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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모 Apr 28. 2017

망설이는 우리, 질문하고, 사랑합시다.

    이제 곧, 가정으로 두꺼운 공약집이 날아오는 대통령 선거 기간입니다. 헌정사상 초유의 국정공백으로, 그 어느 때보다 선택이 중요하게 됐습니다. ‘이번에는 모든 공약을 꼼꼼히 살펴보아야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검증해야지.’ 마음은 굴뚝이지만, 언제나 너무 많은 정책과 너무 많은 치부가 있는 후보들을 면밀히 바라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결국, 우리는 후보들의 정책 중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공약을 검토해볼 것이고, 후보가 우리가 좋아할 만한 삶을 살았는지 검증해보겠지요. 어떤 사람을 하나 선택한다는 것이, 누군가에게 선택받는다는 것이, 간단치 않다는 것을 우리는 30대 초입에 깨닫습니다.



    비슷한 맥락으로 30대 우리의 연애도 그래서 힘든 것 같습니다. 멋모르고 만났던 20대 때 연애의 실패를 되밟지 않기 위해, 우리는 눈을 크게 뜨고 상대방을 바라봅니다. ‘묻지마 투표’를 했던 어린 시절을 지나, 이제는 대선 후보의 공약과 삶 정도는 한 번 훑어보게 된 것처럼 우리는 이제 연애를 할 때도 상대방에 대해 좀 더 알아보려 합니다. 그 사람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내다보고 싶어 합니다. 하지만 결국엔, 우리는 상대방에게 우리가 가장 좋아할 만한 요소를 찾으려고 할 겁니다. 우리 삶과 가장 밀접한 것이 있나 찾아보고, 그게 보이지 않으면 마음이 움직이지 않습니다.



    한 사람이 오는 것은 한 권의 책이 오는 것과 같다고 했습니다. 그 책은 대선 후보 공약집과는 비교할 수 없이 두껍겠지요. 우리가 좋아할 요소가 그 책 처음에 나오면 좋겠지만, 가운데 있을 수도 있고, 후반부에 나오기도 할 겁니다. 그런데 그 책을 다 읽자니, 이제는 시간이 부족하고, 그렇다고 안 보자니, 시작할 마음조차 생기지 않는 시기가 30대 인 것 같습니다. ‘너무 많은 걸 알아버려, 이제는 누구를 만날 수가 없다,’라고 한 어떤 선배의 말이 새삼 와 닿는 나이가 돼버렸습니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누군가를 만나야 합니다. 언젠가 광화문 교보문고 현판에 걸렸던, 메리 올리버의 말처럼, 이 우주가 인간에게 준 두 가지 선물은 사랑하는 힘과 질문하는 능력입니다.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 우리는 또 사랑하고 더 질문할 일들만 남았습니다. 



    이 두 가지 중 나이가 들어 자연스레 늘게 된 것은 아마도 질문하는 능력일 겁니다. 각박한 사회생활과, 다양한 인간관계 속에서 우리는 어떤 주제를 어떻게 물어야 하는지, 자연스레 체득하게 되었습니다. 

아마도 30대 연애의 성패는 이 질문하는 능력에 달려있지 않을까요. 혼자 속 끓이다, 엉뚱하게 터져버렸던 20대를 지나, 우리는 이제 상대방에게 유려한 질문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게 되었습니다. 이제 그 질문하는 능력으로 누군가를 만나야할 때가 아닌가 합니다. 물론, 질문할 거리가 없는 상대방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질문을 하는데도 제대로 답변하는 능력을 갖추지 못 했다거나, 진실을 숨기고 빙글빙글 돌려서 대답하는 사람을 만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새로운 사람에 대한 호기심 없는 삶만큼 무료한 삶이 있을까요. 어제가 오늘이고, 내일이 오늘인 30대에게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는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걸 우리는 잘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지금 당신 주변의 친구들과 언제까지 천년만년 함께 할 수도 없다는 것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연애를 하고, 결혼을 하나봅니다. 언제나 내 편이 되어줄 유일한 사람, 그 사람을 우리는 찾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다가오는 사람에게 망설이지 말고, 질문하십시오. 그 사람 인생의 책에 숨은 매력을 찾을 수 있게 물어보십시오. 혼자 고민하고 오독하기 보단, 일단 물어봅시다. 당신 삶이, 질문하는 능력으로 사랑의 향미 가득하기를, 늘 응원합니다.



김형모

시사 라디오 작가. 질문지 쓰는 게 일인데, 정작 제 머리는 못 깎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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