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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호도호도 Sep 15. 2022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

제주살이 28일차 2022년 8월 28일

함께 일을 했던 밤이 언니가 8월로 근무가 끝난다고 하여서 같이 밥을 먹기로 하였다. 밤이 언니의 귀여운 강아지 밤이도 함께 만났다. 가족 중에 강아지가 없는 나는 강아지와 함께 하는 일상이 너무 신기하고 즐거웠다. 내가 뚜벅이라서 여기저기 못 놀러 다녔겠다며 언니는 차 없이 가기 힘든 회국수 맛집과 디저트 맛집을 데리고 가주었다. 모두 정말 맛있었다. 오며 가며 해안도로 드라이브도 하였다. 조수석에 앉아 다리 위에 앉힌 밤이를 쓰다듬었다. 눈앞은 시원한데 촉감은 부들부들하고 몸은 따뜻한 느낌은 정말이지... 끝내줬다!


숙소로 돌아와 옥상에 널어 둔 빨래를 걷었다. 아래쪽에서 달그락달그락 소리가 들려 담장 너머를 내려다보았다. 옆집 할머니가 여름에 먹을 김치를 담그고 계셨다. "김치 담그세요?"라고 인사를 건네자 "가서 그릇 가져와!"라는 명령을 받았다. 이런 건 또 거절할 수 없지. 주방에 가서 작은 스뎅 볼을 가져왔다. 금방 양념을 버무린 김치를 턱턱 주시는데 딱 봐도 혼자 먹기에 양이 너무 많아 보였다. 작은 그릇을 가져와서 다행이었다. 저녁은 간단하게 라면을 끓여 먹었다. 할머니가 주신 김치를 곁들인 라면이 후루룩 넘어갔다.


저녁에 밤이 언니와 다시 만났다. 둘 다 출근하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한가로이 김치에 라면 먹을 동안 언니는 강아지 산책과 런데이를 하고 왔다고 하였다. 그리고 오늘 저녁, 가게에서도 런데이는 끝나지 않았다. 휴가 막바지라 손님이 몰렸기 때문이다. 한 팀이 '셀프 라면'을 시키자 냄새에 홀린 사람들이 너도나도 셀프 라면을 주문하였다. 버너, 라면, 앞접시, 수저를 세팅하고 치우느라 동분서주하였다. 가게 인원 모두가 근무하는 날이어서 다행히 광복절처럼 멘탈이 터지지 않았다. 한 손님이 바쁘신데도 참 친절하다면서 밤이 언니와 나에게 팁을 각 만원씩 주고 가셨다. 기분이 좋아진 나는 입꼬리를 한껏 더 찢으며 일을 하였다.(^___^)


오늘은 약속한 8월 근무가 끝나는 날이었다. 사장님들과 8월 마무리 인사를 하고 9월 스케줄을 상의하였다. 남은 기간도 서로 잘 부탁드린다고 인사를 하고 일어서려는데 사장님들이 예쁜 봉투를 하나 주셨다. 숙소에 와 열어 보니 여행 잘 다녀오라고 적힌 엽서와 용돈이 들어있었다. 제주도에 있는 동안은 돈을 벌지 않겠다고 다짐하였는데 마음씨 좋은 사장님들과 손님 덕분에 돈을 벌고 말았다. 큰돈을 번 것은 아니지만, '돈'의 의미와 거기에 담긴 가치를 너무나 잘 알기 때문에 그 돈을 선뜻 건네주신 그 마음이 너무 감사하였다.



며칠 전 내 밑바닥을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난 뒤 인간관계에 대한 회의가 짙어지고 있었다. 사람을 만나는 일은 곧 상처를 주고받는 일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잠시 안전한 쥐구멍에 꽁꽁 숨어 있었다. 그런데 오늘, 타인이 주는 온기를 느끼니 다시 밖으로 나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주변에 따뜻한 마음씨를 가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숨어 있는 게 손해라고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세상엔 좋은 사람들이 더 많다고 나쁜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은 겁에 질려 목소리가 더 커진 것뿐이라고 생각하려 한다. 



나도 돈 잘 버는^^ 멋진 어른이 되어서 방황하는 이에게 크고 작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옆집 할머니께서 주신 김치. 해산물 천국 제주도 김치인데 젓갈이 많이 안 들어간 게 의외였다.
친절한 손님이 주고 가신 팁. 오늘은 배추가 풍년이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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