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취미로 Nov 06. 2022

취미로 디제잉

EP02. 낮에는 한의대생, 밤에는 디제이


취미로 : 누구시죠?

이기은 : 이름은 이기은이고, 현재 한의대 본과 3학년입니다.

취미로 : 지금 상태가 굉장히 좋은데요?

이기은 : 시험 끝나서 친구들과 술 좀 마시고 온 상태입니다:)

한의대생으로써 본업에 충실하고 있는 기은의 모습.




취미로 : 기은이는 어떤 취미를 가지고 있지?

이기은 : 디제잉을 취미로 하고 있어. 완전 초보 입장에서 말하기에 민망하긴 한데..ㅎㅎ 디제이는 사람들의 흥을 돋우기 위해 다양한 음악을 모아서 틀어주는 역할을 하지. 요즘 유튜브에 출근길 플리, 노동요 플리 등 플레이 리스트가 굉장히 유행이잖아? 그런 플레이 리스트 영상은 대개 한 곡이 처음부터 끝까지 다 재생된 후에 다음 곡으로 넘어가. 반면 디제잉은 음악 전체를 틀기보다는 흥이 유지될 수 있도록 디제이가 선정한 구간을 재생하는 거야. 그리고 다음 곡과 적절히 섞일 수 있도록 믹싱 되는 부분도 정하고.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분위기가 이어지도록 돕는 셈이지!

무대에서 사람들의 흥을 불러일으키는 흥마법사 기은.




취미로 : 디제잉은 언제, 어떻게 시작한 거야?

이기은 : 작년 2월에 호기심에 원데이 클래스를 들었고, 본격적인 레슨은 작년 하반기에 처음 시작했어. 중간중간 시험 때문에 쉬긴 했지. 디제잉을 배우기로 마음먹은 계기는 마침 코로나로 인해 본과 2학년 수업이 전체 비대면으로 전환되었고 입학 이후 최대의 시간 여유가 생겨서야. 여름방학부터 가을까지 랩실 두 곳에서 연속으로 인턴 활동을 하느라 취미생활을 즐기고 싶기도 했어. 그리고 혹시라도 다음 학기 즉 본과 3학년 1학기 대면 수업이 시작된다면 너무 바빠질 것 같아서 망설일 시간이 없었지!

디제잉 레슨 첫날.




취미로 : 디제잉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어?

이기은 : 중학교 2학년 겨울 방학 때 라디오에서 Avicii – Hey brother를 우연히 들었어. 난 샤이니 종현을 매우 좋아해서 당시에 매일 밤마다 ‘푸른 밤 종현입니다를 챙겨 들었거든. 노래가 너무 좋길래 아비치가 누구지? 궁금증이 생겼고 다른 곡들도 찾아들어보면서 EDM에 점점 빠졌어. 전과목, 특히 수학 문제를 풀 때 무조건 EDM을 들으면서 공부했을 정도야. EDM을 즐기다 보니 성인이 되자마자 월드 디제이 페스티벌을 시작으로 다양한 페스티벌을 즐겼고, 디제잉에도 자연스럽게 관심이 생기면서 나도 해보면 어떨까 생각이 든 거지.

2018 월드클럽돔코리아 페스티벌을 즐기러온 기은.




취미로 : 오 그럼 EDM이 한의대 입학의 비결인가?

이기은 : 당시에는 EDM 덕분에 외부 소음을 차단할 수 있어서, 나름 집중력이 좋았던 것 같아. 사실 옆사람이 다리를 떨거나 기침을 하면  공부에 집중을 잘 못 하는 편인데 고등학교에선 그런 일들을 통제할 수 없으니까 음악 듣기가 최선이었지. 그런데 한의대에 온 이후에는 EDM을 들어도 집중이 안 되더라고... 갑자기 눈물이 나네.




취미로 : 디제잉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해?

