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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비와 호지의 아빠 May 21. 2023

스스로 '민주주의의 어머니'에 등극한 나라...(2)

[# 1] 180개 나라중 161등인 언론자유지수


2023년 5월 초에 발표된 '국경없는 기자회'의 세계언론자유지수(2023 World Press Freedom Index)에서 인도가 총 조사대상 180개 국가 중 161등을 차지했다. 너무 등수가 낮아서 맨 밑에서부터 세어 올라오는 것이 더 빠를 정도인데, 인도보다 언론 자유 지수가 안 좋은 나라들을 꼽아보자면 방글라데시(163), 러시아(164), 이라크(167), 사우디아라비아(170), 미얀마(173), 시리아(175), 이란(177), 중국(179) 그리고 대망의 꼴찌인 북한(180)이 있다. 

인도의 2023년의 언론자유지수가 180개 국가 중 161위를 차지했다.


사실, 인도는 지난해에만 해도 언론자유지수가 150위로 국경없는기자회가 분류한 '문제 국가(problematic)'이었으나 무려 11계단이나 뒷걸음질 치면서 160위를 기록하며 '최악의 국가(very bad)' 그룹에 속하게 되었다. 2005년부터 따지자면 무려 55계단이나 뒷걸음질 친 것이란다...국경없는기자회는 나렌드라 모디 총리 측근(아다니 그룹을 말함)이 인도 내 영향력이 매우 큰 영어 방송인 NDTV를 인수한 것이 점수 하락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여기저기에서 많이 들려오는 '인도는 세계 최대의 민주주의 국가이다'라는 말을 떠올려보면 180개 나라 중 161등이라는 등수는 선뜻 이해하기 힘든 등수이다.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 중 하나가 자유로운 언론, 건강하고 참여적인 시민사회 등등 이런 것임을 상기해 보면 과연 우리가 알고 있는 '인도 = 민주주의 국가'라는 공식이 맞기나 한 건지 의심이 들게 된다. 


그렇다면 인도가 '민주주의의 어머니'라고 주장하는 인도 정부의 주장과 180개 국가중 161등 이라는 언론자유지수 사이의 이 엄청난 괴리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걸까?



[# 2] 이건 모두 서구 세력의 음모야!!!!


우리나라가 일본에 뒤지면 국민들이 발끈하듯이 인도는 (자신들이 보기에는 나라 같지도 않은) 파키스탄에게 뒤지면 그야말로 화르륵 타오른다. 2023년 5월초에 '국경없는 기자회'에서 발표한 2023년 언론자유지수를 보고 인도인들은 다시 한번 화르륵 타오를 수 밖에 없었다. 자기들이 세계 180개국중 161위인데, 나라 같지도 않은 파키스탄이 150등, 심지어 아프가니스탄이 152등, 국가부도 상태에 들어간 이웃나라 스리랑카가 135등을 차지한 것도 모자라 자신들의 속국 정도로 여기는 네팔이 무려 95등을 차지한 것이다. 이쯤되자 힌두보수주의 정치세력은 물론 인도 정부에서도 국경없는 기자회가 발표한 '언론자유지수'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우리들의 눈에는 도토리 키재기처럼 보이지만 서아시아국가들끼리는 나름 자존심이 걸린 문제이다.


사실 인도 정부가 '서구 주도'의 인덱스에 대해 가진 불신은 상당히 뿌리가 깊다. 언론자유지수도 대표적인 예 중 하나이다. 실제로 우리나라로 치면 KDI(한구개발연구원)쯤에 해당하는 인도의 국립 연구기관인 NITI Aayog에서 "언론자유지수를 해부한다(Deciphering the World Press Freedom Index)라는 글을 2020년 7월에 자신들의 홈페이지에 싣기도 했다. 2002년에 80위권에 머물던 인도의 언론자유지수가 2010년에는 122위로 떨어지고, 2012년에는 131위로 떨어지더니 2020년에는 급기야 142위까지 떨어지자 해명 및 항의성 글을 실은 것이다. 

https://www.niti.gov.in/deciphering-world-press-freedom-index


인도 정부가 주장했던 내용은 뭐 사실 뻔하다. "이런 지수는 서구의 리버럴리스트들의 왜곡된 시각이다", "평가 기준이 불분명하고 모호하다", "개도국에게만 지나치게 엄격하다", "국경없는 기자회에 후원금을 보내는 조직이 의심스럽다"... 등등... 


