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형민 Jun 30. 2024

왜 이리 비싸니, 회전 초밥아

내가 알던 네가 맞니?

일본 하면 떠오르는 음식 중 하나인 초밥. 일본어로 스시(寿司). 식초를 넣어 양념한 밥을 한입 크기로 뭉친 샤리(シャリ), 그 위를 덮는 생선이나 메인 재료인 네타(ネタ), 그리고 그 사이에 들어가는 와사비인 사비(サビ)로 이루어진 삼합이다.


일본에서 초밥은 접근성이 쉬운 음식이다. 물론 초밥 고급 레스토랑도 있지만 한 접시에 100엔대로 즐길 수 있는 회전초밥(카이텐즈시:回転寿司)도 있다. 매장에 설치된 레일을 따라 지나가는 초밥 중 먹고 싶은 걸 먹거나 또는 별도로 주문하면 된다. 초밥은 수종류의 접시에 담기는데 각 색깔마다 정해진 가격이 있다. 스시로, 하마즈시, 쿠라즈시 등 체인점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다.


가격도 저렴하고 초밥 종류도 수십 가지에 이르다 보니 골라먹는 재미가 쏠쏠하다. 초밥을 먹고 난 후 빈 접시는 테이블 위에 탑처럼 쌓아둔다. 얼마나 먹었는지 서로 경쟁하기도 한다. 한 체인에서는 테이블에 있는 접시 회수 시스템에 접시를 5개 넣으면 경품을 받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도 시행 중이다.


나도 한 달에 2~3번은 회전초밥을 먹고는 했다. 주말 낮에 와이프와 집 근처에 있는 초밥집으로 간다. 마구로, 새우, 사몬, 엔가와 등이 네타로 올라간 초밥에 우동, 고구마 맛탕, 그리고 니혼슈까지! 둘 다 많이 먹는 편이 아니기는 하지만 대략 3천 엔대에 배불리 먹고 나왔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이따금 생각이 나고는 하는데 때마침 들렀던 쇼핑몰에 우리가 알고 있던 일본 브랜드 회전초밥집이 있었다. 시스템은 얼추 비슷하기에 주문은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메뉴판에 보이는 숫자들을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일본보다 대략 3배 정도 비쌌다. 일본에서 먹던 습관대로 접시를 집어 들었다가는 돈 10만 원이 우습다.


우리나라에 오더니 프리미엄으로 바뀐 것일까. 아니면 물가급등으로 단가가 올라간 탓일까. 가벼운 마음으로 초밥 접시를 집어드는 게 회전초밥의 매력이었는데 바다 한번 건넜다고 이렇게 달라지다니. 내가 알던 네가 맞나 잠시 고개를 갸우뚱하다가 계산을 마치고 나왔다.


7월에 오랜만에 일본에 들어간다. 가자마자 회전초밥을 먹으러 갈 예정이다. 정신없이 누르던 주문용 터치패드와 레일을 타고 테이블 앞까지 쉴 새 없이 나오던 초밥들. 생각만으로도 설렌다.


고추냉이를 조금 더 넣어야지. 코 끝을 뻥 뚫어내는 그 중독적인 짜릿함. 그리고 무겁지 않은 계산서. 이 모든 조합이 회전초밥을 잊지 못하는 진짜 이유다.


회전 초밥집에서 즐겨 먹던 나마에비 (생새우). 와사비도 추가로 얹어서!



매거진의 이전글 일본이 기억나지 않는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