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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비와 호지의 아빠 Jun 28. 2024

모디 연정은 지속될 수 있을까? (1)

2024년 6월, 인도 총선이 끝났고 모디 총리는 3연임에 성공했지만..

[# 1] 분명히 이겼는데 왠지 이긴거 같지 않은... 


2024년 4월 19일부터 약 한 달 반에 걸쳐 실시된 인도 하원의원 선거 결과가 6월 4일 발표되었다. 당초 집권여당인 인도인민당(Bharatiya Janata Party; BJP)이 총 543석 중에서 최소 350석, 최대 400석까지 석권하면서 낙승할 것이라고 예상되었지만 실제로는 과반수(272석)에도 못 미치는 240석에 그쳤다. 2014년과 2019년에 각각 282석과 303석을 확보하면서 단독 과반을 차지했던 것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성적표이다. 



그렇다고 당장 BJP가 정권을 잃지는 않는다. 인도 정치는 막강한 전국구 정당이 수십 개의 지역 정당과 연합하여 선거에 임한다. BJP가 이끄는 ‘국민민주동맹(National Democratic Alliance, NDA 연합)에 속한 군소정당들이 선전한 덕분에 여당 연합이 293석을 차지하면서 과반수 확보에 성공했다. 결국 모디 총리는 3연임에 성공했지만, 단독 과반 구성에 실패한 그는 연정에 참여한 군소정당의 눈치를 봐야 하는 피곤한 상황에 처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 2] 오만하였던 여당과 모디 총리 


집권당이 2024년 총선에 자신만만했던 첫째 이유는 단연코 인도의 경제성장 때문이다. 2022-2023회계년도(2022년 4월.-2023년 3월)와 2023-2024회계년도(2023년 4월-2024년 3월)에 G20 국가 가운데 최고 수준인 7.0%와 8.2% 경제성장률을 달성한 인도 정부가 ‘자신감 뿜뿜’ 상태가 된 게 어찌 보면 당연하다.

3연임에 성공한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4일(현지시각) 수도 뉴델리의 선거 사무소에서 총선 승리를 축하하며 손가락으로 브이자를 그리고 있다(출처-<경향신문·AFP연합뉴스>)


2014년 총리 취임 이후 10년간 비교적 성공적으로 인도를 경영해 온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인도 경제가 발전하고 인도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질수록 힌두교 근본주의(Hindutva)적 색채를 점점 더 노골적으로 드러냈다. 우선, 2019년 재선에 성공한 직후 모디 총리는 주민등록법(Citizenship Amendment Act; CAA)을 개정했다. 인도에 정착해 사는 인접국 출신 이주민들이 인도 국적을 용이하게 취득하도록 도와주는 조치라고 알려졌으나 막상 뚜껑을 열어 보니 콕 집어 무슬림에게만 인도 시민권을 주지 않는 법이었다. 인도 국내외 시민단체와 언론들이 종교를 근거로 시민들을 차별하는 악법이라며 비판했다. 하지만 모디 정권은 꿈쩍도 하지 않고 이 법을 통과시켰다.


인도 인구의 약 15%를 차지하는 무슬림을 향한 차별적 메시지는 계속되었다. 2024년 1월 22일에는 인도 북부의 우타르 프라데시주(州) 아요디아시에 건립되는 힌두교 사원의 완공식이 있었다.3)얼핏 황제 같기도 하고 신정일치 국가의 종교 지도자 같기도 한 모습으로 개관식에 참석했다. 공중에서는 힌두교를 상징하는 주황색 종이꽃이 뿌려졌고, 임시공휴일이 선포되었다. 야당과 시민사회는 '종교를 총선용 전략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무슬림들의 눈에 자신들의 사원을 파괴한 곳에 버젓이 힌두교 사원을 세우고 힌두교 사제들에 둘러싸여 완공식에 참석한 모디 총리가 어떻게 보였을지 쉽게 상상할 만하다.


