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가 되고 싶다면
최근에 있었던 일들이다.
타일회사로 시작해서, 지금은 거의 인테리어 업계에서 인정하는 문화기획자가 된 대표님이, 디자인회사에서 중간관리자 육성하는 방법에 대한 워크샵에 참여한적이 있다고 하면서, 중간관리자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는 것을 봤다. 대부분의 대표들은 꿈꾼다. 좋은 중간관리자가 나 대신 회사를 끌고 나가 주기를...
시각 디자인 업계에 종사하다가 유명 유투버가 된 2명이 있는데, 클럽하우스에서 디자인을 그만둔 이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들어가보지는 못했지만, 대략 내용을 알것같은 이유는, 디자인이라는 업무가 용역 기반을 이루어지기 때문이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들하고 맥주한잔 하면서 나눈 이야기가 중간관리자를 찾기가 너무 어렵다는 것과 용역 기반의 일을 하지 않을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것이었다.
사업을 하면, 사장이 되면, 대표가 되면, 멋있고 돈 잘벌고 편할거라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그나마 직원이 한명도 없을때는 차라리 마음은 편했던거 같다.
혼자 일하면 어떻게든 나 먹고 살 돈은 벌어지더라.
직원이 조금씩 늘어가다가 처음 한계가 오는 시기는 4~5명 일때이다.
정말 3~4명의 직원과 대표 한명이 꾸려나가는 회사에서 대표는 노예나 다름없다.
기획부터 수주, 홍보, 재무, 인사관리, 용역 업무 관리, 직원들 휴가 챙기고, 컴퓨터 고장나면 컴퓨터도 주문해야한다.
이런 상황에서 정말 좋은 용역 서비스가 가능할리 없다.
바로 이때부터 중간관리자가 필요해지는 것이다.
우리가 하는 일이 용역 기반으로 진행되다 보니, 일이 많아지기 시작하면 여러가지 프로젝트에서 다양하게 들어오는 ‘갑’의 요구사항들을 적절히 대응하면서,
필요한 업무를 처리하면서, 새로운 일을 수주하는 것은 한명이 하기에는 버거운 것이다.
하지만, 어찌어찌 중간관리자를 찾아서 자리에 앉혀 놓으면, 중간관리자와 대표와의 트러블이 발생하는 경우가 종종있다.
중간관리자 입장에서는 본인이 회사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고, 회사의 중심인 듯 생각하지만,
대표입장에서는 말그대로 중간에서 관리만 하는 사람이라 느껴질 수 있다.
실제로 일은 그 밑에 관리를 받고 있는 직원들이 대부분 하는데,
월급을 많이 받아가는 중간관리자에게 대표는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재단하고 싶어 지는 것이다.
물론, 이렇게 해서 중간관리자와의 관계가 틀어지면 회사는 바로 휘청거리기 쉽다.
이미 무거운 짐을 이고 가고 있는 상황에서 허리가 부러지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또 중간관리자가 있으면, 대표는 수주만 하면 될거 같지만, 실상 대표는 중간관리자를 관리해야 하는 상황이 많이 생기게 되고, 이는 신뢰가 무너지는 결과로 이어진다.
이럴때 아쉽지만, 서로 잘 협력해나가면서 회사를 조금씩 단단하게 만들어 간다면 다행일테지만,
또 많은 경우에는 중간관리자를 해고하고 3~4명의 소규모로 운영 철학을 바꾸고 소극적으로 변모하고 만다.
그러다 결국 혼자 남은 대표는 프리랜서로 은퇴할때까지 버티다, 오피스텔 월세라도 받으면 해피엔딩일지도...
용역 기반으로 일을 하는 많은 회사의 대표님들은,
단단한 용역 피라미드를 만들고 싶어하지만,
이 피라미드가 완성되고 나면, 그 위에는 파라오(‘갑’)가 언제나 존재하고,
수많은 피라미드 중 하나일 뿐이며,
단단해 보였던 피라미드는 잘못 괸 돌 하나에 의해 쉽게 무너지기도 한다.
결론은 용역 피라미드 자체를 탈출해야한다.
츠치야 서점을 기획 운영하는 CCC는 회사를 만드는 회사라는 모티브로 일한다.
회사를 이루는 모든 구성원이 기획자이다. 기획자는 업을 만들어내고, 그 업을 통해 매출이 발생하면 회사를 만들어독립한다.
물론 지분구조아래에서는 계속 CCC에 종속되어 있을지 모르지만,
모든 직원들은, 스스로가 할일을 만들어서 하게된다.
이런 구조가 용역 피라미드를 벗어난 형태라고 생각된다.
도쿄R부동산과는 조금 다른 유형이다. 도쿄R부동산은 투명한 용역 피라미드랄까...
CCC라는 회사의 직원들은 창업작가들이다.
업을 만드는 일을 하는 작가들.
용역 피라미드를 탈출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하루를 충실히 자신을 위해 사용하지만,
언제나 새로운 일을 기획하고, 수행하며, 결과를 만들어내고, 수익을 창출하고, 새로운 고용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러나 저러나 작가가 되어야한다.는 결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