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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도 5시간전

(6) 유방암 0기인 줄로 알았는데

교수님이 뜸을 들이신다.

6/5 건강검진 결과(이상소견)

6/8 집 근처 유방외과 초음파 및 총조직생검

6/17 결과 및 2차 ㄱ병원 초진

7/1 2차 ㄴ병원으로 옮겨서 다시 초진. 수술 결정 후 혈액/소변/MRI 검사 진행

7/3 CT

7/8 ㄴ병원 외래진료 (검사 결과) 및 뼈스캔

7/9-13 입퇴원 (7/10 수술)

7/17 수술 후 첫 외래진료

7/18 타목시펜 시작

8/5 방사선 (16회) 시작


오늘은 뼈스캔을 하고 수술 전 마지막으로 교수님과 검사 결과를 보는 날이다. 


뼈스캔을 위한 주사는 아주 미량의 방사성 물질로, 몸에 퍼지면서 암이 전이된 부분을 잘 보이게 해준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주사도 철제로 된 통에 담겨 왔고 꽤 삼엄한 분위기에서 놓아졌다.

주사가 몸에 퍼지려면 3시간 정도 기다려야 한다고 해사 일단 주사부터 맞고 기다리는 동안 교수님을 뵙고 오기로 했다. 이 병원에 참 감사했던 게 이렇게 동선과 시간을 효율적으로 배치하여 환자인 내가 최대한 덜 기다리게끔 해주신 것이었다.  

소량이지만 방사성 물질이니 오늘은 5세 이하 어린이와 임산부와의 접촉은 피해야 한다. 별도의 금식은 필요 없어서 중간에 맛있게 밥도 먹었다.



한참을 기다려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교수님 표정이 좋지 않다.


‘MRI/CT결과가 나왔는데…’


3초 정도의 멈춤 후,

- 예상대로 상피내암 즉 제자리암이 맞다. (그런데 왜 그렇게 뜸을 들이셨는지!!!)

- 따라서 현재 상태로는 유방암 0기 상피내암이다. 하지만 수술 후에 기수가 변경될 수는 있으니 정확한 질병 코드는 수술 후에 나온다.

- MRI, CT상으로는 전이소견 없다.

- 오른쪽 유방의 우측 아래를 4cm 정도 절개해서 암세포를 떼낼 계획이다. 확실한 제거를 위해 암세포 가장자리 1cm 정도도 추가로 떼낸다.

- 감시림프절 절제를 통해 림프절 몇 개를 떼어내서 수술 도중 검사를 보내 전이가 없는지 다시 한번 확인하고 전이가 발견되면 림프절 곽청술 (전체 절제)을 해야 할 수도 있다.

- 수술 중 추가 전이가 확인되면 보호자에게 내용을 전달 후에 추가 절제가 들어갈 수도 있다.


수술 동의서 내용을 하나하나 자세히 설명해 주시고 본인이 직접 수술할 것이니 걱정 말라고 하셨다. ‘너무 쉽게 들리면 안 되는데…’라고 말씀하신 게 참 안심이 됐다. 그만큼 심플한 케이스라는 것. 난 정말 운이 좋았다. 


사실 교수님은 내 차트를 처음 보신 날부터 확신에 차신 표정으로 유방/림프 부분절제만 하고, 방사선 후에 타목시펜을 복용하면 될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하지만 내가 불안감에, 또 두려움에 그 판단을 믿지 않고 괜한 걱정에 걱정에 또 걱정을 한 것이었다. 


이전에 책을 미리 읽어둔 것도 교수님의 설명을 들을 때 큰 도움이 됐고, 수술 후 방사선 치료와 타목시펜을 왜 5년간 복용해야 하는 지도 이해를 하고 간 터라 받아들이기 수월했다.


뼈스캔은 금세 끝났다. 커다란 기계가 이리저리 돌아가며 내 몸을 찍는데 모니터에 바로 스캔된 뼈사진이 나타나서 신기했다. 이 엄청난 기계를 다루시는 의료진분들이 새삼 너무 멋지고 대단했다.


이제 내일 입원, 모레 수술만 잘 마치면 된다. 떨리거나 걱정은 되지 않는다. 이렇게 훌륭한 의료진과 든든한 가족이 있다.





사실 이후에도 나의 어리석은 공포는 계속되었다. 내가 수술대 위에 누워서 마취가 되어 있는 동안 전이가 발견되어 전절제를 하게 되면? 눈을 떴는데 가슴이 없어져있으면? 어찌어찌 항암까지 하게 되면?


불안감에 오히려 관련된 케이스들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지금 와서 냉정하게 생각해 보면 키워드부터가 잘못되었다. 유방암 전절제, 유방암 0기 항암, 유방암 1기 항암과 같은 키워드만 잡고 늘어졌으니 그 과정에 계신 환우분들을 너무 많이 찾게 되었고 그에 따라 나의 두려움도 커졌던 것이다. 


오히려 그분들은 암을 애써 받아들이고, 힘든 와중에도 타인을 응원하고 또 타인에게 응원받으며 이겨내고자 쓰신 글일 텐데 난 바보같이 그에서 두려움만을 찾았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경험을 공유해주시고 또 매일 최선을 다해 행복하게 살아가시는 유방암 환우분들, 진짜 멋지다. 이렇게 컴퓨터 뒤에서나마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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