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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 에이치 Dec 08. 2023

2023 따스히 돌아보고 뜨겁게 계획하기: KPT 회고

KPT 회고 방법론을 적용해 기분 좋게 한해 마무리

한해 동안 무엇을 했는지 떠올려보자. 바쁘게 살아온 것 같은데 막상 머릿속에 떠오르는 건 한 두 가지의 이벤트 정도뿐일 수 있다. 올해도 별일 없이 보낸 것 같아 허탈하다면, 당신에게는 회고가 꼭 필요하다. 열심히 산다고 의미 있는 삶이 되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가치를 부여하는 시간을 가져야 의미 있는 삶을 살아갈 수 있다. 


회고의 목적과 효능


회고, 어떤 점이 좋을까

회고의 목적은 한해를 어떻게 보냈는지 되짚어보며 잘 마무리하고 다음 해를 어떻게 보낼 것인가 개선점을 찾아보는 데 있다. 한해를 살아낸 나 자신에 대해 어떤 말이라도 해주려면 되돌아보아야 한다. 되돌아보다 보면 아쉬운 점들이 눈에 보이고, 고치고 싶어 진다. 하지만 개선점을 찾는 데에만 집중해서 나를 책잡는 데 몰두하지는 말자. 올해의 나를 토닥여주고 내년의 나에게는 어떤 용기의 말이 필요한지 찾는 게 가장 중요하다.


회고의 가장 큰 효능은 장기적 관점에서 나를 이해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이다. 숏 폼 콘텐츠가 범람하는 산만의 시대를 살다 보면 인생마저 쇼츠처럼 소비하게 된다. 회고는 편집과 재구성의 과정이다. 회고를 하면 하루하루가 일 년의 내러티브가 되고 인생이 쇼츠가 아닌 영화가 된다.


회고의 3단계


결국 회고는 영화를 만드는 과정이다. 그리고 나는 우리의 영화가 좀 더 따듯하고 희망적이면 좋겠다.


작년의 나를 따스하게 안아주고 내년의 나에게는 새로운 용기를 심어주려면 어떻게 회고해야 할까? 쉽게 적용할 수 있는 회고 방법을 3단계로 제안한다.


1. 한 일들을 수집하고 요약하기

2. 따뜻한 말로 KPT 작성하기

3. 뜨거운 한 문장으로 응축하기


필요한 준비물은 펜과 종이, 스마트폰이 전부다. 두세 시간의 시간에 캐럴을 곁들이면 완벽하다. 수집하고, 모아 넣고, 정리하는 일련의 작업을 통해서 한해 동안 내가 어떻게 힘들여 살았는지 느껴보자.


1. 한 일들을 수집하고 요약하기


수집과 나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어떤 사건들이 있었는지 시간 순으로 추적해 보는 것이다. 일기를 읽어보면 가장 좋겠지만 없더라도 막막해하지 말고 스마트폰을 꺼내보자. 사진첩과 캘린더와 같이 어느새 쌓여있는 추억거리들을 살펴보자. 좀 더 세심히 나의 한해의 사건들을 디깅 해보려면 이메일이나 카카오톡을 훑어봐도 좋다. 월별로 어디를 갔는지, 누구를 만났는지, 무슨 일을 했는지, 어떤 책을 읽었는지를 쭉 나열한다.


표로 요약


나열을 하다 보면, 아래와 같이 주제별로 모을 수 있는 것들이 눈에 띌 것이다. 


2023년 한 일 요약표

나는 Career, Social, Study, Writing, Reading이 큰 주제어였고, 세부 활동 중 반복적인 것들을 별도로 묶어서 월별로 기록했다. 이렇게 표로 만들어보는 것만으로도 1년을 한눈에 파악하게 된다.


2023 키워드 선정


월별로 어떤 일을 했는지 주제어별로 정돈한 것을 기반으로, 한해 나의 Keyword도 뽑아 보자. 순식간에 한해를 요약해 볼 수 있다.


2023 키워드 선정

나는 키워드들을 뽑고 그것을 다시 뭉쳐서 네 가지 영역으로 만들었다. 나의 2023년은 "독서", "글쓰기", "스터디", "프로젝트"의 한해였다.