설화(舌禍)도 그치지 않았다. 2024년 4월, 힌두교 근본주의적 색채가 특히나 강한 인도 북서부 라자스탄주에서 선거 유세를 하던 모디 총리는 자기 지지자들 앞에서 무슬림을 '침입자(infiltrators)'라고 불렀다. 모디 총리와 BJP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개헌도 가능한 400석까지 확보하는 게 목표라는 발언도 내놓았다. BJP는 원래 상층 카스트와 도시 중산층을 지지 기반으로 하는 정당이다. 현재 인도에는 대학 입학생과 공공부문 일자리의 일정 비율을 하층 카스트에 할당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이는 모두 인도 헌법에 규정된 ‘카스트에 의한 차별 금지’에 근거하고 있다. 한마디로 인도판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 본디 미국의 소수인종 우대정책을 일컬음)’인 것이다. 겉으로 대놓고 이야기는 안 하고 있지만, 상층 카스트의 지지를 받는 BJP는 이러한 할당정책에 불만을 있어왔다. 


2024년 1월 람 만디르 사원 완공식에 참석한 모디 총리 (출처- BBC)


반면 의회당은 하층 카스트와 농민 등을 지지기반으로 하는 정당이다. 의회당(Congress Party)은 BJP의 ‘개헌 가능 의석수’ 발언을 듣자마자 하층 카스트를 포함한 소수자들이 어떤 두려움을 느낄지 정확하게 포착했다. 야당은 ‘BJP가 개헌 가능 의석수를 확보하면 하층 카스트를 배려하는 할당정책이 폐지될 것이다.’라는 자극적인 메시지를 내놓기 시작했다. 하층 카스트의 불안심리를 제대로 자극한 것이다. 상당수 유권자에게 오만하게 보일 정도로 자신감 넘치는 모디 총리의 태도도 화근이었다. 


힌두교 성지인 바라나시에서 행해진 TV 인터뷰에서 모디 총리는 '신이 자신을 선택해서 보냈다', '나의 에너지는 생물학적 에너지가 아닌 거 같다'라는 이상스러운 발언을 했다. 요컨대 총선에서 승리하는 것은 신이 정해준 숙명이고 그런 운명을 타고난 자신은 인간을 뛰어넘은 존재라는 메시지였다. 사이비 교주인지 아니면 속세를 초월한 현자(賢者)인지 모를 모디 총리의 발언에 야당 지도자 라훌 간디는 "모디 총리가 저지른 정경 유착도 '신이 정해준 운명'이냐?" 며 쏴붙였다.




[# 3] 뚜껑을 열어보니 


총선 결과가 발표되던 6월 4일 인도의 방송과 주식시장은 그야말로 아수라장으로 변했다. 집권당에 편향적인 보도만을 해오던 대다수 주류 언론의 앵커들은 개표 결과에 당황한 나머지 말을 더듬고 진땀을 흘렸다. 여당 연합이 400석을 가뿐하게 획득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던 여론조사 기관 대표는 자기 예측과 전혀 다른 결과가 나오자, 생방송 중에 어린아이처럼 울어버렸다. 앵커와 기자들이 그의 등을 토닥이며 ‘우쭈우쭈’ 해줬지만 울음을 그치지 못했다. 개표일 당일에 주식시장은 폭락했고 무려 3,710억 달러가 단번에 사라졌다. 

4일(현지시각) 인도 벵갈루루에서 시민들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실시간 개표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출처-<경향신문·AFP연합뉴스>)


인도의 28개 주 가운데 인구가 많은 5개 주에 하원 의석 543석 중 약 250개가 몰려있다. 여당 연합은 이들 ‘Big 5 주’ 가운데 4개 주에서 참패를 기록했다. 그나마 유일하게 승리한 비하르주에서도 연정파트너인 JDU(Janata Dal United; 자나타 달)가 40석중 12석을 얻으면서 힘겹게 30석을 차지할 수 있었다. 

인도 5대 주의 선거결과. 비하르(Bihar)를 제외하고 나머지 4개 주에서 모두 야당연합(INDIA 연합)이 승리했다(출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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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모디의 연정은 지속될 수 있을까? (2)'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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