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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비와 호지의 아빠 May 06. 2023

도저히 알아들을 수 없다... 인도식 영어...

낯선 남자가 '친밀한 육체관계'를 언급한다 하더라도 놀라지 마세요...

인도인들의 영어는 여러 가지 면에서 참 신기하다. 독특한 인도식 악센트는 물론이고 힌디어 같은 현지어와 영어를 자연스럽게 섞어 쓰는 행태도 참으로 신기할 따름이다. 하지만 정말로 재미있는 것은 인도인들이 사용하는 특징적인 '인도식 영어 표현'들이다. 필자도 이런 인도 특유의 영어식 표현 때문에 처음에 적지 않게 고생했는데, 이제는 무슨 뜻인지 대충 알아듣게 되었다. 인도에서 찾아볼 수 있는 인도인들의 전매특허 표현을 알아보자.




[# 1] 도대체, 지금 한다는 거야? 아니면 좀 있다가 하겠다는 거야?


가장 먼저 와서 헷갈렸던 단어는 단연코 presently라는 단어이다. 사실 이 단어는 죄가 없다. 원래 '지금(now)'라는 뜻과 '잠시 후에(soon)'이라는 뜻이 모두 들어있는 단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잠시 후에'라는 뜻으로 더 많이 쓰인다. 인도에서 현지 직원들에게 무슨 일을 지시하고 그 진행상황을 보고받을 때마다 인도인 현지 스태프들이 내뱉는 presently라는 부사를 듣게 되었는데, 도대체 지금 다 되었다는 건지 아니면 곧 다 될 거라는 건지 알 수가 없었다. 결국, 내가 질문을 고칠 수밖에 없었다.(ㅠㅠ) "잠깐만요. 그러니까 지금 다 완료되었다는 거예요? 아니면 곧 완료된다는 거예요?" (Hold it, hold it... Is it finished or will it be finished soon?)


[# 2] 너랑 나랑 얼마나 친밀하다고 그런 표현을....???


두 번째로 나를 당황시킨 단어들은 오직 인도에서만 들을 수 있는 특유의 동사들이다. 여러 고객사나 관련 기관으로부터 이메일을 받다 보면 이메일의 앞머리쯤에 "I would like to intimate you of my intentions..."이라는 식의 말이 가끔 등장한다. 미국식 슬랭에 조금이라도 익숙한 분들은 intimate라는 단어는 (1) 형용사로만 쓰이며 (2) 단순히 '친숙한, 친한'이라는 뜻 이외에도 '성적으로 관계를 가진' 즉, '육체적으로 친숙한'이라는 뉘앙스로 쓰인다는 것을 알 것이다. (실제로, intimate relationship은 성적관계를 갖는 친밀한 관계라는 뜻이다). 


자, 그런데, 나를 한 번도 만난 적도 없는 어떤 인도인 아저씨가 떠억하니 나에게 공적인 이메일을 보내며 저런 문장을 포함시켰으니 내가 어찌 놀라지 않을 수 있겠는가? 앞뒤로 문맥을 몇 번이나 다시 읽어보니 이것은 '알려주다' 즉, inform이라는 단어 대신 쓰이는 동사였다. 다행스럽게도 그 인도인 아저씨는 나와 육체적 관계를 원한 것은 아니었다.(^_^;)


두 번째로 이상한 동사는 revert이다. 인도인들과 일하시는 분 중에 "I will revert to you."라는 문장 안 들어 본 사람 없을 것이다. 여기서 revert는 사전적 의미인 "(과거의 상태로) 되돌아가다"라는 뜻으로 쓰인 게 아니다. '답장할게요' 내지는 '회신하겠습니다'라는 뜻이다. 미국인들이 구어체로 쓰는 'I will get back to you'의 뜻인 것이다. 나중에 알고 보니 이 단어는 18세기까지는 영국에서도 '답장하다'라는 뜻으로 쓰이던 단어였으나 이제는 영국에서는 사라지고 인도에만 그 용법이 남아 있다고 한다. 


[# 3] 인도식 숫자 읽기.. 들어도 들어도 헷갈린다.


인도식 숫자 표현도 할 말이 많다. 영어에서는 thousand, million, billion, trillion처럼 1,000 단위로 단위가 규칙적으로 바뀐다. 하지만 인도는 인도에서만 사용하는 자릿수를 가지고 있다. 바로 lakh(라크)와 crore(크로르)이다. lakh(또는 lac)는 10만을 의미하고, crore는 1,000만을 의미한다. three point five lakh rupee이면 35만 루피를 말하고 1.4 crore rupee는 1,400만 루피를 말한다. 참고로 lakh crore는 1조를 의미한다. 인도에서는 가끔 개인 수표를 써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때마다 정신 바짝 차리고 인도식 숫자를 써야 한다. 그렇지 않아도 익숙하지 않은 수표에서 까딱 잘못하면 실수하기 때문이다.


[# 4] 내 이름이 그렇게도 좋은가?


이 외에도 재미있는 인도식 영어는 많다. 가끔 남의 집을 방문하게 되면 아파트 경비실에서 신원확인을 하는데 항상 'Your good name?'이라는 질문을 받는다. 이름을 알려달라는 질문이다. 이런 표현이 쓰이는 이유가 궁금해서 사무실에 있는 인도인 현지 스태프에게 물어보았다. 힌디어에 있는 이름을 묻는 표현을 그대로 영어로 직역한 것이 인도 영어로 자리 잡았다고 한다. 사무실에 있는 직원 중 한 명은 내가 뭔가를 물어볼 때마다 항상 'Yes, please'라고 대답한다. 그냥 'Yes', 아니면 다른 인도인들처럼 'Yes, sir'라고 대답해도 될 텐데 그 직원만의 개인적 습관인지는 모르겠으나 항상 'Yes, please'이다.. (^_^;) 약속이나 일정이 연기되는 것이 빈번한 인도에서는 postpone이라는 단어를 흔히 듣게 된다. 하지만 아주 가끔, 기적적으로 어떤 일정이 당겨지는 일이 있는데, 그 경우에는 prepone이라는 단어를 쓴다. 내가 알기로는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쓰이지 않는 매우 전형적인 인도식 영어 표현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식 표현인 '윗 분에게 결재를 올렸다'에 딱 맞는 표현도 있다. 인도 관공서에 가서 뭔가를 신청하고 며칠이 지나도록 답신이 없어서 전화나 이메일로 물어보면 돌아오는 답변은 십중팔구 "I have put up the file for perusal"이다. 한 마디로 '윗분이 살펴보시라고 결재서류를 올렸다'라는 의미이다. 


실제로 결재를 올렸는지 아니면 결재를 올렸다고 이야기하고 시간을 끌고 있는지 그것은..


Nobody know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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