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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Jan 28. 2024

미래의 이맘때의 풍경

around this time in the future 


간혹 포털사이트에서 연동된 과거의 사진을 추억사진이라며 보내오는 경우가 있다. 참 똑똑한 지능들의 소유자이기도 하지! 생각도 않다가 별안간 3년 전, 5년 전, 혹은 더 이전으로 거슬러 올라간 시간의 사진들 앞에서 반갑기도 놀라기도 하며 아스라이 추억에 빠져들기도 한다. 그런데 돌연한 즐거움 한가운데 이상한 감정을 발견하게 된다. 당연히 한참 이전의 사진이니 그때의 사람들은 더 젊고 더 어린 모습이다. 당시에 익숙했던 모습이 시간이 지나 바라보니 낯설다. 훌쩍 자라 성숙한 어른이 된 사람도 있고, 이전의 모습은 온데간데없이 호호백발노인이 다 된 분도 있고, 그사이 유명을 달리하신 분도 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이렇게 많은 변화를 가져오다니!! 사진 앞에서 온갖 감상이 다 흐른다. 무엇보다 나 자신의 모습을 보며 놀랐다. 그렇게 젊고 싱싱하다니!!    

 

10년 전 사진 속의 나는 이맘때 퀼트에 몰두하고 있었다. 한 땀 한 땀 세밀한 수작업을 해야 하는 퀼트를 그만둔 지는 오래되었다. 언제부턴가 눈이 침침해졌기 때문이다. 퀼트를 막 배우기 시작하던 그때의 나는 조각조각 자른 천을 바닥에 두고 배치하고 짜깁기하여 멋진 가방을 만드느라 밤을 새우기도 할 정도로 열정이 넘쳤다. 하나 만드는 것도 힘든 가방을 몇 개씩 만들어 선물도 하던 젊은 날을 회상하니 만감이 교차한다. 문득 그 당시의 내게 10년 후의 내 모습을 물어보았다.       


10년 후 어떤 모습이 되어 있을 것 같니?      


아! 과거의 나로부터 대답을 듣고, 나는 희미한 탄성을 지를 수밖에 없다. 지금의 내 모습은 10년 전의 내가 바라던 10년 후의 모습이 아니다. 예상밖의 많은 변수들이 생겼다. 개인적인 경우도 있고, 지역적인 경우도 있고, 전 세계적인 경우도 있다. 여러 가지 변수에 의해 내가 처한 상황들은 어떤 부분에서는 뒤틀려 있고, 그 속에서 나는 방황하고 있고, 앞으로 나아가지도 못하며 빙빙 돌고 있기도 하다. 내가 어찌할 수 없는 외적인 변수를 제외하고 순전히 나에게서 비롯한 이유는 무엇일까 생각해 보았다.    

  

과거의 시점에서 내가 품은 미래가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그 미래가 내가 품은 미래가 아니라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러니까 주변사람들에 의해, 혹은 멋진 어떤 사람들의 말에 의해, 혹은 책에서 주워들은 뭐 온갖 잡동사니의 산물이었는지도 모른다. 그것은 희미하게 멋스러워 보였지만, 정작 내가 품은 진짜 미래는 아니었다. 내가 품은 진짜 미래는 없었다. 신기루처럼 반짝이다 형체도 없이 사라졌다.     


과거 이맘때의 풍경을 떠올리며, 나는 미래 이맘때의 풍경을 떠올리고 싶어졌다. 5년 혹은 10년 후 나는 이맘때 어떤 풍경 속에 있을까? 이제는 내가 품는 미래를 그려보고 싶다. 누군가에 의해 품어진 미래가 아니라, 내가 스스로 품은 그 미래라면  이미 실현되었는지도 모른다. 저만치 저곳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조용히 눈을 감고 

미래 이맘때의 풍경을 그려본다.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팀라이트 매거진에는 매월 한 가지 주제를 선정하여 각양각색 이야기를 작가님들의 다른 시선과 색깔로 담아갑니다. 

1월의 주제는 <이맘때 떠오르는 풍경>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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