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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모다 May 25. 2021

내게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지?

제2의 인생 시작, 브런치 글쓰기와 함께



책 읽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던 나는 자연스럽게 글쓰기도 소질이 없었던 것 같다. 그러던 내가 자발적으로 책을 읽고 쓰기 시작한 건 인생에 대한 질문이 생기고부터였다. 대학을 가기까지는 대학이 목표였으나 막상 목표지점에 도달하고 나니 내면의 질문들이 올라왔다. “나는 누구인가?” , “나는 어디로 가는가?” 하는 철학적인 질문을 만나면서 이리저리 흔들렸다. 


관념에 갇혀있던 사유들은 결혼과 더불어 구름 속에 갇히지 않고 몸과 땅의 문제가 되었다. 알 수 없는 수렁 같은 질척임에서  벗어나기 위해 아니, 살기 위해 사람들의 이야기를 읽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의 답답함을 글로 쓰기 시작했다. 노트북은 참을성이 있었다. 사람들은 내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았지만 노트북 자판에 쏟아내는 내 말들은 안전했다. 그게 다였다.  “ 내 이야기를 소설로 쓰면 몇 권이 될 것이야” 하는 어른들의 말에 공감하며 답도 없는 글을 써댔다. 그렇게 나의 읽기와 쓰기가 나의 친구가 되기 시작했다. 


나이 40이면 불혹(不惑)이고 50이면 지천명(知天命) 60이면 이순(耳順)이라고 배우던 학생 시절에는 그 정도의 나이가 된 사람들은 다 자란, 그래서 인생의 답을 아는 사람들로 보였다. 까마득하게 보이던 그 어른의 자리에 도달했음에도 여전히 인생이 뭔지 내가 어디로 가는지 손에 잘 잡히지 않는 답답함은 여전하다. 



50대 주부 SNS 글쓰기 시작 


일상을 묶여버린 코로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져버린 공백의 시간에 시작한 글쓰기였다. 아날로그에 익숙한 틀을 벗어나 SNS 세상으로 문을 두드렸다. 두렵고 설레면서 조금씩 글을 썼다. 누군가는 볼 수도 있는 글이지만 전적으로 나를 위해 썼다. 내 일상, 내 느낌, 내 경험을 써나가는 과정에서 일기장에 기록하는 것과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많은 사람들 틈에 진짜 내 모습을 감추고 그들의 언어로 그들의 삶을 흉내 내며 살다 알 수 없는 공허감을 안고 돌아올 때 느끼던 피곤함과 불편함. 그것의 이유를  나 자신이나 타인에게 돌리면서 정작 내가 소외되고 있는지 몰랐다. 그랬던 나였는데 비로소 글을 쓰면서 그야말로 아무도 읽지 않을 수도 있는 글을 쓰면서 내 앞에 솔직하며 내 앞에서 긴장하며 내 감정을 만나기 시작했다. 나는 그걸 치유라는 단어로 이해했는데 지금 보면 그건 내가 되어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다. 



나를 좀 더 끌어올릴 수 없을까? 



어디선가 딜레마 같은 것에 빠졌다. 나를 더 표현하는데 제동이 걸렸다. 뭔가 새로운 자극이 필요했다. 그때 '글로모인사이’를 만나게 되었다. 그야말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같은 주제로 쓴 글들을 모아 책을 만드는 기획이다. 내 인생 버킷리스트에 있는 책 한 권 내기는 묘연하기만 한 일이었는데 요즘에는 책을 쓰는 것의 문턱이 많이 낮아졌단다. 책은 둘째치고 일단 글을 쓰기 위해 시작했다. 정해진 시간 안에 글을 써야 하는 틀 속에 집어넣어 스스로 글쓰기의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렇게 하여 몇 꼭지의 글이 탄생하고 각각의 글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탄생했다. 내가 책을 쓰다니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https://www.bookk.co.kr/book/view/110797


글을 쓴다는 것은 삶을 쓴다는 것 

내가 운이 좋았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 글쓰기를 좋아하고 즐기는 사람들을 통해 그야말로 글쓰기 초보자가 겁도 없이 그 여정에 올라탔으니 중간에 내릴 수도 없었다. 댕글댕글 매달려있던 질문들 앞에 오롯이 서게 되었다. 피할 수 없었다. 무질서하게 흩어져있던 생각들을 꺼내어 이리저리 맞추는 작업이 시작되었다. 내가 얼마나 생각에 게으른지를 알게 되었다. 내 생각이라는 것이 내 것이 아니라 그저 그동안 주워들은 이야기들을 내 생각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것도 발견했다. 내 삶을 훑어내리면서 불편한 감정을 만나고 머물며 알 수 없었던 불편함의 정체를 만나고 해방되기도 했다. 글쓰기는 구원의 과정이었다. 그리고 그 구원의 과정은 지금도 매일매일 이어지고 있다. 내 숨이 붙어있어 글을 쓸 수 있을 때까지 글을 쓰리라. 왜냐면 그것이 결국 나를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책을 마무리하며 브런치에 신청했다. 그야말로 60이 다 되어가고 내놓을 만한 근사한 것 없는,  엣지 없는 내 삶에 무슨 이야기가 있을까? 그런데 그 엣지 없는 나의 삶이 무궁무진한 이야기의 우물이 된다는 것을 발견했다. 왜? 그 누구도 살아오지 못한 나만의 독특한 삶이니까. 그래서 용기를 냈다. 여전히 알 수 없는 인생이지만 살아온 그리고 앞으로 살아갈 내 이야기를 소재로 글쓰기에 도전장을 냈다. 한 번에 합격소식을 받다니!!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거지? 





또 다른 나의 공명을 듣고 싶다 



바이올린은 4개의 현으로 되어있다.  G솔, D레, A라, E미.  각 현은 그 자체로 자신의 음이 있지만 손가락을 짚는 위치에 따라 다른 음을 낸다. 그 내는 음이 다른 줄의 개방현과 같은 음일 때 현이 진동한다. 공명! 공명하는 진동을 볼 때 묘한 희열이 생긴다. 우리네 삶도 마찬가지다. 나의 소리에 네가, 너의 소리에 내가 같은 울림을 할 때의 기쁨이 있다. 내 소리에 네가 떨고 그 너의 떨림에 내가 떨릴 수 있으면 좋겠다. 



그전의 삶이 타인의 삶이었다면 이제 열리는 제2의 인생은 온전히 나 자신의 삶이다. 그것을 가능하게 해 준 것 중의 하나가 바로 글쓰기다. 글쓰기의 좋은 플랫폼인 브런치 글쓰기와 함께 내 인생을 쓰는 설레는 여정을 시작한다. 나와 같은 그 누군가 망설임의 자리에 있다면 지금 당장 삶의 구원을 이루는 글쓰기의 여정에 오르기를 살며시 빌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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