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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구별건축가 Jan 16. 2017

어디가 시작인지, 어디가 끝인지

프롤로그

알수없는 길을 걷고 있다.

어디서부터가 시작이였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어디가 끝이였는지 알 수 없다.

단지 내가 인식했던 그 시점부터, 그리고 그 인식이 끝나는 시점까지를 기록하려고 할 뿐이다.

몇차례 글을 쓰려고 시도 했던 내용이였다.

현재진행형의 글을 적는다는게 어려웠다.

시시각각 변하는 생각들. 그리고 상황들. 사람과의 관계들.

모든게 낯설었고, 어려웠다.

인정하기 어려울때가 많아 잠 못 이룬적도 많다.


나는 태풍속으로 걸어들어가고 싶었다.

불어오는 바람의 변화를 인지했고, 곧 태풍이 불어닥칠것이라 직감했다.

거센 바람을 맞으며 굳굳히 걸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저 하늘 위로 날아가버리는 모습을 상상했다.

하지만, 결과부터 이야기 하자면 나는 태풍의 중심으로 걸어가지 못했다.

그리고 내가 가는 길이 어쩌면, 그 반대 방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속 걸었다...


박근혜 정부가 몰아온 창업열풍이,

국내 정치적 상황에 의해서 기획된 작품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저성장 시대에 우리가 취업 대신 선택할 수 있는 다른 선택지가 없기에,,,

라고 나는 생각 했다.

공무원 시험은 대학을 떨어졌을때 고민했다가 이미 포기한 선택지였다.

그렇게 태풍처럼 불어오던 2014년의 광풍은,

2017년인 지금은 박근혜-최신실 게이트의 여파까지 겹쳐 미풍 아닌 역풍이 되어 버렸다.


한창 바람몰이를 하던 그때에는,

몇 십억을 투자 받았다는 작은 기업들이 한주에 하나씩은 신문기사에 소개되었다.

우리가 가끔 사용하는 앱을 만든 회사, 한번 살짝 열어보고는 이내 지워버렸던 서비스를 만들었던 회사가,

어느순간 경제면을 장식하고 갑자기 스타기업이 되는 것을 보면서,

사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저 먼 신데렐라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나도 저런 회사를 만드는 주인공이 되보고 싶다

라는 꿈을 꾸는 것도

선택된 자들만이 할 수 있는 것이였다.

그럼에도, 그런데, 어느 순간, 모두가 취업으로 향해 가던 그 길밖으로 내몰린 사람들이 있었다.

어차피 모두가 신데렐라가 될 수는 없는데,

그러면 우리는 또 이 연극의 무대에 끌어올려진 한명의 엑스트라가 되어야 하는 것인가?

피라미드를 만들기 위해 동원되었더 노예들은,

그들이 만든 거대한 무덤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했을까.

끝났다 집에가자

는 아니였을까.




이 브런치 매거진의 제목인,

"잠수함에 올라탄 청년"은,

현재진행중인 어떤 창업가의 이야기를 담고자 합니다.

처음부터 거대한 엔진을 달고 날아오르는 로켓이 아닌,

날아오르지 못하는 로켓.

그들은 모두 무용인 것일까요?

애초에 그들은 날아오르기 위한 것이 아니였을지도 모릅니다.

처음부터 그들은 가라앉기 위해 존재한 것이니까요.

스타트업 기업은 창업하자마자 급격한 성장세를 보이는 기업을 일컫는 말입니다.

조금 다른 지향점으로,

누구보다 잘 가라앉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기업을 잠수함이라고 부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잠수함은 처음부터 가라앉을 목적으로 시작했기에, 가라앉는다고 해서 멈추지 않습니다.

더 깊은 곳으로 향합니다.

깊이 갈 수록 더 오래 갈수도 있고, 깊이 갈 수록 더 멀리 갈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애초에 가라 앉기 위해 시작했습니다.

로켓을 타다가 추락했다면, 낙하산으로 살아남을 수는 있겠지만, 다시 올라 갈수는 없습니다.

잠수함은 물이 새면 더 깊이 빠져들어 갑니다.

깊으면 깊을 수록 목적은 달성되는 것입니다.

실패가 과정이고, 실패가 흐름이며, 실패가 그 목적한 바를 향한 진짜 길이라면,

굳이 날아가려 애쓸 필요가 있을까요.

우리가 애쓰는 것은, 거대한 돌을 쌓아올리는 것도, 불타는 엔진을 세우는 것도 아닙니다.


취업전선으로 등떠밀리지 못해, 창업전선에 등떠밀려야 했던, 30대들에게 바칩니다.

 

(프롤로그)

1화. 불발탄.

2화. 침몰한 돛단배.

3화. 날지 않는 로켓들이 향한 곳.

4화. 개체의 성장이 공고의 이익이 되는가.

5화. 배를 띄울 항구를 찾아서.

6화. 잠만경을 들어올려.

7화. 깊어가는 심도와 높아지는 수압.

8화. 레이더를 상실하다.

9화. 수면위를 배회하다.

10화. 잠수함은 바다가 아니면 무용이다.

(에필로그)


멋있게 10화까지의 제목을 지어봤습니다만, 쓰다보면 바뀔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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