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질문들, 도산 안창호
너는 왜 인물될 공부를 왜 하지 않는가?
https://youtu.be/Pd1BPuFeAms
관계를 맺다보면 감정 때문에 생기는 많은 일들로 기뻐하고 슬퍼한다. 좋은 감정과 나쁜 감정, 사랑의 감정과 미움의 감정, 기대의 감정과 실망의 감정. 사람들은 이 다양한 감정들로 인해 행복하기도 하지만 불행하다고 느끼며 살아간다. 감정은 매우 주관적이며 변화무쌍하다. 같은 조건 가운데서도 각기 다른 감정을 나타내 보인다. 감정이 문제가 되는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이 변화무쌍한 감정에 휘둘리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행복을 추구하는 자로서 주도적으로 감정을 다스리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첫째, 감정의 기초를 확인해야 한다. 둘째, 감정의 방향을 자신이 주도해야 한다.
서운함과 안타까움의 감정을 예로 들어보자. 서운함과 안타까움이라는 감정의 기초와 방향성은 서로 다르다.
서운함은 나를 위하는 마음에 기초해 있다. 내가 서운하다는 것이다. 반면 안타까움은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에 기초해 있다. 자연스럽게 감정의 방향성도 서로 다르다. 서운한 사람은 원망을 이끌어 낸다. 상대방에게 문제의 원인을 돌린다. 안타까운 감정을 가진 사람은 상대방을 걱정한다. 연민을 넘어 실질적인 도움, 상대방의 필요를 채워주려는 마음으로 나아가게 된다.
감정과 사고의 방향성을 상대방을 위하는 마음의 기초 위에 세우고 살아간 대표적인 사람이 도산 안창호다. 독립운동가요 민족의 대표적인 지도자였던 도산의 삶은 타인을 생각하는 애타(愛他) 정신에 기초하여 세워졌다. 애타는 이웃을 넘어 민족과 나라를 위하는 마음으로 발전했으며 그것을 위해 평생을 살았다. 그렇다고 자신을 사랑하는 일에 게을리 하지 않았다. 타인과 국가를 위하는 마음의 기초로 애기(愛己)를 제시한다. 진정한 성공을 위한 가치의 기초는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으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고 도산은 이야기 한다.
왜 인물 될 공부를 아니 하는가?
도산은 예나 지금이나 사람들 사이에 이어지고 있는 한탄이 하나 있다고 말한다. 그것은 ‘왜 우리나라에는 인물이 없는가?’는 물음이다. 도산은 이 질문에 명확하게 답변한다. “우리 중에 인물이 없는 것은 인물 되려고 마음먹고 힘쓰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다.” 그리고 그들에게 역으로 하나의 질문을 던진다.
“인물이 없다고 한탄하는 너 자신은 왜 인물 될 공부를 아니 하는가?”
도산 안창호의 자서전을 접한 것은 고등학생 때였다. 당시 이 질문이 나의 마음을 강타했다. 그렇다고 갑자기 인생에 엄청난 변화가 찾아든 것은 아니다. 하나 변화된 것이 있다면 책을 읽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당시 나의 삶에 책과 독서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지 않았다. 집에 비치 된 10권의 만화 역사 시리즈나 66권 문학 고전 시리즈 중 몇 권을 닳고 닳도록 본 것 이외에 책을 별도로 찾아 읽은 기억은 없다. 그러다 접한 도산의 말과 삶은 고등학생인 나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무엇보다 그의 “왜 인물 될 공부는 아니하는가?” 하는 질문 앞에 아무 생각 없이 살고 있는 내 모습이 오버 랩 되었다. 이런 일도 있었다. 토요일과 주일이면 교회에 가기 위해 지하철을 타고 목동에서 교대역을 오고 가야했다. 3살 터울의 여동생과 항상 같이 다녔는데 지하철을 타고 가던 어느 날 동생이 나에게 말을 건넨다. “오빠! 어두운 창문만 쳐다보지 말고 책이라도 읽어!” 고2 때의 일이다. 여동생은 항상 손에 책을 들고 다녔고 나는 아무 생각없이 지하철의 손잡이를 붙들고 지하터널 어두운 창문만을 쳐다보곤 했다. 정말 아무 생각 없이 말이다. 그러기를 3-4년은 한 것 같다. 그런데 중2 여동생이 지나가며 무심코 내 뱉은 말 한마디가 예전에 읽었던 도산의 글귀 하나를 떠 올리게 했다.
“우리 중에 인물이 없는 것은 인물 되려고 마음먹고 힘쓰는 사람이 없는 까닭이다.”
‘도산 안창호 선생님이 ’인물 될 공부‘에 대해 이야기 하실 때 가슴 뛰었던 순간을 내가 잊고 있었구나!’
‘내가 뭐하고 있는 짓이지?’
‘나는 왜 아무 생각 없이 이렇게 오랜 시간을 어두운 곳만 응시하고 있던 것일까?’
그리고는 다음 날 교회 가는 길에 다시 도산 안창호의 자서전을 꺼내 들었다. 엄청난 각오를 다지며 책을 편 것은 아니었지만 나의 삶의 독서 여행이 시작된 의미 있는 순간이었다. 고2 여름, 여동생이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가 나의 기억 속에 묻혀 있던 도산 안창호의 자서전 속 질문을 끌어 올리는 마중물이 되었고 그 순간은 내 삶의 작은 터닝 포인트가 되었다.
1998년부터 독서를 개인의 자기계발 차원을 넘어 다른 사람들의 변화를 지원하는 삶의 키워드로 삼았다. 이후 20년이 넘는 시간 독서, 질문, 글쓰기는 나의 삶의 핵심 키워드로 자리 잡았다. 고2 여름 어느 날의 기억은 오늘 나에게 하나의 상징처럼 남아있다. 내가 만나는 초중고생들에게 나의 강의 하나가 변화의 마중물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그들이 읽는 책 한 권이 그들에게도 삶의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한 기대는 나의 교육 사역을 진행하는 큰 원동력 가운데 하나다. 가치와 의미만큼 사람을 동기부여 하는 것은 없다. 크고 엄청난 일이 눈앞에 펼쳐지기를 기대하는 것이 아니다, 그런 차원의 변화는 바라지도, 그럴 수도 없다. 다만 아이들의 손에 책이 들려주고 싶다. 독서와 질문하며 글을 쓰는 삶의 태도와 지속해 갈 수 있는 동기를 선물해 주고 싶을 뿐이다. 내가 아는 분명한 사실은 나의 이 작은 영향력은 나비의 날개 짓일지는 몰라도 시간이 흐르며 아이들의 삶 가운데 거대한 폭풍을 일으키는 나비의 첫 번째 날개 짓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것을 알기에 오늘도 작지만 이 소중한 일에 모든 것을 내 던지며 사역함에도 지치지 않고 집중 할 수 있었다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