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부터이던가.. 종로 3가 뒷골목에 있는 관공서 옆에 위치하고 있는 셋째 언니의 사무용품 가게를 제가 맡아서 7년 동안 운영하던 때가 있었습니다.
매월 10일이면 갑종 근로소득세를 신고하기 위해서, 3개월마다 부가가치세를 신고하기 위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 관공서 옆 사무용품 가게를 찾아왔습니다.
그때 갑종 근로소득세를 납부한 영수증을 복사를 하여 신고서와 함께 세무서에 제출을 했는데, B5용지에 영수증을 복사를 하고 커터기로 잘라 주면 B5용지의 절반이 자투리로 잔뜩 쌓이고는 했습니다.
그 종이를 쓰레기통에 버리기가 아까워서 여러 개로 나누어서 스테이플러로 묶어서 셋째 언니의 둘째 아들에게 가져다주고는 했습니다.
그때 당시 조카는 초등학교에도 다니지 않을 때였습니다. 그 어린 조카는 만화책에서 보거나, TV 만화영화를 본 그림을 그 종이에 그리기 시작했고, 초등학교를 다니면서 그날 있었던 하루일을 일기로 쓰고 또 하루 동안의 일을 한컷의 그림으로 재치 있게 일기장 한 귀퉁이에 그려 놓고는 해서 셋째 언니와 저를 깜짝 놀라게도 했습니다.
누구에게도 단 한차례의 그림지도를 받은 적도 없던 그 조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부터 그림 한 장을 그려서 제출을 하면, 그 그림 한 장으로 여러 개의 상을 받아왔다고 합니다. 해당 학교 교장상, 교육청장상 등..
중학교에 진학을 해서도 조카의 그림 실력이 심상치 않다는 것을 알아차린 담임선생님께서 조카에게 질문을 했다고 합니다.
"너 미술학원에 다니면서 그림 지도를 받고 있니?"
조카는 단번에 "아니요" 대답을 했고, 대답을 들은 담임선생님은 조카에게 "집에 가서 엄마께 시간이 될 때 학교에 한번 다녀 가시라고해라"라고 이야기를 했고, 그 말을 전해 들은 셋째 언니는 학교를 찾아가서 조카의 담임선생님과 마주 앉았습니다.
그때 조카의 담임선생님은 언니에게 "승배가 그림실력이 아주 좋은데 그 사실을 알고 계시냐?"라고 묻고 나서,
"어쩌면 엄마가 되어서 아들의 그림실력도 모를 만큼 무심하시냐"라고 하였습니다.
그날 집에 돌아온 셋째 언니는 지인을 통해서 강남에서 화실을 운영하는 화가를 만났고, 그 화가는 조카의 그림실력을 테스트한 후에 "나는 이 아이의 그림실력을 A학점 중에서도 더블 A학점을 주고 싶습니다. 그동안 다른 사람의 지도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아서 자신만의 창의력이 아주 좋다"라고 했답니다.
그러면서 "고등학교는 예술고등학교를 진학시키지 말고 일반 고등학교에 진학을 시키고, 고등학교 2학년쯤에 대학입시를 위한 지도를 받았으면 좋겠다"라고 조언을 했습니다.
그 화가의 조언대로 조카는 일반고등학교를진학했고, 남들보다 훨씬 늦게 대학 입시를 위한 미술지도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홍익대학교에 합격을 하고 2학년 1학기를 마치고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 영국의센트럴 세인트마틴 예술대학(Central St. Martin’s College of Art and Design)을 졸업한 후, 귀국하여 작가 겸 일러스트레이터로 활동하며 대규모 회화에서부터 디지털 파크 캐릭터 디자인에 이르기까지 대기업과의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지난해 TV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작품을 그리는 손으로 등장하면서 동시에 자신의 여러 작품도 드라마를 통해서 소개되었습니다.
그 드라마는 SBS 월, 화 드라마 '그 해 우리는'으로2021년 12월 6일 월요일 저녁 10시에 첫 방영을 한 후, 2022년 1월25일 화요일 저녁 16회로 종영을 했습니다.
SBS 드라마 '그 해 우리는'
조카가 '그 해 우리는' 드라마에 남자 주인공 손으로 출연을 한 만큼저의 기대와 관심은 컸지만, 시청률은 크게 높지 않아 아쉬움이 남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드라마가 종영된 이후에, '그 해 우리는' 드라마에 소개된 작품과 그 작품과 관련된 숨겨진 주인공이 2명이 있다는 이야기가 인터넷에 심심치 않게 소개가 되고 있습니다.
첫 번째 외국인 티보 에렘으로 프랑스 작가입니다.
두 번째 제 조카인 김승배 작가입니다.
프랑스 작가 티보 에렘과 제 조카인 김승배 작가는영국에서 유학시절을 함께 한 절친한 사이이고,
티보 에렘은 주로 건물과 나무 등을 그린다면,제 조카인 김승배 작가는 독특한 기법의 유화와 일러스트 그림, 그리고 대기업 광고 작업도 여러 차례 진행을 했습니다.
'그 해 우리는'에서 남자 주인공(최웅)을 연기한 최우식 씨와 키, 체형, 손이 많이 비슷해서 주인공이 그림을 그리는 손으로 출연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셋째 언니를 통해서 들었습니다.
어떻게 소문을 듣고 찾아왔는지, 제 조카의 인스타그램은 전 세계에서 찾아온 많은 사람들로 팔로우 숫자가 많이 늘었다고 합니다.
자신만의 자리에서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 가다 보면, 예상하지 못한 드라마에 출연을 하게 되듯이 삶은 멋진 선물을 보너스로 주기도 하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