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스로 '민주주의의 어머니'에 등극한 나라...(1)
그런데 언론자유지수는 수직 하강 중...
[# 1] 델리 시내 여기저기에 붙어있는 포스터들...
요새 뉴델리 시내를 돌아다니다 보면 G20의 의장국을 맡은 것을 기념하는 인도 정부의 홍보물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포스터는 단연코 "India : The Mother of Democracy"라는 포스터이다. 인도가 '민주주의의 어머니'라는 상당히 생뚱맞고 뜬금없는 이 소리는 도대체 어디에서 나온 것일까?
뉴델리를 돌아다니다 보면 2023년에 G20 의장국을 역임하게 된 것을 홍보하는 포스터를 자주 마주치게 된다.[# 2] 나렌드라 모디 총리 가라사대...
지난 2021년 9월 뉴욕에서 열린 제76차 UN 연차총회에서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20분이 넘게 연설을 했는데, 연설의 대부분은 파키스탄과 중국에 대한 견제 그리고 인도의 성장에 대한 자화자찬으로 채워졌다. 그중에서도 '인도는 역동적인 민주주의를 보여주는 빛나는 사례("India is a shining example of a vibrant democracy")'라는 말을 하면서 '우리의 다양성은 우리의 튼튼한 민주주의의 정체성을 이룬다(“Our diversity is the identity of our strong democracy")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이 '민주주의의 어머니'인 나라를 대표한다(I represent a country that is proud to be known as the mother of democracy)라고 발언했다. 그리고, 인도의 주요 언론들은 약속이나 한 듯이 모디 총리의 이 발언을 그대로 받아 적어서 보도했다. 자이샹카르 외무장관, 하르딥 싱 푸리 주택도시부 장관 등이 나서서 모디의 발언에 지지를 보냈다.
하르딥 싱 푸리 장관은 주택도시부 장관 겸 석유가스부 장관을 맡고 있는 사람이다.이런 뜬금없는 발언에 의문을 표하며 조롱하는 트위터 멘션이 등장한 것은 어찌 보면 당연했다. ㅋㅋㅋ
인도가 '민주주의 어머니'라고 말하자 그리스가 이런 반응을 보인다는 트윗멘션이다.그러자 이번에는 집권 세력이 반격에 나섰다. 고대 인도가 민주주의적 성격을 갖고 있다는 발언을 한 사람은 나렌드라 모디가 처음은 아니었고 과거 총리를 역임했던 BJP 출신은 물론 의회당(Congress Party) 출신의 모라르지 데사이(Morarji Desi), 아탈 바즈파이(Atal Bihari Vajpayee), 나라심하 라오(P. V. Narahimha Rao) 등 여러 명의 전임 총리들도 이와 유사한 발언을 이미 한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한 마디로 물귀신 작전이었다.
[# 3] 역사학자들마저 등장하고....
자.. 여기까지만 하면 그저 그런 정치인의 발언과 이를 둘러싼 티키타카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을 텐데... 2022년 11월에 조금은 더 뜬금없는 일이 벌어진다.
바로 인도 정부가 '인도역사학회(Indian Council of Historical Research)'를 동원해서 '인도: 민주주의 어머니(India: Mother of Democracy)'라는 책자를 출간하기에 이른다. 인도 정부의 교육부 장관이 직접 기자회견을 자청하여 책 출간을 공표하는 기자회견까지 가졌다.
인도 교육부장관이 '인도: 민주주의의 어머니' 책자 발간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책이 궁금하다면.... 요렇게 생겼다.
아마존 인디아에 들어가 봤더니 무려 5,000루피(우리나라 돈으로 7만5천원)이나 하는 엄청난 책값을 비난하는 댓글이 잔뜩 달려 있었다.결국, 모디 총리가 '인도는 민주주의의 어머니 나라입니다'이라고 유엔에서 연설하고, 1년도 안돼서 인도 교육부는 인도역사학회를 동원해서 이를 뒷받침하는 책을 찍어낸 모양새가 되었다. 이렇게 해서 인도는 자기 스스로 '민주주의의 어머니'로 등극하게 되었다.. 다른 나라들, 특히나 그리스가 "아.. 그래.. 우리가 민주주의의 어머니 안 할게.. 너네 인도가 해라"라고 인정해 줬는지 안 했는지는....
난 모르겠다...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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