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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덕 양기자 Oct 16. 2020

꼭 한 가지만 좋아해야 하나요?

이것저것 좋아하는 덕질 부자 양기자의 취미 일기

어쩐지 한 가지를 오래 좋아하지 못하고 이것저것을 덕질해왔습니다. 나름대로 몇 년간 길게 좋아했던 것들도 있었지만 마음이 식고 나면 금세 '머글'이 되더군요. 언제 그렇게 그 판의 모든 것을 알고 있었나 싶게 말입니다.


그래서 제가 기자가 된 건지도 모릅니다. 스페셜리스트보단 제너럴리스트에 가깝지만, 그럼에도 취재를 할 때만큼은 스페셜리스트에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하는 게 기자라는 업의 특징이니까요. 훌륭한 전문기자 선배들도 많이 있지만, 이제 막 발을 떼서 이곳저곳을 기웃거리는 저는 아직 그렇게 몰두하고 싶은 분야를 찾아가는 중이거든요.


제 덕질의 역사를 한번 나열해보겠습니다. 첫 덕질은 중학교 때,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보며 시작됐습니다. 강마에와 두루미쉬의 아련한 감정선에 빠져버린 저는 너무도 활짝 열려버린 결말에 분노하며 팬픽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중학생이 쓰는 팬픽 수준이야 뭐 다들 예상하겠지만, 그래도 나름 인기가 있었어요. 크리스마스 땐 쉬엄쉬엄 글을 쓰라며 안마봉과 케이크, 팬레터를 선물로 받기도 했어요.


덕질의 전성기는 고등학교 때였습니다. 덕후라면 다들 알겠지만, 원래 바쁠  덕질도  되는 법이거든요. 아이돌과 야구 덕질을 함께 했다면 믿으시겠어요? 먼저 저는 구비현하(구 비스트  하이라이트) 뷰티( 팬클럽 이름 지을  투표도 했어요. 반대투표..)이자 라이트였습니다. 고등학교 1학년 , 한창 공부를 열심히 해야   요서비의 귀여움을 마주하고야  것이죠. 3  엘지 트윈스의 경기를 처음 봤습니다. 시험기간에도 매일 경기를 챙겨봤고 덕분에 성적도 열심히 떨어졌어요. 어찌어찌 대학에 가서는 친구와 '풀카운트'라는 야구 SNS 페이지를 운영했습니다. 고교야구까지 보러 가서 사진을 찍고 기사를 쓰며 즐겁게 보냈어요.  때는 스포츠 기자를 꿈꿨죠.


드라마 덕질의 DNA는 제 몸에 남아 가장 끈질기게 저를 덕후의 길로 인도했어요. 영상동아리를 했던 저는 '응답하라 1994'를 보고 배우 정우에게 푹 빠져 각종 영상을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생산력 있는 덕후로 재탄생한 거죠. (최근엔 상견니에 미쳐있는 상친놈이랍니다,,) 뮤지컬에도 빠져서 가산을 탕진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저는 또 강아지 두 친구와 함께 사는 멈무 덕후이기도 하고, 한강 마니아이기도 합니다. 술과 책과 사진과 영화도 제 취미들이죠. 그 외에도 소소한 덕질들이 많이 있지만 이쯤에서 줄이도록 할게요. 중요한 건 이만큼이나 많은 덕질을, 이만큼이나 열심히 해왔다는 겁니다.


우리 멈뭉이들 귀여우니 자랑할래요. 왼쪽이 콜라, 오른쪽이 쭈니.


그런 저도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끊임없이, 끈질기게 해온 한 가지 덕질이 있습니다. 바로 '글쓰기'입니다. 일반 소설부터 팬픽, 희곡, 기사까지 정말 다양한 글을 끊임없이 써왔습니다. 읽기도 좋아하지만 쓰기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쓰기를 업으로 삼는 기자가 됐지만, 기사라는 한 가지 형식에 갇히지 않고 제가 좋아하는 글을 다양하게 써보고 싶었습니다. 기왕에 쓰는 거, 제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얘기해보면 어떨까 싶었고요.


앞으로 제 덕질의 역사와 새로 시작한 덕질 등 취미 일기를 연재해볼까 합니다. 덕질이라면 한 가지를 미친 듯이 파야 하는 것 아닌가? 집중력 없이 이것저것을 떠돌며 좋아하면 안 되는 건가? 그런 부담감 갖지 않을 겁니다.


'아무튼 OOO'시리즈를 쓸 만큼 깊게 판 것도 없고, 전문가들처럼 색깔 있는 글을 쓰지도 못하겠지만 그러면 뭐 어떤가 싶습니다. 짧았지만 모든 덕질에 진심이었고, 새로운 취미를 끊임없이 찾아 시도하는 제가 좋아요. 있는 그대로의 제 일상을 나눠보려 합니다. 저 같은 분들 또 계시죠? 공감해주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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