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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대은 Jun 19. 2019

책쓰기로 반전을 꿈꾸다

왜 책을 써야 하는가 (첫 번째 이야기)

* 사진 : 캐나다 벤프 국립공원 정상에서 찍은 사진

왜 책을 써야 하는가 : 첫 번째 이야기

책쓰기로 반전을 꿈꾸다


2006년 5월, 캐나다 밴쿠버를 방문했다. 세계일주 항공권을 끊고 방문한 첫 번째 도시다. 직장 생활하는 사람들이 시간 내어 여행 가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것이 세계여행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다. 젊은이의 꿈과 낭만, 기대가 가득한 여행이 아니었다. 여행을 떠날 때의 나는 30대 중반, 결혼 한지 4년이 갓 넘은 신혼시절이었다. 가족과 함께 떠나는 여행도 아니었다. 아내와 4살 된 아이를 남겨두고 홀로 떠났다. 30대 중반의 나이에 찾아온 인생의 갈림길, 어찌할 바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떠난 여행이었다.


당시 교육과 관련한 일을 하고 있었다. 기관을 책임지고 있었고 해야 할 일은 산더미였다. 너무도 바쁜 일상이었다. 하고 있는 일은 전문적인 일이었고 영향력도 있었다. 의미 있는 일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부러워했고 칭찬받는 일이었다. 그 일이 하기 싫은 것도 아니었다. 다만, 고민스러웠다. 9년여 동안 달려왔던 이 길이 정말 내가 평생 가야 하는 길인지에 대한 물음이 생겼다. 몇 달 동안 밤잠을 설쳤다. 시키는 일을 하면 되는 위치가 아니었기에 더 고민스러웠다. 책임 맡은 일들이 있기에 눈으로 보며 외면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떠날 수 없는 핑곗거리로 가득했다. 한국 땅에 있으면 현실에 파묻혀 올바른 선택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때가 아니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돌아볼 여유조차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잠시라도 한국을 떠나고 싶었다.


아내에게 조심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다녀오란다. 잠시도 머뭇거리지 않고 대답했다. 아이를 낳기 전까지 같은 분야에서 책임을 맡았던 아내였고, 몇 달 동안 고민했던 모습을 보아왔기 때문인지 어떤 물음도 없이 허락해줬다. 아내의 지원 가운데 고민하던 일을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 지금 와 생각해도 아내와 딸에게 미안함을 떨칠 길이 없다. 쉽지 않은 선택이었음을 알기 때문이다. 후회는 없다. 그때 세계를 돌며 고민하고 갈등하며 바라본 비전의 힘으로 지난 15년여의 시간을 살아왔다. 나와 가족을 위한 최선의 선택이었다.


6개월 190여 일의 시간 동안 4개 대륙 18개국을 돌며 각국의 학교와 기관들을 탐방했다.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을 만나 인터뷰했다. 관광지를 돌아다니기보다는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지역 원주민들 틈에 부대끼며 시간을 보냈다. 무엇보다 혼자만의 시간을 많이 가졌다. 보고 들리는 것이 다르니 생각도 달라졌다. 고민하고 갈등하지 않아도 다른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잊고 지냈던 나의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


여행을 마치고 돌아와 9년 동안 하던 일을 완전히 정리했다. 터전이었던 대전을 떠나 분당으로 이사했다. 새로운 도전이었다. 두려움은 없었지만 가야 할 길에 대한 확신이 있던 것 또한 아니다. 다만 이전과 또 다른 삶에 대한 기대가 있었기에 최선을 다했다.


제일 먼저 한 일은 책을 쓰는 일이었다. 지난 시간 썼던 신문과 라디오 칼럼, 여행지에서의 글을 추려 한 권의 책으로 정리했다. 2007년 4월 나의 첫 책이 출간되었다. 제목이 의미심장하다. <비전을 디자인하라>. 지난 1년간의 고민과 갈등을 쉬운 어조로 풀어간 책이다.   


프린스턴대학교 총장을 역임했고 미국의 28대 대통령을 역임한 우드로 윌슨은 말한다. “모든 위대한 사람들은 꿈의 사람들이다. 그렇지만 그중 일부는 자신들의 꿈을 죽게 내버려두었다. 당신은 당신의 꿈을 보살피고 보호해서, 어렵고 힘든 시기에서 햇빛이 비치는 시기로 옮겨가야 한다.”


꿈을 죽게 내버려 둔 사람. 멀리 있지 않다. 내가 그 사람이다. 지나 온 삶이 후회로 가득했기 때문이 아니다. 열심을 다했다. 인정도 받았고 즐겁기도 했다. 꿈을 좇아 살아왔다고 생각했었다. 당시에는 몰랐다. 그것이 최선인 줄 알았다.


여행을 통해 세상을 보며 나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내가 모르던 나의 모습이 너무나도 많았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보호되어야 할 나의 꿈은 충분히 보호되지 못한 체 방치되어 있었다. 최선의 선택이 아닌 나름대로 좋은 차선의 선택들이 내 삶을 채워왔음도 알 수 있었다. 최선이라 여겨졌던 삶은 무계획에 가까운 삶이었다. 주도적이기보다는 주어진 상황에 반응하며 살아온 삶이었다.


<비전을 디자인하라>의 프롤로그에 그때의 마음을 담았다. 제목이 ‘수련회만 못한 인생’이다.     

“수련회를 계획하고 준비하던 시간을 떠올려봅니다. 수개월 전에 장소를 예약합니다. 교사들과 함께 3박 4일의 일정을 논의하며 계획하는데 몇 달을 투자합니다. 때로는 며칠 밤을 새워가며 그 날을 준비합니다. 이러한 노력은 너무도 당연한 투자이기에 누구도 이의를 달지 않습니다. 그렇게 철저히 준비했음에도 수련회를 앞두고 다시 한번 빠진 것이 없나 점검합니다.


