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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닥애미 Jul 07. 2024

고양이식당 이야기

- 냉삼의 추억


그래 그날도 이런 여름밤이었지...

난생처음 외식이란 걸 한 날 그날의 추억!

그 추억을 나도 모르게 꺼내게 되었어.


그날도 이렇게 함께였어.

망졸망한 딸들을 데리고 부모님은 '억조불고기'라는 간판의 고깃집으로 들어가셨어.

그리고 삼겹살을 시키셨지.

네모난 불판에 둥글게 말린 냉동삼겹살이 나왔어.

'치익'

소리를 내며 뿜어져 나오는 하얀 냉기와 수증기가 신기해 보였어.

상추에 깻잎 깔고 파채를 올리고 고기에 쌈장을 찍어 먹으면

'어머! 이게 무슨 맛이지?'

그렇게 우리는 삼겹살로 신나게 배를 채웠고 실컷 떠들었어

오랜만에 아빠와 엄마도 행복해 보이셨어.

그날의 여름밤은 별은 빛났고 저녁공기는 풀향기가 가득했어.



아이들을 데리고 새로 생긴 고깃집으로 향했다.

"나 삼겹살 먹기 싫은데..."

"한번 먹어봐 집에서 먹는 거와 달라!"

아이들의 불만을 달래며 집을 나섰다.

"엄마 키가 뭐야?"

"161!"

"근데 왜 이렇게 작아?"

어느새 훌쩍 커버린 아이들,

아이들은 자신들이 커감에 따라 내가 점점 작아져 보이는 모양이었다.

아이들은 이제 막 사춘기가 시작되었다. 하나의 인격체로 피어날 아이들을  바라보며

앞으로의 변화를 수긍하듯 말했다.


"점점 엄마를 무시하게 될 거야! 엄마는 아무것도 몰라! 이러면서 말이지!"


그래도 괜찮다. 먼 길을 돌더라도 부모라는 존재를 이해할 날이 올 테니까 말이다.

내가 그랬듯이...


"엄마는 너희들이 공부 못해도 좋아! 대신 마음과 몸이 튼튼하게 자랐으면 좋겠어. 마음 튼튼 몸 튼튼!"


아이들은 대꾸가 없다. 그게 제일 힘들다는 것을 알기에 어려운 부탁을 한 것 같아 조금 미안해졌다.


'나도 그렇게 살지 못했는걸...'



 가게에 들어가 자리를 잡자마자 계란찜, 냉동삼겹살, 우삼겹을 주문하고 샐러드바에서 반찬을 퍼 날랐다. 가게 안은 사람들이 많아 복작거렸다.

아이들은 불안하고 어색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주문한 고기가 나왔다.

"치익"

달궈진 불판 위에 고기를 올리자  소리를 내며 뽀얀 냉기와 수증기가 피어올랐다.

고기가 노릇하게 익고 아이들에 입에 한 점, 두 점 들어가자 굳었던 표정이 펴졌다.

후식으로 물냉면까지 먹었다.


"엄마! 배불러"

"집에 가자!"


집으로 돌아가는 길

"삼겹살을 가게에서 사 먹은 건 처음이지?"

"응! 그동안 집에서만 먹었지!"

"이렇게 밖에서 사 먹으면 별개별개 다 나온다 그렇지?"

"응!"


당장이라도 비가 쏟아질 것 같은 바람이 불었다. 아까부터 작은 빗방울들이 흩날리고 있었다.

이런 날씨에 겁도 없이 우산도 없이 걷고 있었다.


"엄마! 비와!"

"이건 비가 아니라 하늘의 콧물!"

"그럼 천둥은?"

"하늘의 재채기? 갑자기 에취! 하는 거."

"그리고 엄마가 비를 피하는 방법을 알려줄게! 비사이를 막가면 돼!"

"이렇게?"

첫째 딸이 발을 갈지자로 빠르게 움직이는 시늉을 한다.

"하하하 어 그렇게! 그리고 우리가 집에 가는 동안에는 비는 안 올 거야!

하늘이 우릴 지켜 줄 테니까!"


집을 향하는 걸음마다 추억이 방울방울 맺혔다.



그날 말이야 가게 문을 나서면서 나는 엄마에게 이렇게 말했어.

"엄마! 돼지비계가 이렇게 맛있는지 처음 알았어!"

항상 고기에 붙은 비계랑 씨름을 하던 나는 고기 사이사이 지방이 있는 삼겹살이 이렇게 맛있다는 것에 엄청난 충격을 받은 것 같았어.

"정말 꿀맛 같았어. 상추에 싸서 먹으니까 정말 맛있더라!"

엄마에게 대단한 발견을 한 것처럼 조잘거리던 그때의 내가 떠올랐어.



오늘 아이들과 삼겹살집에 간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날의 추억이 나를 불러냈다. 그리고

삼겹살처럼 그날의 추억에 갓 태어난 추억이 겹쳐졌다.

아름답고도 애틋한 추억이...

단단하게 포근하게 나와 아이들을 감싸 안았다.


인생에는 정말 죽을 것 같이 힘든 일이 많을 거야!

하지만 기억해야 해! 세상이 99.9% 거짓을 말해도  진실을 말하는 0.1%가 있어!

그건 바로 너 자신이야! 자신 안에 있는 작은 목소리! 그 소리에 귀 기울여 야해

하지만 너무 작아 들리지 않을 땐,

이날을 기억해! 엄마 아빠가 얼마나 사랑했었는지 기억해야 해!


가족의 사랑이 나를 살렸다.

그날의 따스한 추억이 살아갈 희망이 되었다.


삼겹살 맛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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