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황#1
며칠 전 M1 Pro 맥북프로를 중고장터에서 판매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이제 내게 남은 애플 제품은 아주 오래된 iPad 한 대가 되었다. 요컨대, iPhone, MacStudio, Macbook 등 애플 제품을 모두 처분하고 나의 작업 환경을 Windows 기반으로 완전히 바꾸는 일련의 작업이 드디어 끝난 것이다.
애플 제품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의외로 올 초 새로 나온 맥스튜디오의 M4 Max급 제품을 구입하고 몇 주간의 시간이 흐른 후였다. 사실 새로 산 맥스튜디오는 포장을 뜯지도 않은 새 제품 상태로 중고장터에 올리게 되었는데 그 사정은 이렇습니다.
애플의 홈페이지에 올라와 있는 기본사양 제품들은 언뜻 보기에 합리적인 가격을 표방하고 있다. 하지만 자신이 사용하는 기기에 대해 약간이라도 욕심이 좀 있는 사람이라면 옵션 가격을 보고 깊은 시름에 잠기게 될 수밖에 없다. 보통 램을 확장하거나 SSD의 용량을 넉넉하게 확장하려고 하면 가격이 본체 가격의 몇 배 수준으로 뛰게 되기 때문이다. 덕분에 그런 부분들의 필요성을 만족시켜 주는 사설 업체들의 사업영역은 꽤 크게 확장된 상태다.
나는 맥스튜디오 기본형에 SSD만 8TB로 업그레이드할 필요가 있었는데, 이것을 애플 공식 홈페이지에서 하려면 3백6십만 원을 추가로 내야 한다.(제품 가격의 두 배다) 하지만 사설업체를 이용하면 단돈(!?) 1백2십만 원대에 이 문제를 해결할 수가 있다.
그런 관계로, 3백2십만 원 상당의 맥스튜디오를 사고, 1백2십만 원 정도의 사설업체 SSD를 주문하고 일단락을 짓게 되었다. 자. 이제 새로 업그레이드한 맥스튜디오는 ai기반 사진수정과 이미지 생성에서 훨씬 능률적이겠지! 라며. 하지만 일은 그렇게 순탄하게 흘러가지 않았다. SSD의 용량을 업그레이드 부품을 판매하는 사설업체가 영 수상쩍은 행보를 보였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주문량이 많아 배송이 지연된다는 소식부터 알람을 울려대더니 작업공정에 문제가 생겨 더 지연된다는 식의 공지사항을 마구(?) 올리기 시작했다. 그 와중 나는 내 주문이 제대로 진행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해당업체 홈페이지에 질문을 남겼으나 걱정한 대로 답변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런 일들이 수 차례 반복되었고 결국 첫 주문 후 석 달이란 긴 시간이 호롤롤롤로 날아가 버리고 말았다. 방구석에 곱게 포장된 맥스튜디오만 꿔다 놓은 보릿자루가 된 채로. 결국 나는 기나긴 기다림을 전제로, 해당업체가 아닌 신용카드회사에 전화를 걸어 환불 요청을 하게 되었다.
사태가 이쯤 진행되자 짜증이 났다라기 보다, ‘어? 내가 왜 이렇게 능률이 떨어지는 일을 하고 있는 거야?’라는 상태로 생각이 바뀌기 시작했다. ‘애초에 애플에서 정상(?)적인 가격으로 SSD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었다면 이런 쓸데없는 시간과 에너지 낭비는 없었을 것이 아닌가!?’에서 출발해 ‘과연 이런 수고를 하면서까지 애플 제품들을 꼭 사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부분까지 도달하니 점점 더 회의감이 들기 시작했다.
결국 ‘애플에서만 작동하는 몇몇 애플리케이션이나 애플만의 사용 편의성에서 얻을 수 있는 작업 집중력의 상승 같은 부분들이 과연 이렇게 엄청난 비용과 노력을 들여야 하는가?’라는 긴 질문에 나는 “어휴 이젠 정말 그런 것을 감당하긴 어렵네.”라는 결론에 도달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사실 나는 다른 사회적 필요(?)에 부합하기 위해 애플시스템과 더불어 윈도시스템을 또 하나 갖추고 있기 때문이었다. 마치 내 기분을 산뜻하게 만들어주는 고급 스포츠카 한 대와 편리한 사용성을 갖춘 패밀리 해치백 차량 두 대를 운용하는 것처럼.
그런데 이 스포츠카가 점점 더 비싸지고 다루기 까다로워지면서 ‘아니, 기분을 좋게 만들어 작업 능률을 올리겠다고 이걸 택했는데 이런 식이라면 더 이상은 곤란하지 않겠어?’라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었다. 마치 소통이 잘 안 되는 명마를 상적으로 모시는 기분이 드는 것이었다. 해치백 차량도 요즘은 그럭저럭 쓸만하게 나오는데…라는 생각까지 하니 어느 쪽이 더 친근하고 편하게 오래갈 파트너인지 진지하게 고민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카드 결제의 환불을 기다리는 기나긴 석 달 동안 이런 생각은 내 머리에서 떠나질 않았고, 그리고 짜잔- “배를 버려라!”라는 결단이 내려졌다. 까탈스러운 애플에 그동안 투자했던 모든 시스템을 보다 말이 통하는 윈도 체제 하나를 굴리는 것이 내 정신건강과 지갑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아주 보편타당한 결론.
물론 지금 마이크로소프트의 Word 앱으로 이 글을 쓰면서 “와, 정말 UI가 너무나 산만하구나! 그리고 이쁘지도 않고…”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그러나 인간은 적응하는 존재! 앞으로 그럭저럭 스스로를 달래 가며 마음 편해진 이 일원화 시스템을 사랑하며 맞춰가는 수밖에 없겠지. 그리고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한 시스템만 사용해도 된다는 안락함이 애플 제품들이 제공하던 산뜻함보다 더 크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아 이제는 파일 시스템 차이, 문서 호환성 걱정 없고, 좀 더 대중적인 앱으로 작업할 수 있다니. 이건 이것대로 세상 편한 느낌이다!” 라며.
안녕 Pages, Final Cut 그리고 Keynote 외 기타 등 등등.