수련회가 진행됩니다. 그렇게 준비하고 손을 맞췄건만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습니다. 그리 길 지 않은 일정 속에서 왜 그리 돌발 상황이 많이 일어나는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그 모든 일을 우리는 일상으로 받아들입니다. 그리 특별하지도 않은, 인간이 살아가다 보면 겪게 되는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받아들이고 살아갑니다.


그런데 여기 이상한 사람들이 있습니다. 3박 4일의 모임을 위해 수많은 시간들을 투자했던 바로 그들입니다. 이상한 것은 삶을 계획하는 이들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나의 인생의 목적은 무엇이며 주어진 인생은 무엇을 하며 보낼 것인가에 대해 구체적으로 고민하는 이들을 만나보기가 쉽지 않습니다. 마음의 근심과 걱정 속에서, 때로는 기대와 환희 속에서 미래를 마음속에 그리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생각에 지나지 않는 듯합니다. 3박 4일의 일정을 위해 만든 매뉴얼은 한 권의 책을 이루면서도 우리의 인생을 위한 계획서는 어디에서도 한 장 찾아볼 수가 없습니다.”     


지난 시간 나에게 찾아든 선택의 순간에 나의 선택권은 크지 않았다. 고민은 했지만 주도적으로 선택하지 않았다. 아니, 선택하지 못했던 것이었는지 모른다. 가장 쉽고, 평안한 길, 누구나 선택하는 평범한 길을 선택하며 살았다. 여행길에서 나의 지난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 쓰리기는 했지만 돌이키기에 너무 늦은 때는 아니었다.     

작가 조 쿠데르트(jo coudert)는 자신의 책 [실패가 주는 교훈]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일은 쉽지 않다. 자신을 이해하는 것도 쉽지 않고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도 쉽지 않다. 그러나 어쨌든 세상 속에서 삶을 살아가야 한다. 그리고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한 사람이 있다.”


그 사람은 다른 누구가 아니다. 바로 나다. 여행을 하고 돌아와 책을 쓰며 나에 대한 시각을 새롭게 정리했다. 이전도 좋았지만 이후의 시간은 더욱 만족스러운 시간으로 디자인하고 싶었다. 마음의 소원이 아니라 내가 살아갈 미래의 현실이 되기를 꿈꿨다.


“나는 완전하지도 특별하게 잘난 것도 없지만 이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이다. 아내와 딸에게 필요한 존재고 나와 함께 할 사람들에게 필요한 존재다. 그런 존재이기에 나의 꿈은 보호되어야 하고 나의 오늘은 관리되어야 한다.”     


여행을 떠나라. 익숙함과의 결별이 필요하다. 여행이 주는 선물은 그동안 보지 못했고 깨닫지 못했던 나의 다름을 알게 된다는 것이다. 그 ‘다름’은 새로움이 아니라 원래 나에게 있던 나의 또 다른 ‘일면’이다.

책을 써라. 글을 쓰는 것도 나쁘지는 않지만 한 편의 글이 아닌 지나 온 삶을 정리하는 데 있어 한 권의 책으로 나의 삶의 키워드들을 정리해 보는 것은 완전히 다른 차원의 일이다.


조 쿠레드트는 말한다.

 “당신의 미래를 지혜롭게 계획하기 위해서는 당신의 과거를 알고 올바르게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여행을 하고 책을 쓰며 가장 좋았던 것은 이런 나의 모습을 직면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다. 익숙한 곳을 떠나니 낯선 상황 속에서 나에 대해 알지 못하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힘들고 고통스럽기도 했지만 ‘위기가 곧 기회’라고 했던가. 나에게 그러했다. 아픈 만큼 성숙해졌는지 예전이라면 하지 못할 선택을 할 수 있었다. 조급하기보다는 조금 더 조심스럽게 살아갈 인생을 생각하며 결정을 내려갈 수 있었다. 이러한 시간을 통해 나를 더 깊이 알게 되었다. 내가 설 자리가 어딘지도 조금씩 선명해졌다.


내가 꿈꾸는 반전은 로또 맞은 대박 인생이 아니다. 오늘의 입장에서 바라본 미래의 나의 모습을 바라보며 오늘을 전환기로 삼는 것이다. 비범함이 아닌 평범함 속에서 내가 꿈꾸는 미래를 바라보는 것이다. 다만 머릿속의 생각만으로는 부족하다. 단편의 글쓰기가 아닌 장편의 책쓰기를 통해 인생의 반전을 디자인해보라. ‘힘들다’고 여길 수도 있다. ‘나는 책을 쓸 능력이 없다’고 핑계할 수도 있다. 1장의 책을 쓰지 않는 사람들의 핑계가 나의 이유였듯 여러분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바로 그런 분들을 위해 이 책을 써나갔다. 비범한 사람들을 위해서가 아니라 평범한 나와 같은 이들을 위해 마음을 다했다. 누구라도 책을 쓸 수 있는 방법과 기술을 이 책에 가득 담아내려 노력했다. 고도의 기술이 아니라 평범 속에 비범을 나타내는 실현 가능한 노하우를 확인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 위해 먼저 이어지는 '왜 책을

써야하는가'의 이야기를 통해 각자의 동기를 재확인하기를 바란다. 동기가 확인되고 책을 써야 하는 각자의 이유만 마련된다면 ‘책쓰기’는 더 이상 남의 일도, 불가능한 일도 아니다.


자, 그럼 책쓰기로 인생의 반전을 꿈꾸는 여행을 함께 떠나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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