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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쓰임 Oct 24. 2023

엠지티안, MZ티안나게 살게3

점심시간, 낮잠 자도 될까요

점심시간은 개인에게 부여된 휴게시간이다. 그 시간을 마음대로 쓰는 건 개인의 자유이며, 지적할 이유도 없다. 문제는 점심시간의 개념에 대해 세대차이가 명확하게 드러난다는 점이다. 사실 난 낀 세대라 양쪽의 입장에 공감한다. A라는 엠지사원과 B라는 부장이 이런 대화를 나눈다.


B : 점심시간인데 오늘 다들 시켜먹을까?

A : 저는 괜찮습니다.(나는 먹지 않고 쉬겠습니다)

B :  왜? 밥 안먹어?

A : 아.. 예(안먹는다고요)

B : 밥은 먹어야지~ 뭐 시켜줄까?

A : 아 괜찮아요(안먹는다고!!! 그냥 좀 쉬게 두세요)

B : 아니~ 그래도 밥 먹어야지~


무한 반복. 매일 점심시간마다 벌어지는 우리 회사의 풍경이었다. 인정이 넘치는 부장과 자신의 시간을 방어하려는 사원과의 치열한 대화다. 분위기는 화기애애하다. 어느 한사람 지치지도 않는다. 물론 A의 외로운 싸움이다. B 부장은 때로 C 부장으로 대체될 때도 있고 D 과장이 대신할 때도 있다. 그들은 식사를 거르는 사원을 마음이 아파 도저히 두고 볼 수 없다. 그걸 지켜보는 답답한 나는 얘기한다.


어휴, 어머니들 또 밥맥일라하네요. 여러분 A는 여러분의 자식이 아닙니다요~


반은 진심이고 반은 농담이다. 아이가 있는 상사에게 MZ는 그들의 부모님뻘쯤 되는 이들이 많다. 습관적인 식사권유는 집안에서부터 이어진 습관이다. 그걸 어떻게 나쁘다고 말하겠는가. 사원의 입장에서도 어련히 연세드신 어른들이니 네가 좀 이해하라는 뜻으로 이렇게 둘러 말한다. 점심시간의 또다른 풍경은 그 시간을 보내는 공간에서 벌어진다. 내가 겪은 약 7~8명의 사원들 중 5명은 점심시간에 책상에 엎드려 수면을 취했다. 사무실의 걱정인형, 혹은 걱정을 빙자한 꼰대들은 그 모습을 가장 불편해 했다.


1. 어떻게 회사에서 낮잠을?

2. 어디가 아픈가?


내가 봤을 떈 둘 다 불편한 시선이다. 1번의 생각은 사실 대놓고 묻지 않는다. 그냥 아 저친구는 요즘 MZ세대들 하는 짓이랑 똑같네라고 생각해버리고 만다. 2번은 묻는다. 어디 아픈가? 쓸데없는 간섭이 또 이어진다. 분명한건 회사 내에서 낮잠을 자는 모습은 기성세대들에게 가장 낯설고 불편한 모습 중 하나라는거다. 점심을 거르는 것과는 또다른 문제다.


점심시간을 내맘대로 쓰는건 내 자유가 아닌가?


라고 생각하는 게 어느새 보편화된 입장이다. 나는 딱 두 가지를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1. 점심시간이라는 시간

2. 회사라는 공간


시간적으로는 점심시간이므로 자유가 맞다. 1번에는 반박할 여지가 없으나, 공간이라는 2번의 걸림돌이 생긴다. 휴게시설이 별도로 있는 곳이라면, 그곳에서 수면을 취하는게 맞다. 그러나 책상에서 점심시간에 엎드려 자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할까. 


자제하라. 상사는 엎드려 자는 당신의 모습을 절대 좋게 보지 않는다.


사람들은 쉬고 있는 당신을 나쁘게 보는게 아니다. '엎드려 있는' 형상을 나쁘게 보는거다. 회사는 당신의 근무지이기도 하지만, 오래 근무한 이들의 근무지이기도 하다. 침대 위에 신발을 신고 올라가는 불편함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들은 당신이 침대 위에 있는 걸 싫어하지 않는다. 문제는 신발을 신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쉬고 싶다? 그러면 주변에 슬며시 얘기하면 된다.


"저, 죄송한데 제가 몸이 너무 안좋은데 잠시만 엎드려 쉬어도 될까요?"


그냥 구구절절 설명하고 엎드려 자면 된다. 당신이 버릇없고 예의를 몰라서 엎드려 자는게 아니라, 분명한 이유가 있어서 쉬고 있음을 주변에 널리 알려라. 곁에 있는 누구 한 사람은 당신을 의심하는 사람을 향해 말해줄 것이다. "오늘 이친구가 아프대요~~ 쉿" 주 1회 정도는 충분히 써먹을 수 있다. 그러다보면 당신이 얘기하지 않아도 주변사람들에게 당신은 '저사람은 언제나 동의를 구하고 쉬는 몸이 허약한 사람이구나' 라는 이상한 심리적 안정감을 준다.


어떤 측면에서 시간은 개인의 자유가 중시되지만 공간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내 집에 들어갈 때 현관에서 신발을 벗고, 화장실에서는 화장실 실내화를 갈아신으며, 침대에 오르기 전에는 양말까지 벗어던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 허락을 구하라는 게 아니라 자신의 상황을 조금은 유리한 방향으로 설명하다보면 티안나게 자유를 누릴 수 있는 틈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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