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 굿 플레이스 (The Good Place)
넷플릭스의 여성들 07
굿 플레이스 (The Good Place)
평점 4.0
4 시즌 50화
넷플릭스 멤버십을 시작한 것은 2018년도쯤부터였던 것 같다. 한창 주변에서 넷플릭스 시리즈들 영업이 들어올 때라, 이미 보고 싶은 시리즈가 몇 개 생긴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넷플릭스 입문작, 계속해서 매달 만 사천 원을 내게 만든 작품들이다. 그중 하나는 앞에서 이미 소개한 빨간 머리 앤 (Anne with an E)이고, 하나는 바로 이 작품이다. 굿 플레이스! 내가 시작했을 때도 이미 상당한 팬들이 있었다. 무려 시즌 4개를 달리는 동안 정말 방대한 스토리가 펼쳐졌다. 하지만 아직도 ‘굿플’ 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해 초반부의 설정만 스포 하도록 하겠다. 나는 종교도 무교인 데다 종교적 세계관이나 이런 것에도 문외한인지라 (동양, 서양권 모두) 사후세계에 대해 무지하다. 누군들 그걸 알겠냐만은, 종교가 있는 사람은 아무래도 그 이미지가 좀 명확하니까. 어디서는 지옥에 불바다가 있다고 하더라, 어디는 7대 지옥을 거치며 재판을 받는다더라(영화 ‘신과 함께’ 설정) 그러니까 지옥보다 천국이 나을 것은 확실한데, 그럼 천국에는 뭐가 있는 걸까? 이 드라마는 천국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이미지를 가져온다. Heaven의 또 다른 이름. 바로 굿 플레이스다.
Good Place, Bad Place
주인공 엘리너는 어느 날 낯선 공간에서 눈을 뜨게 된다. Welcome! Everything is fine. 다정한 문구와 함께, 마침내 오게 되었다. 가장 도덕적인 사람들만 온다는 이 곳, 굿 플레이스에. 자신을 마이클이라고 소개한 백발의 남성은 엘리너가 사후 세계의 정확한 측정 시스템을 통해서 Good person으로 인정받았다고 하는데, 그의 설명이 무언가 이상하다. 엘리너의 생전 직업이 인권변호사라는 것. 그럴 리가 없는데? 상황 파악을 해 보니 심각하다. 아무래도 정확하다는 사후 세계 시스템은 다른 사람과 자신을 착각한 듯하다. 왜냐하면 그녀는 스스로 생각해도 절대 착한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일삼고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며 살아온 시간들이 스쳐간다. 이거, 일났다. 한편 마이클은 엘리너의 소울메이트인 치디를 소개해준다. 이곳에서는 모두가 소울메이트와 함께하며, 이 파트너들은 서로를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더해서 굿 플레이스 주민인 타하니도 소개받는다. 조금만 들어봐도, 좋은 일을 많이 하다 온 교양 있는 사람들 같다. 이 완벽한 공간에 유일하게 어울리지 않는 사람, 엘리너. 어쩜, 욕을 뱉어도 자동 필터링이 되는 걸 보니 여기가 굿 플레이스가 맞기는 한가보다. 이걸 어쩌지? 지옥으로 가기 싫다면 선택지는 하나뿐. 좋은 사람이 되는 것뿐이다.
마이클의 안내에 따라 돌아본 굿 플레이스는 정말로 천국인 듯하다. 신기한 복지 프로그램도 많고, 없는 맛이 없는 프로즌 요거트 가게까지. 왜 아이스크림이 아니라 굳이 프로즌 요거트여야 했는지 이해는 안 가지만 말이다. 하지만 자꾸 이상한 일이 생긴다. 싱크홀도 생기고 새우도 날아다니는데, 이거 맞아? 뭔가가 이 곳을 불안정하게 만들고 있는 걸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명확하다. 엘리너가 있으면 안 될 곳에 있기 때문인 거다. 이 드라마는 bad person인 엘리너가 사람들과 소통하며 어떻게 바뀌는지를 시즌 전반을 통해 담고 있다. 시즌 1 마지막 충격적인 반전과 함께, 지옥에 가지 않기 위해서 좋은 사람이 되려는 엘리너의 고군분투가 계속된다.
삐빅, 100점 플러스요!
굿 플레이스의 세계관은 지금까지 한 번도 보지 못한 상상력으로 가득하다. 우리가 하는 모든 행동이 실시간으로 점수가 매겨지고, 이게 일정 점수를 넘어야 굿 플레이스에 들어가는데. 천국 가기 참 어렵다, 어려워. 드라마를 보다 보면 무의식 중에 헉, 나 방금 50점 까였나? 하게 된다. 왜 굿 플레이스와 배드 플레이스라고 표현하는 걸까? 더 친숙한 단어인 천국과 지옥이 있는데. 이곳은 완벽하게 좋은 곳일 뿐 행복한 곳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해서 특정 종교를 연상시키지 않는 것도 마음에 들었다. 드라마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들은 가정환경부터 인종, 나이, 직업군까지 천차만별이다. 좋은 사람이라기에는 미묘한 이웃들과 나쁜 사람인 엘리너는 진짜 친구가 된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 서로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이 인상적이다. 그게 모여서 좋은 곳이 되는 거니까. 결국 나에게 있어 진정으로 좋은 곳이 대체 무엇 일지를 고민해보게 한다.
굿 플레이스에서 (+) 점수를 매기는 좋은 행동들은 언제나 타인과 연결된다. 같은 행동을 해도 타인의 반응에 따라 점수가 결정된다. 주인공 엘리너는 타인과의 관계 형성에서 완전히 마이너스인 사람이었다.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하고, 본인에게 애정을 가지는 사람들을 돌아서게 만들었다. 처음 엘리너가 좋은 행동을 하기로 한 것이 배드 플레이스에 가기 싫은 본인의 욕망 때문이었다면, 시간이 갈수록 ‘친구들을 위해서’라는 이유로 변모하게 된다. 조금 모자라지만 착한 내 친구들(ㅋㅋㅋ) 그 기준이 시스템과는 다를지 몰라도. 가끔 못되더라도 나에게 참 소중한 내 친구들을 위해서. 중간에 내용이 산으로 간다는 평도 있었지만, 결말부에 다다라 이들은 서로에게 진정한 굿 플레이스가 되어준 것 같다. 우리는 때때로 어떤 이들에게 나쁜 사람이 되고 만다. 물론 모두에게 친절하기는 어렵지만, 몇 개의 좋은 행동이 좋은 나를 만들고, 그게 나를 좋은 친구들에게, 더 나아가 좋은 곳으로 데려다준다. 우리가 있을 곳을 결정하는 것은 오롯이 우리의 몫. 굿 플레이스에 있기 위해 좋은 사람이 되려 노력하는 엘리너처럼, 어제보다 조금 나은 행동을 해보자. 그리고 머릿속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이다. 방금 한 10점은 올라갔겠지? 이렇게!
* 브런치 넷플릭스 스토리텔러로 선정되어 넷플릭스 멤버십과 소정의 상품을 지원받았으며, 넷플릭스 콘텐츠를 직접 감상 후 느낀 점을 발행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