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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의 목적과 언어


언젠가부터 예술 계통, 특히 음악은 유학을 가지 않으면 ‘음악인’으로써의 기능을 할 수 없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졌다. 이른바 버클리 1세대로 불리는 한충완, 장기호, 정원영, 김광민 등 이런 음악인들은 유학의 혜택 –당시엔 음악 유학이 지금보단 확실히 적었으니-을 제대로 입고 돌아와, 불모의 척박한 한국땅에 교수로 취직하여, 후배 양성에 매진하고 있다. 즉 ‘음악 유학’은 저때만 하더라도, 충분히 ‘값어치’, ‘투자’를 할 수 있는 것이었다. 


하지만, 해외여행 자율화 정책 이후부터, 급속도로 유학의 무대로 나갔다 와서, 이제는 ‘유학’을 갔다 와도 별 볼일 없는 시대가 되었다. 유학을 갔다 와서 ‘투자 대비’ 큰 이익을 얻을 생각은 애초에 버리는 것이 좋다. 필자는 이 매거진에, 음악 유학에 관한 이야기들을 풀어 나감으로써, 필자가 20 때때 고민하던 이야기들, 어디에서고 조언받기 힘든, 이야기들을 조금이라도 돕는 마음으로 써 내려 가본다.      


유학의 목적 : 왜 유학을 가려는지 생각해보게

서두에서 언급했다시피, 유학을 갔다 와서 덕을 보려던 시대는 이미 이십여 년 전 이야기이다. 이른바 개나 소나 유학 간다는 시대이다. 해외에 나가보면 이렇게나 많은 한국 사람들이 있는가 하는 사실에 놀란다. 유학을 가는 목적은 무엇인가? 이것을 확실히 하고 가지 않는다면 매우 힘들다. 유학의 목적은 말 그대로, 공부를 하러 가는 것이다. 다른 목적은 없다. 필자는 미국 대학원을 원래 본인이 가장 공부하고 싶어 했던 Film Scoring 이 있는 NYU (뉴욕대) 혹은 USC(남가주대)를 생각했으나, 기본적으로 엄청난 학비(약 5만 불~)에 애초에 지원을 하지 못했다. 그래서 대안으로 찾은 학교가 캘리포니아 주립대학 California State University 시스템에 속하는 CSU LA (California State University, Los Angeles)에 Commercial Music 작편곡 과정으로 석사과정에 진학했다. 이유는 분명했다. 애초에 재정형편으로 진학이 어렵다면 (불가능에 가깝다면) 가장 실현 가능성 있는 학교를 가자. 주립대학이라 하더라도, 학비는 현지 미국인들에 비해 3배 이상 정도 (약 일 년에 생활비 포함 만 8천 불, 약 2천만 원) 가량 들어간다. 


필자는 당시 유학을 가기 전, 연세대학교 평생교육원에서 운영하는 영상음악 전문가 과정에도 합격을 한 상태라 갈등이 심했다. 탑스쿨은 아니지만, 주립대학교 대학원이라도 진학하여 내 유학의 꿈을 완성하는가, 아니면 한국에 남아 인맥을 더 많이 만들 수 있는 학교 프로그램에 진학할 것인가? 매일같이 짜장면인가, 짬뽕인가 고민하듯 하는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었을 때, 필자의 모교 교수님이 말씀하셨다.  

    

우선 축하하네...... 두 군데서 오라 하니 어찌 보면 행복한 고민일세....

거두절미하고

왜 유학을 가려는지 생각해보게.

단지 "학위"가 목표라면 굳이 시간, 돈 들여가며 유학 갈 필요 없다는 게 유학/인생 경험자로서의 조언임.

미국 대학이란 게 시설, 교육의 질, 교수 여러 면에서 명문, 비명 문의 차이가 그다지 크지 않아요.

우리나라에서만 명문 등등 따질 뿐.

어느 정도 수준이 있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 쉽지 않아요. 정말 힘들지....

CSU LA도 LA에 있으니까 조건이 좋고 나름 그 방면에 활동하는 사람한테는 이점이 많은 학교로 알고 있어요.

요는 어디서건 내가 좀 더 많이 배워야겠다는 사람이 유학을 가야지,

학위가 목표면 힘든 공부 하지도 못하고 또 어찌해서 학위를 "딴다"라고 한들 무슨 의미가 있겠나....     


학위를 ‘따는’ 것에 목적이 있으면 안 된다. 그걸로 ‘무얼’하려는 사람이면 더 안된다. 진실로 내 공부하고자 하는 분야에 대한 타는 목마름으로 배움의 간절한 소망과 열정이 있어야만, 진실로 참된 ‘유학’의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다.           


2. 언어 

한국사람들의 특징 중 하나는 ‘빨리빨리’ 문화다. 성미 급한 한국 사람의 특성이기도 하고, 외국인들이 가장 빨리 배우는 한국말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백의민족이란 평을 듣던 조선사람들이 무슨 일로 성미 급한 사람들이 되었는지 모르겠지만, 한국사람들은 기다림에 익숙지 않다. 외국에서도 횡단보도가 점점 빨간 불로 바뀌는 시점이 오면, 뛰는 사람들은 한국 사람뿐이다. 


필자가 미국 대학원 과정을 마치고 돌아왔을 때, 지방 합창단에서 지휘자로 일하는 선배는 어느 날 더 늦기 전에 유학을 가겠노라고 상담을 했다. 선배는 이미 사십 가 가운 나이에, 결혼하여 아이들도 3명이나 둔 상태였다. 바쁜 주중 스케줄 때문에 사실상, 언어-토플-을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없었다. 선배는 미국대학원에 여러 입학 케이스 (조건부 혹은 한국인이 교수로 있는 학교)등을 알아보았지만 단 기간에 점수를 올릴 수 있는 방법은 없었다. 


언어는 절대로 단 기간 내에 이루어질 수 없는 분야다. 더더욱 한국 토종 본토박이로 대학원 수준의 영어를 따라가려면 정말 많은 시간이 필요로 한다. 토플 점수를 ‘따는 것’은 그저 토익 점수 ‘따는 것’과 다르지 않다. 우리가 한국말로 다양한 생각의 교류를 글로 표현하고, 수업 과제를 프레젠테이션, 발표하고, 논문을 쓰고, 동료들과 사람들과 교수님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 그대로를 영어로 유학의 현장에서 시행해야 한다. 유학을 가겠노라 생각한다면, 절대로 단 기간에 이룰 생각을 하지 말고, 크고 넓게 가져야 한다. 

언어는 시험 점수를 ‘따는 것’이 아니다. 한국말로 우리가 해 왔던 과정들을 그대로 똑같이 해내야 하는 것이다. 언어는 문화이며 사고력이며 관습이며, 교류이자 커뮤니케이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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