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저것 좋아하는 덕질 부자 양기자의 취미 일기
어쩐지 한 가지를 오래 좋아하지 못하고 이것저것을 덕질해왔습니다. 나름대로 몇 년간 길게 좋아했던 것들도 있었지만 마음이 식고 나면 금세 '머글'이 되더군요. 언제 그렇게 그 판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나 싶게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기자가 된 건지도 모릅니다. 스페셜리스트보단 제너럴리스트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취재를 할 때만큼은 스페셜리스트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게 기자라는 업의 특징이니까요. 훌륭한 전문기자 선배들도 많이 있지만, 이제 막 발을 떼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저는 아직 그렇게 몰두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가는 중이거든요.
제 덕질의 역사를 한번 나열해보겠습니다. 첫 덕질은 중학교 때,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며 시작됐습니다. 강마에와 두루미쉬의 아련한 감정선에 빠져버린 저는 너무도 활짝 열려버린 결말에 분노하며 팬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중학생이 쓰는 팬픽 수준이야 뭐 다들 예상하겠지만, 그래도 나름 인기가 있었어요. 크리스마스 땐 쉬엄쉬엄 글을 쓰라며 안마봉과 케이크, 팬레터를 선물로 받기도 했어요.
덕질의 전성기는 고등학교 때였습니다. 덕후라면 다들 알겠지만, 원래 바쁠 때 덕질도 잘 되는 법이거든요. 아이돌과 야구 덕질을 함께 했다면 믿으시겠어요? 먼저 저는 구비현하(구 비스트 현 하이라이트)의 뷰티(이 팬클럽 이름 지을 때 투표도 했어요. 반대투표..)이자 라이트였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한창 공부를 열심히 해야 할 때 요서비의 귀여움을 마주하고야 만 것이죠. 고3 땐 엘지 트윈스의 경기를 처음 봤습니다. 시험기간에도 매일 경기를 챙겨봤고 덕분에 성적도 열심히 떨어졌어요. 어찌어찌 대학에 가서는 친구와 '풀카운트'라는 야구 SNS 페이지를 운영했습니다. 고교야구까지 보러 가서 사진을 찍고 기사를 쓰며 즐겁게 보냈어요. 한 때는 스포츠 기자를 꿈꿨죠.
드라마 덕질의 DNA는 제 몸에 남아 가장 끈질기게 저를 덕후의 길로 인도했어요. 영상동아리를 했던 저는 '응답하라 1994'를 보고 배우 정우에게 푹 빠져 각종 영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생산력 있는 덕후로 재탄생한 거죠. (최근엔 상견니에 미쳐있는 상친놈이랍니다,,) 뮤지컬에도 빠져서 가산을 탕진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저는 또 강아지 두 친구와 함께 사는 멈무 덕후이기도 하고, 한강 마니아이기도 합니다. 술과 책과 사진과 영화도 제 취미들이죠. 그 외에도 소소한 덕질들이 많이 있지만 이쯤에서 줄이도록 할게요. 중요한 건 이만큼이나 많은 덕질을, 이만큼이나 열심히 해왔다는 겁니다.
그런 저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끈질기게 해온 한 가지 덕질이 있습니다. 바로 '글쓰기'입니다. 일반 소설부터 팬픽, 희곡, 기사까지 정말 다양한 글을 끊임없이 써왔습니다. 읽기도 좋아하지만 쓰기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쓰기를 업으로 삼는 기자가 됐지만, 기사라는 한 가지 형식에 갇히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글을 다양하게 써보고 싶었습니다. 기왕에 쓰는 거,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얘기해보면 어떨까 싶었고요.
앞으로 제 덕질의 역사와 새로 시작한 덕질 등 취미 일기를 연재해볼까 합니다. 덕질이라면 한 가지를 미친 듯이 파야 하는 것 아닌가? 집중력 없이 이것저것을 떠돌며 좋아하면 안 되는 건가? 그런 부담감 갖지 않을 겁니다.
'아무튼 OOO'시리즈를 쓸 만큼 깊게 판 것도 없고, 전문가들처럼 색깔 있는 글을 쓰지도 못하겠지만 그러면 뭐 어떤가 싶습니다. 짧았지만 모든 덕질에 진심이었고, 새로운 취미를 끊임없이 찾아 시도하는 제가 좋아요. 있는 그대로의 제 일상을 나눠보려 합니다. 저 같은 분들 또 계시죠? 공감해주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