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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형모 Mar 28. 2018

굿바이 윰디, 좀 더 울어도 괜찮아.

정유미의 FM 데이트를 보내며.

 정유미가 울었다. 생방송 라디오 진행 중이었다. 봄 개편을 앞두고 하자 통보를 받았나보다.진행자는 보통 1~2주 전에는 청취자들에게 이야기를 해야 된다. 정유미의 FM데이트가 2주 후면 끝난다는 소식을 전하며, 정유미는 한참을 울었다.


 고백하자면, 장외에서 참 많이도 비판했다. 어쩔 수없이 최악의 라디오를 꼽는 자리가 있다면, 서슴없이 꼽곤 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FM데이트는 정통의 음악방송이라는 점, 배우가 DJ를 맡아 전문성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점을 들어 날 선 비판을 했다. 그럼에도 MBC는 2017년, 정유미에게 라디오 부문 신인상을 안겼다. MBC만의 생각이 있나보다 했는데, 결과는 신인상을 탄 디제이를 네 달 후에 하차시키는 것으로 났다.


 시간을 돌려, 정유미가 처음 마이크를 잡았을 때로 돌아가 보자. 그때는 저녁 8시 절대강자 유인나가 볼륨을 높여요에서 하차했을 때다. KBS는 후속 디제이로 조윤희를 발탁해 연기자 라인을 이어갔고, MBC는 맞불을 놓듯 연기자 정유미를 내세웠다. 시작부터 연기자 대결이라는 기사가 쏟아졌다. 결과는 싱거웠다. 조윤희의 결혼과 출산으로 정유미의 부전승이었다. 그럼에도 승자 정유미는 하차 한다. 물론, 라디오에서 디제이의 비중이 제일 크지만, 제작진의 책임도 묻지 않을 수 없다.


 제작진은 프로그램 포맷을 바꿨어야 했다. 결과론적인 이야기지만, 정유미는 음악 방송을 진행하기에 적합한 캐릭터는 아니었다. 게스트인 윤덕원, 선우정아, 토마스쿡 등 홍대 인디씬 뮤지션들과 어떤 접점도 찾기 힘들었다. 게스트와 융화되기 어려웠던 정유미는 혼자 겉 돌다가 프로그램이 끝나버렸다. 연기자가 음악프로에 적합하지 않다는 말이 아니다. 유인나만 하더라도 아이유를 자주 섭외해, 아이유인나의 볼륨을 높여요라는 별명을 얻었다. 최강희는 음반을 냈던 경험을 토대로 음악적 지식까지는 아니지만 견해 정도는 내면서 프로그램을 이끌었다. 반면 정유미는 모든 멘트가 조심스러웠고, 음악방송 청취자들의 갈증을 해결해주기에는 부족했다.


 결국, 배우 정유미에게 좀 더 맞는 포맷이 필요했다는 이야기다. 2002년 단편영화 ‘사귀는 사람있니’로 데뷔한 정유미는 15년차 배우다. 그녀의 전문성은 당연이 연기다. 주구장창 연기만 이야기할 수 있는 코너를 하나는 마련해줬어야 하지 않을까. 그 코너에서 자연스러운 ‘인간’ 정유미를 이끌어내고, 그 모습을 확장해 프로그램 전체에 덧칠하는 모습이라도 보여줬으면 어땠을까. 꽁트 비중을 늘리는 방법도 하나였을지 모른다. 아기 목소리와 할머니 목소리를 왔다갔다 했던 유인나의 꽁트실력은 그녀가 롱런하는 비결 중 하나였다. 낭독을 늘리는 것도 좋았겠다. 목소리 톤 하나만으로도 늘 디제이 섭외 순위에 오르는 연기자들이 있으니 말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고, 방송에도 가정은 없다. 그랬었더라면 하는 가정은 늘 늦다. 수고했다, 잘 했다 박수만 쳐줘야 되지만, 아쉬운 마음에 몇 자 적어봤다. 남은 2주는 연예인 정유미가 아니라, 인간 정유미를 좀 더 알 수 있는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김형모

얼마 전까지 라디오를 만들다, 웨이버 공시 이 후 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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