 근원적인 질문을 남기는 에피소드.

San Junipero


시신경에 필터를 씌운 증강현실 ep 5. Men Against Fire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셀카 필터에 착안한 듯한 에피소드. 하지만 더 나아가 뇌를 통해 시신경을 장악하여 감각에 필터가 씌워진 군인과 군대를 배경으로 펼쳐지는 것이 흥미롭다.


투명 디스플레이와 자율주행이 인상적인 ep 6. Hated in Nation

이 에피소드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기술은 드론과 소셜미디어지만 중간중간 등장하는 투명 디스플레이를 활용한 랩탑과 자율주행 자동차의 모습이 인상적이다. 시즌 3 통틀어 가장 긴 에피소드.

투명디스플레이의 랩탑
자율주행자동차의 인터랙션

이 에피소드에서 신기술을 처음 본 주인공이 자신이 이런 미래에 살 줄 몰랐다고 하는데 마치 무서운 속도로 발전하고 있는 기술의 변화에 반응하는 우리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제작 뒷 이야기 및 시사점

블랙미러에 등장하는 기술은 찰리 브루커가 모든 컨셉을 잡고 공각기동대를 작업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Painting Practice 프로덕션이 디자인을 맡아 진행하였다. 떠오르는 기술에 대한 리서치를 기반으로 프토토타입과 목업 과정을 통해 정밀한 테스팅을 거쳤고, 특히 찰리 브루커가 폰트의 디테일까지 신경 쓰며 최대한 매력적이고 심플한 인터페이스를 위해 노력했다고 한다.


새롭게 다가올 기술에 대해 기대와 두려움이 공존하는 요즘, 블랙미러가 얼굴을 입힌 기술에 대한 상상력은 그래서 더 흥미로운 것 같다. Sci-fi 영화에서 다루어진 인터페이스들이 인터랙션 디자이너들에게 아이디어 보드로 사용될 수 있듯이 블랙미러에서 다루어진 스토리와 상상력을 입힌 기술의 모습 또한 충분히 시사점을 가지고 생각할 거리를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강력하게 보길 추천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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