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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민 Jul 24. 2016

Design of Design | 디자인의 디자인

<디자인의 디자인>은 언제나 마주하는 일상을 디자인의 관점으로 다시 일깨워주는 책이다. MUJI아트 디렉팅을 담당한 일본의 유명 디자이너인 하라 켄야의 진정성 있는 메시지, 역사와 인간의 본질에서 출발하여 디자인으로 승화시키는 생각과 태도가 담긴 이 책을 읽고 나면 일상을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게 된다.


디자인은 800만 개의 뇌세포를 상대로 정보를 건축하는 일

"나는 감각 혹은 이미지의 복합이라는 문제에 대하여, 디자이너는 수용자의 뇌 속에 정보를 건축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 건축은 다양한 감각 채널에서 들어오는 자극으로 만들어진다. 시각, 촉각, 청각, 후각, 미각 나아가 그것들의 복합을 통해서 주어지는 자극이 두뇌 속에서 재생되어 우리가 ‘이미지’라고 부르는 것이 출현한다. 또한 이 두뇌 속의 건축에는 감각 기관에서 주어진 외부 입력뿐만 아니라 그것에 의해서 깨어난 ‘기억’까지도 그 재료로 활용된다."


하라 켄야는 뇌세포에 기반하여 디자인이란 뇌세포가 받아들이는 감각의 다발들이 형성하는 하나의 이미지 즉 정보 건축물을 만드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디자인을 수용하는 인간 감각의 복합성과 이를 상대로 하는 디자이너의 일, 인간의 감각 원리를 먼저 고찰하는 이 내용은 디자이너가 무엇을 본질적으로 보고 그 시작점을 잡아야 하는지를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인간의 무의식적인 행위를 치밀하게 탐구하면서 그곳에 조금이라도 가까워질 수 있도록 디자인하는 것이 후카사와의 방식이다. 이것은 어포던스라는 새로운 인지 이론을 연상시키는 사고방식이다. 어포던스는 행위의 주체뿐만 아니라 어떤 현상을 성립시키는 환경으로 종합적으로 파악해 나가는 사고방식이다."


테크놀로지, 미디어, 그리고 디자인

"과학 기술은 분명 생활에 새로운 가능성을 부여해 주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환경이지 창조 그 자체는 아니다. 테크놀로지가 가져온 새로운 환경 속에서 무엇을 의도하고 실현할 것인가는 인간의 지혜에 달려있다."
"테크놀로지는 진화할수록 자연에 접근해간다. 자연보호는 자칫 전혀 손대지 않은 자연을 신성시하기 쉽지만 기본적으로 인간도 자연의 일부분이며 인간과 교류하는 숲 역시 풍요롭다."


긴 시간 동안 디자인의 발전을 경험한 작가는 기술과 미디어의 발전을 디자인의 진화라는 관점에서 포괄적으로 바라본다. 그는 흔히 융복합이라 불리는 허울 좋은 말에 기반하여 디자인이 트렌드에 맞추어 바뀌는 것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며, 디자인이란 어떠한 미디어 속에서도 동등하게 기능하며 미디어와 함께 디자인은 진화한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하여 그는 사용자에게 힘을 주는 ‘정보의 질’을 깊이 있게 다루는 ‘비주얼 커뮤니케이션'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다.


"새로운 테크놀로지와 관련해서 넓게 이 분야를 다루고자 한다면 그것은 컴퓨터를 표현 도구로 정의하는 좁은 의미의 비주얼 디자인을 뜻하는 것이 아니라 컴퓨터나 정보 테크놀로지에 의해서 확대되어 가는 시각성을 통하여 인간이 그 신체성과 감각을 어디까지 확장시킬 수 있는가 하는 관점을 다루는 단계에 있다고 생각된다. 정보를 시각적으로 제어함으로써 발생하는 힘의 양상을 탐구하고 그 성과를 정보 전달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운용해 나가려는 시점이, 넓은 의미의 비주얼 커뮤니케이션 디자인이다."


하라 켄야의 생각이 겸손하게 잔잔한 메아리와 울림으로 다가오는 이 책은, UX디자이너로서 디자인에 대한 폭 넓은 관점을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만든다. 마지막으로  저자의 디자인에 대한 관점을 다시 한 번 되새기며 다시 일상을 마주해야겠다.


 "디자인은 지능이 아니라 사물의 본질을 찾아내는 감성과 통찰력이다."


"책상 위에 가볍게 턱을 괴어 보는 것만으로 세계가 다르게 보인다. 사물을 보고 느끼는 방법은 무수히 많다. 그 수없이 많은 보고 느끼는 방법을 일상의 물건이나 커뮤니케이션에 의식적으로 반영해 가는 것이 바로 디자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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