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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irus Mar 08. 2016

시간, 그 가볍지만 무거운..

멈출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어느덧 15분째, 약속 시간에 늦는 친구 녀석을 기다리고 있다. '고작 15분 정도인데 뭘..' 이라며 나를 토닥이지만 이내 내 시간을 존중하지 않는 느낌에 화가 나기도 한다. 날이 추운 탓일까? 기다리는 시간이 더욱 길게만 느껴진다.


'나의 15분과 그 녀석의 15분, 같았을까?'


 시간의 절대적, 상대적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볼 때가 있는데 개인적으로 나는 시간을 상대적이라 여기고 그렇게 믿고 있다.  물리학적으로도 시간이 특정 조건에서 상대적으로 흘러간다는 것은 아인슈타인의 특수상대성 이론에서 설명하고 있다. 단, 우리 지구는 중력에 있어서 차이가 없고 사람을 태우고 빛의 속도를 거스를 수 있는 수단이 없기 때문에 현재 물리학적으로 시간의 상대적 차이를 느끼기는 힘들다. 물리학적 법칙을 배제하고 생각해보면 지구상 모든 생명체에게는 동일한 시간이 주어지고  그들은 똑같은 하루의 시간을 살지만 각각이 느끼는 시간의 흐름은 모두 상이하다. 마치 약속에 늦은 내 친구 녀석의 15분과 기다리는 나의 15분의 체감시간이 천양지차 인 것처럼 말이다.  마찬가지로 퇴근 전 30분과 퇴근 후 30분의 시간이 같은 속도로 흘러간다고 생각하는 직장인은 거의 없을 것이다. 가끔은 보이지 않는 누군가가 시간 흐름을 통제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들게 한다. 실제로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너도 늙어봐, 그럼 느낄 거야.


시간 흐름의 속도는 나이에 따라서도 다르게  적용됨을 느껴봤을 것이다. 18세의 고등학생 시절과  서른 즈음이  된 지금, 그저 상상 속의 모습이었던 나의 서른 즈음이 마치 김광석 님의 노래 가사처럼 내가 떠나보낸 것도 아니오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니지만 이미 눈앞에 현실로 마주하고 있었다. 이는 나에게만 국한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라 생각한다.
몇 년 전 내가 취업 준비 중일 때 친척 어르신이 한 말씀이 생각난다. "젊음? 한 순간이야. 나이 먹을수록 시간은 더 빨리 가게 돼있어. 젊을 때 재밌게 살아봐!" 이 어르신의 말씀이 비어있지 않음을 뒷받침할 근거들을 최근 언론 기사를 통해 접하게 되었다. 실제로 나이가 들수록 시간이 빨리 가는 이유가 몇 가지 있었다.


- 생물학적으로 체온이 높을수록 시간이 천천히 간다고 느끼는데  아이들의 체온이  어른들보다 높다.


- 심리학적으로  익숙한 것을 반복하여 경험할 때 시간이 빨리 간다고 느낀다.


- 도파민의 분비량이 10년마다 최대 10%씩 줄어들고 이는 새로운 자극에 민감도를 떨어 뜨려 시간이 빨리 가는  것처럼 느끼게 한다.


멈출 수 없는 것에 대하여..


기사에서는 5살 꼬마 아이가 크리스마스를 24일 기다리는 느낌은 54살 어른이 1년을 기다리는 시간과 비슷하다고 기술하고 있었다. 5살의 아이는 돌아볼 과거가 거의 없어 매 순간이 특별한 경험이지만 54살의 어른은 이미 똑같은 일상, 반복적인 학습으로 비슷한 기억들이 많이 중복되어있어 과거를 돌아보면  텅 비어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더욱 시간이 빨리 지나간  것처럼 느낀다는 것이다.  어른이라는 무게를 지닌 우리의 반복적이고 팍팍한 삶을 단편적으로 나타내는 부분인 것 같아 조금은 씁쓸한 웃음을 짓게됐다.

 이 기사에서 가장 뭉클했던 것은 나이를  먹을수록 대부분의 시간을 자신보다는 가족 또는 회사 등 남을 위해  보내기 때문에 세월의 흘러감에 둔감하다는 것이었다.  과연 이 시대 어른들의 시간을 늦출 수는 없는 것일까.


 이따금 사람들은 헛된 시간을 보냈다고 느끼면 스스로 자책한다. 왜 내가 그 시간에 유익한 무언가를 하지 못했나 왜 하염없이 놀고, 자고, 멍해있었던 것인가 라는 후회와 함께.

 나 또한 그랬다. 지나간 시간이 아까워질 때면 비숍의 명언이 나를 스쳤다.  "일 분 전만큼 먼 시간은 없다." 이 얼마나 간결, 명료하면서 가슴에 스미는 문장인가? 곧 의미 있는 일분일초를 보내리라  다짐하지만 누구에게나 그렇듯 명언이란 찰나의 각성일 뿐, 얼마 지나지 않아 우리는 살아온 시간을 다시 살아간다.  오지않은 미래를 바꾸기 위한 노력은 긍정적이다. 아니 박수받아 마땅하다. 다만, 살아온 시간을 부정하며 나 스스로를 쥐어박는 마음가짐은 옳지 않다.

결국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이다.



지나간 시간에 대해 후회하는 시간을 아끼자.


이미 지나간 시간과 현재도 묵묵히 지나가고 있는 시간에 대하여 왜 더 의미 있는 것을 하지 못했는까? 라는 질문을 던지기보다는 그 흘러간 것들에 대한 따스한 배웅이 필요해 보인다. 그것들을 미련 없이 온전히 보내줄 수 있을 때 진정한 어른에 한발 더 다가서는 것이라 믿는다.

 삶에 있어 매 순간을 열심히 살아가는 것이 추구하는 이상이라면 그것은 분명 긍정적인 것이다.

하지만, 구태여 강박에 갇혀 자신을 괴롭힐 필요는 없다.  지금 이 순간에도 시간은 보란 듯 나에게서 멀어져가고 있고 미래는 쏜살처럼 날아오고 있다.  현시대는 인력으로는 멈출 수 없는 흐름에  쉼 없이  역행할 것을 권유한다. 그렇기에   멀어져간 것에 미련 갖지 아니하고 오는 것에 두 팔 벌려 수용하는 것이 어쩌면  남들보다 조금 더 젋게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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