이기은 : 디제잉은 혼자서, 함께 할 때의 매력이 달라. 개인적으로는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로 믹스셋을 완성했다는 뿌듯함을 느낄 수 있지. 혼자서 음악을 고르고, 플레이하고, 플레이 영상을 다시 확인하는 과정에서 마음을 어지럽히던 고민들을 잠시 잊을 수 있어. 그리고 남들과 함께할 때에는 다른 사람이 내가 튼 음악으로 인해서 즐거워할 때 너무 뿌듯해. 디제잉 이전에 즐겨왔던 취미는 글쓰기를 비롯해서 모두 혼자만의 즐거움을 위한 활동이었어. 요즘 살면서 처음으로 함께 웃고 즐기는 것 그리고 내가 타인에게 기쁨이 되는 것의 즐거움을 알아가는 중이야.

기은의 무대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




취미로 : 궁금한 게 디제이 분들이 삐끼삐끼? 하는 거랑 뭔가 만지고 있는 모습은 다 계산된 거야?

이기은 : 삐끼삐끼는 스크래치라는 기술인데 나는 잘 못 해ㅎㅎ 뭔가 돌리면서 조작하고 있는 건 EQ 믹싱을 이야기하는 것 같은데 나는 미리 계산해서 하지는 않아. EQ 믹싱은 쉽게 말하면 2개 이상의 음악이 적절하게 어우러질 수 있도록 상황에 맞게 하이, 미드, 로우를 조절하는 건데 이런 걸 잘하는 것도 실력이라고 할 수 있지.

디제잉 머신을 조작하는 기은 손놀림.




취미로 : 최근에 인스타 스토리를 보니까 친구들을 불러서 학교에서 음악을 틀던데 학교에서 어떻게 디제잉을 하고 있는지 설명해 줄래?

이기은 : 내가 학과 댄스 동아리에 속해 있는데, 동방을 안 쓸 때 디제잉 연습을 하고 있어. 그리고 학교에서 동아리 지원금을 받아서 디제잉 장비 구매에 돈을 일부 보탰지. 디제잉 장비는 입문용이라도 저렴하지는 않아서, 지원금을 위해 추가로 디제잉 동아리를 만든 거야. 내가 동아리까지 만들어서 (이것저것 신경 쓸 부분이 많아..)하고 있다는 게 좀 놀라워. 나는 내향적이기도 하고 학교에서 정말 조용하게 살았거든. 내가 그만큼 이 취미에 진심인 걸 알 수 있지.

대학교 동아리실에서 연습을 하고 있는 기은. 본과 3학년 성적과 맞바꾼 화려한 디제잉.

최근에 친구들을 부른 것은, 중간고사 공부가 너무 하기 싫어서ㅎㅎ 지하에서 친구들이 좋아하는 뉴진스나 르세라핌 노래를 틀어볼까 싶어서 소소하게 홍보를 해봤는데 10명 이상이 보러 왔어. 솔직히 좀 놀랐어. 애매한 시간대 기도 해서 기껏해야 3, 4명 정도 올 거라 생각했거든. 디제잉을 하기 전까지 나는 많은 사람과 함께 하는 걸 그렇게 선호하지 않았고 원래 그런 사람이라고 단정하며 살았는데, 이번에 많은 사람 앞에서 음악을 트니까 여러 사람과 어울리는 나의 모습을 새롭게 발견할 수 있었지.

학교에서 즉흥적으로 열었던 디제잉 무대. 친구들의 반응이 뜨겁다.




취미로 : 기은이는 외부에서도 무대를 하잖아. 무대 하면서 생각나는 에피소드 있어?

이기은 : 가끔 좋은 기회가 있었지. 첫 무대는 결혼식 뒤풀이로 모이는 사람들 앞에서 틀었어. 편하게 틀어도 된다는 말을 들었지만 나는 무척 긴장한 상태였어. 동시에 사람들이 내 음악에 관심을 가지기보다는 서로 이야기하느라 바쁘지 않을까 걱정도 했지. 근데 생각보다 사람들이 너무 즐겁게 음악을 들어주는 거야. 둠칫 둠칫 리듬을 타는 것은 물론이고 일어나서 앞에 나와 춤을 춘 분들도 있었어. 나도 덩달아 신이 났고, 앞으로도 이렇게 사람들 앞에서 계속 음악을 틀고 싶다고 생각했지. 요즘도 열심히 지인이나 커뮤니티를 통해 무대 기회를 찾아 조금씩 나아가고 있어.  

