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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유민 May 28. 2018

Lab Girl |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

<랩 걸>은 여성과학자인 호프 자런의 자전적인 이야기로, 여성과학자로서의 삶의 과정을 나무의 성장과 함께 설명하며 담담한 울림을 주는 책이다. 씨앗이 뿌리를 내리고, 이파리를 펼치고, 나무로 성장하고, 숲을 이루는 과정처럼 성장해온 그녀의 삶을 통해 나무의 지혜와 삶의 지혜를 함께 느낄 수 있다.


한 해에 다양한 책을 읽는데 앞으로 이렇게 짧게나마 책 속의 좋은 구절들을 중심으로 정리하면서 나의 생각도 정리하고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넓히는데 조금은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나무의 삶


"씨앗은 어떻게 기다려야 하는지 안다. 대부분의 씨앗은 자라기 시작하기 전 적어도 1년은 기다린다.  체리 씨앗은 아무 문제없이 100년을 기다리기도 한다. 각각의 씨앗이 정확히 무엇을 기다리는지는 그 씨앗만이 안다. 씨앗이 성장할 수 있는 유일무이한 기회, 그 기회를 타고 깊은 물속으로 뛰어들듯 싹을 틔우려면 그 씨앗이 기다리고 있던 온도와 수분, 빛의 적절한 조합과 다른 많은 조건이 맞아떨어졌다는 신호가 있어야 한다. 기다리는 동안에도 씨앗은 살아있다... 모든 시작은 기다림의 끝이다."


"첫 뿌리가 감수하는 위험만큼 더 두려운 것은 없다. 운이 좋은 뿌리는 결국 물을 찾겠지만 첫 뿌리의 첫 임무는 닻을 내리는 것이다. 닻을 내려 떡잎을 한 곳에 고정시키는 순간부터 그때까지 누리던 수동적인 이동 생활에 영원히 종지부를 찍게 된다. 일단 첫 뿌리를 뻗고 나면 그 식물은 덜 추운 곳으로, 덜 건조한 곳으로, 덜 위험한 곳으로 옮길 희망을 포기해야 한다. 서리와 가뭄과 굶주린 입이 찾아와도 그로부터 도망갈 가능성 없이 모든 것을 직면해야 한다."


"모든 식물은 두 가지를 얻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하나는 위에서 오는 빛, 그리고 다른 하나는 아래에 흐르는 물이다. 두 식물 사이의 경쟁은 한 가지 동작으로 결정된다. 더 높이 뻗는 동시에 더 깊이 파고드는 것."


"날씨는 변덕을 부릴 수 있지만, 언제 겨울이 올지 알려주는 태양은 신뢰할 수 있기 때문에 억겁의 세월 동안 나무들은 강화 과정에 의존해 겨울을 날 수 있었다. 식물들은 세상이 급속도로 변화할 때 항상 신뢰할 수 있는 한 가지 요소를 찾아내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 고 있다."


"나무는 삶을 살고 있었다. 내 삶과 비슷하면서도 다른, 나무의 삶이 거치는 중요한 고비를 모두 넘겼고, 최고의 시간을 누렸고, 시간에 따라 변화했다… 시간은 나, 내 나무에 대한 나의 눈, 그리고 내 나무가 자신을 보는 눈에 대한 나의 눈을 변화시켰다."


"모든 나무는 자기 나름의 성장패턴을 찾아내서 그에 따라 자라는 수밖에 없다."


과학자의 삶


"과학을 선택한 것은 과학이 내가 필요로 하는 것을 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장 기본적인 의미의 집, 다시 말해 안전함을 느끼는 장소를 내게 제공해준 것이 과학이었다."


"과학은 나에게 모든 것이 처음 추측하는 것보다 복잡하다는 것, 그리고 무엇을 발견하는 데서 행복을 느끼는 것이야말로 아름다운 인생을 위한 레시피라는 것을 가르쳐줬다. 과학은 또 한때 벌어졌거나 존재했지만 이제 존재하지 않는 모든 중요한 것을 주의 깊게 적어두는 것이야말로 망각에 대한 유일한 방어라는 것도 가르쳐줬다."


"어쩌면 열심히 일하다 보면 과학적으로 약간 흔들리는 부분도 잡아맬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당시에는 잘 몰랐지만 그때 처음으로 느낀 그 짜릿함은 내 인생을 관통하는 흥분감의 시작이었다. 그것은 새로운 아이디어, 진짜 내 첫 이파리였다. 세상의 모든 대담한 씨앗들처럼 나도 상황이 닥치면 그때그때 거기 맞는 해결책을 찾아가며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예술 작품과 마찬가지로, 이 과학적 창조물들도 시대의 영향을 받고, 그 시대에 직면한 문제 해결을 시도하려는 노력의 산물이다... 과학적 창조물도 그 덕분에 가능해진 미래의 시각에서 보면 구식이고 고물로 보이게 된다. 그럼에도 하던 일을 멈추고 선배 과학자들의 손길이 닿은 이런 창조물들을 들여다보면 독특한 매력에 빠져들지 않을 수 없고, 지엽적인 요소에까지 세심한 신경을 쓴 것을 보고는 점묘화에서 수평선 멀리 있는 작은 배를 표현한 수백 번의 붓 자국을 볼 때와 마찬가지로 경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 모두 일하며 평생을 보내지만 끝까지 하는 일에 정말로 통달하지도, 끝내지도 못한다는 사실은 좀 비극적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 대신 우리의 목표는 세차게 흐르는 강물로 그가 던진 돌을 내가 딛고 서서 몸을 굽혀 바닥에서 또 하나의 돌을 집어서 좀 더 멀리 던지고, 그 돌이 징검다리가 되어 신의 섭리에 의해 나와 인연이 있는 누군가가 내딛을 다음 발자국에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것이다."


"과학은 일이다.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따라서 우리는 또 하루가 밝고, 이번 주가 다음 주가 되고, 이번 달이 다음 달이 되는 동안 내내 일을 할 것이다."


"과학자로서 나는 정말 개미에 불과하다. 다른 개미들과 전혀 다르지 않고, 미흡하지만 보기보다 강하고, 나보다 훨씬 큰 무엇인가의 일부라는 점에서 말이다. 우리는 함께 우리의 손주들의 손주들이 경외감을 느낄 무엇인가를 건설하고 있고, 그것을 건설하는 동안 할아버지들의 할아버지들이 남긴 투박한 지시사항을 날마다 들여다본다. 과학계를 이루는 작지만 살아있는 부품으로써 나는 어둠 속에서 홀로 앉아 수없는 밤들을 지새웠다."


삶의 지혜

"예전에는 나 자신을 강하게 만들어달라고 기도했지만 이제는 내가 고마움을 아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삶과 사랑은 버터와 같아서, 둘 다 보존이 되질 않기 때문에 날마다 새로 만들어야 한다."


"사랑과 공부는 한순간도 절대 낭비가 아니라는 점에서 비슷하다."


이 책을 다 읽고 나서 비록 산에 가지 않았지만 마치 내 눈앞에 수많은 과정을 지나 현재를 지나고 있는 평범한 나무 한 그루가 있는 것 같았다. 삶이 소박해 보이지만 사실은 치열하듯 나무의 삶도 그럴 것이다. 눈앞에 펼쳐진 나무처럼 겸손하고 묵묵하게 살아가고 싶다는 마음가짐과 함께 과학과 삶에 대한 순수한 사랑이 전해지는 호프 자런의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에 관한 이야기 <랩 걸>이었다.

Hope Jahren (https://bit.ly/2seExb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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