인생 곡선 그려보기


2023 인생 곡선

여유가 된다면, 인생 곡선을 그려봐도 좋다. 월별 활동을 기록하다 보면 한 달 한 달을 어떻게 보냈는지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1월은 참 바쁘고 피곤했고, 4월은 참 재밌었고, 연말 들어서는 기력이 부족했던 것 같다. 이러한 무드의 변화를 시각적화 하기에 나만의 인생 곡선이 효과적이다나는 내 나름대로의 평가 기준 세 가지(생산성재미건강)를 세워서 달 별로 점수를 줘보았다. 그래프를 그려 보고 나니 확실히 알게 되었다. 생산성과 재미, 건강이라는 세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는 없었다는 사실을...


회고 1단계를 요약하면, 내 흔적들을 그러모아서 월별로 어떤 것을 했는지 하나의 표로 정리해 보고 키워드를 뽑는다.


2. 따뜻한 말로 KPT 작성하기


요약만으로는 아쉬워 한 발 더 나아가고 싶다면, KPT를 작성해 보자. 


KPT 회고법 (Retrospective Method KPT)

KPT 회고법은 애자일 조직에서 팀의 활동들과 팀원의 감정과 생각을 Keep, Problem, Try라는 세 가지 관점에서 공유함으로써 앞으로의 액션 아이템을 논의하는 데 효과적인 방법론이다.


키워드를 선정했으니, 키워드에 맞추어 활동들을 모아보고, 각 키워드별로 KPT를 작성한다.


키워드 - 활동 정리 - KPT 작성

2023 키워드별 활동 살펴보기


KPT는 내가 중요하게 생각한 활동에 집중해 진행하면 된다. 선정한 키워드별로 주요 활동은 무엇이 있었는지 쭉 둘러보자. 앞서 정리한 요약표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다. 나는 각 키워드별로 어떤 활동을 했고, 이것이 생산성재미건강 중 어떤 성격에 해당하는 활동인지 색으로 구분 지어보았다. 


KPT 작성하기


아래 세 가지 측면에서 되돌아보며 느낀 점들을 작성한다.

Keep : 잘하고 있는 점. 계속 유지하고 지켜 나갈 부분.

Problem : 문제 사항이나 변화가 필요한 지점.

Try : 잘하고 있는 점의 개선이나 문제 해결을 위해서 필요한 시도.


잘한 일에 대해서 칭찬하고, 아쉬웠던 부분에 대해서는 위로해 주고, 다음번을 응원하는 말을 적으면 된다.


KPT 작성 시 유의점


KPT를 작성하다 보면 Problem만 한 다발 적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될 수 있다. 스스로를 너무 몰아붙이지 말자. 과거를 돌아볼 때 우리는 우리의 노고를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해 스스로에게 잔인하게 굴곤 한다. 매일 출근해서 책임을 다하는 것, 친구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는 것, 가족들을 살뜰히 챙기는 것과 같이 일상적인 일도 중요하고 칭찬할 가치가 있다. 나에게도 후하게 칭찬을 해주자. 무엇보다도 칭찬할 점(Keep)을 충실히 작성해야 내가 언제, 어떻게, 왜 행동하는 사람인지 잘 이해할 수 있다. 내 행동을 잘 이해해야만 진짜 문제(Problem)가 보이고, 현실적인 다짐(Try)을 끌어낼 수 있다. 


우리가 회고를 하는 건, 채찍질을 위해서가 아니라 지난날의 나에게 축하의 꽃다발을 선사하고 나의 앞 길에 꽃잎 뿌려주기 위함이라는 걸 기억해야 한다. 따뜻하고 너그러워지자.


3. 뜨거운 한 문장으로 응축하기


회고의 최종적 목적은 다음 행동의 설계에 있다. 지금까지 곱씹어본 나의 한해를 다음 해의 에너지로 만들기 위해서는 응축이 필요하다. 무언가를 결심하고 실행하는 데 많은 말이 필요하지는 않다. 잘 설계한 한마디의 결언이면 충분하다.


KPT 리스트 통합과 재구성

KPT 리스트 통합


우선 키워드별로 고심해 뽑아두었던 KPT리스트를 한데 모은다. Keep, Problem, Try 끼리 모아 나열하면 되는데, 이렇게 그저 나열하는 것만으로도 훌륭한 2023 KPT 리스트가 된다. 내가 선정한 최고의 키워드들에 대한 Good point, Pain point, Action item이 모두 담겨있다.