지속적으로 외부에서 무대를 서고 있는 기은.




취미로 :  디제잉을 입문하는 사람에게 조언을 한다면?

이기은 : 일단 해봐야 한다! 한 달이라도 직접 해봐야 내가 좋아할 수 있는 취미인지 알 수 있다고 생각해. 그리고 입문할 때 레슨을 받아야 할지 고민될 수 있는데 이에 대해서 사람들마다 의견이 갈려. 독학으로 디제잉을 하는 분들도 계시거든. 나는 바로 레슨을 받았기 때문에 레슨을 받는 것과 안 받은 것을 비교하긴 어려울 듯해. 그래도 나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다면 레슨을 받을 거야. 왜냐하면 처음부터 장비를 사기에는 부담스럽기 때문에 레슨을 통해서 장비를 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고,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는 점도 좋았어.

비대면 수업 기간에 서울에서 따로 연습실을 계약한 첫 날.




취미로 : 마지막으로 취미로에 출연하는 분들에게 하는 공통질문이야. 기은이에게 취미란?

이기은 : 미처 몰랐던 새로운 나와의 만남. 앞에서도 말했듯이 디제잉 덕분에 여러 사람 앞에서 무대를 하고, 동아리까지 만들어서 하고 있잖아? 그동안 생각했던 내 모습과 다른 나를 계속 발견하고 있어.

    무엇보다 내 가치관에도 영향을 줬어. 사실 나는 한의대에 들어오기 전에 글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었어. 우리나라에서 제일 좋은 국어국문학과에 합격도 했지. 그런데 미래에 대한 두려움과 현실적인 문제로 며칠 내내 고민하다가 한의대를 택했지. 19살의 선택에 있어서 스스로에게 큰 죄책감이 있었어. 진심으로 좋아하는 분야를 전공하고 직업으로 이어져야만 자아실현을 이뤄낼 수 있고, 그게 곧 행복한 삶의 필수 조건이라고 생각했거든. 그런데 지금은 그 강박에서 조금 벗어난 것 같아. 여전히 내가 좋아하고 잘하는 일로 먹고살고 싶긴 하지만, 업은 업대로 취미는 취미대로 즐기면 되는 삶도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게 됐어. 남들이 아무리 말해줘도 내면으론 거부하던 다양한 삶의 방식들이 디제잉을 시작하고 나니까 저절로 수용하게 되더라고.

    앞으로의 방향성은 계속 고민 중이야. 10년 뒤에는 내가 디제잉에 대한 흥미가 떨어지고, 한의사에 전념할 수도 있지. 혹은 지금은 상상도 못 할 일을 즐기고 있을 수도? 작년에는 빵에 미쳤고, 재작년에는 점성술에 빠졌고 그 전에는 오버워치를 너무 좋아했는데 모두 과거의 나는 상상도 못 한 일이었거든. 그래도 앞으로 어떻게 되든 괜찮아. 취미니까 지금을 즐기면서 해야지. 스트레스받지 않으려고!




취미로 : 들어보면 한의사와 디제이 서로 무관해 보여도 사람들을 치유해 준다는 공통분모가 있는 것 같아. 그리고 디제잉을 통해 사람을 더 잘 이해할 수 있다는 면에서 한의사로서 차별성을 가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이기은 : 오호.. 너무 좋은 말이다... 고마워!

취미로 : 그럼 토요일에 기은이 무대로 치유받으러 갈게!





[기은의 유튜브에 올린 디제잉 영상]

https://youtu.be/2w87qXLEgk8

[기은의 인스타그램 계정]

https://instagram.com/self_silver


[취미로의 인스타그램 계정]

https://instagram.com/hobbyroad_story

작가의 이전글 취미로 홈텐딩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