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호도 Aug 16. 2024

(5) 유방암 0기 CT 촬영한 날

가장 어려웠던, 엄마에게 고백하기.

6/5 건강검진 결과(이상소견)

6/8 집 근처 유방외과 초음파 및 총조직생검

6/17 결과 및 2차 ㄱ병원 초진

7/1 2차 ㄴ병원으로 옮겨서 다시 초진. 수술 결정 후 혈액/소변/MRI 검사 진행

7/3 CT

7/8 ㄴ병원 외래진료 (검사 결과) 및 뼈스캔

7/9-13 입퇴원 (7/10 수술)

7/17 수술 후 첫 외래진료

7/18 타목시펜 시작

8/5 방사선 (16회) 시작




CT 검사는 특별할 게 없다. 다만 MRI와는 다르게 정자세로 진행되어 팔꿈치 안쪽에 조영제를 맞았다. 덕분에 조영제가 들어갈 때 특이한 통증은 없었다.

몇 년 전 처음으로 CT 조영제를 맞았을 때 아무런 이상반응이 없었던지라 발진과 같은 부작용이 일어날 수 있다는 안내를 받았을 때 별 생각이 없었는데, 끝난 후 옷을 갈아입을 때 갑자기 목덜미가 가렵기 시작했다. 겉 보기엔 멀쩡했는데, 금세 종아리까지 간지럽기 시작했다.

이상반응이 나타나면 바로 알려달라는 말이 기억나 영상의학과 선생님께 가서 말씀드렸더니 두드러기가 두세 개 보이는데, 가라앉지 않으면 항히스타민제 (지르텍)를 약국에서 사 먹으면 된다고 안심시켜 주셨다. 다행히 더 이상의 반응 없이 10분 내에 가라앉았다.


드디어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엄마에게 고백을 하고자 함께 점심을 먹기로 했다.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모른 채로 점심을 먹고 커피를 마시러 가서도 한참 입이 떨어지지 않아서 같이 와 준 언니와 몇 번이고 눈짓을 주고받았다.


그때 엄마가 지방에 있는 친구에게 가려하신다고, KTX표를 예매해 달라며 핸드폰을 내미셨는데 딱 내가 수술을 하는 주의 주말이었다. 한참을 핸드폰만 내려다보고 있었더니 엄마가 뭐가 잘 안 되느냐고 물으셨다.


나: 엄마 그.. 제자리암이라고 들어봤어? 암 이긴 한데 완전 초기 0기 암.

엄마: 뭐, 들어본 것 같긴 한데 왜?

나: 내가 제자리암 이래.

엄마: 어?


벙찐 엄마에게 다급히 난 매우 건강한 상태인데 다만 건강검진에서 ‘그런 게’ 발견되었을 뿐이라고, 수술로 그 부분만 떼어내면 되고 항암도 안 한다고, 나 같은 케이스는 아무것도 아닌 거라고. 

아직 그런 세부사항이 정해진 것도 아니면서 애써 장황하게 설명했다. 어쩌면 누군가 내게 해주길 바라는 이야기였을 수도 있다.


한참을 침착하게 잘 듣던 엄마가 갑자기 펑펑 울음을 터뜨리셨다. 어릴 적에 엄마가 뭘 잘 못 먹여서 그런 것 같다고 (전혀 아님), 엄마 가슴은 다 도려내도 되는데 왜 그런 못된 게 내 딸 가슴에 생겼냐고.


사실 나도 의문이다. 대체 왜? 이유를 찾으려 해 봤자 의미도 없을 뿐더러, 완벽한 이유를 찾아내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걸 머리로는 알지만 아직까지도 쉽게 실천이 되진 않는다.


그렇게 눈물의 고해성사를 마치고 전혀 홀가분하지 못한 마음으로 집에 돌아왔다. 나 혼자 지고 갈 수 있는 짐을 괜히 엄마한테까지 지운 느낌.


이제 내일 외래진료에서 CT와 MRI 검사 결과를 듣고 수술이 어떻게 진행될지 여쭤보는 일만 남았다. 이 날이 가장 떨렸다.




정말 음식이 암의 원인일까? 보통 음식군에서는 붉은 고기, 유제품, 튀김 등 고지방 음식이 원인일 수 있다고 하는데 나의 경우엔:


- 집에서는 무항생제 달걀, 고기만 먹은 지 4년이 넘었다.

- 붉은 고기는 원래 즐기지 않는다. 먹을 땐 안심, 목살 같은 지방이 적은 부위를 선호한다. 

- 튀김을 싫어한다.

- 흰 우유를 마시지 않은지 오래됐다. 굳이 우유를 넣는 요리를 할 땐 무항생제 저지방 우유나 아몬드 우유를 사용한다.

- 빵을 좋아하지만 사워도우와 같은 발효 식사빵을 좋아하고 고지방의 달달한 패스츄리류는 즐기지 않는다. 빵은 주로 아침에만 소량 먹었다.

- 채소와 과일을 매우 좋아한다. 채소 과일은 되도록 무농약/유기농/국산 상품으로 구매한다.  

- 어릴 적에도 엄마가 치킨, 피자, 햄버거, 탕수육, 도넛, 떡볶이류의 음식은 집에서 직접 건강하게 만들어주셨다.


이런 나에게 암세포가 자란 걸 보면, 나의 경우 음식이 원인은 아닐 것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4) 34살 유방암, 수술 날짜를 잡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