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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와 책임감

‘두문불출’하는 음악인들이 되지 말자.

     

음악 출판업을 하면서 수많은 작곡가, 편곡자와 만나게 된다. 자칭 본인의 실력은 매우 출중하며, 모든 프로그램에 익숙하며, 최고의 퀄리티로 맡은 작품을 하겠다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본인이 음악인의 특성상 여러 가지 업을 병행하기 때문에, 약속된 날짜에 편곡 작품을 가져다주지 못하는 경우가 매우 많음을 회사 입장에서 지켜보며 안타까움을 금치 못할 때가 많다.      


‘계약’은 친구 사이, 혹 아는 사람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닌, ‘신뢰’와 ‘책임감’이 바탕이 되어 이루는 관계다. X월 X일까지 작품을 공급하기로 했다면 그 약속은 지키자. 물론, 그 약속을 제대로 지키는 사람들도 많지만, 반대로 그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사람도 필자는 많이 본다.      


입장을 바꾸어 ‘고객’의 입장에 서 보자. 내가 당장 오늘의 공연을 위하여 이 편곡, 혹 작곡 물을 X월 X일까지 받아야 다음일이 진행이 되는데, 작업자가 바쁘다는 이유로 그것을 제때 받지 못한다면, 고객의 일은 무용지물이 된다. 다음 진행이 안 되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이런 경우를 매우 많이 본다. 필자 역시, 여러 가지 일을 한다는 핑계 때문에 1번 그러한 일을 했던 점을 시인하는 바이다. 선배가 맡고 있는 오케스트라 정기공연에 디즈니 뮤지컬 음악을 메들리로 편곡 의뢰를 받았으나, 필자는 회사일과 더불어, 개인적인 편곡 작업에 쫓기다 보니, 그 일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친구와 친구 사이에선, 얼마든지 본인의 바쁜 일정에 따라 이해와 용서를 구할 수 있다. 하지만 어떤 분야가 되었던지 약속된 날짜에 해당 결과물을 공급, 혹은 연주하게 되는 경우는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그래야 그쪽에서 ‘다음일’이 되기 때문이다.      


TV 드라마, 영화음악 등으로 유명했던 작곡가가 교회 찬양대 지휘자 겸 음악감독으로 어느 교회에 오게 되었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 사람을 잘 알던 여러 교수님, 선생님들은 우려했다고 했다. 과연 1년이나 제대로 채울 수 있을까? 하고. 아니나 다를까, 그분이 늘 과거에 그러했기 때문에 새롭게 일을 시작한 교회에서도 부지기수로 결석하게 되고, 작품을 쓴다는 이유로 두문불출하고, 교회 행사에 필요한 편곡 물을 당일날 아침이 돼서야 허겁지겁 나타나 오케 단원들에게 배포했다는 이야기를 들으며, 신뢰와 책임감이 얼마나 중요한지 배우게 되었다.      


어느 분야이건 마찬가지이겠지만, 정해진 날짜에 나의 작품을 혹 연주를 하게 되는 날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신뢰와 책임감 사이에서만 비즈니스가 진행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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