하지만, 인도에서 얼마나 많은 기자들이 취재 도중에 공격을 받거나 심한 경우에 사망에 이르는지, 얼마나 많은 기자들이 부당하게 취재를 거부당하거나, 투옥되거나 심지어는 감옥에서 가혹행위를 당하는지 등에 대한 언급한 당연히 없다. (참고로, Committee to Protect Journalists에 따르면 2022년 한해 동안만 인도에서 기자가 67명이나 목숨을 잃었다. 2021년 대비 무려 50%나 증가한 수준이다!!!!) 

https://www.newslaundry.com/2023/01/25/67-journalists-killed-in-2022-50-percent-more-than-2021-cpj-report



[# 3] 겉으로 보기에 화려하고 자유로워 보이는 인도 언론


400개 텔레비전 채널이 성업중이고, 10만개의 신문과 잡지가 발행되는 인도는 얼핏 보기에는 화려하고 자유로운 언론이 활동하는 나라로 보인다. 하지만 실상은 전혀 그렇지 않다. 


인도에서 코로나 2차 웨이브가 정점을 찍고 있던 2021년 5월 갠지즈 강 유역에서 화장도 되지 않은 수백구의 시체가 떠다니고 있다는 충격적인 보도를 했던 신문은 다이니크 바스카르(dainik bhaskar)라고 불리는, 인도내에서 발간되는 힌두어 신문으로는 시장 2위의 신문이었다. 


이 보도는 결과적으로는 인도 정부의 코로나 대처 능력이 형편없다는 것을 알리는 껄끄러운 뉴스였다. 인도 정부는 어떻게 대응했을까? 신문 보도후 두달도 지나지 않아 대규모 세무 조사를 벌였다. ㅋㅋ 정부를 곤란하게 만든 언론이 발행부수 2위의 거대 언론이어도 상관없었다. 

2021년 5월 힌두어 신문으로는 발행부수 2위인 다이니크 바스카르는 갠지즈강에 버려진 수백구의 시체를 폭로하는 기사를 실었다.


2023년 1월, 영국의 BBC는 2002년 구자라트에서 발생한 엄청난 폭력사태(일명 고드라 폭동사태)에서 당시 주지사였던 나렌드라 모디 총리가 힌두교도의 이슬람교 학살을 사실상 방조했다는 의혹을 방송했다. 인도 외무부까지 나서서 BBC를 비난했고, 결국 BBC 인도 지사도 세무조사를 당하게 되었다. 


인도 정부는 BBC가 모디 총리를 비난하는 다큐멘터리를 방송하자 세무조사로 보복에 나섰다.


2022년 연말을 전후하여 인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영어 TV 채널인 ND TV가 다른 사람도 아닌 나렌드라 모디 총리의 최측근이라고 일컬어지는 가우탐 아다니에 의해서 인수되었다. '국경없는 기자회'가 2023년 인도의 언론자유지수를 대폭 하향한 가장 중요한 이유가 바로 ND TV가 정권과 가까운 거대 자본에 합병되면서 사실상 언론의 비판 기능이 대폭 약화되었기 때문이다. 


기자 개인에 대한 공격도 심각한 수준이다. 특히나 인도의 여성차별적인 성향과 맞물리면서 여성 기자들에 대한 집단적인 공격과 린치는 도를 넘는 수준에 이르렀다. 오죽하면 2022년 2월에는 UN까지 나서서 인도 여성 언론인 사망에 대한 인도 정부의 책임있는 조사를 촉구하는 수준에 이르렀을까?  

https://www.ohchr.org/en/press-releases/2022/02/india-attacks-against-woman-journalist-rana-ayyub-must-stop-un-experts


참고로, 인도에서의 언론인에 대한 공격은 일정한 패턴을 가진다. 용감한 여성 언론인이 탐사보도 등을 통해 정부의 실정을 파헤치거나 힌두교 근본주의자들의 심기를 거스르는 보도를 하면, 보수 언론들이 들고 일어나 인신공격을 하기 시작하고, 힌두교 근본주의자들(이 경우 99.99% 남성들이다)이 우루루 달려들어서 그 여성 언론인을 공격하거나 심한 경우 살해하는 패턴을 보인다. 


아래의 사진은 2018년 10월 인도 남부 케랄라주에서 촬영된 사진이다. 힌두교근본주의자들이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게재한 여성언론인 여러명을 폭행했다. 그렇다... 사내 녀석들이 오죽 못 났으면 여러명이 달려들어서 여성 하나를 집단 폭행한 것이다. 참으로 용감하고 정정당당한 인도 남성들의 모습이라 하겠다. 여성 혐오와 차별이 힌두교 근본주의와 만나서 만들어낸 추악한 광시곡의 현장이다.

https://rsf.org/en/hindu-fundamentalists-attack-women-reporters-southern-india

2018년 10월 남부 케랄라주에서 힌두근본주의자들이 자신들의 마음에 들지 않는 기사를 게재한 여성 언론인들을 집단 폭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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