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재수강은방학때 Oct 12. 2019

포르투 4일차

에필로그 - 순례길, 그 이후 이야기

40일차


포르투(Porto)


열시가 조금 안돼서 일어났다. 준비를 하고서는 곧장 아침 겸 점심을 먹으러 갔다. 둘째 날 아침 지나가면서 봤던, 사람들이 많이 있던 카페로 갔다. 유럽에서 인기 있다는 브런치 카페였는데, 분위기도 좋고, 맛도 있고, 직원들도 너무 발랄해서 기분 좋은 브런치를 먹었다.


그러고 나서 트램을 타러 다리 아래쪽으로 걸어가는데, 엄청 화려한 가게 안에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궁금한 마음에 들어가 봤더니, 엄청 화려한 통조림 가게였다. 20세기 초반에 만든 것부터 연도별로 벽에 통조림들이 가득했다.


바닷가로 가는 1번 트램을 탔다. 트램을 기다리면서 길게 늘어섰던 줄 옆에 동냥을 하던 사람이 한 명 있었는데, 트램이 출발할 때 기사님 옆에 자연스레 타는 모습이 어리둥절하고 신기했다.


트램은 앞길에 사람이나 차가 있을 때면 종소리를 울려댔고, 가끔 멈춰 서길 반복하며 바닷가로 향했다. 트램은 강과 바다가 맞닿는 지점에서 멈춰 섰다.

바다를 따라 걷기 시작했다. 중간중간 노점 구경도 하고, 해변가에서 놀던 사람들 구경도 하면서.

바다에 왔으니 발은 담그고 가야 한다는 일행 말에 가방을 내려놓고서는 차가운 바닷물에 들어가기도 했다.



도중에 아이스크림을 사서 입에 물고 계속 걸었다. 걷다 보니 해운대처럼 넓은 모래사장이 나왔다. 많은 사람들이 물놀이도 하고, 태닝도 하고, 서핑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근처에서는 중고등학생 정도로 보이는 아이들이 핸드볼 경기를 하고 있었다. 재밌겠다, 생각하면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다시 발걸음을 돌려 되돌아왔다.


출출해져서는 오는 길에 보았던, 이 가게 주인은 분명 부자일 거야, 하고 이야기했던 레스토랑으로 갔다. 창밖으로 바다를 바로 앞에 두고, 멋있는 디제이 아저씨가 음악을 틀어주는 곳에서 샐러드와 맥주를 시켜놓고 쉬었다.


돌아가는 트램을 기다리면서 노래를 들었다. 돌아가는 길에는 창가에 앉아 강을 바라보면서 가자며, 트램 하나를 그냥 떠나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음 트램이 왔고 창가에 앉아 바깥 구경을 하면서 갈 수 있었다.

바닷가에서 놀다가 집으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던 동네 아이들은 몰래 트램 뒤에 매달린 채 함께 갔다.


첫날 도착해서 문어다리를 먹었던 가게에 다시 갔다. 이 집이 원래 치킨 맛집이라 그랬는데 첫날 치킨을 안 시켰었기 때문에.

나름 맛있는, 약간 동네 장에서 파는 통닭 느낌이 나던 치킨을 먹고 바로 에그타르트 가게로 갔다.

오늘 갔던 타르트집은 제일 맛있다는 평을 듣던 가게였다. 에그타르트는 하나만 시키면 안 된다는 교훈에 따라 여섯 개를 주문했는데, 역시 맛은 있지만 너무 말캉말캉한 느낌이라 전날 갔던 가게에 내일 다시 가기로 했다.


오늘은 다리 아래 강가에서 야경을 보기로 했다. 강가를 따라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 춤을 추는 사람, 동상처럼 가만히 멈춰있던 사람도 있었다.

구두가게 아저씨는 동전통이 소리를 낼 때마다 망치로 구두를 세게 두 번 두들겼다.


다리를 건너가 강가 바로 옆에 위치한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거기서 샹그리아와 레모네이드를 시켜놓고 이야기를 나눴다.

일행은 내가 여태 써온 여행기를 한참 동안 읽었다.


어느새 사방에 어둠이 내려앉았고, 아까부터 계속 들려오던 공연 소리를 따라 걸음을 옮겼다. 거기에는 꽤 큰 무대가 있었는데 한 팀이 계속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유명한 커버곡들을 부르기도 하고, 포르투갈 노래를 부르기도 하면서.

구경하고 있던 많은 사람들은 온몸에 흥이 철철 넘치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스텝을 밟으면서 춤을 추기 시작하니까 한 두 명씩 그 사람을 보면서 춤을 따라 추기 시작했다. 그 어려운 스탭을 얼마나 잘 따라 추던지.


그렇게 오늘도 새벽 한시가 넘도록 밖에서 시간을 보내다가 숙소에 돌아왔다.

매거진의 이전글 포르투 3일차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