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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May 04. 2022

재미있는 인생

사는 게 재미있습니까?  


 사는 게 재미있습니까?     


이렇게 질문해본다면 어떤 대답이 나올까? 세상 물정과 상관없는 어린아이들이 아니고서야 삶의 무게를 지고 가는 성인으로서야 흔쾌히 '네 재미있습니다'라는 대답은 하기 힘들 것이다.     

 

그냥 사는 거지 재미로 사나?      


코로나 시국으로 온 세계가 2년 넘게 미증유의 진통을 겪고 있다. 더불어 경제 불황, 전쟁, 환경오염, 세대 계층 집단 간의 갈등... 말할 수 없는 다양한 요인들은 우리 삶을 지치게 하기에 충분하다. 어찌 삶을 재미있다고 할 수 있는가? 


그러나, 재미있는 인생이라고 재미만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 생존을 위해 일을 해야 하고, 가정에서, 사회에서 맡은 역할이 있고, 아프기도 하고, 관계에서 갈등을 경험하는 등 다양한 문제로 골치를 앓는다. 그 다양한 삶 속에서 즐거움을 주는 일이 있느냐라는 질문으로 이해한다면 좋겠다. 그렇다. 사는 게 재미있습니까?라는 질문은 삶의 질풍노도 속에서도 당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이 있습니까?라는 의미로 이해하면 좋겠다.     



1. 취미와 직업의 차이 

     

나는 다시 태어나면 피아노 치지 않을 거야     


음대에서 피아노를 전공하고 음대 교수로 재직하는 고등학교 동창의 고백이다. 고등학교 때 나 역시 음악 전공을 생각하며 피아노 공부를 하고 있었지만, 자발적인 선택이 아니었기에 뒷심이 부족했고 결국 도중에 하차를 했다. 반면 그 친구는 음대를 들어갔고 꽤 잘 나가는 음악인이 되었다. 그런데 그런 친구의 입에서 이런 고백이 나올 줄은...  

    

이유는 나이가 들면서, 정기적으로 하는 독주회, 음악회에서 악보를 외우는 것에 대한 부담이 크다고 했다. 다시 말해서 그에게 음악은 직업이고, 요구되는 수준이 주는 압박감은 음악을 즐기는데 방해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다.   

   

반면, 음악 전공을 중도 포기했던 나는 한참 다른 길을 돌아 시간이 생길 때마다 여우가 고향으로 머리를 두듯, 피아노 앞으로 이끌려 이전에 치던 곡들을 더듬어 쳐본다. 결혼, 육아, 직장생활, 그 험난한 시간을 지나 은퇴를 하고 나서 제일 하고 싶은 일 중의 하나가 좋아하던 피아노곡 연주를 나름대로 완성해 보고 싶은 것이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피아노 앞에 앉아 보고 그 시간을 즐기게 된다.     

 

직업인 사람에게 부담이 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는 즐거움이 된다. 내게 음악은 직업이 아니고 취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취미는 무엇인가?  

    

취미趣味는 사전풀이에 의하면 전문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즐기기 위하여 하는 일을 뜻한다. 

한자어 趣(향할 취), 味(맛 미) 무슨 뜻일까? 맛으로 향한다. 즐거움으로 향한다. 즉, 즐거움을 지향한다는 뜻으로 볼 수 있겠다. 국어사전이든, 한자어든 취미의 핵심은 즐거움이다. 


취미를 뜻하는 영어 단어 hobby는 영국, 핀란드 등의 유럽에서 아이들의 놀이도구로 사용되는 소품인 hobby-horse에서 유래한다. hobby horse는 막대 끝에 말머리를 달아 어린이가 타고 노는 목마를 지칭 하는데, 주로 여가시간을 보낼 때 하는 놀이의 의미였다.   

  

 

hobby horse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취미와 관련한 다양한 언어의 저변을 흐르는 공통점은 일이 아닌 즐거운 놀이라고 할 수 있다.  


  

 2. 취미는 꼭 필요한가?        


