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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도 Sep 10. 2024

(8) 공포의 유륜주사

솔직히 진짜 아픕니다

6/5 건강검진 결과(이상소견)

6/8 집 근처 유방외과 초음파 및 총조직생검

6/17 결과 및 2차 ㄱ병원 초진

7/1 2차 ㄴ병원으로 옮겨서 다시 초진. 수술 결정 후 혈액/소변/MRI 검사 진행

7/3 CT

7/8 ㄴ병원 외래진료 (검사 결과) 및 뼈스캔

7/9-13 입퇴원 (7/10 수술)

7/17 수술 후 첫 외래진료

7/18 타목시펜 시작

8/5 방사선 (16회) 시작



유방암 수술을 앞두고 인터넷에 수술 후기를 찾아본 사람들이라면 유륜주사의 존재를 알 것이다. 

수술 직전에 유륜에 어떠한 물질을 주사하고, 이 물질로 인해 림프절이 염색되는데 이는 전이 여부를 정확히 판단하기 위해 하는 절차이다. 


안 그래도 약한 피부에 주사라니. 엄청난 고통으로 펑펑 울었다는 후기들 뿐이라 매우 긴장 한 채로 주사실로 내려갔다. 


담당 교수님이 들어오셨고 잠시 웃으며 대화를 하다가 '안 아프게 놔주세요'라는 말에 교수님이 웃으시며 


'아, 인터넷에서 보셨구나... 안타깝지만 정말 아픈 주사예요. 하지만 이 주사 덕분에 전이 여부를 정확하게 판단할 수 있어요. 이런 방법이 없을 땐 무조건적으로 림프절을 몽땅 절제했어야 했거든요. 이 주사 덕분에 감시림프절만 절제하게 되었고, 또 이걸 맞는 것 자체가 유방 전절제를 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라고 봐요. 전절제 하는 환자분들은 유륜주사를 맞을 필요도 없이 다 절제하니까요. 그러니까 좋게 생각하세요.' 


아! 어쩜 이 병원 교수님들은 이렇게나 훌륭하신지! 이렇게나 명확한 이유를 들으니 어떤 고통이든 견딜 수 있는 자신감이 생겼다. 


'그러게요 교수님, 제가 얼마나 운이 좋은지 몰라요. 이렇게 빨리 발견해서 정말 다행이에요.'

'너무 좋은 마음가짐이에요! 조금만 참으세요!'


그리고 주사가 시작됐는데... 여드름 염증 주사 혹은 항생제 테스트 주사와 비슷한 통증인데 정말 50배 정도 아픈 고통이 꽤 오래 지속되었다. 정말 환자복을 쥐어짜며 참았더니 교수님께서 '어떡해, 웃음기가 사라졌네요'라고 하시는 말을 듣고 다시 웃어 보이기 시작했다. 그래, 힘들 때 웃는 게 일류라고 했다. 


주사가 끝나고 주사부위를 잠시 문질러주시며 교수님이 울지 않아 주어 고맙다고 하셨다.

 

눈물이 날 법도 하다. 수술 전 마지막 관문인데 이렇게나 고통스럽다니! 하지만 적어도 여기까지 나의 역할은 가만히 누워만 있는 것. 얼마나 쉬운가? 앞으로 암과 함께 살아갈 일생을 생각해 본다면 이쯤이야 별거 아니다. 지나고 나서 돌이켜보면 이것 또한 찰나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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