KPT 재구성


통합된 KPT 리스트가 만들어졌다면 메시지를 발견해내야 한다. 찬찬히 읽어보며 좀 더 거시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면서 공통되는 내용이나 중심이 되는 내용들을 찾는다. 비슷한 것끼리 붙여보고 순서도 바꾸어 보다 보면 큰 덩어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각 리스트별로 2~3가지의 중심 내용으로 묶어 요약해 보자. 단어로 요약해도 좋고, 문장으로 만들어도 좋다. 재구성이라고 해서 화려한 기술을 요하지 않는다. 순서를 바꿔보며 비슷한 것은 묶어주고, 대표할 말을 찾아주면 된다.


'2023년의 나'와 마주 보기


남은 과정은 과거의 나를 바라보는 시간을 갖는 것이다. 재구성한 KPT를 보며 한해 간 어떤 것을 잘 해냈고, 어떤 문제를 겪었고, 왜 극복하지 못했는지 생각해 보자. 


내 경우는...

개인적 원칙(모닝 루틴, 업무 신념)을 잘 지켜가며 생활한 점, 다양한 커뮤니티(글쓰기, 독서, 스터디)에서 활동한 점과 기록에 좀 더 정성을 들인 점이 참 마음에 드는 한해였다. (Keep)

다만, 제대로 된 우선순위 없이 즉흥적으로 결정 내려서 학습 활동이 무척 부족했던 점, 퇴근 후 시간 루틴이 없어 버려진 시간이 많았던 점, 구체적인 계획 없이 중구난방으로 학습한 점이 문제로 느껴졌다. (Problem)

그래서 앞으로는 선택 기준에 대한 명확한 기준으로 시간 품질을 꼭 생각해 보고, 계획을 성취하기 위한 시간 투입을 루틴화하고 자동화를 통해 시간을 절약해 보기로 했다. (Try)


이렇게 생각해 보면, 정말 정말 박수 쳐주고 싶은 점도 보이고 너무 너무 아쉬운 점도 한 가지씩이 보인다. 나는 올해, 다양한 사람들과 즐겁고 행복하게 지냈지만 학습 시간이 많이 부족했다.


'2024년의 나'에게 방향 제시하기


'2023년의 나'의 메시지를 잘 수신했다면, 2024년의 나에게 알려주자. 내년은 '이것'에 좀 더 집중하자고.


우선순위 재설정

내년 우선순위부터 재설정해보자. 나는 내년 나의 키워드로 '스터디'를 꼽았다. 올 한해 사람들과 교류하며 글쓰기도 하고, 일도 열심히 하고, 책도 많이 읽고 다 너무 좋았는데, 공부를 너무 못한 것 같다. 당장 필요한 지식도 채워 넣지 못한 것 같아서 그게 못내 아쉽다. 내년의 나는 좀 더 학구적이기를! 


2024 최우선 과제

우선순위만 정해두고 액션에 대해서 말하지 않으면 허전하다. 영역별로 이것만큼은 놓치지 않고 꼭 해내고 싶은 것들을 1-2가지만 리스트업 한다. 줄이고 줄여서, 가장 중요한 것으로만 압축해 계획을 꾸리자. 액션 아이템을 줄이는 작업은 무척 중요하다. 모든 걸 다 하겠다는 말은 아무것도 끝내지 않겠다는 말과 같다.


마지막, 하나의 Mantra


마무리로 2024년의 내가 마음에 늘 품고 살기를 바라는 문장 하나를 꼽는다. 나는 매해 만트라를 정해서 여기저기 적어두기도 하고, 스트레스 상황에 봉착했을 때 읊조려보곤 한다. 말 하나의 힘은 크다. 특히 힘든 순간 나를 위해 준비해둔 말이 있다는 건 참 든든하다. 그러니 마련해 두자.


올해를 되돌아보면서 내게 가장 해주고 싶은 말은 '잘했다'였다. 아쉬움도 분명 있지만, 그 당시 나에게는 최선이고 최대의 에너지였던 것 같다. 그래서 내년은 조금 더 영리하게 선택하고 실행하기로 마음 먹었다. 하고 싶은 일은 줄이고 해야 할 일에 집중하기로 한 만큼 여유로움이 줄고 스트레스가 늘어날 것 같아 걱정도 된다. 그래서 내년의 나에게는, 계획대로 결심대로 잘 되지 않아도 안심하고 침착하라고 말해주고 싶다. 진짜 최상의 목표는 잘해냄이 아니라 잘지냄, 나의 평화라고.


평화가 되어라, 평화를 주어라


2024년, 당신의 한마디가 궁금하다.


참조 & 영감을 준 글들:
1. Agile / Craftmanship / Management, Retrospective method KPT (원문)
2. KPT 회고하는 법, 회고에 대한 생각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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