지금 내게 삶이 재미있냐고 묻는다면, 서슴지 않고 예라고 대답할 수 있다. 그 이유는 힘든 일이 없어서가 아니라, 힘든 상황이지만 내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있기 때문이다.  첫째는 운명적인 나의 즐거움 음악 때문이고, 둘째는 최근에 즐거움을 맛보기 시작한 글쓰기 때문이다. 


스포츠광인 남편, 그리고 아들을 보며 나도 스포츠에 관심을 가져보려 했으나 아무리 해도 나는 스포츠에서 즐거움을 갖는 것은 힘이 든다. 수영도 의무감에서 배웠고 , 탁구도 조금 배워보려 했지만 지속이 되지 않았고 테니스는 아예 체력적으로 접근조차 못했다. 그러나 음악과의 인연은 결코 끊어지지 않는다. 그 이유는 즐겁기 때문이다. 내게 즐거움을 주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즐거운 놀이의 의미를 갖는 취미는 삶의 필수 요소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취미는 팍팍하고 힘든 삶을 이어갈 수 있게 하는 동아줄이 되어 삶에 활력을 주고 윤택하게 한다.  


나는 많은 의무에서 벗어나 지금은 어떤 일이든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다. 다행히 가능하면 즐거운 일에 집중하며 지내려고 한다. 그러나 일에 치여 살던 시절에 취미란 언감생심이었다. 


다시 그 시절로 돌아가면 어떻게 할까? 그리고 지금 치열하게 바쁜 삶을 사는 사람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뜻이 있으면 길이 있지 않을까? 자기 자신을 위해 자신의 즐거움을 위해 숨통을 틀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의 여백을 꼭 가지면 좋겠다. 꼭 많은 시간, 비싼 비용이 들지 않더라도 자기만의 가능한 방법으로 삶의 기쁨을 누릴 수 있는 길이 있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육아와 가사라는 표시도 나지 않은 일을 해야 하는 엄마들, 주부들에게는 즐거움을 위한 자신만의 시간을 갖는 것이 쉽지 않다. 스스로의 인식과 더불어 주변의 이해와 협조가 더더욱 필요하다. 지나간 시절을 돌이켜볼 때 나는 이 점에서 아쉬움이 많다. 그러나 어쩌겠나! 이미 지나간 시간인 것을....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취미는 선택이라기보다 필수다. 삶을 제대로 살기 위해 즐거움이 동반되지 않는다면 생기를 잃은 삶이 되기 쉽다. 



3. 취미는 흉내 낼 수 있는가?  


자신에게 즐거움을 주는 일은 개개인마다 다르다. 강요할 수 없다. 어떤 면에서는 운명적이다. 그런 면에서 취미는 자신의 어떠함을 드러내는 정체성이다. 정체성! 같은 가족이면서도 각자가 좋아하는 취향이 다른 것을 보면 신기하기 그지없다. 누가 가르쳐주는 것 아니라 그저 타고나는 것 같다. 


그러니 취미가 없다는 말은 자신이 어떠한 사람인지를 분명하게 모른다는 말과도 일맥상통하는 것 같다. 자주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르겠어요."라는 고백을 듣는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서 기쁨을 발견하는지를 제대로 알 때, 진짜 자기 삶을 살 수 있다. 나는 지금도 정말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디서 즐거움을 발견하는지 온 감각으로 찾고 있다. 아직 모르는 내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정리해보면,

취미는 삶의 필수 요소이다. 

취미는 자기의 어떠함을 드러내는 운명적인 것이다. 

취미를 갖고 즐긴다는 것은 자기의 삶을 즐기는 것이다. 






먹고사는 것 이상으로 본질과 맞닿아있는 취미를 생각해보았습니다. 

결코 가볍게 여길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간 많고 돈 많고 여유 있는 사람들의 사치하고 거리가 있습니다. 


진짜 취미는 

진짜 자기이니까요. 


그래서 다시 질문해보아요. 


당신의 삶은 재미있나요? 

당신은 취미를 갖고 즐기고 있나요? 


상대의 취미를 살펴보면 그 사람의 고귀함도 알 수 있다. 

올더스 헉슬리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 갑니다. 이번 달 주제는 < 취미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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