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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애미 Jun 30. 2024

회피형 부부지만 살만합니다.

회복의 첫걸음

13년이었다.

그 긴 시간들을 원망과 후회 채우기에는 아쉽고 씁쓸했다.

서로에게 상처만 주었던 우리는 이제야 서로가 보이기 시작했다.


남편이란 사람은 내 안에 또 다른 나였음을 알게 되었다.

그다지 화목하지 못했던 서로의 원가족에서 떨어져 나와 얼떨결에 만난 지 5개월 만에 결혼을 했다.


"내가 그때 제정신이었다면 당신과 결혼하지 않았겠지!"

얼마 전 우리 부부의 대화에서 했던 말이다.

우린 각자의 아픔을 지닌 채 결합했다. 참으로 어설프고 엉망인 채로 살았다.

하지만 그 회복의 첫걸음을 시작하려 한다.

- 어릴 때의 상처가 지금 우리에게 어떤 영향을 미친 것인지?

-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지

남편과 대화를 통해 알아내고 싶었다.

물론 내 그림처럼 잘 그려지지 않았지만 서로에 대해 조금은 더 알게 되어 소중한 시간이었다.


나는 남편에게 힘든 점을 이야기했다.


나 때문에 생긴다는 그 '무시'라는 감정이 왜 생기는지 대해 물었다.

남편은 어떤 조건이 발생하면 무시받는다는 감정이 생겨 화가 난다고 했다.

계속 나에게 불만이 쌓이다 화가 폭발한다는 것이었다.


"혹시 말이야, 어릴 아버지로부터 무시받아서 그런 거야?'

"아니 그건 전혀 상관없어. 나는 계속 당신 뜻을 따라주잖아."

"맞지! 맞지! 당신은 내 말도 잘 들어주고 내 부탁도 잘 들어주잖아 그런데 갑자기 화를 낼 땐 이해가 안 가."

잠시 시간을 두다 남편이 말했다.

"내 생각에는 내가 정말 맞다고 생각하는 일에 대해서 당신이 반대했을 때 무시받았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그렇다면 갑자기 화를 내지 말고 나한테 설명해 줄 수도 있잖아 나는 당신이 화내는 것이 싫어 이젠 설명을 해줘!"

"알겠어"


그리도 두 번째 힘든 점을 말했다.

"그리고 여보가  동굴에 들어가는 게 나 너무 힘들어! 그놈의 동굴 확 쑤셔버릴 수 도 없고! 앞으로는 동굴에 들어가면 동굴 앞에 작은 팻말이라도 써서 알려줘 알았지!"

"응 알겠어"


"그리고 우리 서로 감정소비 하지 말자! 갈등이 생기지 않도록 내가 조심할게. 혹시 싸우더라도 차분하게 대화로 풀어보자 당신이 화만 안 낸다면 나도 화낼 일은 없을 테니까!

화내지 말고 살아보자!

13년이란 긴 시간 동안 싸움만 했다면 앞으로만 사랑만 하며 살아보자!"


나는 안다. 둘 다 회피형 인간이라는 것을

나의 경우는 나의 부모가 삶이 팍팍하고 미숙했기 때문에 벌어진 실수였다. 그래서 부모님을 이해하고 사랑한다.

남편의 경우 선을 넘어버린 그의 아버지로 인해 아버지를 사랑할 수 없는 그 아픔이 더 크다는 것도 말이다.


하지만 우리는 과거의 상처의 그늘에서 벗어나 빛으로 나아가고 싶다.

우리의 아이들에게는 좋은 것을 주고 싶다.

회피형 부부이지만 그래도 살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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